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님!
속은 좀 어떠신지...
난 마지막 가정방문을 마치고 다시 학교에 들어왔어요.
결재 받을 것도 있고 해서
컴퓨터 앞에 앉으면 습관처럼 들어와봐요.
(뷰티풀 마인드) 어떠냐구요?
뒤돌아 서면 잊어버리는 난 며칠 지났다고 감동도 잔상도...
그치만 확실히 난 괜찮았어
아니 영화본 날 넘들한테 그렇게 말한 것 같아
뭐든 기억해내고
술술 해설까지 다는
무정님과 난 체질이 다른가 봐요.
약간 느린 말투지만
자상하게 한설명하는 호영님도 생각나는데
대체 호영오라버닌 어찌 된겨?
심야영화가 주중의 스트레스를 확 풀어준다고 말하는
현대비평교수님이 계셔
무정님 형님인가 했는데...
나도 영화 좋은데
무정님이 좋다는 목요일엔 회기역 가야하고
봄볕 좋은 날, 딸기가 한물 가기 전 우리 5조 만났으면 좋겠다.
--------------------- [원본 메세지] ---------------------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정지상의 [송인]입니다.
어제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밤늦게야 끼니를 해결하려고 급히 먹었던 비빔국수가
가슴에 얹혔나봅니다.
지금도 가슴이 조이듯 아파옵니다.
체한 경험은 몇 년 새 처음인 것 같습니다.
소화제를 네번이나 먹었는데도,
실연의 아픔보다 더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워서일까요?
아니면 잊혀지기 시작해서일까요?
우리가 마지막 만났던, 눈비오던, 대학로.
돼지갈비 냄새 옷에 듬뿍 묻히고
거평프레야 극장으로 발길을 황급히 돌렸던 그 밤.
어쩌면 그 밤이 우리의 마지막 밤이었나요?
새 학기가 시작되고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연수기간 중의 시험 기간보다 더 버겁습니다.
아픈 가슴을 두드리며
자고 있는 아이들의 손을 쥐어보았습니다.
뭉클하더군요.
"아빠! 머하세여?"라며
화장실에 들어간 저에게 묻던 첫째놈의 손은,
흉몽이라도 꾸는지 젖어 있었고,
엎드려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올리고 자던 둘째놈의 뒷머리는
땀으로 흥건하더군요.
아기엄마는 첫째 주영이의 놀잇거리인 레고랜드 씨디롬을 연구하며
밤을 하얗게 밝히더니,
출근하는 저를 보자마자 다시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공강 시간에
교재연구를 하다가
"탱고"를 듣습니다.
정지상의 [송인]과 "탱고".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유없이 섭섭하고
속절없이 속수무책입니다.
삶에 대한 열정.
뜨거웠던 그 열정.
이제는 따뜻함이나 잔잔함이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슬슬 차가움만을 찾을 저.
더워지잖아요?!
잘 다녀오셨는지요, 공은영 선생님!
이제 제 주위에 결혼할 사람들은 거의 다 했는지,
주말에 결혼식장에 갈 일이 없어서,
좋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올해에는 돌잔치를 순례해야 할 입장입니다.
참,
우리의 강소영과 권경화와 김시호 선생님의 결혼식은,
저의 스케줄에서 우선 순위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다른 일 다 제치고 달려가지요.
그러려면 속히 청첩장 돌리십시오.
공은영 선생님.
저 아직 [뷰티풀 마인드] 못봤거든요.
어때요?
비디오나 DVD로 사서 볼 만한 감동을 주던가요?
혹은 학생들이 그 영화를 보고 뭔가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몇 달 기다리면 출시될텐데,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선전을 했으니,
장기상영에 들어가겠지요?
많이 기다려야겠네요.
혹시 영화보고 싶으실 때 저를 찾으시면 같이 갈 수 있습니다.
저는 목요일이 한가합니다.
목요일 오후!
크크크크크크크.
일주일 전 쯤 예고해 주시면 준비해서 나가지요.
무슨 준비냐구요?
물론 꽃단장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