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10. 경남 함안.
제비나비를 좇아 이리저리 장소를 옮겨가며 연사를 날리고 있는데 바로 앞 마른 쑥대에 벌 한 마리가 날아오더군요. 오잉? 뭐지?
벌 도감이 워낙 부족해서 웬만큼 쉬운 벌 아니면 안 찍게 되는데 이 녀석은 별쌍살벌과 어리별쌍살벌 둘 중 하나니까 쉬울 거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찍었는데... 그 둘을 구별하는 것조차 어렵더군요. 이리저리 뒤져가며 낸 잠정 결론은 배의 무늬 색깔이 노란색보다 갈색에 가깝게 어두워 보이고, 배의 등쪽에 난 노란 무늬 중간이 끊어진 것처럼 흐릿한 걸로 봐서 별쌍살벌! (만약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까지 그가 신이 나서 알려줄 테니 그거 믿고 더 기고만장한 동정꾼이랍니다. ㅋㅋㅋ )
1. 어라, 너 벌? 쌍살벌? 근데 꿀이나 먹이 먹으러 안 가고 마른 쑥대에 붙어서 뭐해?
2. 어라, 너 큰턱으로 쑥 줄기 갉고 있는 거야? 그걸로 뭐 하려고? 아하, 집 지을 재료?
3. 잉? 여긴 왜 왔어? 아까 거긴 별로였나 봐? 더듬이로 더듬더듬 마땅한 곳을 물색하더니...
4. 탐색기 더듬이를 걸리적거리지 않게 옆으로 벌리고 다시 큰턱을 움직여 쑥대에 남은 섬유질을 갉기 시작합니다.
5. 열심히 열심히 큰턱을 움직여 쑥대를 갉더니...
6. 드디어 침과 쑥의 섬유질로 만들어진 경단 모양을 입에 물고, 마치 사람이 이마의 땀을 닦듯이 앞다리로 커다란 겹눈을 연신 쓰윽 닦고 나서 좀 이따 포르르 날아가버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