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시원해~”
옥상에 올라온 공아는 좁은 난간 위로 올라가려고 애썼다.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이 다리를 올릴 때마다 들춰져 올라갔다.
기집애가 조심성 없이..
설은 매끈하고 뽀얀 공아의 다리에서 애써 눈길을 거두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서울의 하늘은 검다.
위성 밖에 빛나지 않는 밤하늘에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은 볼 수가 없다.
구름도 없는 새카만 밤하늘에 입 안에 씁쓸함이 감도는 것 같았다.
“우왓!”
갑작스런 소리에 설이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자 기어코 난간 위에 올라선 공아가 비틀대더니
그 곳이 평상인마냥 털썩 앉아 있었다.
공아의 위험한 놀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공아, 내려와, 위험하다고.”
“수 십 번도 더 올라왔던 곳인데 뭐~ 설아 너도 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녀가 안전한 것은 항상 그가 뒤에 이렇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멍청이..’
천진난만하게 밤공기를 만끽하는 공아의 뒷모습이 금방이라도 바람과 함께 사라질 듯해 설은 내심 마음이 조렸다.
고민이 있을 때나, 마음이 아플 때나.. 무슨 일이 있든 공아는 이 옥상으로 올라와 항상 저 난간 위에 올라가곤 했다.
이웃사촌이란 명목아래 그 또한 그녀와 함께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늘 뒤에서 마음을 조려야 했다.
“설아, 나 오늘 고백 받았다?”
짧은 정적이 흐른 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누군지 안 물어봐?”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어떤 표정으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짐작가지 않았다.
“같이 알바 하는 그 새끼겠지.”
“야아, 새끼라니. 너보다 형인데”
공아가 고개를 살짝 돌려 뒤에 있던 설을 흘겨 보았다.
“내일까지 답해 달라는데....어쩌나.”
옅은 한숨을 쉰 공아는 슬쩍 그의 움직임을 살폈다.
설은 팔짱을 끼고는 땅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나.... 푸우.. 어쩔까 설아.”
“..........사귀던가”
굳게 닫혔던 입이 열리며 그가 고개를 들어 공아를 쳐다보았다.
“사귀라구? 진짜? 내가 그래도 돼?”
“...............”
설은 말이 없었다. 그저 공아를 쳐다 보았다.
“설아 나 진짜 그 새끼랑 사귀어? 넌 그래도 괜찮겠어?”
공아가 팔짱을 끼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그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턱을 주억거렸다.
멍청아. 진짜로 하는 말이겠냐..
그나저나..
“설공아...”
“응.”
“위험해. 내려와.”
“대답 먼저 해.”
“내려오면 대답할..”
순간 강하게 바람이 불었다.
난간을 잡지 않고 있던 공아의 몸이 크게 휘청- 거렸다.
놀란 설이 한 걸음에 달려가 공아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의 몸과 부딪혀 공아의 머리카락들이 크게 일렁였다.
그가 단단하게 양 팔을 허리에 둘러 안자 공아는 순간 숨을 훕-하고 들이켰다.
설의 얼굴이 바로 자신의 옆에 있었다.
공아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가 눈치채지 않게 서서히 자신의 긴장을 풀었다.
한편, 설은 몇 초밖에 안 되는 그 짧은 순간에 온몸이 저려옴을 느꼈다.
심장이 아득하게 가라앉았다가 번뜩 빠르게 뛰어댔다.
하아.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녀를 잡지 못했다면 평생을 스스로 원망하며 살았을 것이다.
공아가 떨어졌다면...
설은 순간 화가 턱 끝까지 차올랐다.
“..너, 진짜!!”
공아에게 한 소리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든 그의 눈에 방실방실 웃고 있는 공아의 얼굴이 박혔다.
턱 막혔던 숨이 풀어졌다.
뭘 좋다고 웃어, 이 여자야..
“잡았어.”
뭐?
설은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
“너, 이제야 나 잡았다고.”
공아가 자신의 허리를 잡은 설의 손을 턱하고 잡았다.
그리곤 밖으로 뻗어있던 다리를 돌려 안으로 들여 놓았다.
그녀의 눈에 그가 맺혔다.
“마주보니까 얼마나 좋아, 엉?”
“....항상 등을 보이고 앉았던 건 너야.”
“뒤에서 보기만 했던 건 너야.”
.....
긴 시간을 함께 했지만 정작 마주보거나, 나란히 섰던 기억이 별로 없다.
옥상을 오르는 그녀의 습관처럼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그의 습관이 되었었나 보다.
자신을 흘기는 공아를 마주 흘기던 설은 맥이 풀려 공아의 허리를 잡았던 손을 풀었다.
그러나 공아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빼는 손을 잡아당겨 그의 허리를 안았다.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마구 부벼 대는 공아를 보며 설은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 위에 얹었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느껴졌다.
좋다
.
.
좋다. 공아야.
니가 좋다. 설공아.
“그 새끼랑 사귈 거야, 안 사귈 거야.”
“사귀라며.”
“내가 언제. 내일 가서 싫다고 말해.”
“왜에. 그 오빠는 잘생기고 성격도 착하고 나한테 자상하고...”
“설공아.”
설이 공아의 말을 끊으며 나지막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뭐.."
“난, 널 나눠가질 생각 따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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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클로드입니다.
원하시는 앵두의 번외를 쓸려고 시도를 했으나
결국 이게 되었어요..ㅜㅜ(죄송)
사실 앵두도 외롭지않게의 번외였는데...
ㅋㅋㅋ어떡하죠. 전 번외가 안 써져요ㅠㅠ
그래도 읽어주신 모두 감사해요:D
그리고
GUARD의 뜻은 보호하다, 감시하다, 감정을 억제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다들 굿밤:)
뿅!
첫댓글 우왕 짱 멋있네요 어떻게해요 나눠가질 생각이 없다니 완전 대박. 너무 잘보고갑니다 다음에도 건필해주세요 후이야기도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