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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거제의 일출에서 일몰까지 (남해안 최고 해안도로) 글/사진: 이종원
거제의 아침해를 보며 창문을 열어 제꼈다. 밤새 바다의 에너지를 잔뜩 머금었던 아침 해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의 품안 한 켠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해변으로 달려갔다. 절대자의 따뜻한 체온을 마음껏 느끼고 싶었던게다. 절대자는 세상 모든이이게 골고루 사랑의 빛을 뿌려 주고 싶었지만 그걸 받아야 하는 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닫혀있다. FM 라디오 방송은 쉴새없이 노래를 배달해 주고 있건만 라디오 주파수에 다이얼을 맞추지 않는 자는 그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절대자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세상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걸 보지 못한 사람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아닐까. 2005년 새해 거제도의 빛줄기를 바라보며 작은 진리를 맛본다.
학동 몽돌해변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쪽배가 바람에 일렁이고 있고, 활처럼 휘어진 몽돌해변엔 갈매기란 놈이 수채화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혼자 보기엔 너무나 아까운 장면이다. '빨리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줘야지.'
호텔방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황당하게 자고 있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황당함에서 자연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솔직하고 순수하다. 조금 전에 본 몽돌만큼이나 예쁘다. 아빠는 이 아이들을 깨울 수 없었다. 예쁜 꿈나라가 일출보다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성수는 그림책을 너무 좋아해서 쉬를 하면서도 책을 들고 가고 잘 때도 고이 품고 잔다. 재미 있거나 심오한 이야기도 아니다. 곰돌이가 방구 뀌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어른의 편견은 늘 이렇다. 정수엄마는 아이를 이해하려 무진 애를 쓴다. "방구 뀌는 내용이 얼마나 재미 있는데..." 차안에서 내가 몰래 방구를 뀌면 아내는 사정없이 등짝을 후려갈긴다. "곰돌이가 뀌는 것만 예뻐."
몽돌 거제도의 40개의 해수욕장 중에서 20여개가 몽돌밭이다. 올망졸망한 몽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바다가 거칠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찬 파도와 바람이 돌을 이리저리 굴리게 만들고 모난 것들을 깎아내어 두리뭉실한 몽돌의 모습이 나온 것이다. 호된 시련이야말로 모난 것을 깎아낼 수 있는 단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시련이 온다고 기죽지 말자. 떳떳히 받아들이고 당당히 세상을 살아가자. 학동의 몽돌소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당당히 선정되었다.
성수는 말이 늦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걱정 하지 않는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언젠가 말문이 트일 때 봇물처럼 쏟아내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몽돌처럼 예쁜 내 아들 성수야'
아이와 아내와 함께 예쁜 세상을 함께 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학동 동백림과 팔색조 거제도 학동해수욕장에서 남쪽해안도로를 따라간다. 학동-해금강-다대항-여차-홍포-저구-탑포-가배-거제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거제에서 뿐 아니라 남해안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번잡한 여름보다 한적한 겨울이 제맛이다. 바다가 가장 예쁜 색을 낼 때가 바로 겨울이다. 학동을 벗어나면 동백림과 팔색조 서식지가 나온다. 서양에서 동백꽃이 소개된 시기는 19C가 지나서다. 오페라 '춘희'의 주인공 품에 꽂혀 있는 꽃이 동백꽃이기에 이 꽃은 창녀나 음기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 그 꽃을 보는 시각은 정반대다. 동백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살포시 앉아있는 반가 여인의 정절을 상상하게큼 한다. 유독 거제의 동백꽃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유난히 붉은 빛은 세찬 바람과 맞써 싸워 이긴 승전보처럼 당당하다. 바람연과 싸우기 위해 자세를 잔뜩 낮추고 있고 세월의 무게탓인지 잔뜩 허리를 구부러져 있다. 굽을 대로 굽은 우리 고향의 할머니들이다. 다른 꽃잎마냥 바람에 휘날리며 죽어가지 않는다. 큼직한 꽃봉오리 전체가 뚝뚝 부러져 나가면서 장렬히 전사한다. 그래서 난 동백의 삶과 죽음 모두를 사랑한다. 동백숲과 팔색조는 궁합이 잘 맞는다. 워낙 귀하고 조그만 새이기에 거제사람들조차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동백숲 속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로 팔색조가 있다고 추측할 따름이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그 울음소리마저 들리지 않아 사람들의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 이제 거제의 팔색조는 멸종했구나.' 그런데 작년 어선의 그물에 죽어있는 팔색조를 발견한 것이다. 팔색조가 거제도에 다시 찾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싸늘하게 죽어 있는 팔색조를 바라보며 거제 사람들이 느꼈던 찹찹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다.
