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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이해서 굳은 맘 먹고 공부 시작해서 한 주가 지났네요. 그동안 안했던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지난 번에는 바티칸 이야기를 올려드렸어요. 반나절에 그것도 투어라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니었을 수도 있었지만 바티칸에 있었던 순간순간이 모두 감동으로 다가왔던 탓에 본의 아니게 글이 엄청 길어져 버렸어요.
이번에는 바티칸 투어 이후에 했던 내 맘대로 로마 투어 Part 1이 시작됩니다. 로마를 이틀로 나누어서 돌아다녀서 이야기도 둘로 나누어 봤어요.^^
Part 1에서의 컨셉은 삽질 + 감동이에요. 그럼 이야기 시작할게요.
2006년 7월 18일 오후 3시 30분...
바티칸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저랑 제 친구는 베드로 광장에서 바티칸 밖으로 나와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로마 투어를 하는 거야라고 하면서 지하철을 탔답니다. 첫 목적지는 가장 가까운 스페인 광장부터!!
스페인 광장 지하철 역에 도착은 했는데 바깥 날씨 때문에 도저히 나갈 엄두가 안 나더군요.[예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제가 로마에 갔을 당시 로마의 최고 기온은 37도!! 비록 사진으로는 못 남겼지만 나중에 피사에서 경악스러운 것을 보게 됩니다.ㅎㅎ]
그래서 일단, 지하철 역에서 좀 쉬었다 가려고 플랫폼의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주변에 동양인이 우리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사람들이 흘끗흘끗 보면서 지나가더군요.
이런 경우야 워낙 많이 겪어놔서 볼 테면 봐라는 식으로 우리끼리 수다떨고 있는데 저기서 한 무리의 인도, 아랍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어깨에 한 보따리 짊어지고 이 쪽으로 오네요. 처음에는 별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갑자기 하는 말이.
'안녕하세요.'
그것도 제법 유창한 한국어로 하는 거에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한테 한국어를 듣게 되니까 저희들의 첫 반응은 '에?'하면서 쳐다보는 정도였죠. 그런데 이 사람의 다음 말에 저희 완전히 뒤집어졌죠.ㅋㅋ
'인사를 했으면 말을 해야지 왜 말을 안해요??-_-^'
쿠궁!! -_-;; 이 사람, 지나가다가 저랑 제 친구가 한국말로 이런저런 얘기하고 있는 걸 들은 모양이에요.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유럽이나 기타 외국에서는 지금은 좀 덜하지만 그래도 현지인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을 보면 처음부터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대개 일본 사람 아니면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거는데[보통 '곤니찌와' 아니면 '니하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죠.-_-;;] 한국어 그것도 범상치 않은 실력으로 말을 거니 뒤집어지지 않을 수가 있나요??ㅋ
'한국말 할 줄 아세요?? 생각지도 못해서 대답이 안 나와서요.'
제가 이렇게 물어봤더랬죠. 그랬더니
'네. 조금 할 줄 알아요.[그게 어딜 봐서 조금이냐?? 한국에서 한 10년 정도 산 외국인도 너만큼은 못하겠다.-_-;;]'
'아니요. 그 정도면 진짜 한국말 잘하는 거에요.[솔직히 대화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사람 하는 말이
'그건 그렇고 왜 여기 앉아 있는 거에요? 여기 무지 위험한 곳인데 몰랐어요??'
'-_-;; 아..바깥이 너무 더워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앉아있는 거에요. 그런데 여기가 그렇게 위험해요??[물론 로마 지하철이 소매치기와 강도들의 주요 활동 무대라는 것은 여기저기서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요..]'
