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휴일 날씨가 궂을 거라는 예보에 이어서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닥칠 거라고 하네요.
다행스럽게도 파행을 겪던 정기국회에서 새해예산안이 통과될 전망입니다.
몇 해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루한 오후에 영화 한 편(나의 독재자)을 감상했는데
많은 걸 생각하게 되더군요.
정치 깡패와 양아치들이 벌이는 권력놀음에 양민이 어떻게 피폐해가는가를 보여줍디다.
깡패란 사전적 의미로
약한 사람을 협박하고 폭력을 휘둘러 이득을 취하거나,
남을 괴롭히는 걸 일상적으로 행하는 품행이 나쁜 사람입니다.
영어에서 강도·도둑을 가리키는 갱(gang)이란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깽"이 되고
깽이 "깡"이 된 것일 거라 추정을 합니다.
또 다른 설은 1957년 야당 시국강연회와 관련 있다고 전해지는데요.
당시 장충단 공원에서 자유당 독재를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는데
유지광·이정재 등 유명한 정치 깡패의 부하들이 깡통에 돌을 넣고 흔들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야당 정치인들의 연설을 방해했다고 합니다.
이를 사람들이 깡통패라 불렀고 이것이 줄어서 깡패가 됐다는 설이지요.
그래서 깡패의 깡은 통조림 캔(can)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설인데요.
어찌 됐건 깡패는 일반 사회와 관련된 용어가 아니라
처음부터 정치와 관련된 용어라는 해석이 흥미롭지 않나요?^*^
마을에 못된 짓 하는 사람이 있으면 흔히 무뢰배라 불렀습니다.
일정한 직업이 없이 나도는 불량한 사람으로 성품이 못 되어
예의도 염치도 모르고 함부로 구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순조실록에 보면 포교들이 술 취한 무뢰배들을 잡았는데
그 가운데 궁궐 하인을 지낸 사람이 있어 그냥 풀어줬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런데 황당한 건 그 아비가 오히려 왕실 무인들을 데리고 포도대장 집에 쳐들어 와
집을 부수며 행패를 부렸다 합니다.
권세를 등에 업고 포도청도 우습게 알던 정치 무뢰배들이
독재정권 때 경찰도 깔아뭉개며 안하무인격으로 놀던 정치 깡패의 전신인 셈이지요.
양아치는 남에게 시비 거는 걸 즐겨하며 불량스럽고 폭력적으로 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옛날 밥을 빌어먹는 걸인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동냥아치라고 했고,
넝마를 줍는 사람을 양아치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아치'라는 말은 사람을 아주 낮춰 부르는 말이거든요.
장사치 벼슬아치 등이 그런 표현인데요.
여기에 '양' 이 붙게 된 까닭은
예전엔 바가지를 들고 구걸을 하다가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깡통을 구해 양쪽으로 구멍을 뚫고
줄을 매어 들고 다니며 구걸을 하게 되자 서양의 '양' 자를 붙여 양아치가 된 것이랍니다.
양놈, 양담배… 그런 류의 어휘 변화라 하겠습니다.
이제는 구걸한다는 의미는 사라지고
일도 않고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구요.
깡패와 양아치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깡패는 좀 더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목표와 행동지침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들이고,
양아치는 그런 것도 없이 껄렁대는 더 저급한 형태의 무뢰배라는 해석이지요.
선량한 시민 입장에선 어차피 거기가 거기이지만 그렇게 구별을 짓기도 합니다.
비 소식이 들리는 휴일길에 좋은 사람들만 만나시고
근심 걱정 내려놓으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