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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오늘 최고기온 36.9도, 무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엇그제 홀로 등산에는 숨이 턱 막혀왔다. 이 지역엔 한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으니 화단의 식물들이 말라 죽는다.
삼국지 적벽대전처럼 제갈량의 기우제가 부러운 순간이다. 그래도 내가 게을러서 이들이 죽게되는 자책감을 남기지 않으려고 아침저녁 물조리개를 들고 산다.
무더위는 7일이 24절기 중 13번째인 가을을 연상케하는 입추이고, 10일이 말복이라는 것에 기대를 갖는다. 그것보다는 생명수가 화급하다. 하루빨리 비가 내려 나의 귀책사유가 사라지길 바란다.
지금은 코로나가 창궐하고 지속되는 폭염으로 자유를 구속당하고 산다. 가까이 다가서며 압박하는 안전문자, 그러나 마음은 자꾸만 현실에서 멀어지며, 냇가에서 발가벗고 물놀이하던 어린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이 생겨나는 9월 초중순쯤이면 추석맞이 벌초시즌이 다가온다. 그럴때면 어릴적 소먹이고 도라지 캐던 뒷산에는 예초기 기계음 소리가 조용하던 고향마을을 잠깨울 것이다.
그런데 해마다 그때쯤이면, 자손도 줄어드는데, 이 많은 묘지들을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고향을 지키시며 수고하시는 분들이 있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그러한 세대들이 교체되면 더 이상의 희망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족더러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아무 나무밑에나 뿌려달라는 매정한 설레발을 쳤었고...
가끔(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남을 위하여 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영화에서는 더러 있었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문일이다.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달려오는 기차 앞의 어린아이를 구하거나,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끝내 자신은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소방관이 화재진압에서 숨지거나, 전쟁으로 인하여 군인들이 생명을 잃는 것도 넓은 범주에서는 그럴 것이다.
나는 비록 영화속이지만 가슴 짜릿했던 순간이 있었다. 재난영화 '딥 임팩트(Deep Impact)'에서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혜성을 폭파하기 위하여 혜성의 불덩어리 속으로 파고드는 메시아호의 승무원들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아름다운 지구를 방어하기 위하여, 국가와 사회를 지키기 위하여,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그래도 옛날에는 그러한 선한 감정을 가지고, 보다 나은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는 드라마같은 꿈을 갖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의 세상을 보면 솔직히 왜 사는지 회의가 일어난다. 종교에 충실하지 않아도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과학자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고, 억만장자들은 지구를 탈출하여 새로운 미지의 행성으로 이주하기를 꿈꿀 것이다.
나머지는 그저 약탈의...약자를 짓누르고, 빼앗고, 좋은 것을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게임을 즐기다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요즘은 종교라는 것도 순수하지 않아서, 자신들을 인정하고 배부르게 해줄 수있는 수단과 방법에 심취되어 경전의 의미를 왜곡한다.
대체 인간들은 왜 생존하는가? 매미처럼 단지 보존 가치없는 허물 하나 남기고, 종족번식만을 위함일까? 조물주의 바람과는 다른 삶을 살면서, 초등생의 일기처럼 생의 성공기를 써대는 것이 우스꽝스럽다.
우리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굵고 짧게? 가늘고 길게? 아니다. ♡굵고 길게♡...가늘고 짧아도 좋다고 말하던 나 자신도 화단에다 약초나무를 옮겨심었다. 다른 수식어 빼고 '건강하고 후회없게'를 선택한 것이다.
아름다운 종말에 관련한 책들을 읽었었다. 우리들의 탄생에 대한 대원칙이 없듯이, 종말에 대한 통일된 이론도 없었다.
그래서 책마다 저자가 알고 있거나, 외국의 사례들을 옮겨다 썼다. 그러한 관점에서 후회하지 않는 최후를 맞이하기 위해 고뇌하는 미국 영화 '버컷리스트' 내용을 옮겨 보았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카터'의 리스트 2번에 올라있는 '모르는 사람들 도와주기'가 나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나의 버킷리스크는 '사막 주변이나 인도의 불모지에서 지쳐 쓰러질때까지 걷는 것'이었는데, 돈이 없어 어디 조용한 산골에서 매듭을 짓고 싶다만, 가족을 생각하면 그것마져도 힘들 것 같다.
[버킷리스트]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는 2007년 롭 라이너 감독, 저스틴 잭햄 극본,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이다.
상식이 풍부한 늙은 자동차 정비공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 役)는 어느 날 자신이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될 것임을 진단받게 된다. 그는 병상에서 46년 전 대학생 시절 철학 교수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라고 했던 일을 떠올리지만, 이미 그 소망들을 이루기에는 자신이 너무 늙었음을 깨닫게 된다.
