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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26
S#1. 미란의 빌라 침실
My Funny Valentine의 구슬픈 선율이 흐르고… 웨딩 드레스를 입은 미란, 거울 앞에 서 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그 눈빛 처연한…
그렇게 얼마쯤 서 있다가 침대로 다가와 살포시 앉는다.
콘솔 위에 놓인 약병에서 캡슐로 된 알약 한 알을 꺼내, 반을 가른 후, 와인잔 안에 타고… 와인잔을 들더니 가만히 보는데…
그러다 결심이 선 듯 한 얼굴로 천천히 들이키고는, 침대에 반듯이 눕는다.
이어 세훈의 사진을 가슴에 품으며 두 눈을 지긋이 감는데…
P CUT - 미란의 비전
웨딩드레스를 입은 미란과 턱시도 차림의 세훈, 행복에 겹다.
미소가 가득한 세훈, 미란을 안아들고, 그 품에 안긴 미란, 해맑게 웃는데.
S#2. 거리 (오후)
다급히 질주하고 있고 세훈의 자동차, 그 모습 위로…
미란(소리) :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게 죄가 아니 듯,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은 것두 잘못은 아닌 거겠죠!…
S#3. 세훈의 차안
운전석에 앉은 세훈, 창백한 얼굴이고… 핸들을 잡은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자책과, 연민이 뒤엉켜 눈물이 흘러내리는데…
미란(소리) :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아서, 참 많이 억울했구, 견딜 수 없을 만큼 분했지만,
그래도 당신을 사랑했던 일… 나, 후회 안 해요…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로 인해, 시야가 아른아른 거리고…
S#4. 미란의 빌라 침실
침실 문이 다급히 열리고, 사색의 지은, 들어선다.
경악해 흔들리는 시선을 따라 다가가면, 침대 위에, 웨딩드레스 차림의 미란, 가슴에 세훈의 사진을 품은 채, 이미 죽어 있다.
입가에 혈흔이 묻었지만, 고이 잠이 든 듯한데…
침대 옆 콘솔엔, 나뒹구는 약병과 함께, 빈 와인 잔이 보이고…
한편 초죽음의 얼굴로 문 앞에 선 지은,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앉으며, 오열한다.
이때 정신이 나간 듯한 세훈, 눈물이 뒤범벅인 얼굴로 절규하듯 “미란아!” 부르며, 싸늘한 주검이 된 미란을 향해 달려온다.
이미 숨이 끊긴 미란을 끌어안고는, 어서 일어나 보라는 듯 흔들어 대는데… 그 모습, 처절하고.
그저 넋나간 지은, 미란을 부둥켜안고 절규하는 세훈의 모습을 시린 눈으로 멍하니 보는데…
그렇게 미란을 부여잡고 처절히 절규하는 세훈의 모습에서.
S#5. 미란의 영안실
하얀 국화꽃을 집어드는 손… 다가가면 검은 양복 차림의 초췌한 세훈이다.
영정 앞에, 국화꽃을 내려놓는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데…
이때 저 멀리 일각에서 남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미란부(검은 양복차림) 들어서고 있다.
미란부, 거의 반 실성한 듯한 모습인데…
순간 시야에 세훈의 모습이 들어 오자, 눈이 뒤집혀 쏜살 같이 달려가 세훈의 앞에 선다.
미란부 : (눈에 살기가 도는, 냅다 세훈이 따귀를 후려치고, 거칠게 멱살을 잡아 흔들며) 다 니 놈 때문이야!
우리 미란이, 니 놈이 죽인 거야! 내 딸, 내 딸 살려내라 이놈아!!
이 광경에 영안실 주위에 있던 사람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군거리고…
미란부 옆에 선 남자들, 발악하는 미란부를 말려보지만, 그 기세를 제압하기엔 역부족이다.
한편 세훈, 미란부의 횡포에 그저 묵묵히 당해주는. 처절하고 안쓰럽다.
S#6. 영안실 입구
입구 일각에 우두커니 선 지은, 영안실을 바라보고 있는데…
미란의 영정 앞에서 미란부에게 심하게 당하고 있는 세훈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둡게 굳은 얼굴로,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고개를 돌리고 마는…
차마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서지 못하며 그저 영안실 앞을 서성인다.
이때 시야에 영안실 안내판에 쓰인 <故 - 윤미란氏> 란 글자가 부각되어 들어오고…
순간 울컥해져 입을 틀어막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그저 울고 또 우는데…
잠시 후, 초죽음의 얼굴에 셔츠가 뜯기고, 엉망인 몰골의 세훈, 입구를 나선다.
얼마쯤 발걸음을 옮기다, 울고 서 있는 지은을 발견한다.
멈칫 서 맥없는 눈으로 바라 보는… 한편, 시선을 느낀 지은, 고개를 돌리는, 세훈과 시선이 마주친다.
오가는 두 사람의 눈빛 맥없고 공허한.
두 사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얼마간 그렇게 서 있다.
잠시 후, 세훈 천천히 지은을 향해 다가가는…
세훈 : (시선 피하며, 낮고 잠긴 목소리) 뭐 하러 왔어…
지은 : (그저 눈물만 주르르 흘리며, 고개를 푹 숙이는)
그렇게 선 두 사람의 모습에서.
S#7. 영안실 일각 거리 (오후)
넋이 빠진 듯한 지은, 휘적휘적 걷고 있다. 얼마쯤 그렇게 걷다가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앉고 마는…
S#8. 영안실 깊은 밤 전경
S#9. 영안실 안
일각에 지쳐 잠이든 몇몇의 사람들 보이고, 조문객들의 발걸음도 뜸해 한적하다.
저 일각 구석에 기대앉은 세훈, 지치고 멍한 얼굴로 미란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눈빛 공허한…
S#10. 몽타주
세훈의 빌라 침실
문이 열리면, 검은 양복차림의 세훈, 손에 상의를 들고 쓰러질 듯 한 걸음으로 들어 선다.
양복 상의를 바닥에 스르르 놓더니, 침대 위에 그대로 무너지듯 몸을 눕히고, 지긋이 눈을 감는다.
그러나, 떠오르는 상념에 괴로운지 한쪽 팔을 굽혀 두 눈을 가리는… 그 모습 아프고 지치고 힘이 든…
세훈의 빌라 부엌 (다른 날입니다… 의상 달라야 합니다)
열린 냉장고 문 앞에 공허한 얼굴로 서 있는 세훈, 양주병을 꺼내 병째로 들이키는.
