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과 본질]출처 : 하이투자증권, 이웅찬/박윤철
1.급락 이유
나스닥 지수가 연초부터 큰 폭 하락했다. 연내 4회 금리인상 가능성을 우려하며 급락한 나스닥 지수는,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지정학적 이슈 부각과 유가 상승에 한차례 더, 그리고 넷플릭스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에 추가로 하락하여 올해 수익률 -12%를 기록했다. 벨류에이션은 높고 투자심리는 취약해진 상황에서 악재가 더해지니 지수는 버티지 못했다. 지난 해 연간 수익의 절반을 한달도 되지 않아 되돌렸다. 나스닥 선물은 지난해 10월 초 Delta 변이로 하락했던 저점을 다시 한번 테스트하게 되었다. 통화정책 긴축,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실적시즌의 가이던스 하향 우려, 이 세가지가 이번 주가 하락의 요인이다
2.주가하락 요인 점검
실질금리가 지난 해 연말부터 성장주의 하락 주요 요인임은 확실하다. 통화긴축 우려가 부각되면서 명목금리는 실질금리 상승에 따라 상승했고, 이는 성장주, 테마주의 조정과 시점을 같이 했다. 2010년 이후 역사에서 통화 긴축의 우려가 부각되면 실질금리는 상승했고,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1월 FOMC에서 시장의 통화정책 컨센서스는 연내 금리 인상 3-4회 반영, 3월 최초 금리인상은 거의 확실시된 상황에서 결과를 지켜보자는 정도인 것 같다. 3월에 금리 50bp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힌트를 줄 지, 혹은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연말 정도 시작할 수 있다고 발언했던 양적긴축(QT) 시작 시점이 당겨질 수 있을지 정도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아직 해결되는 시그널은 없다. 다만 중국 PPI는 정점을 지났고 미국에서는 3월 이후 CPI가 역기저효과의 영역에 들어서므로 2분기에 들어설 즈음이 되어야 점차 물가 압력 완화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것이다
당장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최근까지의 연준의 정책 방향성을 고려할 때 FOMC에서 Dovish한 이야기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오미크론으로 인해 미국 경기 부진 우려가 발생했고, 위험자산가격도 급락한 것을 고려할 때 Hawkish 서프라이즈의 가능성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10년 금리도 다소 하락하여 다시 1.80 이하에 안착해 있고, 30-5년 스프레드는 전저점을 하회하며 통화긴축이 경기에 미칠 부작용을 반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월 중순 들어 반등을 시도하던 주가를 추가 하락시킨 요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다. 현실적으로 러시아의 위협을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현실화되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다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통제 불가능해진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하는 등 해외에서 힘을 아끼고 있다. 전쟁이 혹여 지지율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으나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전면전은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군대를 큰 폭 감축했고, 러시아에 가스를 의존하고 있다. 유럽 연합은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의 현실화는 한참 멀리 있고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ESG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가 힘의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략적인 레버리지를 확보한 러시아가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NATO의 추가 동진 저지, 흑해 방면에서의 안정적인 지정학적 방위선 확보, 그리고 장기적으로 동 우크라이나의 합병이다.
애초에 우크라이나는 현재 단일 민족 국가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에 우크라이나의 서쪽은 르네상스 시기부터 폴란드리투아니아의 영향을 입은 지역이고, 그 때의 문화적 경계선이 2010년 대선에도, 그 이후의 유로마이단 혁명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명목상으로는 어떻든간에,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은 러시아의 통제 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협상을 통한 갈등 해소가 어떻게 결론날지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미국은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유보 등 여러 부문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서방국가의 묵인과 함께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의견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좋은 일은 아니겠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은 리스크가 완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러시아 주가지수나 CDS가 좋은 proxy 지표가 될 것이다.
실적시즌: 코로나가 없어지면 기술주는 쓰레기통으로?