한편, 카터가 입원한 병원의 오너이자 제멋대로인 성격을 지닌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 役)은 사업의 번창만을 생각하며 가정을 꾸리지도 않고 일 중독적인 생활을 해 오다, 그 역시 시한부 인생이 되었음을 진단받게 된다. 우연찮게 카터와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 에드워드는, 처음에는 독방을 쓰는게 좋다며 카터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두 사람은 가정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고 가진 부의 수준도 달랐지만, 병실에서 한동안 같이 지내면서 서로 친해지게 된다.
어느 날 카터가 적어두었던 '버킷 리스트'를 보고 에드워드는 카터에게 이 리스트를 해 보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카터는 자신이 병상을 떠나 여행을 할 경우 아내가 이를 크게 염려할까봐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에드워드의 설득으로 결국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둘은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카터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았다.
1. 장엄한 광경 보기
2. 모르는 사람들 도와주기
3. 눈물 날 때까지 웃기
4. 머스탱 셀비로 카레이싱하기
5. 정신병자 되지 말기
여기에 에드워드는 다음을 추가했다.
6. 스카이 다이빙하기
7. 가장 아름다운 미녀와 키스하기
8. 영구문신 새기기
9. 중국 홍콩 여행, 이탈리아 로마 여행, 인도 타지마할 보기, 이집트 피라미드 보기
10. 오토바이로 중국 만리장성 질주하기
11. 세렝게티에서 사자 사냥하기
그들은 첫 번째로 스카이 다이빙에 도전한다. 카터는 엄살을 피우며 즐기지 못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희희낙락한다. 두 번째로는 문신에 도전했는데, 이것만큼은 카터가 완강히 거절한다. 세 번째 도전은 셀비로 카레이싱을 하기로, 여기선 카터가 에드워드를 완벽하게 압도하며 경주에서 이긴다. 북극 상공을 비행하면서 둘은 신에 대한 믿음을 두고 담소를 나눈다. 에드워드는 신의 존재를 믿지도 않고 그에 대한 믿음조차 의문시하지만, 카터는 믿음 그 자체를 중요시한다.
둘의 다음 목적지는 모나코.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던 도중, 에드워드는 자신의 딸 에밀리에 대한 얘기를 처음 해 주며 딸과는 만나지 않는 사이임을 털어놓는다. 이에 카터는 리스트에 부녀간의 만남을 적지만 에드워드는 이에 반대한다. 그 직후 카터의 수술 상처가 벌어져 출혈이 일어나고, 두 사람은 에드워드의 별장으로 향한다. 카터는 별장을 보고는 에드워드의 부가 얼마나 많은지 놀라워한다. 그리고 에드워드와 토마스의 만담 카터가 목욕하러 간 사이, 카터의 아내가 에드워드에게 전화하여 남편을 데리고 와 줄 것을 부탁하고, 이에 에드워드는 카터에게 돌아갈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다. 카터는 아내가 전화했음을 간파하고는 에드워드에게 자녀들이 독립한 이후 아내에게 느끼던 감정이 무뎌졌음을 토로한다.
둘의 여행은 계속되어, 네 번째로 세렝게티에서 사자 사냥에 도전했는데 에드워드가 엽총 한 발을 쏘고나선 그 반동에 나가떨어져 포기한다. 다섯 번째로 피라미드를 관람하러 간다. 에드워드는 피라미드 위에서 보이는 경치가 장엄한 광경이 아니냐고 카터에게 묻고, 이에 카터는 히말라야에 가기 전까지는 평가를 유보한다며,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을 들려준다. 저승에 가서 신의 두 가지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는가에 따라 사후에 갈 곳이 정해진다고 하자, 에드워드도 흥미를 보인다. 신의 첫 번째 질문이란 "인생의 행복을 찾았는가". 에드워드가 행복을 찾았다고 답하자, 카터는 이어서 신의 두 번째 질문인 "자신의 삶이 다른 이를 기쁘게 했는가"를 물어본다. 쉽사리 답하지 못하던 에드워드는 이혼 후 딸이 엄마와 살겠다고 결정한 것을 말하며, 대학 진학 후 딸의 결혼에 찜찜함을 느껴 이를 반대했음과 딸의 결혼식에 초청받지 못한 일, 딸이 사위에게 폭행을 당한 것에 딸과 만나지 못하게끔 손을 봐줬다는 것을 털어놓고 이로 인해 딸이 의절을 선언했다며, 이렇게 했음에도 신이 천국에서 받아주지 않을지는 상관없다고 말한다.
여섯 번째로 둘은 타지마할을 보러 간다. 카터는 샤 자한이 죽은 아내를 위해 타지마할을 세웠다는 일화를 알려준다. 관람 후 두 사람은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를 고민한다. 에드워드는 매장에 대해선 자신이 폐소공포증이 있다며 무섭다는 드립을 치고, 화장에 대해선 뜨거움을 염려한다는 드립을 친다. 카터는 화장을 하겠다며 재를 커피 캔 깡통에 모아서 경치 좋은 곳에 두는게 좋을 거라고 말한다.
