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5,6,7,일 2박3일의 여행을 하였다.
우리 부부와 큰 아들 내외,그리고 지난 3월 29일이 두돌이었던 큰 손자.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집사람의 생일, 날씨, 구성원, 종합명분,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차량에 따른 비용은, 내차가 여러가지 혜택이 많으니까, 내가 부담하고,
기타 비용은 큰 아들, 숙소는 둘째가 주선을 해 주었다.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뿌듯하고, 약간의 설레임 조차 일었다.
7~80% 정도 의사소통이 되는 손자와 같이 여행하는 느낌은, 말로서는 표현을
다하기가 어렵다. 그냥 너무 즐겁다.
첫날은 성묘, 경남 하동군 옥종면 고향의 가족묘지의 아버지와 건너다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손자에게는 증조부, 고조부모이다.
가족묘지에서 점심먹고, 오후 5시 반 까지 놀다가 숙소인 구례 한화콘도로 떠났다.
숙소로 가는 길 주변도 경치가 좋고, 즐거웠지만, 화엄사 경내에 있는 콘도의 주변 경관은
가히 별천지 선경 이었다.
산채정식으로 저녘을 먹고, 콘도 경내를 산책하고 손자와 놀다가 일찍 잤다.
아침 6시에 잠이 깨어, 일어났다. 보통때는 잠이 깨어도 8시 반까지 누었다가 일어나는데, 오늘은
바깥경치가 보고싶어 그냥 누어 있을수가 없어서 혼자 산책을 나갔다.
골짜기는 안개로 가득 차 있고, 안개위로 진초록의 능선들이 뻗어있고, 화엄사 윗쪽으로는 노고단의
봉우리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제 저녘, 산책할때에는 몰랐는데, "시의 동산"이라는 안내팻말이 있어서 50m정도 따라가 보았더니, 과연 시비가
나타나서, 시를 읽고 나서, 다음 시비를 찾기위해 주변을 둘러 보니 숲속에 수십기의 시비들이 있고, 조경도 잘 해놓고,
쉴수 있도록 벤치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시를 읽으며 겉는데, 머리와 어깨에 무엇이 떨어진다. 올려다보니 나무잎에 맺혀있던 이슬방울이 떨어진 것이다.
이 운치를 나 혼자 즐기는 것이 아까워, 핸드폰으로 아내를 불렀더니, 손자와 같이 나왔다.
손자가 솔방울 세개를 주어서, 제일 큰 것은 나를 주고, 그 다음 것은 할머니,제일 작은 것은 자기 호주머니에 넣고
우리도 호주머니에 넣으란다. 조금 있더니 한뼘 반만한 나무가지 두개를 주워서 나하고 칼싸움을 하잔다.
솔방울 줍고, 손자와 칼싸움 하면서 "시의 동산"에 있는, 모든 시와 비석들을 읽으며 아침 산책을 하였다.
아침을 먹고, 하동의 최참판 댁을 관람하고, 전남의 낙안읍성과 순천만의 갈대밭을 구경하였다.
모두가 좋은 관광자원이고 무언가 생각을 하게 하는 것들이었다. 특히 순천만의 갈대밭은 장관이었고, 일몰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세계 5대 해안습지중의 하나라니, 이 좁은 나라에서 이렇게 드넓은 습지가 그 대단한 개발열풍에도
휘말리지 않고 존속된 것도 경이롭다.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들은 손자를 안고 순천만 전체가 보이는 전망대를 올라가 보아야겠다고 갈대밭 사이로
가로질러 만들어 놓은 가교 위로 급히 사라져간다. 며느리와 셋이서 천천히 걸어서 건너편 기슭에 도착하니, 며느리도
전망대로 간다며 가버린다. 아내와 둘이서 산밑에 만들어 놓은 조그만 공원의 벤치에 잠깐 앉잤다가, 되돌아 건너 왔다.
천만평인지, 이천만평인지 알수없는 드넓은 갈대밭에는 이미 어둠이 깔리고 있다.
갈대밭 속에서 간간이 들리는 이름모를 새소리, 머리위로 큰 소리로 울고 지나가는 커다란 새, 아득히 멀리 불빛들이
있지만, 이 세상에 나와 아내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고, 괜히 아내의 손이 잡고 싶어진다.
오늘은 아침과 저녘, 대자연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분위기에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동을 느낀 하루였다.
순천에서 뻘 낙지전골과 삼겹살로 저녘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손자가 문화센타에서 하는 유아프로그램에 등록해서 처음 나가는 날이란다.
오후 2시30 분에 시작이니, 내일은 아침먹고 출발이다. 2박3일 이라고 해도 여행일정은 오늘이 끝이다.
정말 짧은 일정의 여행이었으나, 지금까지의 어떤 여행보다 행복한 여행이었다.
첫댓글 3대에 걸친 대가족을 끌고 가장으로 멋지고 추억에 남을 행복한 여행을 하신 할부지 청암에게 힘찬 박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