이번 실적시즌에 비용 우려로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주와 PPG인더스트리즈 등 소재주가 부진한 실적을 보였고 주가도 상당 폭 하락했다. 그러나 이것은 나스닥 지수에 큰 타격을 준 요인은 아니다. 나스닥 지수의 추가 하락의 본질은 펠로톤(PTON)이 바이크 생산 중단 뉴스로 급락한데 이어 넷플릭스가 가이던스를 하향한 것에 대한 해석이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면, 코로나가 없어진다고 해도 플랫폼 등 기술주의 미래가 여전히 밝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올 해 코로나가 없어지면 재택근무도 플랫폼도 클라우드도 성장은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성장주의 벨류에이션에 들이닥쳤다.
코로나 시대의 수혜주인 펠로톤(PTON), 줌비디오(ZM), 질로우(Z) 등 중소형 성장주는 큰 폭 하락해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벨류에이션이 높으니 성장성이 나오지 않고 실질금리가 계속 오르면 예전 수준까지 떨어져도 할 말이 없다. ARKK ETF나 비트코인 등 크립토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넷플릭스도 가세했다. 전 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게 나왔음에도, 코로나때의 구독자 증가율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미래를 보여주자마자 주가는 정확히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나스닥 지수를 주도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는 코로나 시대에 큰 폭 상승한 이후 가격이 그다지 조정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스닥 지수가 대형 기술주 위주로 버틴 터라 만일 이들이 본격 하락하면 주가지수는 큰 타격을 입는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대형 인터넷, 소프트웨어 주식의 f12 PER은 부담스럽지는 않은 수준이나 코로나 수혜 업종이라는 특성 상 가이던스가 하향과 큰 폭의 주가 하락이 가능할 수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 등 최근의 주도주는 실적 우려는 적은 편이나 벨류에이션이 낮지 않다.
사실 넷플릭스의 가이던스 하향은 포스트 코로나 보다는 경쟁 심화가 더 많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로쿠 등 미국에는 OTT플랫폼 경쟁사가 급증했다. 코로나가 있건 없건 넷플릭스의 가이던스는 하향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실적 가이던스 정도는 나와줘야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빅테크들의 실적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이번 주가 중요한 이유다.
주가 지수 전망
지난번 발간 자료에서 1월 FOMC를 기점으로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감소하는 시점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여전히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경감된다는 측면에서 이번 FOMC는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50bp인상이나 조기 QT 실시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시장에 기 반영된 상황이다. 반면 빅 테크 주식의 실적 부진 가능성은 가격에 반영된 정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이번 주 예정된 여러 이벤트의 결과에 따라 지수의 반등 혹은 추가 하락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주요 이벤트에서 큰 일이 없다면 지수는 바닥을 확인하고 단기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은 코스피 지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으나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 벨류에이션 논란이 있는 나스닥에 비해,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부터 선 조정 받아 상당히 저렴해진 편이다. 2,800pt에서 선행 12개월 P/B는 1.0배, 선행 P/E는 10배 수준이다
중국의 통화 완화정책 수혜도 예상된다. 이미 통화 완화정책의 기조를 확실히 한 중국 정책당국은 LPR 금리를 2차례나 낮췄으며, 춘절을 전후하여 지준율을 한차례 더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의 완화정책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관심을 가지며 미국 외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번 주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과 마지막 리밸런싱 수급을 소화한 이후, 코스피 지수는 바닥을 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락요인이 해소되어야 진짜 반등 나타날 것
좀 더 긴 호흡으로는 하락 요인이 해소되는지 확인하면서 주가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가 하락의 본질, 즉 key factor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 통화 긴축을 쎄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가 좀 회복이 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연준이 긴축의 속도를 늦출 때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어차피 올 한해는 연중 내내 연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해다
중국 PPI는 이미 고점을 확인했고, 미국 CPI는 3월부터 역기저효과의 영향에 들어선다. 영국은 이미 오미크론으로부터 해방되고 있으며,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확진자수 피크가 보인다. 코로나 오미크론 영향으로 잠시 '스탑'된 미국 경기는 봄이 되면 다시 '고'를 외칠 것이다. 2분기에 들어서며, 혹시 경기가 회복되는데 물가가 안정되며 연준이 통화긴축의 강도를 늦추는 순간이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 때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주가는 의미있는 반등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