세훈의 빌라 (다른 날입니다. 의상 달라야…)
세훈, 침실을 향해 맥없이 다가가는…
미란(소리) : (다정한) 윌…
순간 주춤하는…
미란(소리) : (다정한) 윌… 왜 이렇게 늦었어요!?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환청이 들리자, 맥없이 쓰게 웃고는 침실 문을 여는데…
세훈의 침실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선 세훈의 시야에, 침대 위에 환한 얼굴로 앉아 있는 미란의 모습이 들어 온다.
그 순간 눈동자 멍해지며, 쌩뚱 맞은 얼굴로 “언제 왔어!” 하는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난 미란, “당신은 언제 왔어요!?” 하는데…
한편 세훈, 침대를 향해 다가서고… 그러나 미란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 세훈의 얼굴에 허탈한 미소가 번지고…
세훈의 빌라 욕실 (다른 날입니다. 의상 달라야…)
샤워기에선 물줄기가 거세게 쏟아지고 있고…
두 눈을 감은 세훈, 그대로 옷을 입은 채,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 서 있다.
지은의 집 부엌 (동 시각)
크리스탈 물 잔 위로, 물이 넘치고 있고… 손에 흐르는 차가운 감촉에 그제야 번뜩 정신이 드는지, 물을 따르던 손이, 멈춰진다.
다가가면, 식탁 앞에 멍한 얼굴로 선 지은인데… 멍한 얼굴로, 마시려던 물 잔을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고는 방을 향해 가는…
지은의 방
침대에 등을 기댄 채 웅크리고 앉은 지은, 어둡고 무거운 얼굴로 그저 생각에 잠겨 있다.
어느새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며, 사각의 창으로 한줄기 빛이 스며든다.
햇빛이 싫은지 맥없이 일어나 커텐을 쳐버리는…
세훈의 빌라 침실 (다른 날입니다. 의상 달라야…)
침대 위에, 모로 웅크린 채 잠이 든 세훈, 식은땀을 흘리며, 시름시름 앓고 있다.
P CUT - 강가 (※ 20부 48)
미란 : (슬쩍 밀려나며, 위협적인) 당신 없으면 난, 죽어!
세훈 : (숨이 턱 막히는) !!
미란 : (소리치는) 죽는다구!!
세훈 : (낮고 냉정한) 자기 연민이 많은 사람은 절대 죽지 못해! 아니 이제 니가 죽든 말든 그건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야!
미란 : (눈물 흘리며, 차분한) 알았어요! 그럼, 조용히 죽어 줄게요!
미란의 거실 (※ 15부 2)
미란, 깨진 유리조각 위를 한 발 한 발 걸으며, 다가오는… 발에선 붉은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하고…
유리조각 위를 걸을 때마다 뾰드득 거리는 소리가 기괴하게 들리는…
이에 세훈, 경악해 굳어 서 있다.
미란 : (무표정한 얼굴로, 여전히 유리조각 위를 걸으며) 이따위 고통은 아무것두 아냐!… 이깟 아픔쯤은 아무것두 아냐!!…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 줄 알아? 갈기갈기 찢겨버린, 내 마음을 보란 말이야! 다 찢겨버린 날, 똑똑히 쳐다보란 말이야!
저 일각에 선 미란, 유리 조각으로 양 팔목을 모두 그었는지, 양 손목에서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려, 바닥을 적시고 있다.
그러나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소리 없이 눈물만 주르르 흘리며, 얼어붙은 듯 서 있는데…
미란 :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대듯) 가지마… 가지마…
옅고 낮은 비명소리와 함께, 흠칫 놀라며 눈을 뜨는… 온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하고, 눈가도 눈물로 젖어있다.
축축히 젖은 베갯잇을 보며, 공허한 쓴웃음을 흘리는…
이때, 침대 옆 콘솔 위의 알람시계가 요란하게 울린다.
시계를 보면 바늘이 7시를 가리키고 있자, 알람을 끄고는,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힘겹게 일어나는…
S#11. 어느 일식당 전경 (낮)
S#12. 일식당 룸 안
지은과 호진, 마주 앉아 있는…
호진 : (걱정스런 눈으로) 많이 말랐다!
지은 : (맥없이 웃는)
호진 : (안쓰러움이 가득해) 지은아, 그동안의 일들을, 하루아침에 털어 버린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긴 줄 알지만,
그래두 마음 추스르고 니 생활을, 찾아야지…
지은 : (쓴 한숨 토해내며) 그래야죠… 찾아야죠! (애써 밝은 분위기로) 나, 취직했어요!
호진 : (반가운 얼굴인) 축하한다!
지은 : (옅은 미소) 규모는 작지만, 비전두 있구, 같이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 할 거예요…정식 출근은 다음주부터구요!
호진 : (미소지으며) 잘 됐다! 정말 잘 됐다!
지은 : (어렵고 조심스러운) 저, 어때요? 그 사람은!…
호진 : (겸연쩍은 듯) 뭐, 그럭저럭!… 세훈이두 니 걱정 많이 해!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키고는) 솔직하게 물어봐두 되니?
지은 : (보는데)
호진 : (시선 맞추며) 어떡할 꺼야, 세훈이랑?
지은 : (맥없이 웃으며) 뭘, 어떻게 해요!? (외면하며)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진심이 묻어 나오는) 근데, 이거 하난 알아요.
더 이상 그 사람을 힘들게 해선 안 된다는 거!
호진 : (가만히 보는)
지은 : (애써 웃으며, 화제 돌리는) 오빤, 왜 결혼 안 해요?
호진 : (순간 찔끔하는)
지은 : (그 표정을 보고는) 만나는 사람, 있구나!…
이때 룸 문이 열리고, 영은 들어선다.
호진의 얼굴에 슬며시 환해지고…
지은 : (놀라는) 여긴 웬일이야!?
영은 : (어디에 앉을까, 망설이다 호진 옆에 앉으며) 아저씨, 언니한테 아직 얘기 안 했어!?
