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되는 해는
부산 바다처럼 퍼렇개 멍이 들어
파도처럼 아주 부서지더라도
다시 아무 일 아닌 듯 바다로 잇는
마흔 살 되는 해는 우리 그렇게 못 되랴
뱃길같이 금 간 마음 물 속에 던져주고
바늘 같은 상처들은 모래 위에 털어내고
먼 수평선 아무렴 안 울고도
다시 바라볼 수 없으랴
부산 바다 파도처럼 아주 부서지더라도
속 빠지듯 큰 소리 한 번 내고
다시 아무 일 아닌 듯 바다로 잇는
마흔 살 되는 해는 우리 그렇게 될 수 없으랴
지평선 끝 덩 빈 하늘 같은
뱃길같이 금 간 마음 물속에 던져주고
바늘 같은 상처들은 모래 위에 털어내고
먼 지평선 아무렴 안 울고도
다시 바라볼 수 없으랴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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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나이. 여자든 남자든 마흔 살 나이는 무엇으로 보든지 어른스러운 나이다. 중년의 초입. 공자님은 마흔 살 나이에 ‘불혹’을 하시어 세상의 일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셨다 했지만 범인이야 그럴 수 없는 일.
어쨌든 마흔 살. 이 여성 시인은 인생의 한 고비를 돌아와 바다를 바라보면서 파도처럼 부서지더라도 아프다 말하지 아니하고 소리내어 울지 않기를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내가 이 작품을 읽은 것은 30대 시절. 나보다 연상인 여서 시인의 이 시를 읽으면서 나도 그처럼 당당하고 차분하고 초연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매사에 부서지고 울먹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