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주(23~27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예방접종 주간이다. 예방접종은 크게 영유아 백신, 성인 백신으로 나뉜다. 3세 아동 기준 예방접종률은 96.9%로 매우 높다. 반면, 성인의 예방접종률은 10%를 밑돌 정도로 매우 낮다.
대부분이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무료로 맞을 수 있는 백신은 장티푸스·유행성출혈열·인플루엔자·폐렴구균에 그친다. 이마저도 장티푸스·유행성출혈열은 고위험군, 인플루엔자·폐렴구균은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제한이 있다. 무료 접종 대상이라고 접종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폐렴구균 백신을 예로 들면 65세 이상 노인의 접종률은 23%에 그치는 실정이다.
성인 예방접종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요 질환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성인 예방접종을 꼽는다. 성인이 반드시 맞아야 하는 백신으로는 독감, 폐렴구균, 대상포진, 백일해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 백신마다 제품이 다양하다. 제품별로 장단점이 확실하므로, 백신 접종을 마음 먹었다면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 좋다.
◇폐렴구균 백신, 무료 접종 vs 유료 접종…무엇을 맞을까
폐렴구균은 비침습성 감염증(부비동염·중이염·폐렴 등)과 침습성 감염증(수막염·패혈증)으로 구분된다. 폐렴구균이 노인의 혈액·뇌수막에 침투해 패혈증이나 뇌수막염으로 이어질 경우 사망률이 20~60%로 매우 높다.
폐렴구균 백신은 매년 접종하는 독감백신과 달리 65세 이상 연령에서 평생 1회만 접종하면 된다. 보건소에서 무료접종 중인 23가 다당질 폐렴구균 백신은 50~80%의 예방효과가 있어 폐렴구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뇌수막염 같은 심각한 감염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해준다. 한국인에게 흔한 23개 폐렴구균을 막아주고 불활성화 백신으로 병원체가 살아있지 않아 예방접종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미국, 스웨덴, 영국 등 여러 OECD 국가에서도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사용하고 있을 만큼 안전성과 효과가 뛰어나다.
13가 단백결합백신은 T-세포 의존선 면역반응을 통해 면역기억반응을 유도해 침습성 폐렴사슬알균 감염증 예방 및 폐렴, 중이염의 예방 효과가 뚜렷하다. 6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45~75%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국가필수예방접종은 아니기 때문에 접종 시 별도의 접종비를 지불해야 한다.
◇매년 접종하는 독감 백신, 3가 vs 4가 백신 선택은?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질환으로 고열·오한·근육통을 일으키고, 폐렴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면역억제 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독감은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바뀌기 때문에 노인, 영유아 등 고위험군은 매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독감 백신은 크게 3가 백신과 4가 백신이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 2종((H1N1·H3N2)과 B형 2종(야마가타·빅토리아)이 있는데, 이 중 매년 WHO에서 발표하는 유행 예측 바이러스 3종에 대해서만 예방 효과를 반영한 것이 ‘3가 백신’이다. 반면 ‘4가 백신’은 모든 A형과 B형 바이러스, 즉 총 4가지 바이러스를 막는 효과가 있다.
WHO는 해마다 유행이 예측되는 계통의 백신주를 선정하는데, 최근 10년간 유행한 B 형 독감 백신주와 실제 유행한 바이러스가 50% 일치 하지 않았고, 두 계통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이 독감 백신의 효과를 저하시키는 주요인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유로 WHO는 지난 2013-2014 절기부터 B형 독감 바이러스 2종을 모두 포함하는 4가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독감 백신의 효과는 접종하는 사람의 연령, 기저질환 동반유무 등에 따라 달라진다. 건강한 성인에서 예방효과는 약 70~90%이지만, 이미 면역력이 저하된 노인의 경우 30~40%로 낮다. 하지만 독감으로 인한 입원을 예방하는 데 50~60%의 효과가 있고 독감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데 80% 정도 효과가 있다. 노인에서 중증질환 및 사망을 낮추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이 필요하다.
◇대상포진 백신, 안전성 확인하면 도움
대상포진은 심각한 통증과 다양한 합병증, 높은 질병부담으로 잘 알려진 질환이다. 띠 모양의 수포와 함께 산통, 수술 후 통증보다 심각한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의 96%가 급성 통증을 경험한 적 있으며, 이 중 45%는 통증을 매일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대상포진 환자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6년에는 2010년 대비 약 43% 증가했다. 특히 50세 이상부터 급격히 발병률이 높아 예방접종이 필수다. 대상포진 백신은 50세 이상에서 1회 접종 가능하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감염학회는 60세 이상 성인에서 접종을 권고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백신은 두 가지 종류다. 글로벌 제약 회사에서 만든 세계 최초의 백신인 ‘조스타박스’와 최근 국내에서 출시된 ‘스카이조스터’다. 조스타박스는 2006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10년 동안 사용해오고 있으며, 장기간 효과·안전성이 입증됐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백일간 기침하는 백일해, 소아는 DTaP으로, 성인은 Tdap으로
‘백일 동안 기침하는 병’이라는 뜻의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로 발생하는 분비물로 쉽게 전염된다. 미열·콧물·기침을 포함한 전형적인 기침에서 발작성 기침으로 발전하며 이차감염에 의한 세균성 폐렴, 경련 등의 신경계 합병증으로 악화된다. 주로 신생아·영유아에서 발생하지만 최근 청소년·성인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추세다.
어렸을 때 백신을 접종했거나 백일해를 이미 앓았더라도 성인이 돼 백일해에 다시 걸릴 수 있다. 방어 면역이 장기간 유지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일해 백신의 면역은 최대 10년 이후 점차 감소한다. 청소년 및 성인에서 만성기침 유발 원인의 약 7% 정도를 차지한다는 연구가 있다. 소아 백일해에 비해 증상은 경미하지만, 지속적인 기침으로 진행할 수도 있어 문제다. 증상 역시 다른 호흡기 감염과 감별이 어려워 쉽게 진단이 되지 않는다.
백일해를 예방하는 백신은 DTaP(디텝)백신과 Tdap(티뎁)백신이 있다. 두 백신 모두 백일해(P)뿐만 아니라 디프테리아(D), 파상풍(T)을 모두 예방하는 혼합백신이다. DTaP 백신은 만 6세 이하에서 접종하고, Tdap 백신은 접종력이 없는 11세 이상에서 접종하도록 권고된다. 대한감염학회는 27~36주의 임신부, Tdap 접종력이 없는 부모와 조부모에게 적극적인 접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