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을 읽고
박경선
『오렌지빛 가스등』과 『칼과 장미』 『바람의 둥지』 등 장편 소설로 독자들에게 사랑 받던 소설가 선생님이 이번에 또 연작 소설집 『그림자의 춤』을 출간하셨다. 그러기에 이번 소설집을 읽기도 전에 고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살아오신 선생님의 구수한 말소리가 주인공의 말속에 녹아들어 정겹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연작소설이란 이름으로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의 짧은 이야기는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나의 몸부림이다. 세상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정한 원칙을 지키지는 못해서 때로는 이렇게, 또 어느 때는 저렇게 변하기도 한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진실하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민초들의 소박한 소망이라고 할 수 있다.”
책 머리에서 작가가 한 말이다.
해설을 쓴 윤정헌 평론가는 ‘영혼의 치유를 위해 환생한 우리 시대 구보의 세태 담론‘이라고 평하면서, 최인훈의 구보는 분단 시대 지식인의 관찰자적 사색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기원했고 주인석의 구보는 문민 시대에 소시민의 일상을 골계화하여 21세기를 준비했다면 이 책 『그림자의 춤』 작가는 그 뒤를 잇는 작품으로 시대적 분위기를 소시민의 희로애락에 담아 촌철살인의 아포리즘으로 제단한 시대의 음유 시인이요. 철학 산책자라고 평했다. 그 말이 작가의 어투랑 사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이기에 ’바로 그거야!‘ 하며 박수를 쳤다. 주인공의 투박한 말투 속에 흐르는 음유 운율이며, 우울한 삶을 조명하면서도 환한 희망 쪽으로 이끄는 사색적 철학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 길게 말할 필요 없이, 그 분과 동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