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출장가는 바보가
송정역에 데려다 달라한다.
6시에 밥으ㅡㄹ 먹고 배낭을 간단히 챙겨 나선다.
그를 역에 내려주고 불갑사주차장에 닿으니 7시 반이 다ㅙ 간다.
한적한 절 오르는 길엔 운동하는 이들이 내려오고 있다.
절까지 가는 뙤약볕길을 걷고 숲속으로 들어서니 상큼하다.
절에 들어 불갑사 현판과 금강문 천왕문 저멀리 불광보전까지 한 화면에 넣으려 욕심을 부린다.
강우방 선생의 건축에서의 보주는 나의 안목으로는 찾기 어렵다.
나의 공부는 참 허접하다.
저수지 둑으로 걸어가 물에 비친 불갑산을 잡으려는데 이슬만 바지가랑이에 묻힌다.
동백골을 지나 구수재로 오르는 길엔 아침 산책을 멀리 나오는 이들이 내려온다.
구수재 정자에서 물 한모금 마신다.
영광에서 2년 반 근무할 때 많이 머울렀다.
술을 짊어지고 연실봉도 오르고 광양 김현주 교육장님과 용천사도 넘었다.
그 떄마다 술을 많이 마셨다.
완만한 능선을 올라 바위르르 돌다 바위로 올라선다.
나산 손불쪽의 벌판이 흘러드는 낮은 산을 안고 펼쳐져 있다.
연실봉에 닿으니 아무도 없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맘대로 여기저기 다니며 논다.
무등은 흐릿하게 용진산과 어등산을 앞을 거닐고 있다.
영광읍 법성포 쪽도 흐리고 묘량 저수지 뒤로의 산들이 이어진다.
태청산이나 장암산을 가 보지 못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막거리를 마시고 연실봉을 인증한다.
해불암으로 내려가 태청산에 오를까 하다가 바보의 귀광시각이 염려되어
다른 산 포기하기로 하고 법성봉 노적봉 쪽으로 걷는다.
무등이 건너다보이는 석문에 앉아 광주를 건너다본다.
해불암엔 중장비 공사 소리가 나고 고개엔 차가 서 있다.
해불암까지 거대한 기계가 들어와 공사하는 절은 부자인가 보다.
어무도 없는 산을 혼자 걸으니 노래라도 나올 듯한데 목소리는 소릴 내지 못한다.
불갑산 호랑이를 지나니 몇 팀이 올라오고 있다.
덫고개에서 불갑사를 보자고 앞능선을 포기한다.
세심정 앞 전각 앞에서 스님이 대중 앞에서 차를 덖으며 설명을 하고 있다.
물은 없다. 스님 뒤에 서서 기도하는 사람을 조심스럽게 넣어 삼존불을 찍고
절을 한바퀴 돌아 주차장으로 오니 11시가 넘어간다.
3시간 남짓 잘 놀았다.
바보 마중하러 송정역으로 가긴 이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