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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만난 세 번째 맹금류
독수리(Vulture)
독수리를 만나러 임진강이 흐르는
문산읍 장산리를 찾는다
북녘땅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남쪽에서 밀려오는 봄기운에
주춤주춤 머뭇거리는 모습 완연하다
멀리 희미한 안개 둘러싼 산등성이에
새들의 노랫소리도 날갯짓도
온화한 부드러움으로 다가온다
한번 만나면 또 보고 싶고
더 나은 멋진 모습을 꿈꾸며
새들을 찾아 달리는 들뜬 마음
여러번째 이지만 여전하다
수백 마리 독수리들이 날아들고
모여 앉은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는 곳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막힌 광경
그 순간에 반해 흠뻑 빠져든다
달려가면 새로운 모습 보여주고
반기니 얼마나 좋은 친구들인가?
머리에 부스럼이 더덕더덕 붙어 있던
어린 시절, 우는 아이 달래려고
'독수리가 채간다' 하고
'호랑이가 업어간다' 하였지 않나?
겁 많던 동심은 하늘에는 독수리가
땅에는 호랑이가 무서운 동물이었다
그때 독수리는 우리가 부르던 이름이고
세계적 공식 명칭은 'Vulture'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는 아이를 달래려 겁주던
독수리는 옛 시절 부족한 인식으로
비슷하게 생긴 검독수리(golden eagle)를
같은 새로 오인한 결과였다.
내 눈앞에 수많은 독수리들
이들은 모두 'Vulture'
위풍당당한 덩치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새다.
날개 길이는 큰 것이 3m,
몸무게는 10kg 정도
큰 새는 15Kg이나 되는 새도 있단다
수명은 30년 안팎 시베리아,
몽골에서 번식하고 일부가
추위를 피해 한반도에 날아와
겨울을 나는 철새다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2만 마리가
채 안 되는 독수리, 우리나라를 찾는 수가
현재는 조금 늘어 2500마리 정도라니
그들 최고의 월동지가 아닐런지...
임진강생태보존회에서 장산리 논두렁에
돼지고기 200-300kg 뿌려 놓으면
눈치 싸움을 하는 건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까마귀, 까치 수십 마리
덩치 큰 독수리 400백여 마리
저 멀리 쇠기러기도 수백 마리 아우성치고
그런 틈새로 남이 먹는 먹이를
가로채는 흰 꼬리수리 십여 마리도 보인다
독수리 덩치에 비해 온순하고
소심하기 그지없다
돼지고기를 뿌려 놓았는 데도
까마귀 까치만 신이 났는지 정신없고
독수리들은 멀찌감치에서
신중모드로 바라만 본다
리더가 있어 리더의 신호를 기다리는 걸까?
수십 명 사진가들이 대포 같은 렌즈가
총으로 보여 겁이 났나?
야생에서 동물 시체를 발견하면
발견한 독수리가 먼저 먹어야
다른 독수리도 먹는다고 하는데....
어떤 규율과 그들만의 법칙에 따르는 건가?
먹잇감이 보이는 하늘을 선회하는 독수리 때
옹기종기 모여 앉아 때를 기다리는 무리들
이렇게 한참 동안 정적의 시간이 흐른다
어느 순간 상공을 선회하던
독수리들이 땅으로 착지를 하고
독수리 울음소리가 울리고
배고픔 참다못한 독수리들
일제히 고개를 들더니 날개를
퍼득이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저들만의 식사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있고
저들만의 행동요령이 있는 모양이다
이제 장산리 눈바닥에 그들은
먹이 쟁탈전을 벌리고
배를 채우는 레스토랑이 된다
내 꺼다 내 밥이다, 지르는 아우성이
벌판에 한가득 울려 퍼진다
아! 정말 기막힌 광경이다
먹잇감으로 연출되는 장면이지만 장관이다
초등생들도 자연을 배우러
탐방을 와서 함성을 지른다
먹이를 먹기 시작하면
뿌려놓은 먹이가 있는
4-5미터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빨리도 먹는다. 순식간이다
흰 꼬리수리는 자신이 먹으면 될 것을
호전적인 성격 나타내는라
남이 먹거나 물고 오는 것을
빼앗어 먹기 위해 호시탐탐 노린다
날아 튀고 뺏으려 따라가고
공중에서 펼치는 먹잇감 쟁탈 퍼레이드
많은 사진가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흰 꼬리수리의 멋진 장면을 잡기 위해
나도 여러 번 장산리를 찾았고 또 가려한다
흰 꼬리 수리의 멋진 공중곡예 모습
네 번째 만난 맹금류로
그 짜릿한 순간의 감동을 적어보려 한다
뿌려준 고기 샅샅이 찾아
한 점도 남기지 않는다
부족한 듯 아쉬운 모습이다
독수리들은 먹이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목구멍에 먹이 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일정량을 저장해 두고 며칠간을
먹이 없이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아마 배불리 먹은 새도 있지만
군침만 삼킨 새도 일을 터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 허기를 못 면했는지
물끄러미 쳐다보는 눈망울 애처로워 보인다
식사가 끝나고 안전을 확인한 건지
그 자리에서 휴식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부부애를 과시하는 행동을 하는 새도 있고
새들이 일과의 10%를 털 고르기를 하는
것처럼 독수리 들도 털을 고르고
연인인지 썸 타는 사이인지 옆에 있는
상대의 털을 고르며 애무를 한다
여기도 사랑이 있고 질서가 있다
그들의 휴식이 편안해 보인다
진귀한 모습이다 어떤 놈은 날개를
쭉 펴고 일광욕을 즐기고
날갯짓으로 사랑싸움인지 질투하는 건지
엉커 붙는 독특한 장면도 보여준다
이렇게 먹이 뿌려 놓은 후부터 식사 완료까지
두 시간 정도의 독수리 식사파티는
매주 화, 목, 토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3월 말까지 이어진단다
독수리는 우리나라 새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긴 하지만
사냥술은 제로에 가까운 순둥이다
살아 잇는 동물은 잡아먹을 엄두도
못 내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고사는 시체청소동물(scavenger)이다.
