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쿠바가 수교했다. 쿠바는 북한과 오랫동안 ‘형제국’이었다. 한국-쿠바는 1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 관계를 맺었다. 한-쿠바 수교가 북한에 주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아직 언급이 없다. 충격이 적지 않은 만큼 별도의 성명을 내지도 않을 것 같다.
쿠바는 1949년에 한국을 승인한 바 있다. 1959년 쿠바에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자 양국 외교관계는 단절됐다. 당시 동서 간 진영 외교가 대부분 그랬다. 1960년대 쿠바와 북한 관계는 말 그대로 ‘공산주의 형제국’이었다. 김일성과 피델 카스트로는 "혁명의 참호를 함께한다"며 급속히 친해졌다. 북한은 쿠바의 사탕수수를 전량 수입했다. 북한은 선철을 무상 수출했다. 사회주의 국가간 이른바 ‘유무상통’ 거래였다. 양국이 생산이 많은 자국 상품을 서로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1960년대 북한과 쿠바의 기술 수준은 많이 낮았다. 웃기는 일화도 있다. 쿠바가 "북한은 철 생산량이 많으니 자물쇠를 대량으로 만들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은 자물쇠 수만 개를 만들어 쿠바에 보냈다. 그런데 아무 열쇠나 집어넣어 돌리면 쉽게 열리는 엉터리 자물쇠였다. 쿠바가 클레임(claim)을 걸자 김일성이 "우리는 도둑이 없어서 자물쇠가 그렇다고 둘러대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부는 쿠바와의 수교에 계속 공을 들여왔다. 북한에게 쿠바는 남·북미로 연결되는 중요한 외교 거점이다. 당연히 북한의 방해 공작이 뒤따랐다.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장관 최초로 쿠바를 방문하자, 그 직전에 북한 김영철 등이 쿠바를 찾아 김정은 친서를 전달하며 한국을 견제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의식해 수교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한국-쿠바 양국은 문화·관광 등 비정치 분야에서 교류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쿠바 내 한국 드라마, K-팝 팬클럽 회원도 크게 늘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 개교한 한글학교 수업이 인기라고 한다.
한-쿠바 수교가 성사되면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북한으로선 중남미 거점을 잃어버린 뼈아픈 일격을 맞은 것이다. 한국 외교의 쾌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