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경남 양산 천성산(千聖山·922.2m)은 한반도 내륙의 산봉 가운데 동해에서 떠오르는 새해 일출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산으로 이름나 있다. 가지산이 일출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내륙의 산이기는 하지만, 앞산에 가려 동해 일출을 볼 수 없는 반면, 천성산은 한반도 육지 해안에서 가장 빨리 새해 일출을 맞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과 직선으로 23.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그 사이 산자락들이 잔잔하게 깔려 동해가 빤히 바라보이기 때문이다. 새해 일출 시각 문의는 대전천문대(042-865-3332). 햇귓맞이 행사 문의는 양산시청 문화체육과(055-380-4841~2).
예로부터 원적산(圓寂山, 元寂山) 또는 산세가 수려하여 소금강(小金剛)이라고도 불려온 명산으로, 위험에 놓인 1천 대중을 밥상을 던져 살려냈다는 원효의 척반구중(擲盤求衆) 설화가 전하는 신라고찰 내연사가 들어앉은 내연사계곡은 암반이 수려하고 소와 담이 연이어지는 가운데 사철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절경의 골짜기로 이름나 있다. 또한 정상 북서릉과 낙동정맥의 주맥을 형성하는 북릉은 국내에서 희귀한 중고산층습원으로 수많은 희귀식물이 서식하는 능선으로 알려져 있고, 북릉~미타암 초입부는 초여름이면 천상화원을 연상케 하는 철쭉밭이다.
천성산은 고속철 터널공사 반대를 위한 지율 스님의 단식과 ‘도농룡의 소(訴)’로 인해 명성이 한층 높아졌으나, 11월29일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 내원사, 미타암 등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해 각하 및 기각결정을 내려짐에 따라 천성산과 정족산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터널 공사가 11월 말부터 재개되었다.
군시설물 철거로 정상에서 해맞이도 가능해져 천성산 산행은 한때 ‘원효산’이라 불리던 주봉과 ‘천성산’이라 불리던 제2봉(811.5m)을 목표로 이루어지는데, 주봉보다 제2봉 산행이 더욱 인기 있다. 천성산은 인구 20만의 산업도시인 양산시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지만, 부산, 울산, 대구가 가까워 이 지역 등산인들이 즐겨 찾고 있고, 등산로도 등줄기와 골짜기를 따라 여러 가닥 나 있다.
일출맞이 명소는 천성산 정상 북면 억새 둔덕이었으나, 2004년 초부터 정상부의 군시설물이 철거되면서 정상에서도 해맞이가 가능해졌다. 새해 첫날 오전 5시부터 운행하는 원효암 셔틀버스(요금 2,000원)를 이용하면 해발 800m대 고지까지 차도로 접근하면 20~30분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새해 첫날 부산 지역 일출시각은 오전 7시32분경이다. 원효암 전화 055-385-4111. 셔틀버스 대신 도보산행길은 흥룡사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상북면 대석리 대석저수지 댐 아래 매표소에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약 1.5km 떨어져 있는 주차장에서 곧장 계곡길을 따르거나, 또는 홍룡사 일주문 부근에서 오른쪽 능선자락으로 접어들어 1시간30분쯤 올라가면 원효암 앞에 올라선다.
원효암에서는 암자를 마주보고 오른쪽 길을 따르다 셔틀버스 주차장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20~30분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으로 향하다 도로가 왼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면 일출맞이 명소로 꼽히는 정상 북사면 억새밭으로 곧장 갈 수 있다. 도보로 정상에 접근할 경우 홍룡사 주차장 기점 계곡길과 능선길을 이으면 좋은 원점회귀산행을 할 수 있다. 억새밭에서 화엄벌과 화엄늪으로 이름난 북서릉을 따르다 첫번째 갈림목에서 왼쪽 트래버스길로 내려서도 홍룡사 일주문 앞으로 내려선다. 산행 시간은 4시간이면 넉넉하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한다면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하산길을 선택할 수 있다. 정상에서 북서릉을 따라 곧장 내려가면 화엄늪을 거쳐 내원사 입구 상가단지로 내려설 수 있다. 도중에 내원사로 빠지는 길도 있지만, 사찰에서 꺼리므로 들어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천성산 제2봉과 집북재를 이으면 성불암계곡이나 산하동계곡을 따라 호젓한 계곡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두 계곡 사이의 천성공룡릉은 아기자기하고 조망이 뛰어난 암릉이지만, 짤막한 벼랑이 간간이 나타나 하산길로는 적합하지 않다. 부산이나 울산쪽으로 하산할 경우에는 제2봉에서 혈수폭포 골짜기를 따르다 법수원과 천성산에서 조망이 가장 뛰어나다는 미타암을 탐방한 다음 웅상읍 주진리로 하산하는 것도 괜찮다. 정상에서 1시간30분이면 닿는 미타암 주차장에서 주진리 7번 국도변의 웅상도서관까지는 미타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준족들이라면 제2봉과 정족산을 거쳐 하북면 답곡리로 내려서는 낙동정맥 구간종주 산행도 시도해볼 만하다. 정족산에서 북서릉을 따르다 능선 갈림목에서 남서쪽 능선을 타고 내원사 들머리인 용연 사거리로 내려서는 코스도 양산 등산인들 사이에서는 인기 높은 코스다. 약 7시간 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