'그럼요. 여기 도둑사람 엄청나게 많아요. 도둑사람들이 얼마나 바글바글한데 여기서 쉰다고 그러는 거에요??-_-;;[우리 같았음 도둑놈이라고 할 텐데 거기까지는 몰랐는지 도둑사람이라고 하더군요.ㅎㅎ]'
그러더니 마침 비어 있던 제 옆자리에 앉더군요. 제 친구는 아무래도 체코에서의 후유증으로 바짝 긴장하고 소지품 관리 모드로 들어가는 바람에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눈 건 거의 전적으로 저였구요.ㅋㅋ
한국말을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봤더니 예전에 한국에서 2년 정도 살면서 일한 적이 있었대요. 그 때 배웠다고 하는데 그래도 얘기를 들어보니 로마에 온 지도 거의 5년 가까이 되었대요. 자기 나라 말도 아닌 외국어를 5년 이상 거의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이 정도까지 말한다는 게 정말 놀랍더라구요.
'그런데 넌 왜 목소리가 여자 같어? 너 남자 아냐??'[갑자기 반말을...-_-;;]
'-_-;; 내가 원래 목소리 톤이 좀 높아. 그래서 한국에서도 그런 오해 많이 받아.[제가 실제로 목소리가 좀 하이톤에 가는 편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많은 오해와 놀림을 받았더랬죠.-_-;;]'
뭐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10여분간 주고받았답니다. 다른 동료들이 더 와서 오래 있지는 못하고 지하철 타고 가버렸거든요. 가기 전에 자기가 짊어지고 있던 보따리를 잠깐 풀더니 저한테 보여주더군요.
'여기 있는 이거 다 진짜야.^^;;'
근데 말이지. 솔직히 장사꾼 말은 90%이상이 거짓말이라더라.-_-ㅋ 그리고 진품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얘.ㅋㅋ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이 사람들이 자기 동료들하고 지하철을 타고 가더군요. 가면서도 '잘 가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이라고 말하더군요.
로마에 사는 현지인[이탈리아 인들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도 외국인이겠지만요..]과의 대화라...그것도 이탈리아 어도 영어도 아닌 한국말로 얘기하는 게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카메라 문제 때문에 사진을 같이 못 찍은 게 지금은 좀 아쉽네요.^^]
쉴만큼 쉬었으니 이제 나가볼까하는 생각에 스페인 광장으로 나갔어요. 역시나 강렬한 햇살은 그대로더군요.ㅋ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스페인 계단, 저희는 가볍게 건너뛰었습니다. 별다른 특징이 있어보이질 않아서 말이죠.-_-;; 대신 광장에 있던 난파선의 분수만 제대로 감상했죠.[여기서 물 받아가려고 했는데 친구 녀석이 끝까지 말리더군요..저기 있는 거 먹어도 되는 물인데...-_-;;]
시간이 4시를 넘어가는데 저희가 먹은 게 아침 일찍 호텔에서 먹은 게 전부라 점심부터 먹자하고 가다가 눈에 띈 곳은 다름아닌 맥도날드!!
저도 원래는 유럽에서 현지인들 식사를 골라가며 먹어보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체코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이후에 현지 경비에서 계속 적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특히 저보다도 제 친구가 더 심해서 그 친구 떼어놓고 저 혼자 찾아먹기가 미안해서 이번 유럽 여행에서 맥도날드가 저희의 주 식량원이 되었답니다.ㅠㅠ 다음에 갈 때는 기필코 현지식들만 골라서 먹을 거에요.[맥도날드는 그 때 너무 질려서 한국 와서도 최근에 딱 한 번 간 거 제외하면 근처에도 안 갔답니다.-_-;;]
맥도날드에서조차도 저희가 먹었던 것은 제일 싼 햄버거와 스프라이트 제일 작은 거 전부 해서 2유로.[저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서 치즈버거와 스프라이트 중간까지는 갔었지만요.ㅋ 제가 쓴 일기에 하루에 쓴 경비를 적었는데요. 그 때 점심 식사값이 대부분 2~4유로 정도였죠.-_-;;]
점심도 먹고 이제 좀 움직여보자!! 그래서 트레비 분수를 목적지로 잡고 명품거리를 따라서 쭉 걸어갔답니다. 중간에 여행가이드[전 자신만만 책 가지고 갔었거든요. 분책되어 있는 게 좋아서요.^^]에 나와있던 맛있는 젤라토 집을 찾아서 요리조리 골목을 꺾어들어간 결과 20분 후에 Giolliti라는 젤라토 집을 찾았답니다.
