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국토부와 강대강 대치 보란듯이 내년 집회비 10억 의결하였다.
디지털타임스, 김남석 기자, 2022. 12. 12.
국토교통부와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 간 대립이 확대될 전망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집회에 공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행정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추진위는 내년 집회비용 10억원을 확보하며 시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2월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추진위는 최근 은마아파트 주민총회를 열고 내년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집회를 위한 비용 10억원을 의결했다. 올해 집회예산 3억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을 집회비용으로 산정해 집회 참가비와 교통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현재 추진위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진행하는 시위에 추진위 운영비가 아닌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보수·수리 등을 위해 주민들에게 관리비 형식으로 모금한 자금)을 편법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행정조사를 결정했다.
은마아파트의 장기수선충당금은 작년까지 100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10월 말 기준 56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공동주택 회계상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추진위가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정부가 사실확인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조합이나 추진위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고, 매년 20개 조합에 대해 정기적으로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은마아파트는 지난 2020년 조사가 마지막이었고, 공금 임의사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진위 측은 '경고성 행정조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장기수선충당금은 온수배관교체(49억원), 외벽도색·옥상방수(28억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이는 추진위가 아니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한다"라며 "장기수선충당금이 줄어든 것에 대한 의혹이 있다면 추진위가 아니라 관리사무소의 통장 사용내역만 확인하면 되는데, 추진위의 GTX 노선변경 요구 집회에 대한 경고를 위해 추진위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공금을 부당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올해 GTX 집회비용으로 9000만원을 추가 의결했지만, 아직 집행된 바 없고 버스대여비 등 부족한 부분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대납했다"며 "내년도 예산 10억원이 확보된 만큼 집회 참가비 지급, 시위 여건 개선 등으로 더 많은 주민들이 시위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추진위 측이 공개한 운영비 입출금 내역에 집회 관련 비용은 없었다. 입출금 내역은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매월 공개되는 사안으로 조합원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또 운영비 사용을 위해서는 주민총회 의결이 필요해 조작이나 횡령이 어렵다.
추진위는 내년도 운영비와 사업비, 집회비용 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선정된 재건축 시공사 삼성물산과 GS건설로부터 140억원의 자금을 차입한다. 자금 차입 안건과 집회비용에 대한 의결 모두 이번 주민총회에서 95%(4424세대 중 3095세대 참여)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추진위 측은 참석률과 동의율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회를 통해 추진위가 주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며 향후 국토부, 현대건설과의 대립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법원이 현대건설과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추진위를 상대로 낸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집회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추진위 측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날 바로 집회 장소를 정 회장 자택에서 100m 떨어진 대로변으로 변경해 집회신고를 마쳤다.
12월 12일부터는 법원에서 지적한 명예훼손 우려 현수막의 문구를 교체해 재게시하고, 차량시위와 걷기대회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최근 일부 건설사, 비대위의 주장만을 담은 보도에 허위사실이 상당부분 포함돼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공금을 불법으로 유용한 사실이 전혀 없고 이번 국토부 감사를 통해 이를 확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대화"라며 "국토부, 현대건설과 우회를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내년 예산이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추진위는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할 경우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난달 12일부터 정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토부와 우선협상대상자 현대건설은 이에 대해 GTX 건설이 안전하다며 일부 주민들과 대립하고 있다.
김남석기자 kns@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