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팽나무
1
친구랑 함께 창원에 있는 우영우 팽나무를 보러갔다
평일이었고, 태풍 지나간 다음 날이었는데도
많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몇 아름이나 되는 나무 밑동엔 짚으로 만든 띠줄이 묶여 있었고
촛불과 동전도 놓여 있었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서 신수(神樹)처럼
푸른 잎의 신앙이 되고 작은 터전의 종교가 된 나무,
그 아득하고 광막한 500년의 세월 동안
이 나무가 만난 숱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곁에 머물다 간 크고 작은 발자국과
이 울창함에 앉아 생을 노래한 새들과
이 위에 무심히 머물다 간 구름은 몇이나 될까
이 나무 위에 내린 빗줄기와 바람은 얼마나 되며
이 앞에 부어놓은 애틋한 기원(祈願)들은 또 얼마나 될까
이 나무가 매일매일 내려놓은 그늘은 몇 톤쯤 되며
그 그늘 속에서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어디로 다 흘러갔을까
2
밤에 내린 별빛을 보며 이 나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폭풍이 몰아쳐서 온 몸이 흔들릴 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물이 말라 목마를 때는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을까
눈 내리는 겨울날엔 무슨 생각을 하며 홀로 고독을 견뎠을까
500년짜리 웅대한 침묵을 안고 있는 나무
그가 말을 전할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애기를 하고 싶을까
오래 살았으나 늙음으로 그 품이 점점 깊어지고 커지는 나무
지금도 이 모든 것을 끌어안으며 고고히 침묵 속에 생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는,
이 모든 고락이 고여 있을 것 같은 보이지 않는 뿌리들은
어떤 표정, 어떤 마음으로 어떤 꿈들을 꾸고 있을까
넓게 펼쳐진 저 푸른 잎들은 미래의 어느 햇살까지 닿게 될까
살아온 날들의 힘으로 살아갈 날들을 굽어보는 나무
말이 없는데도 다양한 말씀을 전해주고 있는 것 같은
왠지 나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모두어 경건해져야 할 것 같은 나무
나무도 아주 오래되면 신앙이 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하는
뭇 사람들의 영혼의 증조할아버지 같은 높고 큰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