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전설, 카이사르. 본명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영어로는 시저라고 불림. 군대 해산과 로마 복귀라는 원로원의 명령을 어기고 루비콘강 앞에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날리며 로마를 접수하고 원로원을 깨갱~하게 만듦. 전쟁 상황을 보고하라는 원로원의 성화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단 세 마디를 적어 보낸 강심장이자 귀차니즘의 최고봉. 사랑하는 여인에겐 한없이 관대했던 로맨티시스트. 세상에서 ‘대머리’라는 단어를 제일 싫어했던 탈모인. 수많은 것들의 ‘처음’을 만든 선구자이자 개척자. 서구 황제들의 영원한 롤모델, 그를 만나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서구 모든 황제의 시조(始祖)’라 불리는 이유는?
빛나는 카리스마? 핫핫핫! 글쎄요… 저는 생의 단 한순간도 황제로 불린 적이 없어요. 당시 로마는 왕정 체제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황제를 뜻하는 서양의 모든 단어가 제 이름에서 시작됐다는 거죠. 프랑크 왕국의 ‘카룰루스(샤를마뉴)’부터 독일과 러시아의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와 ‘차르’까지. 제 공식 직함은 로마군 최고사령관을 뜻하는 ‘엠파라토르’였어요. 그런데 세상에, 이마저도 훗날 영어로 황제를 뜻하는 ‘엠퍼러’가 됐다죠? 이놈의 인기란~ 사실 카이사르는 카르타고어로 ‘카이사이’, 즉 ‘코끼리’를 뜻해요. 당시 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로마와 카르타고 전쟁에서 큰 활약을 하셨는데 그 모습이 용감한 코끼리 같다며 동료들에게 ‘카이사이’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시간이 흘러 가문명으로 정착된 거죠. 그러니 서양의 모든 황제는 코끼리의 후손이랍니다. 핫핫핫! 안 웃겼나요? 죄송.
아! 꼭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청소년 독자 중에 ‘제왕절개’ 로 태어난 친구 손 번쩍! 오~ 꽤 많군요. 그 제왕절개의 제왕(帝王)이 바로 나 카이사르를 뜻해요. 제가 신비주의로 인기를 좀 관리하기 위해 ‘나는 여성의 다리 아래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후대 사람들이 아~ 역시 카이사르는 특별하게 태어났구나, 하며 그 수술법을 ‘황제절개(cesarean delivery)’라 불렀죠. 훗날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이 황제를 제왕으로 번역하면서 ‘제왕절개’라는 표현이 나온 거죠. 그러니 우리 앞으로는 일본식 표현인 제왕절개로 태어났다고 하지 말고 황제절개로 태어났다고 할까요? 핫핫핫!
신(新) 화폐와 달력, 전쟁용 암호, 악수까지 고안한 비결은?
축복받은 DNA? 핫핫핫! 아마도 저의 애국, 애민 정신이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싶군요. 제가 활약할 당시, 로마는 잦은 전쟁으로 인해 금과 은이 추축이 된 국고가 바닥이 났어요. 경제가 돌아가야 시민들이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죠. 때문에 시민들의 세율을 절반으로 낮추고 로마 전역 신전의 봉납물(국가 등에 세금이나 선물로 바치던 물품)을 공출해 화폐를 주조했어요. 그때 화폐 뒷면에 제 얼굴을 새겼는데 돈에 새겨진 인물은 제가 처음이랍니다. 날마다 보고 만지는 화폐를 선전 매체로 활용한 선구자랄까요? 여러분이 사용하는 화폐에도 유명 인사들이 새겨져 있죠? 다~ 제 덕입니다, 핫핫핫!
카이사르는 본인의 이름을 새긴 주화에 코끼리를 넣었다.
1년을 365일로 정한 것도 저예요. 오랜 시간 사용한 로마의 공식 달력은 오차가 누적돼 봄이 달력상 겨울에 올 지경이었거든요. 이집트의 역법을 참고해 달력을 정비했더니 아오~ 딱 맞고 좋더라고요. 역법(曆法)까지 장악한 위대한 카이사르! 이런 건 또 기념을 좀 해줘야~ 그래서! 제가 태어난 7월에 떡하니 이름을 넣었습니다. 율리우스(July)가 7월이 된 이유예요. 그랬더니 제 양아들 아우구스투스(August)도 자신의 생일이 있는 8월에 냉큼 이름을 갖다 넣더만요~ 귀여운 녀석!
카이사르 암호.
‘카이사르 암호’는 들어보셨죠? 암호의 존재는 고대부터 있어왔어요. 로마가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다 보니 적군에게 들키지 않고 보안을 유지하며 기밀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죠. 방법을 궁리하다 ‘그래, 그거야! 암호를 활용해보자!’라고 생각했죠. 제가 고안한 암호는 ‘위치 변경 방식’이에요. I love you를 Knqxg aqw로 만드는 식이죠. 뭔 소리냐고요? ‘3’ 이라는 힌트를 줄 테니 맞혀보세요. 설마… 원리를 이해 못하고 있는 건 아니죠? I에서 뒤로 3칸 가면 K! 딩동댕~ 오른손을 내밀어 하는 악수도 제가 시초예요. 칼을 들지 않고 빈손을 보여주며 ‘난 당신을 해칠 마음이 없다’고 표현한 거죠. 여기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사실 전 왼손잡이랍니다. 핫핫핫!
세기의 미녀 클레오파트라와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카이사르의 마음을 훔친 뇌섹녀, 클레오파트라.
가슴이~ 가슴이! 제가 반대파에게 무참히 살해당하지만 않았어도 클레오파트라를 오랫동안 지켜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죠. 후대인들은 클레오파트라가 빼어난 미모로 저를 유혹했다고 한다죠? 글쎄요. 사실 그녀는 한눈에 반할 만한 미인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독서광이었던 그녀는 여러 외국어 구사는 물론 정치와 외교 등 모르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박학다식했죠. 대화하는 데 전혀 막힘이 없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인이었어요. 그렇게 해박하면 탈모를 막을 방법도 알았냐고요? 떽! 제가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습니다만, 머리카락에는 왕민감해요. 제 조각상이나 그림을 보면 월계관을 자주 쓰고 있죠? 그게 다 몇 가닥 안 남은 머리카락 때문이에요. 뭐, 사람이 너무 완벽해도 매력이 반감되니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삶은 단단한 내면에서 나온다는 것 잊지 마세요. 저처럼 말이죠.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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