지은 : (의문의 눈으로 보는)
호진 : (눈치 살피며) 저… 지은아! 저기 말이야…
S#13. 세훈의 새 회사 오후 전경
S#14. 세훈의 사무실
깔끔하고 소박한 사무실 풍경… 세훈과 직원들(※ 3~4명), 회의 테이블 앞에 둘러 앉아있다.
직원들, 심각한 얼굴로 회의 중인데…
한편 핼쑥한 얼굴의 세훈, 팔꿈치를 책상 위에 올리고, 양손을 깍지 낀 채, 직원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눈빛은 딴 생각에 빠진 듯 공허하고…
직원남1 : (심각한) 현재 자금력으로는 기술개발비 집행하기에도 빠듯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제품을 완성시켜서
양산화에 들어가야지, 이대로는 유동성 위기가 올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탭니다.
직원여1 : (설득하는) 하지만, 마케팅비용도 시급해요! 소비자들에게는 서린에 대한 부정적인 기업이미지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어요. 우리 제이리버 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서둘러 인지시켜야 합니다. (세훈을 보는데)
그러나 세훈,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멍한 얼굴로 생각에 빠져 있고…
직원들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는…
세훈 : (그제야 시선을 느껴, 맥없이 웃는) 미안합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습니까!?
직원들 : (의아해 보는)
S#15. 몽타주
세훈의 사무실 앞거리 (늦은 저녁)
퇴근하는 사람들의 풍경들… 그 속에 맥없이 입구를 나서는 세훈의 모습도 보인다.
일각의 정차한 자동차를 향해 다가가 운전석 문을 열고 오르는…
세훈의 차안
운전석에 앉은 세훈,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는 듯한 얼굴인데… 잠시 그렇게 앉아 있다가 시동을 거는…
한강 둔치 선착장 앞 (늦은 저녁)
일각 벤치에 덩그러니 앉은 지은, 손에 캔 커피가 들려 있다.
저 강물 위로 유람선 한 척이 유유히 지나가자, 순간 반가운 듯 옅은 미소가 번지고…
잠시 회한의 눈으로 유람선을 바라보는…
한강 둔치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길목
세훈의 자동차, 유람선 선착장을 향해 들어서고 있는데…
한강 둔치 선착장 앞
어느새 지은의 시야에 유람선은 사라지고… 그저 흘러가는 시커먼 강물만이 들어온다.
잠시 후, 결심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플립을 여는… 저장함에서 장세훈이란 이름을 찾는다.
이내 액정에 <장세훈 이란 이름과 선택하신 목록을 지우시겠습니까?> 라는 문구가 뜨자,
시린 눈으로 보다가 단호하게 지워 버린다. 플립을 닫으며, 일어나는…
시간경과
어느새 지은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저 일각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세훈의 자동차만이 보인다.
한편 세훈, 강물 앞엔 등을 지고 우두커니 서 있는데… 다가가면 회한이 깃든 얼굴로 핸드폰을 들고 있다.
플립을 열어 단축 버튼을 누르는… 액정에 지은이라 뜬다.
그러다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END> 버튼을 누르는… 씁쓸한 옅은 미소를 흘리고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는다.
그저 우두커니 선 모습에서.
S#16. 공원 묘지 입구 (다음 날 - 낮)
노란 장미꽃을 한 다발 든 지은, 공원묘지 입구를 들어서고 있다.
S#17. 미란의 무덤 앞 (낮)
무덤가 앞에 놓여지는 노란 장미 한 다발…
지은, 그 앞에 서 있고…
지은 : (가슴이 무너지지만, 처연한 - 내레이션) 미란아, 니가 좋아하는 노란 장미야!…
(차마 말을 못 잇겠는지 쓴 한숨만 토해내다가) …그동안 니가 너무 미워서, 잊어버리고 있었어…너랑 나랑 친구라는거!
(원망이 치솟는, 낮은) 왜 그랬니? 꼭 그렇게 가야 했었니!? … 편지 한 장 달랑 쥐어주고, 너 혼자 다 정하고 가면,
그만이니!?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며) 어떻게 그렇게 매몰찰 수가 있어!? 어쩜 그렇게 바보 같을 수가 있니!
미워하지 말라구? 아니, 난 너, 많이 미워할 거야… (스르르 주저앉아 흐느끼는데) 미란아… 왜 그랬어!…
바보 같이 왜 그랬어!… 그 남잘 그렇게 옆에 두고 싶었니!
한편, 미란의 무덤가를 향해 다가오던 세훈, 우뚝 멈춰 선다.
세훈의 손에도 노란 장미 한 다발이 들려 있고… (지은의 것과 포장이 달라야 합니다) 잠시 보다가 다가가는…
세훈 : (어느새 다가와 울고 있는 지은, 앞에 우뚝 서는) 언제 왔어!?
지은 : (맥없는 눈으로 보는… 눈물을 훔치며, 일어나는) 조금 전에요… 나 먼저 갈께요.
세훈 : (잠시 주춤거리다) 좀 기다려 줄래!?
지은 ; (보는)
세훈 : (시선 맞추며) 먼저 내려가 있어!…
지은 : (잠시 보다가 맥없이 돌아서 휘적휘적 걸어가는)
시간경과
세훈, 무덤 앞에 서 있고…
세훈 : (낮은, 툭 던지듯) 자꾸 보인다, 니가!!… 자꾸만 내 눈앞에 니가 아른거려!
넌 날 정말 사랑한 거였을까!? 아니면 그냥 갖고 싶은 거였을까!?
(쓴 한숨 토해내며) 그래… 어떤 이유든, 내가 너와 헤어진건, 내 마음이 식었다는 얘기겠지!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렇게 가게 해서!… 미란아! 난 이제 어떡해야 되는 거니…
S#18. 공원 묘지 주차장
정차한 세훈의 자동차, 앞에 지은 서 있다.
세훈, 성큼 성큼 다가와 서는…
지은 : (복잡한 눈으로 보는)
세훈 : (운전석 문 열고는) 타…
지은 : (잠시 망설이는데)
세훈 : (시선 맞추며) 밥 먹었니?
지은 : (보는)
세훈 : 술이나 한 잔 할래!?
지은 : (옅게 웃으며) 아니!… (한 호흡 쉬고) 밥 먹자!!
S#19. 고급 한정식 집 전경
S#20. 한정식 집 룸
테이블 위에는 정갈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세훈과 지은, 마주 앉아 있다.
