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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미 우정국 대량감원으로 바라본 미국 중산층의 붕괴
권종상 추천 3 조회 24 11.08.15 10:17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돌아오는 주말의 캘리포니아 여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은 롱비치에서 배를 타고 멕시코 엔세나다까지 크루즈 여행을 합니다. 부모님께선 이미 알래스카 크루즈를 몇 번 다녀오셨지만 저희는 크루즈가 처음이고, 또 식구들이 이렇게 모두 모여서 간다는 것이 참 여러가지로 뜻깊은 여행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또 차를 몰고 캘리포니아까지 내려가는데, 아마 그 고생이 쉽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고생들이 사실은 여행을 더 뜻깊게 만들어주긴 하겠죠.

 

그러나, 들떠야 할 마음은 사실 편안하지 못합니다.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제가 일하고 있는 연방우정국(USPS)에서 무려 12만명의 추가 감원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고, 이번 감원은 우체부들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http://www.washingtonpost.com/politics/usps-proposes-cutting-120000-jobs-pulling-out-of-health-care-plan/2011/08/11/gIQAZxIM9I_story.html) 이미 지난 4년간 11만명의 감원이 이뤄졌지만, 그것은 대부분 분류소 직원들, 그리고 클럭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굳이 '캐리어'를 짚고 나온 것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노조와 사측간의 새로운 계약 서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압박을 하자는 뜻도 없잖아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감원 계획은 채용연한 5년을 넘기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것이고 이미 7년차가 되어 가는 저같은 경우엔 이 감원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으로 싱숭생숭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발표된 이 조치는 미국 중산층의 실질적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위의 기사를 보도한 지 이틀 후, 즉 바로 어제 새로운 기사를 통해 우정국 해고사태로 보는 중산층 붕괴에 대한 해설기사를 다시 보도했습니다. (관련기사 http://www.washingtonpost.com/politics/postal-service-long-a-gateway-to-middle-class-is-facing-major-job-cuts/2011/08/12/gIQADpXZDJ_story.html) 미국에서도 뉴욕타임즈와 더불어 정론지로 꼽히는 이 신문의 이같은 보도는 지금의 사태가 어느정도로 심각한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합니다.

 

미국에서 중산층이 두터워졌던 시기, 즉 저소득층 계층이 중산층으로 실질적인 신분상승을 할 수 있었던 시대는 세계 제 2차대전과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입니다. 2차대전때 미국은 병력수급에 난항을 겪었고, 이에 따라 소수민족들, 특히 차별의 제 1대상이었던 흑인들에게 군문을 대폭 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루즈벨트 행정부는 상위권 부자들에게 '전쟁세'라는 명목을 붙여 그들의 실질소득의 80%라는 엄청난 양의 수익을 세금으로 빼앗다시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전쟁비용으로뿐만 아니라 사회 인프라 구축비용으로도 사용되었고, 또 전후에 귀환장병들에게 직접적인 웰페어 비용으로, 또 이들이 사회적으로 구직해 정착할 수 있는 발판들을 마련해주는 데 쓰였습니다. 오늘날의 커뮤니티 칼리지 시스템이라던지,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프리웨이 시스템 등이 다 이때부터 개발됐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의지가 있는 행정부라면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펼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거기엔 사회적 희생이 따릅니다만, 그 희생은 '많이 버는 계층'들에게로 최소한 국한되어 있었고, 또 이 부자들도 이렇게 사회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불평은 했을지언정 그 조세정책에 대놓고 반항한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부자들에겐 감세의 기회가 확대되었습니다. 이들이 교육기관에 대규모 기부를 한다거나,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등의 행위들은 감세 대상이 됐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미국이란 국가는 더 부강해졌습니다. 부자의 돈은 국가라는 기구를 통해 강제로 분배됐고, 이것을 통해 중산층이 강화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중산층은 소비의 주체가 되었고, 지금껏 미국이 누려온 '소비경제'의 주축이 됐습니다.

 

그러나 레이건의 등장 이후 미국 경제는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정부와 효율을 강조하던 레이건은 철저한 노조분쇄정책과 복지축소를 통해 대놓고 부자들의 편을 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정책 기조 하에 미국에서 한 세대가 지나고 나자, 그 부작용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계속된 해고와 직장폐쇄, 그리고 해외로의 생산시설 이동은 미국의 국부를 빠져나가게 했을 뿐 아니라 미국 경제가 돌아가던 바탕인 중산층을 붕괴시키는 데까지 이르른 것입니다. 그리고 한때 중산층의 상징이던 공무원계층까지도 이런 식으로 자기 위치가 위태로워지는 상황까지 이르르고 있군요.

 

물론 USPS의 경우, 지금 겪고 있는 이 경영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메일의 발달로 인한 1종우편물의 감소, 그것으로 인한 수익감소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이미 미국 건국의 주역들은 이 우편 서비스가 분명히 필요한 것인 줄도 알았고, 그 사업이 돈이 될 수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서비스'였던 그 사업을 언젠가부터 '수익창출을 위한 사업'으로 인식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금도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돈을 만들기를 강요한다는 것은 국가 차원의 서비스들도 비즈니스 논리에 밀려 하나둘씩 없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결국 '국가'라는 것이 당연히 가져야 할 비전이나 존재 이유같은 것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본의 논리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이미 자본이 기존의 정치권력을 갈아치울 수 있는 힘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계의 비극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인들이 자기들이 속한 '국가'를 통해 누려야 할 권리들은 알게 모르게 점점 잠식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아직도 이 시스템을 무조건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죠. 그 시스템 자체가 자기가 마땅히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로부터 받아 누려야 할 권리들을 빼앗아가고 있는데도.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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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8.15 18:18

    첫댓글 잘 봤습니다~

  • 작성자 11.08.15 19:26

    예, 감사합니다.

  • 11.08.15 21:26

    한국의 우체국은 많은 수익산업을 하던데.. 금융도 하고. 은행은 망해도 우체국금융은 안 망한다고. 미국은 어떤지?
    좀 비약은 되지만 복지 축소는 분영히 언발에 오줌누기가 될긴데.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중산층이 핵심인데. 많은 사람들도 그걸 왜 모르는 건지 아님 부정을 하는 건가. 국가재정은 부실하면 안되지만 나눔의 정신이 살아 있다면 능히 해쳐나갈 긴데. 그러기엔 정권이 반드시 투명해야 한다는 것. 글고 상식과원칙이 살아있어야. 입만 살아가지고는 안되것죠.

  • 작성자 11.08.15 22:11

    말씀드린대로, 미국은 FDIC 규정에 의해 우체국이 금융업을 할 수 없습니다. 국가가 직접 금융업에 뛰어드는 게 되기 때문에 사기업의 영역 침탈이 된다는거죠. 그런 규제들이 우정국을 더 말려죽이고 있는 셈입니다. 아무튼 중산층이 줄어드는 속도는 눈에 띈다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소비계층이 사라진다는 것, 즉 미국의 경제 시스템 자체의 존재 바탕이 희박해진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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