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는 수도권의 도시 중 가장 지방의 분위기가 강한 지역이다.
도농복합 지역인 경기도 외곽 도시들이 대체로 그러한 경향이 있지만,
여주시의 경우 이렇다 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여 더욱 지방의 느낌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유독 정체된 여주시는 2016년 경강선 개통으로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전철 수혜 지역으로 편입되면서 서울과의 이동이 편리해져,
잠재된 포텐을 터뜨릴만한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주터미널은 경강선 개통으로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오랫동안 철도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여주의 대중교통 수요를 독점해왔으나,
경강선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생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경강선 개통으로 인한 발전 호재가 생긴다면,
인구가 늘어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 놓인 여주터미널은 어떤 위치에 놓여져 있을까?
수도권 3차 투어의 마지막 일정은 여주터미널이었다.
투어가 끝나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서 생각보다 일정을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 했는데,
그래서 다소 급한 마음으로 여주를 찾게 되었다.
꼭 10년 만에 다시 방문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주변 풍경은 거의 변한 것이 없었으나 도시 자체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여주군에서 여주시로 승격했다는 점일 테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읍내에서 시내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또한 2016년에는 경강선이 개통하면서 저 멀리 어딘가에 여주역이 자리 잡게 되었다.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강력한 경쟁자가 새롭게 등장한 셈이다.
여주터미널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제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여주군에서 여주시를 대표하는 터미널로 위상이 바뀌었고,
전철이라는 경쟁자 때문에 독점에서 경쟁으로 입지가 크게 뒤틀렸다.
다만 여주터미널은 처음부터 웅장하게 지어져서 군 시절에도 굉장히 규모가 컸다.
또한 경강선이 개통했다고 한들 자체적으로 커버가 안되는 단점이 너무나도 많다.
경강선이 서울까지 가는 전철이 아닌 데다 역이 시내 외곽에 있고,
배차 간격이 약 20~40분으로 굉장히 나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이천과 함께 경기도에서 가장 인구 대비 수요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여주터미널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1,500명으로, 인구(약 11만 명) 대비 수송분담률이 이천과 비슷하다.
앞서 이천터미널 게시물을 보셨다면 여주 또한 얼마나 버스 의존도가 높은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수요만큼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터미널 정문이 펜스로 막혀있었다.
그동안의 한파로 인하여 정문 앞에 빙판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도 안 왔는데 정문을 폐쇄한다는 건 섣불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다른 입구를 찾아 길을 뱅뱅 돌아 쪽문으로 터미널에 들어가야만 했다.
고급 레스토랑 입구같이 생긴 조그만 벽돌 계단이 건물 왼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데,
여기를 통해서도 터미널로 들어갈 수 있다.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후문으로 들어오면 조그만 통로가 보이고, 통로 앞에는 승차장의 일부가 나타난다.
이웃한 광주, 이천, 양평 등과 다르게 건물 내부에 승차장이 있어 대낮에도 굉장히 어둡다.
게다가 승차장과 복도 폭이 무척 좁아서 지나다니기가 불편하며,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터미널을 만들 당시에 군 단위에 안 맞는 큰 건물을 지어놓고도,
정작 효율적이지 못한 공간 배치로 수많은 이용객이 불편함을 느낀다.
이는 버스도 마찬가지라서 차를 빼기도 어려울 만큼 주차장 폭이 좁다.
설상가상 주차장의 일부를 일반 차들이 쓰고 있어 더더욱 혼잡하기 짝이 없다.
승차장만큼 좁은 복도는 사방이 꽉 막혀 굉장히 답답한 인상을 주며,
터미널뿐만이 아닌 일반 상가로 들어가는 길목이어서 혼잡할 때가 많다고 한다.
이점을 보면 확실히 시간이 많이 지난 건물이라는 게 느껴지는데,
아무리 그렇다해도 구조가 너무할 만큼 비효율적이다.
정문을 펜스로 막아놓은 건 건물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너무 낮게 설치를 하는 바람에 사진에 들어가지 못했을 뿐이다.
펜스로 막힌 정문 앞에는 옆의 옷가게에서 대놓고 물건을 꺼내 진열을 하고 있었는데,
깨알 같은 틈새 공략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좁디좁은 복도를 지나면 대합실이 나온다.
대합실 규모는 딱히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축에 속한다.
시설은 10년 전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제법 깔끔해 보이는데,
관리를 나름 열심히 해왔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사람이 많은 주말 저녁 시간은 언제나 사람이 많은 법이다.
여주터미널도 예외는 아니라서 어디론가 발길을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양한 계층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분위기는 다소 조용했다.
오직 시간표가 급한 나와 일행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내가 타야할 시간표를 먼저 확인한 후 사진을 찍었다.
뒤늦게 10년 전 시간표와 비교를 해보니 그때와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다만 곳곳에 땜질 투성이로 변하여 시간표가 지저분해진 감은 있다.
동서울행을 10년 전과 비교하면 첫차와 막차 모두 늦어졌으며 횟수(32 → 26)는 다소 줄었다.
이천(31 → 17회)행은 횟수가 크게 줄었으며, 성남(31 → 0회)행은 그 많던 노선이 아예 전멸했다.
나머지 김포공항-인천공항, 천안, 청주행은 10년 전과 횟수가 같다.
성남행과 마찬가지로 1시간 꼴로 다니던 상봉(16 → 0)행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며,
원주(29 → 25회), 구미-북대구(12 → 4회), 고양(6 → 2회)행도 횟수가 크게 줄었다.
반전이 있다면, 여주터미널에 10년 전에는 없었던 노선들이 속속 생겼다는 점이다.