지은의 시야에, 세훈 앞에 놓인 수저 받침대와 그 위에 놓인 수저와 저분이 들어오는데…
오른 쪽에 놓여 있자, 살며시 손을 뻗어 수저 받침대, 수저와 저분을 왼쪽으로 바꾸어 놓아준다.
세훈, 그 모습을 가만히 보는데…
지은 : (시선 맞추며) 당신이랑 마주 앉아서, 밥 먹고 싶었어! (회한에 젖으며) 이게 젤 하고 싶었어!
세훈 : (회한에 젖어 보는)
지은 : (쓴웃음 지으며, 슬며시 시선 피하는) 저번엔, 우리 아빠 문제 때문에 경황이 없어서,
그땐 밥을 먹었는지 말았는지두 잘 몰랐었잖아!
세훈 : (씁쓰레 웃고는, 왼손으로 수저를 들며) 먹자!
지은 : (수저를 들며) 그래요… (옥돔구이가 담긴 접시를 세훈을 향해 밀어주며) 먹어봐요! 당신, 좋아하잖아!
세훈 : (툭 던지듯 내뱉는) 꼭 내 마누라 같다!
지은 : (툭 던지듯) 옛날에 나 당신 마누라였었어!
세훈 : (옅고 시리게 웃으며) 그래… 옛날에… 옛날에 그랬던 거 같다!
지은 : (가만히 보다가, 시선 돌리며) 당신두 나한테 할 말 많죠!? 나두 그래요!… 우리 밥부터 먹구, 근사한 데루 가요!…
세훈 : (가만히 보며) 그러자! 근사한 데루 가자!!
세훈과 지은, 말없이 밥만 먹는데… 그 모습, 슬프다.
S#21. 거리 (오후)
달리고 있는 세훈의 자동차…
S#22. 세훈의 자동차 안
핸들을 잡은 세훈, 프론트 글라스 너머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고…
조수석에 앉은 지은, 차창 너머에 시선이 향해 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는데…
핸들을 잡은 세훈, 슬며시 지은을 본다.
시선을 느낀 지은, 보는…
지은 : (무표정한 얼굴로) 왜요?
세훈 : (시선 돌리며) 뭘 그렇게 생각하나 싶어서! (툭 던지듯) 나한테 할말, 연습하고 있니!?
지은 : (픽 웃으며, 밝지만 의미심장한) 아니… 내가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 이미 당신두 다 알텐데 뭐!
근데, 우리 어디루 가는 거예요!?
세훈 : (쓴 한숨 토해내며) … 어디루 갈까!? 어디가 젤 근사한 델까!?
지은 : (슬며시 보며) 당신이 가고 싶은 데루 가요!
세훈 : (보며) 그래, 그러자… (라디오 데크로 손을 뻗는) 음악 좀 틀까!?
지은 : 그래요… (시선 돌리는데)
세훈, 라디오 버튼을 누르자 이내 카오디오에서 잔잔한 팝 선율의 후반부 부분이 흘러나온다.
잠시 후, 스피커에서 흐르던 음악이 <And I Love You So>로 교체가 되어 흐르기 시작하는데…
그 순간 세훈과 지은, 무심결에 마주 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얼굴에 허탈한 미소가 흐르는…
세훈 : (툭 던지듯) And I Love You So!! 이토록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은 : (보는)
세훈 : (툭 던지듯) 이토록 사랑한다! (시선 맞추며) 어떻게 사랑하는 게, 이토록 사랑한다는 걸까!…
근데 이토록, 이란 말, 참 가슴 아프다!
지은 : (맥없이 툭 내뱉는) 사랑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더군다나 이토록 사랑한다면, 그 가슴이 얼마나 무너지겠어요!
… 당신은 사랑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세훈 : (보는)
지은 : (차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건조한) 아닌 거 같애…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게, 가능한 건 아닌 거 같애…
세훈 : (무표정한 얼굴로, 건조한) 사랑한다고 해서, 모두가 인연이 되는 건 아닐 수도 있지!!
오디오에 흐르던 선율이 최절정을 치닫고…
서로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의 눈가가 슬며시 붉어진다. 그 모습에서.
S#23. 한강 둔치 (늦은 오후)
강변 앞에 세훈과 지은, 나란히 서 있다. 두 사람, 아무 말 없이 흘러가는 강물만 바라보고 있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지은의 머리카락이 살포시 흩날린다.
그렇게 잠시 얼마의 침묵이 흐르고…
지은 : (무표정한 얼굴로) 나 어제, 바로 이 자리에서… 내 핸드폰 안에 있던 당신 이름 지웠어!
세훈 : (시린 눈으로 보다가 툭 던지듯) 사실 나두 어제, 이 자리에서 너한테 전화하려다 말았다!…
지은 : (쓴웃음을 흘리는)
세훈 : (무겁게 입을 여는) 지은아!…
지은 : (복잡한 눈으로 보는)
세훈 : (툭 던지듯) 우리의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이 강변에 나, 참 많이 왔었어… 너와 헤어지고 나서, 억울해서, 분해서,
화가 치밀어서, 여기 참 많이 왔었다!… (쓴웃음 흘리며) 널 다시 만나구,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기두 했었구!
지은 : (시린 눈으로 보는)
세훈 : (시선 맞추며) 왜, 내 회사이름을 제이리버로 정했는 줄 아니? 이 강가 앞에서, 널 다시 찾고 싶었다!!
지은 ; (울컥하지만, 외면하는데)
세훈 ; (마음이 무너지는) … 하지만 우린, 시간을 또 놓친 것 같다!
지은 ; (울컥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이런 말 알아요? 간절하면, 너무 간절하면, 인연이 비껴간대요!…
세훈 : (회한이 밀려오며, 깊고 시린 눈으로) 인연이 비껴간 게 아니구, 우리가 비껴 선 게 아닐까!?
지은 : (눈물이 그렁그렁해 보는데)
세훈 : (눈가가 붉어지며) 우리, 그렇게 헤어지구, 십 년이란 시간 동안, 각자 살 때, 그리워했지만, 서로 찾지 않았어!…
그 이유가 어떤 것이든, 무엇이든, 마음이 같았었다면, 우린 서로를 찾아야 했었어!
