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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부서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최영주 팀장, 원지환 차장, 금정현 조사역등록일2023.12.28 조회수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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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2021년말 이후 빠르게 하락해 온 통화량 증가율(M2[1]기준, 전년동기비)이 금년 5월 이후 2%대 초중반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학계나 언론 등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bp 인상하여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긴축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최근 통화량 증가율 추이를 보면 통화정책 기조나 금융상황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미국과 우리나라 상황을 비교하면서 한국의 통화량은 2% 중반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하나 미국에 비해 긴축적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금융상황이 완화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라는 평가까지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 앞서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운영체계가 통화량 중심에서 금리 중심으로 바뀌면서 통화량이 가지는 의미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림 1. 민간신용1) 및 통화량(M2)2) 변화
주: 1) 예금취급기관 개관표, 말잔 기준
2) 평잔 기준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그림 2. 한·미 통화증가율1) 추이
주: 1) 한국은 M2 평잔, 미국은 M2 말잔 기준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FRB
금융상황 판단지표로서 통화량의 의미는 통화정책체계와 밀접한 연관
1998년 개정 한은법 시행 전까지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운용체계로서 통화량 관리에 중점을 둔 통화량목표제를 운영하였다. 따라서 당시에는 통화량 증가율이 목표 수준보다 높거나 낮다는 것이 곧바로 중앙은행의 의도에 비해 금융상황이 완화적 또는 긴축적인지의 판단 기준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판단은 통화량과 물가상승률 등 실물경제변수 간의 안정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실제로 1990년대 이전까지는 두 변수 간의 관계가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통화량이 금융상황의 긴축‧완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금융자유화와 금융혁신의 진전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금융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개인의 금융상품 선택에 따라 통화량이 크게 변동하였고 기존의 통화량 구분의 경계도 점차 모호해졌다. 이에 따라 통화량과 실물경제활동의 관계도 크게 약화되었으며 통화정책 효과의 파급 측면에서 통화량보다는 금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정책환경 변화에 맞추어 1998년 개정 한은법 시행을 통해 통화정책의 목표로 적정 물가상승률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중심 통화정책체계를 채택하였다.
금리중심 통화정책체계 하에서는 중앙은행이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금리를 정하면 이에 영향받아 장단기금리가 변동하고, 금융기관은 이러한 금융‧경제 여건 변화를 고려하여 신용을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통화에 대한 수요도 변동하기 때문에 통화량은 내생적으로 결정된다(그림3[2]). 즉, 통화량목표제에서 외생적으로 주어지던 통화량이 금리중심 통화정책 체계하에서는 통화수요, 금리수준, 여타 경제여건 등의 변화에 따라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화량은 정책수행 시 참고하는 여러 정보변수의 하나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만을 가지고 전반적인 긴축·완화 여부를 평가하는 데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림 3. 통화량과 통화정책체계
현재와 같은 금리중심 통화정책체계 하에서 금융상황의 긴축 정도는
가격지표를 중심으로 판단할 필요
그렇다면 금융상황을 어떤 지표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리나라와 같은 금리중심 통화정책 운영체계 하에서는 금융여건의 긴축‧완화 여부 및 정도는 통화량과 같은 물량지표보다는 금리 수준, 장단기금리차, 신용스프레드 등과 같은 가격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개별 가격지표들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금융상황지수(FCI, Financial Conditions Index)[3]와 같은 복합 지표를 개발하여 금융상황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 환율, 주가, 주택가격 등 다양한 가격지표가 반영된 금융상황지수[4]를 작성하여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현 금융상황을 평가[5]해 보면 금년 들어 고금리 지속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단기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했던 지난해 4/4분기에 비해서도 좀 더 긴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 연준 긴축기조 장기화 기대 완화 등의 영향으로 장기금리가 반락하고 주가가 상승하면서 긴축의 정도가 소폭 축소되긴 하였으나 코로나19 위기 이후 큰 폭 상승하였던 주택가격[6]의 되돌림이 이어지며 긴축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 4. 장단기금리차 및 신용스프레드1)
주: 1) 대상기간 : 2015년 1월 ~ 2023년 11월
2) 국고채 금리는 최종호가수익률
3) AA-등급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금융투자협회
그림 5. 금융상황지수1)
주: 1) 장기균형 수준인 0을 상회(하회)하면 완화적(긴축적)임을 의미(분석대상기간: 2000년 1월 ~ 2023년 11월)
자료: 한국은행
이와 함께 다양한 계량적 방법론을 통해 추정한 이론적인 중립금리를 활용해서도 통화정책 기조의 긴축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한국은행은 현 기준금리 3.5%가 중립금리 추정범위를 상회하고 있어 통화정책 기조도 긴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두에서 언급된 최근의 우리나라와 미국의 통화량(M2) 흐름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먼저 우리나라 통화량 증가율이 최근 횡보하고 있고 미국보다 높기는 하지만 증가율 자체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마이너스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실시된 대규모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의 영향으로 통화량 증가율이 역대 최대치(21.2월, 26.9%)까지 높아진 데 따른 기저효과에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및 양적긴축(QT) 효과가 더해진 데 따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증가율이 아닌 총규모를 기준으로 양국 통화량을 비교해 보더라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미국의 통화량은 여전히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통화량 증가율의 높고 낮음만으로 국가별 금융상황의 긴축이나 완화 정도를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그림 6. 우리나라 통화증가율 장기 추이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그림 7. 한·미 통화량1) 추이
주: 1) 계절조정계열 기준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FRB
[1] M2는 경제 내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척도로 현금, 예금취급기관의 결제성예금, 저축성예금, 시장형 금융상품,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금융채, 거주자외화예금 등을 포함한다.
[2] 문우식, “통화정책론, <그림12-1> 통화정책의 운영목표와 수단"을 참고하여 재구성하였다.
[3] 대표적으로는 시카고연준의 NFCI, IMF의 FCI 등이 있다.
[4] 한국은행의 금융상황지수(FCI)는 금융여건의 완화 또는 긴축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금융상황 판단 시 중시되는 금리, 환율, 주가 등 6개 금융변수(월평균 기준)를 가중 합산한 후 표준화하여 산출된다. 세부 산출방식 등은 「참고 Ⅰ-1. 새로운 금융상황지수 추정 결과」(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19년 5월)를 참고하길 바란다.
[5] 다만 금융상황지수 추정에 다소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지수자체의 움직임과 함께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개별항목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FCI 추정에 사용되는 HP필터링의 경우 끝단치 편의(end-point bias) 특성이 있어 지표 업데이트시 과거 기조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6] 명목주택매매가격은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는 7월 이후, KB국민은행 통계 기준으로는 9월 이후 상승 전환하였으나, Consensus Economics社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을 이용해 실질화한 실질주택가격은 장기추세(HP필터링 방식) 대비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하며 금융여건을 긴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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