좋은 녹차는
무색 무향 무취.
소리도 그렇다.
MI5는 24만원의 가격으로 스테레오 블루투스가 되는 가성비 스피커다.
그런데 음악을 들을수록 채색된 느낌이다.
못생긴 여자가 화장 떡칠한 느낌.
가성비 소리가 아니라 그냥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공부를 했다.
스피커는 크게 액티브와 패시브로 나뉜다는 것.
패시브가 소리는 좋으나 비싸고 엠프가 필요하다는 것.
마침 연차수당이 들어왔다.
연차수당과 비슷한 가격의 할인이 많이 되는 스피커가 있어서 구입을 했다.
도착한 스피커와 엠프.
그런데 뭐지????
설명서가 하나도 없다.
이상한 선 하나만 따로 배송되고.
전원선이 있는 액티브 스피커만 쓰다가 깡통처럼 아무 것도 없는 패시브 스피커를 보니 황당했다.
엠프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스피커를 째려보고 해서 어찌어찌 선을 연결했다.
철저한 문과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공돌이 유전자가 숨어있었나보다.
엠프와 스피커를 놓기 위해 사용하지 않아서 엉망인 식탁과 맥주발효냉장고 위를 정리했다.
엠프 스위치를 켜니 거짓말처럼 블루투스가 쉽게 연결된다.
그래.
바로 이런 소리지....
과장되지 않고 밸런스가 좋다.
공간감도 좋고 깊이도 있다.
맑고 깨끗한 소리.
소리가 뜨거나 뭉개지지도 않는다.
엠프와 스피커의 궁합이 좋다.
연차수당을 전부 투자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스피커 변천사가 한 눈에 보인다.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
마샬.
쿼드 S2.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하는 취미는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스피커에 관심이 없었다.
예전에는 음악을 들었다.
지금은 음악을 감상한다.
음식을 하고 설거지 하는 시간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의 소중한 일부분이다.
그 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이정도의 노력과 투자는 아깝지 않다.
아직도 남은 시간들이 많으니까.
머나 먼 영국에서 우리집까지 오느라고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