지은 : (가슴이 무너지는데)
세훈 : (목소리 마저 떨리는) 그런데…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들을 늘어놓구, 부정하구… 아닌 척 하구…
다른 사람 만나서, 서로의 자릴 억지로 채우려하구… 결국엔 지워버리려구 까지 했었어!… 나두, 너두!…
지은 :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 그랬던 그 댓가 우리, 지금 또 치르고 있는 건가 봐…
(공허한) 그래서 당신두 나두 망신창이가 된 건 가봐…
세훈 : (마음이 무너지고) 우린 아직도 불행할 필요가 있나 부다!
지은 : (회한이 밀려오는데)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때루 되돌릴 수 있다면,
늙어가는 당신, 모습 보면서… 당신, 흰 머리카락 뽑아주면서, 함께 늙어가고 싶지만…
사랑을 핑계로 모든 것을 허락하고 싶지만, 당신두, 나두… 우린, 너무 지쳤어…
세훈 : (결국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는)
지은 : (눈물이 뒤범벅인 얼굴로) 만약에… 만약에 다음 생에,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다면,
그땐 두 번 다시, 놓아버리지 않을 게… 아니 당신 꼭 다시 찾을게… 내 마음에 정직할 게… 그 어떤 상황이, 내 앞에
놓인다 해두, 당신부터 찾아내서, 당신 옆에 꼭 있을게…
세훈 : (무너지는 심경인데) 그래… 그러자!! 그땐 꼭 그러자!! (목소리 떨리며) 무슨 일이 있어두,
니가 날 싫다구 버리는 한이 있어두, 예전처럼 맥없이 보내지 않을 거야… 너부터 다시 찾아내서, 니가 싫다구해두,
억지로라두 잡아끌고 와서 내 옆에 놔둘 거야…
마주선 두 사람, 그렇게 선 채 울고 또 우는.
시간경과
착잡한 얼굴의 세훈, 한강 둔치 일각을 홀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세훈 : (공허한 내레이션) 난… 알고 있어!… 널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해야 한다는 걸! …
너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어 버렸다! 어쩌면… 어쩌면,
난, 널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이별을 예감했는지도 몰라! 그래서 너한테 더 열중했는지두 몰라!… 누군가가 그러더라…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그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러다 한번쯤 마주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하늘의 별을 세는 것만큼 어려운 거래…그래…어쩌면 너두 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느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랑이 결코 마주 칠 수 없다는 걸 -
걷고 또 걷는 세훈의 모습에서.
S#24. 화이트 화면 위에 / 자막 : 그로부터 - 3년 후
그 자막을 확~ 덮어버리는 현수막.
현수막 위로 다가가면 <JRIVER ZONE OPEN> 이라고 쓰여 있다
S#25. 몽타주
전시관 앞
정차한 세단에서 내려서는 발… 다가가면 세훈이다.
차에서 내린 세훈, 우뚝 멈춰서 전시관에 걸린 오픈식 현수막을 감회 깊은 눈으로 쳐다보는데…
한편, 전시관 입구에는 축하 화환들과 풍선 장식이 화사하고… 입구에는 테이프가 길게 드리워져있다.
세훈, 입구를 향해 성큼 성큼 들어서는, 그 모습에서 성공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 뒤로, 서너 명의 남자들이 따르고…
시간경과
테이프가 쳐져있는 전시관 입구에 세훈과 호진, 직원들, 귀빈들이 서있고…
도우미들이 면장갑과 가위가 담긴 수반을 들고 다가오면… 사람들 장갑을 끼고, 오픈 행사, 테이프 커팅식을 한다.
잠시 후, 세훈, 사람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으며, 환하게 웃는데…
그 모습 위에 축하 팡파레가 울려 퍼지고, 그와 동시 오색 풍선들이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전시관 내부
세훈, 전시관을 둘러보며 귀빈들에게 전시관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세훈의 시선을 따라서 전시관 내부 풍경이 보이고… AS를 맡기며 상담 받는 사람들, 음악을 다운받고 있는 사람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등, 자유롭고 생기발랄한 분위긴데…
이때 세훈의 핸드폰이 울리고, 플립을 여는데…
S#26. 인천 국제 공항
입국 게이트 문이 열리면, 밝은 표정의 정민(※수염도 깍고 스타일이 달라진), 짐가방이 한 가득 쌓인 포터를 밀고 나온다.
그 모습이, 마치 귀국을 했나… 싶고…
잠시 후, 사람들 틈에 섞여 게이트를 빠져 나온 정민, 출입구 일각에서 포터를 멈춰 세운다.
한편, 정민의 옆에는 노부부가 서있고… 포터에서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내린 정민, 노부부에게 건네준다.
노부부, 환하게 미소지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출입구를 나서고…
이어, 또 다른 가방을 내린 정민, 마중 나온 남편을 만나 반가워하는 임산부에게, 전해주는데…
임산부의 남편과 임신부,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다정히 걸어간다.
그 모습을 쳐다보는 눈길에 부러움이 가득하고…
이때 정민의 옆으로 다가온 꼬마(※ 5살 정도의 예쁜 여자아이), 어서 가방을 달라는 듯, 정민의 바지를 툭툭 잡아챈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며, 가방을 번쩍 들어서 꼬마 옆에 놔주고…
한편 아이 엄마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는데…
꼬마는 엄마의 손을 잡고 따라가지만, 시선은 정민을 향해 있다.
그러자 꼬마를 향해 손 흔들어주는 모습이 정겹다.
결국, 포터에는 작은 손가방 하나만 달랑 남아 있고… 그제야 자신의 가방을 들고 출입구를 나서는 모습에서…
S#27. 택시 안
정민, 뒷좌석에 앉아있는…
정민 ; 하얏트루 가주세요! (시선이 창 밖을 향하고… 이내 차창을 내리고는 들이치는 바람을 맞는데)
S#28. H 호텔 주차장
소형차 한 대, 들어와 멈춰서고…
운전석 문이 열리면 깔끔한 정장차림의 지은(※반드시 정장차림이어야 합니다) 내려서는데, 핸드폰으로 통화중이다.
지은 : (활기찬) 네! 윤기자님! 그럼요. 저는 리허설 때문에 일찍 왔어요!
화보촬영에 편하시도록 컨셉별로 준비해 둘 테니까, 빨리 오세요.