강릉(9회), 부산(6회), 대전(5회), 전주(3회), 마산-창원 / 인천 / 안산(2회), 울산(1회)행 모두
10년 전에는 이곳에서 볼 수 없었던 행선지들이다.
예전처럼 안성(37번), 양평행 노선도 여전히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횟수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전에 2차 투어에서 생각보다 37번을 자주 본게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뒤늦게 알게 된 한가지 큰 변화가 있었는데,
그동안 고속버스 매표소가 폐지되고 시외버스와 통합되었다는 사실이다.
10년 전에 왔을 때 분명 사진을 찍어 글을 올렸는 데도,
갔을 당시는 물론이고 사진을 편집하기까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사람의 기억은 짧고 때로는 왜곡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10년 전 게시물을 재확인하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양평행 시간표가 매표소 시간표 말고도 기둥 한구석에 조그맣게 붙어있다.
시내버스 표를 끊으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이렇게 해놓은 것 같다.
양평행이 워낙 중간 경유지가 많고 계통이 다양하기 때문에,
매표소 직원 입장에선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던 모양이다.
양평행 만큼이나 직원들을 귀찮게 하는 손님들이 있었으니 바로 아울렛을 찾는 사람들이다.
타지에서 이곳을 와서 프리미엄아울렛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던 모양인지,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오지 않음에도 따로 시간표를 안내해준다.
10년 전에 비해 다양한 행선지, 그러나 밥줄 노선의 배차 간격 감소...
이는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한 수혜를 상당히 보았음을 뜻하며,
동시에 경강선으로 인한 타격이 컸음을 증명하는 결과이다.
주요 노선의 횟수는 줄고 행선지는 다양해졌으니 아주 보기 드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합실 뒤쪽에는 승차장과 연결된 통로가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이 통로가 바로 정문으로 통하는 좁은 복도이다.
즉, 터미널 동선이 몽땅 여기로 몰리는 구조이다.
여기가 사람이 아주 많은 터미널이 아니라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
승차장에는 수많은 승객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긴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강선이 개통했다지만 철도로 해결할 수 없는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에
여전히 여주터미널은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철 개통으로 성남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이,
원주 방면으로도 선로가 뚫리면 원주, 강릉 방면은 물론이고
중부내륙선이 개통하면 영남권 수요도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독점에서 경쟁 구도로 바뀐지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앞으로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이 힘들다.
더욱 활기가 넘치는 버스터미널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하루 두 번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첫댓글 터미널과 크게 상관없는 얘기이긴 하나... 날씨가 풀리면 오전에 판교에서 전철을 타다보면 주로 어르신들이 많은데, 산에 올라가려고 스틱에 가방 빵빵하게 매고 타시는분, 맛집 전화 예약해서 가시는분, 65세이상 어르신 단돈 3천원(일반 5천원)에 주요관광지 여러번 환승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세종대왕 관광순환버스 이용객까지... 다양한 고객층(어르신)이 탑니다. 특히 여주시에서 기획한 세종대왕 관광순환버스는 관광객들에게 신세계라 할 수 있죠!
여주시티투어의 다른 이름이 세종대왕 관광순환버스군요 ㅎㅎ 재밌네요. 요새는 전철 하나 뚫리면 어르신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것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맥시멈님 덕분에 이천/여주에 대해 많은 이해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과찬이십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활동하도록 노력할게요~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여주터미널 주변은 어딘가 좀 너저분하다 싶을 정도로 산만하게 느껴집니다. 이용객이 많은 터미널이라고 하기에 저렇게 승용차까지 버스 통행공간으로 들어와 있는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동선이 섞여 사고가 날 위험이 커 보입니다. 지금은 전철만 다니지만 말씀하신대로 중부내륙철도가 연결이 되면 충주, 문경 방향 버스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이 노선이 서울 어디에서 출발할지가 결정이 되지 않은 모양인데 출발지에 따라서 동서울과 강남 노선은 서로 다른 경로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도 보입니다. 먼길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 행선지도 기대가 됩니다.
산만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터미널 주변도 차량과 유동인구가 꽤 되는 반면 주차공간이 적고 골목이 많아 다소 정신없더군요. 중부내륙선은 현 계획상으로는 송도역 또는 월곶역이 될 가능성이 높고, 광명역과 안양역, 판교역 경유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서울에 직접 들어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습니다.
의정부 신 터미널도 승차홈이 비좁아 위험하게 보이고 버스 박차장도 15~18대 밖에 못댈정도로 협소합니다.
원래 버스터미널 부지가 중고자동차 매장과 그 주위였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현 부지만 사용하고 있어서 터미널을 가끔 이용하는 승객으로서 많은 아쉬움이 듭니다.
터미널을 이전하든 지 그게 어렵다면 현재의 터미널을 원래의 부지까지 활용해서 리모델링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Maximum님의 터미널 기행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다음에 올릴 유력 후보 중 하나가 의정부터미널인데, 미리 문제에 대한 지적을 해주셨군요. ^^ 이 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 비슷한 문제에 대한 불만사항을 말해주신 거겠지요. 제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네요. 다음 글을 올릴 때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정부터미널도 곧 이전될것으로 보입니다.
후보지는 고산지구이구요, 세종-포천고속도로 동의정부인터체인지 근처가 될거같습니다.
현터미널은 민간개발될것으로 예상됩니다.
덕분에 여러 터미널시리즈 잘 보고 있습니다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예전에 37번 버스타고 안성에서-여주까지 이용했을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네요.
처음가는 곳이었는데 그냥 다시 서울로 와버려서 다음에 가봐야겠습니다.
근성 여행을 하셨었군요 ㅎㅎ 가기가 전보다 수월해졌으니 한번 날잡고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