일곱 번째로 만리장성에서 바이크를 몰고, 장엄한 광경을 보기 위해 티베트를 방문하지만 기상 악화로 인해 빨라야 이듬해 봄에나 등반이 가능하다고 하여, 히말라야에 오르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베이스캠프에서 둘은 윤회에 대해 논했는데, 에드워드는 윤회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다음을 기약하고 아홉 번째로 간 곳은 홍콩. 카터는 한 바에서 묘령의 여인을 만나고, 악천후로 산에 등정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에게서 산에 오른 소감을 듣는다. 여인이 카터와 동침하기를 제안하자 카터는 이를 거절하고, 에드워드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둘은 여행을 멈추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에드워드는 지나가는 경로가 다른 길임을 알아채고, 토마스가 이내 어떤 집 앞에 차를 세우자 당황해한다. 그곳은 딸의 집이었고, 카터가 그를 배려해 여기로 데려오게 했다는 것을 알고는 역정을 낸다. 에드워드는 자기 삶에 참견하지 말라고 주장하나 카터는 에드워드가 보낸 여인도 이와 다를 바 없다며 딸을 만나볼 것을 권하지만 에드워드는 곧 죽을 마당에 딸을 만나는 것을 내켜하지 않아하고, 둘이 작성한 버킷 리스트를 찢어 내버리곤 홀로 차를 몰고 가버린다. 카터는 착잡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모여 저녁을 들고, 에드워드는 자신의 펜트하우스에서 쓸쓸함을 느낀다.
카터는 아내와 젊었을 적 감정을 느끼기 위해 아내가 치장하는 것을 기다리다 발작을 일으켜 다시 입원하게 되고, 에드워드는 사내 회의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단테의 신곡을 읽어본 적 있냐 묻는다. 이때 토마스가 카터가 쓰러졌다는 전갈을 가져오고, 에드워드는 카터를 문병가는 중 그의 암이 뇌로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병실에서 에드워드는 카터의 아내로부터 카터의 편지를 전해받고, 깨어난 카터와 안부를 묻는다. 수술하기 전, 카터는 에드워드에게 루왁 커피를 아직도 마시냐며 읽어보라고 종이 하나를 건넨다. 에드워드는 이를 읽고선 뻥이냐고 망연자실해하고, 카터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둘은 한바탕 신나게 웃고, 그들의 리스트에 있었던 눈물 날 때까지 웃기를 이행하게 된다. 카터는 아내에게 나중에 수술끝나고 보자면서 해어지게 되며 버킷 리스트를 에드워드에게 건네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이제 에드워드 홀로 리스트를 행해야 한다 말하고 수술실로 들어간다.
자동차로 돌아온 에드워드는 카터에게 받았던 편지를 읽는다. 카터는 편지에서 지난번 헤어졌을 땐 자신이 잘못했다며 이에 사과하고, 그러나 다시 그 상황이 닥치면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 밝힌다. 그의 아내가 자신이 여행하고 나서 다시 남편으로 돌아왔다고 한 말을 들며 에드워드에게 신세졌음을 고마워하고, 이를 갚을 길이 없지만 대신 인생의 기쁨-딸-을 찾아가라 조언해준다. 그의 조언에 에드워드는 딸을 찾아가 화해하고, 거기서 외손녀를 만나 키스해주며 가장 아름다운 미녀와 키스하기를 이룬다.
하지만 결국 암이 온몸에 전이되는 바람에, 수술은 실패로 끝났으며, 카터는 세상을 그대로 떠나게 된다.
카터의 장례식에서 에드워드는 고별사를 읊으며 석 달전만 해도 서로 모르던 카터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놀라웠던 일이었다고 회고하고, 그가 살았던 마지막 몇 개월간이 에드워드에게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평하며 카터가 자신의 삶을 구원해주었다며 그와 친구가 되었던 것에 자부심을 느낌을 밝히며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전정한 기쁨을 찾아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자신이 저승에 갈 때 카터를 만나 그가 저 세상의 희망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맺는다. 그로부터 카터가 죽은 후 얼마 뒤, 에드워드 역시 세상을 떠난다.
히말라야의 한 봉우리에서, 토마스가 지고 올라온 커피 캔 하나를 봉우리에 있던, 같은 커피 캔 하나가 이미 들어 있는 작은 석관에 봉안한다. 그러고는 카터와 에드워드의 버킷 리스트의 마지막 남은 하나인 장엄한 광경 보기가 완수되고, 토마스는 전부 이루어진 리스트를 두 사람의 안식처에 넣어두고 돌아간다.
* 코로나와 더위로부터 안전한 여름 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