통화하며 차안에서 묵직한 서류가방을 꺼내들고…
핸드폰으로 계속 통화하며, 다른 한 손으로 자동차 문을 닫은 후, 빠른 걸음으로 호텔을 향해 걸어가는…
그 모습에서 열정이 묻어난다.
S#29. H 호텔 그랜드 볼륨 로비
로비를 들어서던 지은, 우뚝 멈춰 서는… 시선을 따라가면 저 일각에 걸린 불새 그림(※1부)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련한 눈으로 보며, 빠져들 듯 그림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데…
이때 일각에서 지은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외국인남(소리) : (반가운) 미즈 리!
지은, 돌아보면 외국인 바이어(※30대 초 중반의 근사한 남자 외국인) 다가오고 있다.
이내 환하게 웃으며 외국인에게 다가가,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지은과 외국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룸을 향해 다가가는데…
S#30. 거리 (오후)
달리고 있는 세훈의 자동차.
S#31. 세훈의 차 안
세훈, 운전석에 앉아있고… 조수석에 앉은 호진, 연신 중얼거리는…
한편 프론트 글라스 너머, 저 멀리로 H 호텔 전경이 들어온다.
호진 : (기분 좋은) 야! 오늘은 장세훈 인생 최대의 날 같다! 전시관 오픈 해! 유럽진출 하는 계약서에 도장찍어!
그냥 넘어가면 안되겠다! 한턱 쏴라!
세훈 : 오늘은 미팅 끝나구, 약속 있어! 다음 주에 한 잔 하자!!
호진 : 뭘 다음주까지 미뤄? 주말두 있잖아!
세훈 : 주말에 휴가 갈려구!
호진 : (보며) 그래? 어디루 갈건대!?
세훈 : (그저 웃는데)
이때 호진의 핸드폰이 울리고… 호진, 서둘러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다가가면 ‘여우같은 우리 마누라’라고 떠있다.
호진 : (환하게 웃으며 플립을 여는) 자기야~ (화들짝) 술은 무슨 술?…
오늘 계약 끝나자마자, 당근 집으로 날아 갈려구 그랬지!…
세훈 : (행복한 호진의 모습을 보며 부러운 듯 픽 웃는데)
S#32. H 호텔 일각 거리
정민이 타고 있는 택시는, H호텔을 향해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S#33. H 호텔 그랜드 볼륨
“BY Black Label Launching Show" 플랭카드가 보이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무대 위를 활보한다.
관객석 일각에 서있는 지은, 무대를 바라보며 틈틈이 관객석 반응도 살피고…
한편 외국인 바이어와 기자 등 외부인사들이 연신 지은의 옆에 다가와 뭔가를 질문하면, 세심하게 답해주는 등 분주한데…
그 모습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시간경과
런칭쇼가 성황리에 끝나고… 사람들, 만족스런 얼굴로 하나둘씩 자리를 빠져나간다.
외국인 : (다가와, 매너 있는) 뉴욕에 꼭 한 번 오십쇼!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요!
지은 : (빙긋 웃으며, 영어로) 음… 제가 제주도에 초대할게요! (화제를 돌리는) 참, 얼마나 머무실 거에요?
시간 되시면, 이번 주에 있을 제주도 트렁크쇼에도 참석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물론 제주도 구경은 제가 직접 모실께요!
외국인 : (거절한다는 걸 알기에 옅게 웃는)
S#34. H 호텔 테라스
세훈과 외국인 바이어, 마주 보고 앉아있고… 호진은 중앙에 앉아있다.
테이블 위에는 무선인터넷 노트북이 놓여있고… 다가가면 모니터에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가 떠있다.
세훈, 외국인에게 모니터를 보며 설명해주는…
세훈 : (영어로) 저희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한국과 미국에서 초기 마케팅에 주력했구,
그 방법이 주효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이리버의 유럽 진출은 당신 손에 맡기겠습니다.
외국인 : (웃으며) 믿고 맡겨줘서 고맙습니다. 제이리버 제품은 세계 최고라고 인정합니다.
유럽내의 온라인 쇼핑몰은 제가 다 책임 질 자신이 있습니다.
호진 : (웃으며 두 사람 향해, 영어로) 그럼 계약서에 사인합시다!
세훈과 외국인, 만족스런 얼굴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악수하는…
S#35. 테라스 앞
세훈과 호진, 나오는… 호진, 시계를 연거푸 쳐다보며 발걸음을 서두는데…
호진 : (신이 난) 계약도 잘 끝났구, 집에 빨리 날아가야겠다!!
세훈 : (픽 웃으며) 형은 공처가야? 애처가야?
호진 : 나? 나야 경처가지!! 아내를 존경하는 경처가!! 나 먼저 간다! (출입구를 향해 가는)
세훈 : (픽 웃는데)
S#36. H 호텔 그랜드 볼륨 로비
바를 향해 걸어가던 세훈, 문득 시선이 고정되며 멈칫 걸음을 멈추는…
그 시선 따라가면, 로비 일각에 불새 그림(※1부)이 걸려있다.
순간 눈빛, 흔들리며 그리움이 밀려와 깊어지는데…
시선을 고정시킨 채,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그림 앞에 우뚝 멈춰 선다.
S#37. H 호텔 그랜드 볼륨 입구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지은, 로비를 향해 걸어가는데…
시야에 불새 그림 앞에 우뚝 서 있는 세훈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그 순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서, 아득한 눈길로 세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마치 옛 환영을 보듯, 눈 앞에 보이는 그 모습이, 13년 전 똑같은 자리에 서 있었던 세훈과 겹쳐져 보인다.
P CUT - 호텔 로비 (※1부 35)
세훈, 로비 일각에 걸린 그림(※불새)을 보고 서 있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지은, 세훈 옆에 다가서는…
지은 : 불새? 불새하구 사랑하구 무슨 상관이지! (철없는) 혹시 본적 있어요, 불새?
세훈 : (픽 웃는, 친절한) 불새는 아라비아 사막에 산다는 상상속의 새에요.
지은 : (더 말해달라는 듯, 보는)
세훈 : (그림 보며) 600년을 살고 나서, 사막 한 가운데에 향목을 쌓고, 태양광선으로 불을 붙인대요!
그리고는 날개를 파닥여 불을 지핀 후, 스스로 그 불 속에 몸을 던져 죽는대요!
