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날, 달콤한 자몽티를 마시며 몇 자 끄적여 봅니다.
탁구를 치면서 만났던 분들 중에 고마운 분들이 많아요. 오늘은 그중에서 제가 뽕을 어려워하지 않는데 큰 도움을 주신 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탁구 입문 초창기에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이삿짐을 풀자마자 바로 이사 간 동네 탁구장에 등록~! 속전속결로 탁구장 내 동호회에도 가입을 했지요.
그 동호회에는 핌플아웃, 일명 뽕을 쓰시는 남자 부회장님이 계셨는데요. 단면이 아니라 무려 '양면'을 모두 뽕으로 쓰시는 분이였습니다.
그분이 숏인지 롱인지 미들인지, 스펀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시 제가 너무 초보여서 잘 모르고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나 어렴풋한 기억에도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건 그분이 뽕러버를 붙여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하셨던 분이라는 것 입니다.
찌르고, 깎고, 돌리고, 긁고, 때리고....
심지어 다리를 든다거나 시선으로 장난친다거나 팔을 돌리는 등 각종 페이크 모션도 취하셨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그분만큼 독특한 전형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겨보겠다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넘기는 모습이 재밌으셨는지 부회장님은, "뽕을 안타려면 많이 쳐봐야 돼!!" 하시며 정~말 정말 많이 쳐주셨어요.
그렇게 일 년 정도가 지납니다.
삶이 영화 같지는 않아서 제 실력이 급격하게 오르는 기적은 없었지만, 양뽕 부회장님 공을 일 년 정도 넘겨보고 나니 어느순간부터 뽕을 안타기 시작했어요.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셨는지 그때부터는 전력이 노출된다며 잘 안쳐주시더군요. ㅋㅋㅋ 그래도 여전히 저보다 훨씬 높은 실력이십니다.
동호회는 해체가 되었고 부회장님은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셨어요. 지금은 경기 남부 쪽에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회장님이 보고싶은 오후입니다. 😻
첫댓글 양뽕 처음 만나면 정말 어렵지요 ㅎㅎ
레슨은 받아서 뭐하나 등등
별 생각 다 들면서
살기 싫어집니다 ㅋㅋ
사파의.정석!!
사마귀자세!!
구력이 느껴집니다!!
사마귀 자세를 알아 보시다니...
역시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저렇게 준비하시고는 이쪽 저쪽 돌리고 찍으며 갈라치시다가 찬스볼 오면 시선을 '옆'테이블에 두고 스매시 때려 버리시지요
뽕을 안타고 노련하게 대응하는 비결이 숨어 있었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