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의 재인폭포 앞에서
나이야 가라!
그렇다고 나이가 가던가?
아니다
나이는 흐름이요 흔들림일 뿐
산다는 건 흐름에 보금자리 치고
흘러가며 순간순간 흔들려보는 것
그러다가 뚝 떨어지기도 하는 것
존재도 현상도 모두 흐름이니
오늘이 어제가 아니요
내일이 오늘로 올 순 없다
그러매 강물에 두 번 발 담글 수 없다 하지 않던가
(헤라클레이투스)
폭포 위에 멈춰 머뭇거리는 물은 고여 썩어갈 뿐
폭포 아래 잠긴 물은 소용돌이 치다 사라질 뿐
흐름이 없는 생명은 박제된 운명일 뿐
한걸음 흐름도 한 발짝 흔들림도 없는 목숨이라면
그건 썩어가는 시체에 지나지 않는다
흘러라!
흘러서 나이야 오너라!
생명은 삶과 죽음의 양면을 마주보고 흐르는 것
그러기에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고
죽음이 없으면 삶도 없는 것
흐름과 흔들림 순간순간에 죽음도 놓여있느니
그걸 우리는 나이라 하지 않는가
삶을 활기차게 맞으라!
나이도 죽음도 떳떳하게 맞으라!
세월 부대인이요 일촌광음 불가경이라 했느니
떳떳하게 흔들리며 흘러갈 일이요
그렇다고 나이만 앞세워 위세 부리진 말라.
120 살 먹은 어느 노인이
훌훌 털고 저승으로 떠났더란다
처음 보는 거리가 많은지라
여기저기 기웃거려보는데
스무 살 먹은 젊은이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인사도 하지 않더란다
노인이 화가 났던지
"넌 무얼 하다 언제 들어온 놈이냐?“
”어른에게 인사도 안 하느냐?"
젊은이가 언짢다는 듯
"난 호로고루 전투 때 싸우다가 들어왔다 왜?“
”넌 무얼 하다 들어온 놈이냐?"
나이라는 것
이승에선 그래도 대접 받으려고
내세울 수 있는 증표가 되겠지만
저승에 가면 무얼 하다 들어왔느냐가 중요한 것
나이 타령 말고 무언가 보람을 찾는 일에
관심 할 이치가 이것일 게다
나이야 가라
아니다, 나이야 오너라
난 무언가 증표를 만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니.
그제는 연천의 재인폭포에 들려봤다.
현무암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물이
한탄강에 합수되기 전
주상절리를 타고 떨어지는 재인폭포.
그 옛날 이곳 지명이 <코문이> 였다던가?
이 마을에 줄타기 광대인 재인이 살고 있었다는데
그의 아내가 미인 절색이었다 한다.
새로 부임인 원님이 그 아내가 탐나는지라
유혹했다는데
“너 오늘 나에게 수청 들지 않겠느냐?”
“남편이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남편이 없다면 들겠느냐?”
원님은 그 남편을 없앨 요량으로
폭포 위에 줄을 매어놓고 그걸 타라고 했겄다.
줄엔 미리 칼자국을 내어 끊어지게 해놨겠다.
그러니 재인은 줄 타다 폭포에 떨어져 죽을 수밖에...
그날 밤 수청을 든 재인의 아내가
원님의 코를, 코를, 코를 물어뜯었다 한다.
이로부터 그 지역은 <코 문 이> 가 살았다는
코문이가 되었다가
세월이 흘러 고문리(古文里)가 되었다는데
아마도 그 사또는 문둥병이 아니라 코를 물려
지금도 코 없이 저승을 헤매고 있으리라.
어느 날 저승에 간 120 살 먹은 노인이 뒤가 마려운지라
지나가는 코문이사또에게
“내가 뒤가 마려운데 뒷간이 어디 있느냐?”
“뒤 냄새 나는 곳으로 가보시지요.”
“그럼 뒤 냄새 나는 곳이 어디더냐?”
“저는 코가 없어 냄새를 모르옵니다.”
“왜 코가 없는 것이냐?”
“그건 재인폭포에 가보시면 아옵니다.”
그래서 재인폭포에 다가가 서보지만
아무도 일러주는 이 없이
폭포수만 흘러 내리고
재인이 떨어져 죽은 폭포 위론 출렁다리만 출렁거리더라.
(재인이 떨어져 죽은 폭포 위로 출렁다리가 놓여지고)
첫댓글 그런 슬픈 사연이 있었군요. 사내란.....
권력을 쥐거나 돈있거나
힘세면
그리 된다네요.ㅎ
아하 그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