S#38. H 호텔 그랜드 볼륨 로비
그림 앞에 못 박힌 듯 우뚝 서있는 세훈, 그저 아련한 시선으로 그림을 보고 있는데… 그 모습 위로…
지은(소리) ; (두 눈이 동그래 흥미롭게 듣다가 진지한) 너무 슬프다…
세훈(소리) : (픽 웃는, 오버랩의 느낌) … 하지만 그 재에서 다시 어린 불새로 태어난다니까, 너무 슬퍼 할 필욘 없어요!
P CUT - 호텔 로비 (※1부 35)
세훈 ; 불새가 스스로를 태워 죽고, 그 재에서 다시 어린 불새를 소생시키는 거처럼, 사랑도 희생을 치러야 한다,
뭐 이런 뜻 아닐까요! (말해놓고 보니 겸연쩍어 옅게 웃는)
지은 : (공감하지만, 일부러 떼쓰듯) 싫어요! 난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생각할래요!
세훈 : (픽 웃는) 그래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듯이 감상하는 사람마다 그 해석도 달라질 수 있는 거죠.
(보며) 그러니까 지은씨 해석도 틀리진 않아요.
그림 속에 빠져들 듯 아득하게 보고 있던 세훈, 만감이 교차하며 애잔하고도 희미한 미소가 얼굴에 번지는데…
지은(소리) : (밝은 목소리) 혹시 본 적 있어요, 불새?
세훈 : (흠칫 놀라 돌아보면)
저 일각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지은, 다가오고 있다.
지은 : (어느새 다가와, 나란히 서는, 애써 벅찬 감정을 누르며 그림에 시선을 두는) 옛날에 누가 알려줬어요.
불새는 아라비아 사막에 산다는 상상속의 새라고…
세훈 :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하고, 옅게 웃으며) 간간이 소식 들었어…
브랜드 매니저로 자리두 잡구, 여기저기서 스카웃 제의도 많이 받는다구!
지은 : (애써 태연한 척 웃어 보이는) 당신네 회사 제품 좋드라… 처음 나왔을 때 나두 하나 샀었어…
두 사람, 옅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는데…
S#39. H 호텔 프론트 (동 시각)
프론트 데스크 앞에 선 정민, 레이지카드를 작성하고 있다. 작성을 마치고 카드를 건넨 후, 키를 받아서 돌아서는…
이어 룸에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간다.
이때 지은과 세훈이 서 있는 그랜드 볼륨 앞을 스쳐 지나가는데.
S#40. H 호텔 그랜드 볼륨 로비
세훈과 지은, 그림 앞에 나란히 서 있는… 잠시 짧은 침묵이 흐르고…
세훈 : (옅은 미소가 흐르며)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지은 : (옅은 미소) 이렇게 보게 될 줄도 몰랐죠! (그림으로 시선을 돌리며, 아득하게 바라보는) 난, 아직두 모르겠어요…
여기, 그림에서 나타내고 싶었던 사랑은… 희생이었을까? 열정이었을까? (시선 그대로 둔 채, 두근거리는 심정인데)
참, 이 그림 카피본 아직 갖고 있어요?
세훈 ; (아련하게 바라보며) 응…
지은 : (보는데)
세훈 : (눈빛은 아련하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지으며) 제주도 별장에 걸려 있어…
지은 : (별장이란 소리에 순간 눈빛 흔들리지만, 이내 차분한) 그 별장… 여전히 예쁘죠?
세훈 : (끄덕이는) 응… 근데, 많이 낡았어… 손 볼 데가 많아…
지은 : (그림으로 시선 돌리며, 애써 덤덤하게) 그렇겠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지두 꽤 오래 됐으니까…
세훈 : (그림으로 시선 돌리며, 회한에 잠기는) 마지막…? 언제가 마지막인 걸까?…
첫 번째 이별두, 또 삼 년 전 그 날두, 마지막이라 생각했었어… (툭 던지듯) 하지만, 매번 당신을 다시 만나고 나서야,
그때가 마지막이 아니었단 걸 깨닫게 되네!
지은 : (그림에 시선을 둔 채) 그럼… 우린 언제가 진짜 마지막인 걸까?… (툭 던지듯) 지금인가!?
세훈 : (목소리 잠겨오는) 어쩜 그 옛날에 이미 끝난 사이였는지두 모르지! 그래서 우린, 다시 만났을 때,
시작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아련한 눈으로 시선 맞추는) 아니면… (떨리는 심정에 말 잇지 못하는)
지은 : (시선 맞추며 애틋하게 바라보는데) …
이때 남자1, 그랜드 볼륨 입구에서 “이지은씨!” 하고 다급하게 부르며 손짓하는…
이에 지은, 돌아보며 금방 간다는 듯 고개짓을 하는데…
세훈 : (입가에서 맴도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는)
지은 : (아련하게 보지만, 애써 아쉬움을 감추며) 나, 갈게요…
세훈,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지은, 세훈을 향해 옅게 미소를 짓고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뒤돌아 서는데… 어느새 눈가가 슬며시 붉어져 있다.
그러나 이내 꼿꼿한 자세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한편, 멀어지는 지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세훈의 시선에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묻어 나오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는…
S#41. H 호텔 룸
정민, 가방을 열어 짐을 푸는 중인…
비행기 안에서 읽은 듯한, 책을 한 권 꺼내 콘솔 위에 툭 내려놓는다.
옷가지를 꺼내 옷장에 거는 등…
잠시 후,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수화기를 드는…
정민 : (반가운) 서정민 입니다. 네… 방금 도착했어요! 그래요? 그럼 지금 내려갈게요! (전화를 끊고, 방을 나서는)
S#42. H 호텔 로비
CUT - 그랜드 볼륨 로비
품에 서류를 안고 있는 지은, 외국인 바이어와 대화를 나누며 로비를 향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내려선 정민, 로비를 향해 걸어간다.
이때 정민의 뒤에서 “지은아! 우리 뭐 먹을까?”하는 다정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돌처럼 굳어서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긴장한 모습 그대로 천천히 돌아보면,
다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선 투숙객 커플이 대화를 나누며 지나간다.