신선대 그 옛날 신선이 놀다간 자리라 해서 신선대라 부르는 곳이다. 이 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어찌나 황홀한지 이 곳에 올라서면 누구나 신선과 선녀가 될 수 있다. 다포도 대병대도, 소병대도 , 매물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워낙 멋진 절경이다 보니 드라마 촬영지로 여러번 등장했던 곳이다. 신선대에서 해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해금강이 나오고 외도가는 배를 탈 수 있다. 화려한 외도는 한번 가보고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변했다. 눈길조차 받지 못한 고유의 정원과 방품림도 많은데 굳이 남의 나라 정원을 베껴 만든 정원을 애써 찾아갈 이유도 없었고 , 시간(1시간 30분)에 내몰려 허둥지둥 뛰어다녀야 하는 것도 불만이다.
전망대 아래 함목해수욕장이 활처럼 휘어져 있다.
이 곳 갯바위는 바다낚시터로 유명하다.
이번 여정에 쌀도 준비하고 컵라면, 코펠등 취사도구를 주섬주섬 챙겨 트럴크에 넣었는데 막상 꺼내보니 가스버너를 차에 넣지 않았던 것이다. 가스버너가방이 노트북가방고 흡사해서 착각했던 것이다 주차장근처에서 라면 끓여먹는 분께 버너를 빌려 아침을 해결했다. 거제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짜장면..음 좋다.
다대항 항아리처럼 아늑한 곳에 다대항이 자리잡고 있다. 고단한 뱃일을 마치고 포구에 돌아온 어부들을 가장 먼저 위로해주는 것이 등대들이다. 다대항에서 산을 하나 넘으면 저구리가 나오지만 1018번 해안도로를 타야만 거제의 진정한 맛을 느낄 것이다. 이곳부터는 해안 도로 어느 곳에 멈춰서도 풍경화가 펼쳐진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아내를 보고 뿌듯함을 느껴본다. '거봐. 나한테 시집오길 잘 했지. '
여차해변 천장산 옆을 스쳐지나 고개를 딸깍 넘으면 여차해변이 나온다. 거친 바다와 험한 산세가 만나는 곳에 이렇게 예쁘고 조용한 포구가 자리잡고 있었다. 힘겨루기를 했던 산과 바다도 이 예쁜 포구앞에선 싸우기를 멈추고 스르르 무너졌다. 파도가 밀려들면 "쏴쏴" 몽돌 구르는 소리가 가슴을 파고 든다. 한가로이 그물을 걷으러 가는 빈 배에는 풍성함이 느껴진다. 거제도 문명에서 가장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이 오히려 이 절경을 지켜낸 비결이 아닐까. '천년의 미소'라는 민박집이 여차해변을 내려 보고 있다. 며칠이고 머물고 싶은 곳이다. 영화 '은행나무침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여차전망대 여차포구에서 여차전망대까지 3Km는 절벽을 따라 가는 비포장 길이다. 운전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그냥 돌아가기 일쑤다. 험한 비포장 길에다 주차할 공간조차 별로 없어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하기 힘든 곳인만큼 황홀한 눈맛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곳이 여차전망대다. 만약 번듯한 포장길이 산허리를 가로지고 있다면 바다와 섬과 길이 얼마나 언밸런스할까? 거제시에서는 이 곳을 포장하고 주차장까지 만들어 종합관광지로 만든다고 하니 간절히 손사래를 치고 싶은 심정이다.