제 친구는 그 놈의 돈 때문에 안 먹겠다고 버티고 결국 저 혼자 가장 작은 걸로 2유로 주고 사먹었답니다. 제가 피스타치오 맛을 좋아해서 그걸 달라고 하니까 젤라토 떠 주는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통에서 떠서 주는데 우리나라처럼 그냥 안 주더군요. 일단 통에서 젤라토를 전용 스푼(?)으로 떠 냅니다. 그 다음에 떠 낸 젤라토를 통 벽에 다시 던지더군요. 마치 우리 떡 만들 때나 칼국수 만들 때 반죽을 탁탁 쳐서 찰지게 만드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두어번 치고 나서 콘 위에 담아서 주는데 엄청 많이도 주네요.ㅎㅎ[우리나라에서 먹는 것의 거의 두 배 수준..]
그래서 그런지 아이스크림이 그 엄청난 더위 속에서도 금방 녹지 않고 다 먹을 때까지 형태가 그대로 있더군요. 아이스크림이 쫄깃할 수도 있다라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ㅋㅋ[나중에 터키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하네요. 얼마전에 우연히 먹어봤는데 찰떡 아이스같은 맛이...ㅋ]
젤라토 하나 물고 원 목적지인 트레비분수로 고고씽~!!
다행히 트레비분수까지는 골목따라 걸어가니 10분정도밖에 안 걸려서 금방 찾았어요. 캬~!! 사람 엄청 많네요.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찬 사람들..햇빛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분수의 대리석 조각상들..그리고 연못 안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물과 수많은 동전들(!!).[아마 사람들 없었으면 저거 다 건져서 가져갔을 지도 몰라요.ㅎㅎㅎ]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서 소원도 빌어보고[언젠가 만날 인연을 위해 두 번 던졌습니다.ㅎㅎㅎ] 사진 찍고 놀다가 보니 벌써 시간이 6시가 다되어가네요. 그 때 문득 아침에 바티칸 투어해주셨던 가이드분 말이 생각났어요. 매일 저녁 8시에 자기 여행사에서 무료로 로마 시내 야경투어를 하고 있으니 관심있으면 참가해보라고.
우선 다음 날 갈 피렌체로의 기차편을 알아보기 위해서 떼르미니 역으로 돌아왔답니다. 마침 야경 투어 모임 장소도 떼르미니 역이었고, 숙소도 떼르미니 역 근처여서 피렌체 기차 편 알아보고 숙소에서 좀 쉬다가 나오면 되겠다하는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고이 넘어갈 저희들이 아니었죠. 삽질 제대로 했죠.-_-;;
떼르미니 역까지 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에 피렌체로 가는 기차편을 알아보려고 역 사무실과 창구에 갔는데 이 사람들이 제대로 가르쳐주는 게 없네요..예약비 없이 갈 수 있는 기차편을 알아보려고 물어본 건데 돌아오는 대답이 [그것도 불친절하게(!!)] 없다거나 있어도 늦게 있다고 예약편을 알아봐주더군요. 근 1시간을 넘게 떼르미니 역을 헤집고 다니다가 지쳐서 플랫폼 앞에 있는 기차 시간표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나온 한 마디!!
'찾았다~!!^o^'
예약비 필요없는 IC 기차편을 드디어 찾아냈습니다.ㅋ 그동안은 종착역이 피렌체인 것만 찾았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었는데 빠른 시간대부터 찬찬히 살펴보다가 밀라노 가는 IC 기차편을 보았는데 이 기차가 피렌체를 지나더라구요. 시간도 아침 9시 경이었고, 걸리는 시간도 ES랑 거의 비슷해서 시간 잘 적어두었죠. 덤으로 피사가는 기차도 찾았구요.^^
하지만 그 덕분에 떼르미니 역에서 시간을 써버린 탓에 숙소에도 못 가고 야경 투어 모임 장소에서 주저앉아 1시간 정도 기다렸답니다. 시간이 가까워오니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더군요. 대부분 한인민박이나 호스텔 쪽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저처럼 호텔팩으로 온 사람은 저희 일행들 말고는 거의 없더군요. 호텔팩의 또다른 단점이 정보교류가 쉽지 않다는 것에 있죠.
