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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갈대 같은 풀이 장구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진화한 풀?
"식물의 한 종류로서 대나무가 있는데 이것은 강하지도 않고 유하지도 않으며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것이 60년 만에 한번 꽃이 피게 되고 꽃이 피면 죽게 되며 그때 씨가 떨어져 6년이 지나면 새숲이 만들어진다."
- 진나라 대개지의 <<죽보(竹譜)>>에서
대나무는 군자라고 할지라도 은사적이거나 성자적 측면보다는 현자(賢者)로서의 풍모가 더 나타난다. 즉 대나무의 우아한 곡선과 날씬한 자태는 현자의 상(像)인 동시에 예지의 모습을 상징한다. 또 밑으로 숙인 대나무잎과 비어 있는 대나무 내부는 겸손한 마음과 비유되어 덕을 겸비한 선비로 상징된다.
무속에서 대나무는 신성한 지역의 표지로 활용된다. 예로, 신굿을 할 때에 세우는 별신대는 그 지역이 신성한 구역 또는 금기 구역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대나무는 신을 부르거나 신을 내리게 하는 신대로 사용된다. 이때 대나무는 신의 통로 또는 신의 강림처를 상징하고 또는 바로 신체(神體)를 상징하기도 한다.
중국의 세모나 봄철에 가두에서 요란스럽게 터뜨리는 폭죽도 원래는 대나무를 불에 태워서 그 굉음으로 사귀나 악귀를 쫓아내어 다가오는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대 = 폭죽 = 벽사 = 평안' 이라고 하는 은유의 공식이 생겨나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 것이라고 한다.
대나무는 열대와 아열대지방에 약 40속 600여 종이나 있는데 개화하는 것이 일정하지 않다고 한다. 조릿대는 5~10년이면 개화 결실하고 솜대나 반죽은 60~120년을 1주기로 개화하는 것도 있으나 다만 개화하면 말라죽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개화로 인하여 땅속 줄기의 양분이 소모되어 다음 해에 발육되어야 할 죽아(竹芽)의 90%가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맹종죽은 주로 죽순을 먹기 위해 재배하는 대나무이다. 죽순은 소갈에 좋고 눈을 맑게 하고 열기를 없앤다고 하며 각기(脚氣)에도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꿈에 죽순을 보면 길몽으로서 자식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죽순이 한꺼번에 많이 나고 쑥쑥 잘 자라기 때문에 생긴 속신이다. 댓잎은 방부작용을 하므로 떡을 대잎에 싸서 찌면 며칠씩 두어도 부패하지 않으며 팥을 삶을 때 조릿대 잎을 넣고 삶으면 빨리 삶아지고 더디 변한다고 한다. 동치미에 대나무 잎을 띄워 놓으면 겨울이 다 가도록 군내가 나지 않는다.
선가(禪家) 에서 수행자를 지도할 때에 사용하는 도구로서 죽비가 있다. 죽비는 좌선할 때 또 입선과 방선 공양 때에 신호도구로 사용한다. 또 장군죽비라는 2m 정도의 큰 죽비는 수행자의 졸음이나 자세를 교정하기도 한다.
대올로 둥글고 길게 거의 등신대의 원주형으로 만든 죽롱을 죽부인이라 했다. 한여름에도 대가지에 피부가 닿으면 몸의 열기가 싹 빠지며 시원한 느낌이 든다. 이 죽부인은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다. 이 죽인형을 안고 자면서 그것이 부인이라고 생각하면 죽부인이고 부인이 아닌 미희를 연상한다면 죽희가 되는 것이다. 마님이 안고 자는 죽인형은 건장한 젊은 종놈을 연상하여 죽노 또는 청노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궁녀사회에서는 죽참봉, 죽별감 등과 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벼슬이름을 붙여 의인화했다고 한다. 죽부인을 다룰 때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즉 아버지가 사용하던 것을 아들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죽부인도 제청에 모시고 같이 제사를 받게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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