어느것이 배인지 섬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섬들이 두둥실 떠 있다. 신들이 건너다니는 징검다리는 바로 이런 것일거야. 대병대도, 소병대도, 가왕도, 대매물도, 소매물도까지 자연을 펼칠 수 있는 천태만상을 여차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
구름 사이로 에너지를 가득 머금었던 햇살이 무대를 비추고 있다. 바다는 연극의 무대이며 섬은 그 주인공이다. 홍포에 다달으면 망산 올라가는 등산로가 나온다. 어찌나 바다가 멋졌으면 산이름 조차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망산이라고 이름 지었을까?
저구마을에서 1018번 국도타고 가다보면 해안 절벽따라 가는 임도가 나온다. 위 사진처럼 절벽에 길이 놓여 있다. 진입 푯말도 없다. 단지 '저구교회'라는 나무판만 달랑 서 있다. 그 전엔 비포장이었는데 작년 10월경 포장을 끝냈다.
이 곳이야말로 한적하게 거제의 바다를 볼 수 있는 최고의 경승지다. 가끔 차가 서 있는 곳은 낚시 포인트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거제의 속내는 정겹고 아름다웠다. 하얀 부표가 두둥실 떠 있는 굴양식장을 바라보는 맛도 그만이다.
갈대 그리고 바다.
홍포 일몰 거제 최고의 일몰 포인트를 물어보면 홍포 일몰이라고 말한다. 가왕도근처에 떨어지는 해를 보노라면 왜 세상을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는지 반성하게 만든다. 자연과 나는 동떨어진 사이가 아닐진대.....
몽돌비치호텔 20미터만 걸어가면 바로 학동 몽돌해변이 바로 나온다. 창문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시설도 깨끗하고 하루 머물다 가기에 더 없이 좋다. 모놀가족이자 거제 에코투어( http://www.geojeecotour.com/) 대표인 캡틴님께 부탁하면 저렴하게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에코투어: 055-682-4202 몽돌비치호텔 전화번호 055-635-8883 /주차 100대 가능
모놀과 정수 .....누르세요. *주의 모든 원고와 사진의 저작권은 저작자에 있습니다. 사전동의 없이 무단게재 할 경우 저작권법에 저촉됩니다. |
첫댓글 저도 남해, 거제,해금강,외도등 여행하고 왔습니다만 주인님의 여행기는 새롭습니다..다음또 가면 참고 하겠습니다.
정말 아름다운곳이네요....다시한번 가보고싶은....
내 나라 땅인데 밟아 보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가슴 뭉클하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차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가 거제도의 하일라이트라죠? 몇년 전, 새벽 일출사진 찍으신다는 학동파출소 소장님을 따라나섰다가 그 멋진 경치를 만날 수 있었지요. 당시엔 환경단체에서 포장하는 걸 잘 막았다던데... 그 아침 바다가 아직도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저도 이곳을 12월18일날 다녀 왔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몽돌 해숙욕장에선 몽돌과 대화도 하고 주변의 청정 갓도 뜯어 왔네요 안가보신 우리님들 함 다녀 오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열번도 더 가본곳인데 여차고개길을 포장을 한다구요??? 이제 그 낭만도 끝이구려^^::: 그런데 저구마을 임도는 못가봤어요 이번에 한 번 또 가봐야 겠어요. 참 동백꽃은 아직 좀 이르지요??
방학인데 아이들과 함께 버너에 짐 실고 정말 대장님처럼 여행하고 싶네요...겨울바다...아...가고 시포라..
오늘 드디어 이곳을 또 찾았다. 그런데 시인의마음에서는 대추차를 후식으로 주는것이 아니라 4000원에 사서 마셔야 한다. 그런데 그릇도 좀 좋은 질그릇 종류로 하면 한 맛더 날것을... 프라스틱 그릇이다 아쉽다. 그래도 방안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바깥의 풍경이 좋고 바다로 내려가는 비탈길에 동백이 피면...
거제도에 오시면 팔색조가 있습니다. 아주 귀한 새 라 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거제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말하는 팔색조도 있으니, 아는 사람 없을 때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