그래서 다른 스캐빈저인 까치, 까마귀,
하이에나 등과 경쟁 관계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독수리들이
죽은 동물 시체를 못 찾고
굶주림과 추위에 의식을 잃어
죽어가는 것을 보다 못해
오래전부터 전국 몇 곳의 보호단체에서
먹이 주기 행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파주 문산 장산리 임진강생태보존회도
그중 한 단체이다
독수리는 3살 전후 유아기를 지나
생존하는 비율이 20% 정도
그리고 번식기 한 개의 알만 낳아 부화시킨다
우리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 또한 각종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살충제를 써 왔다
그로 인해 동물들이 생명을 잃고 죽으면
Vulture들은 그 동물의 시체를 먹으니
가뜩이나 생존의 길이 험난한 그들이
점점 개체수는 줄고 보호받지 못하면
멸종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Vulture는 티베트 몽골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높은 바위 위에 올려놓고
독수리들이 사체를 먹도록 하는
천장이라는 장례풍습이 있다
천장은 육체를 되돌려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혼이 하늘에 다가가 갈 수 있도록
독수리가 도움을 준다는
믿음이 담겨있는 풍습이다.
이렇게 독수리를 신성시한다.
'Vulture' 참 기구한 운명의 새다
그 큰 덩치와 용맹스러운 모습을 하고도
살아 있는 동물이나 물고기를 잡아
먹지 못하고 시체만 찾아다녀야 하니
이 얼마나 비참한 신세인가?
그렇다고 그들이 꼭 썩은
고기만을 먹는 게 아니란다
그들도 싱싱한 먹잇감을 좋아 하지만
자연에 그렇게 싱싱한 먹잇감이
충분하지 않기에 썩은 고기도
마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도 진화가 되어
위장이 균에 강하고
피 속에 면역방어라는 메커니즘이 있어
질병이나 세균에 강하다고 한다
이렇게 그들은 지구상에 죽은 동물 시체를
치워 자연환경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체청소부 스캐빈져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생을 우선시하고
동물시체를 방치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독수리가 월동하는 시기에
먹이자원을 인위적으로 공급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 개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들의 안타까운 삶을 애석해하고
생존을 돕기 위해 애쓰는 분들의 노고와
독수리 사랑에 아낌없는 박수를 드린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243-1호 독수리
그들도 이 지구에 수억 년 역사에
인간과 함께 했으나
인간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다
그들의 생존이 위기를 초래했다면
이젠 더불어 그들도 멸종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되지 않을까?
저들의 선한 눈동자를 보며 그들을
꼭 안아 주고 싶은 심정 감출 수가 없다
이 지구상에서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해 본다
수만 명 인명피해를 가져온 튀르키예의
공포스럽고 안타까운 지진재난
우크라이나에 지속되는 가슴 아픈 전쟁
그리고 동물들의 처절한 생활상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가?
2023.2.15
배규택
배경음악
Enigma - Return To Innocence
이니그마/ 순수로의 회귀
Love - Devotion
Feeling - Emotion
사랑- 헌신
느낌- 감정
Don't be afraid to be weak
Don't be too proud to be strong
Just look into your heart, my friend
That will be the return to yourself
The return to innocence
나약해질 거라 두려마세요
너무 자만해서 강해지지 말아요
나의 친구 당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봐요
그럼 당신 자신에게로 되돌아갈 겁니다.
순결(순수)로 귀의...
If you want, then start to laugh
If you must, then start to cry
Be yourself, don't hide
Just believe in destiny
당신이 원하면, 웃음 짓고
당신이 해야한다면 눈물을 흘릴꺼예요
자기 자신이 되어 숨지 말아요
그저 숙명이라는 믿음으로...
Don't care what people say
Just follow your own way
Don't give up, and use the chance
To return to innocence
사람들이 말하는거 신경 쓰지 마세요
그저 당신 스타일대로 하세요
포기하지말고 기회를 잡으세요
순결(순수)로 귀의...
That's not the beginning of the end
That's the return to yourself
The return to innocence.
그 끝의 시작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귀의 하는겁니다.
순결(순수)로 귀의..
첫댓글 새 한 마리를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내와 수고가
이만 저만 아닌데 이렇게 많은 다양한 모습을 자유롭게
앵글에 담을 수 있는 그 열정과 기술이 존경스럽습니다.
독수리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로 표현하지 못함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