뭐 어쨌든 그렇게해서 로마 시내 야경 투어를 돌았답니다. 40번 버스인가 암튼 이 버스가 로마의 웬만한 관광지는 다 돈다고 하더군요.
일단 종점까지 가서 제일 먼저 간 곳은 천사의 성 산탄젤로. 우리 가이드님의 청산유수같으면서도 코믹한 설명에 배꼽 잡고 웃으면서 이제 막 어둑어둑해질 무렵의 베드로 성당과 산탄젤로 성 주변을 구경했죠.[7월이라 해가 밤 10시 다되어서야 지는 탓에..-_-;;]
다음으로 간 곳은 로마에서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인 나보나 광장. 산탄젤로와 나보나 광장은 낮에는 보지 못했던 곳이었는데 밤에 보는 모습이 어찌나 환상적이었던지...로마에 머물었던 시간이 좀 더 길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나보나 광장에서 단체 사진도 찍었었는데 다른 분 카메라로 찍은 거라 그런지 얻을 수가 없더군요.-_-;;
나보나 광장을 나와 간 곳은 판테온!! 비록 밤이라 문이 닫혀 있어서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판테온에 대한 설명과 함께 판테온까지 오면서 보았던 로마 시내의 밤거리는 정말 좋았답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저희가 낮에 갔었던 트레비 분수!! 낮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면 밤의 모습은 조명과 주변 분위기와 어우러진 환상적인 아름다움이었어요.^^
거의 3시간 가까이 되는 야경 투어를 마치고 떼르미니로 돌아오면서 로마의 야경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겼어요. 유럽 여행하면서 야경을 처음 제대로 본 곳이 이곳 로마였는데요. 처음이라 약간 두려움이 앞서서 야경을 제대로 못 봤던 것 같아요. 다음에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야경을 볼 수 있겠죠?^^
이렇게 내 맘대로 로마 투어 Part 1의 하루가 저물었답니다. 다음 날은 피렌체와 피사 여행기구요. 로마 투어 Part 2는 그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휴...이야기 하나 적을 때마다 거의 2시간이 넘게 걸리네요. 내일부터는 다시 영어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돌아가지만 반드시 이번달 안에 여행기 다 올릴 수 있도록 해볼게요.^^
요즘 눈 오더니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그리고 독감이 유행이라던데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무슨 광고 버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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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40번 버스가 천사의 성 왼쪽에서 타질 않던가??? 내가 탔던 버스가 그거 인것 같어여...번호가 기억 안났었는데... 오홀 야경 사진 멋지구랴
맞아요. 전 떼르미니 역에서 타서 종점에서 내리니까 천사의 성이더라구요.ㅎㅎ 사진 찍을 때가 이제 막 어둑어둑해질 때 쯤 찍은 거라 진짜 야경이 잘 안나왔는데 그래도 멋지다고 해주시니 감사하네요.ㅎㅎ
아랍분이랑 대화했던 내용. 넘 웃겨요^__^ 앞 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여~~ㅎㅎㅎㅎ
저 당시에는 상당히 황당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즐거운 추억이었어요. 그래서 이탈리아 여행이 더 기억에 남지 않았나 싶네요.ㅎㅎ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기차표 보는게 젤 걱정임다. 이느므 타임테이블은 당최... ㅡㅡ;;. 밍밍이 말대로 계속 들여다보면 먼 수가 나겠지 하는 맘으루다가.. ^^;; 예약비는 왜 늘 생돈 날리는 기분이 드는지. 울 나라 기차 넘 좋아요,ㅜㅜ
예약비 날렸을 때 심정은 진짜 말로 표현을 못하죠.ㅋ 유럽에 있는 동안에는 기차역에서 타임테이블 째려본 시간이 잠잔 시간이랑 이동 시간 다음으로 많았을 거에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