순간, 그렇게 긴장했던 자신이 우스운지 허탈하게 쓴웃음을 짓는데… 이내 차분한 얼굴로 로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잠시 후, 로비를 걷는 정민, 놀란 눈으로 우뚝 멈춰 서는데…
그 시선을 따라가면 외국인 바이어와 담소를 나누며 걷는 지은의 모습이 보인다.
능숙한 캐리어우먼으로 변한 지은의 모습에 정민, 내심 뿌듯한 얼굴이고… 그대로 멈춰선 채 보고 있는데…
한편 외국인 바이어, 지은과 악수를 하고 일각으로 사라진다.
잠시 후 지은, 핸드폰을 꺼내려는데 이때 품에 안고 있던 서류 중에서 <브로셔>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마는…
지은, 주우려고 하는데, 이미 브로셔를 집어든 손, 정민이다.
정민 : (차분한 얼굴로, 브로셔 건네는)
지은 : (놀라 보는데)
정민 : (눈동자 흔들리지만, 애써 담담한) 잘 지내요?
지은 : (애써 담담한) 좋아 보이네요!
정민 : (가만히 보며 주춤하다가 용기를 내듯) … 고마웠어요!!
지은 : (무슨 말인가 하는데)
정민 : (회한에 젖어 툭 내뱉는) 떠나던 날, 봤어요! 공항에 온 거!
지은 : (옅게 웃는)
정민 : (시선 돌리며) 그래줘서, 그렇게 해줘서, 씩씩하게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지은 : (착잡한 얼굴이고)
정민 : (가만히 보며) 그럼 가요!!
지은 : (시선 맞추며) 그래요. 갈게요! (돌아서 가는데 - 내레이션) 내 자신만 빼고 다 용서했어요!
정민 : (그대로 선 채 지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는 - 내레이션) 날 보구 모른척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웃어줘서!
어느새 지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러나 정민, 그대로 우뚝 선 채 지은이가 사라진 출입구를 한참 동안 그대로 보고 있는데…
이때 우뚝 선 정민의 어깨를 툭 치는 손, 돌아보면 환한 얼굴의 세훈이다.
두 사람,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악수하고…
정민 : (환하게 웃으며) 벤처 컨퍼런스 있어서 나왔는데,
아무리 바빠도 장사장님은 꼭 보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했어요!
세훈 : (환하게 웃으며) 잘 했어요! 저녁 안 했죠? 일식당 예약했는데 가죠!
세훈과 정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식당을 향해 걸어가는…
S#43. H 호텔 일식당
세훈과 정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정갈한 음식들과 술 주전자와 작은 술잔이 보이고…
정민 : (씁쓰레한 미소 흘리며, 고마운 눈으로 시선 맞추는) 관계라는 단어는 많은 걸 덮어버리는 것 같아요!
세훈 : (슬며시 웃는)
정민 : (시선 피하며) 잘 압니다! 날 이해해주려구 가장 많이, 애썼던 사람이 장사장님이란 거!
세훈 : (옅게 웃으며, 농담하는) 그럼 오늘 밥값 서정민씨가 내세요!
정민 : (짓궂게 웃으며)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돈두 잘 버는 사람이!!
세훈 : (픽 웃는데)
정민 : (툭던지듯) 인생이란 건 대단한 게 아닌가 봐요! (씁쓸한) 결국 비겁함과 이기심을 인정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세훈 : (위로하는)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닙니다! 실수두 하구 넘어지기두 하고, 거짓말을 하기두 하구, 또 깨져보기두 하구…
(시선 맞추며) 이런 말 알죠!? 산을 넘을 수 없는 자에게 시련은 주지 않는다!!
정민 : (쓰게 웃고는, 툭 내뱉는) 그 산, 넘으려면 아직두 멀었겠죠!… 아마 평생 걸릴 수도 있구…
세훈 : (슬며시 안쓰러움이 스치는)
정민 : (별 감정 없이) 사실 처음, 미국 들어가서,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다 치면, 아무 일도 없는 거다…
그렇게 살려구,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이 더 무거워지더군요.
그런데 언젠가 문뜩 장사장님이 해준 말이 생각났어요!
세훈 : (보는데)
정민 : (시선 맞추며) 잊으려는 노력두 잊지 않으려는 노력두 하지 말아라~ 기억나시죠? 나한테 했던 이 말!!
세훈 : (옅게 웃으며) 그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겠습니까!? (씁쓰레 웃으며) 하지만 말이 쉽지 사실 나두 그거 잘 안 됩니다!
정민 : (가만히 보는데)
세훈 : (술잔 들며) 자, 한 잔 받아요! 이제 우리 진짜 술친구 같은데…
정민 : (빙긋이 웃으며 술잔 받는데)
S#44. 더 페이스 샵
화장품 샵, 유리에 붙어있는 포스터 중에 오드리 햅번 사진이 부각되어 보이고…
그 앞에 선 조현숙, 흐뭇한 표정으로 사진 속 오드리 햅번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그러다 화장품들을 살펴보는데, 그 몸짓이 마치 손님 같다.
이때 “조현숙님!”하고 부르는 날카로운 남자 목소리가 들리고…
조현숙,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점장(김동우氏),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점장 앞에는 여대생 두 명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고…
점장, 조현숙 향해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어서 오라는 눈짓을 보내는…
조현숙, 입을 삐죽이며 다가간다.
점장, 여대생들에게 연한 색의 립스틱을 권하는데…
여학생1 : (맘에 안 드는) 미팅 나가는데, 좀 튀는 색이 좋지 않나요?
점장 : (보라색 립스틱을 권하며) 그럼 보라색 루즈는 어때요?
여학생2 : (보며) 보라색이요?
점장 : (유머러스하게) 보라색 루즈를 바르고, 나를 보라!!~
여학생들 : (까르르 웃는)
조현숙 : (어이없다는 듯 힐끗 보며 입 모양만으로 삐죽거리는)
점장 : (자주색 립스틱 들어 보이며) 자주색은 어때요?
여학생들 : (궁금한 눈으로 빤히 보는)
점장 : (오버하며) 자주 봐줘잉~…
여학생1 : (재밌다는 듯 웃으며) 재밌다! 우리 하나씩 사자!
점장 : (득의만만한 얼굴로 조현숙 향해 구박하는) 뭐해요! 포장 안하구!!
조현숙 : (오버랩, 버럭) 아~ 판 사람이 해요!
이때 출입문이 열리며, 지은 들어선다.
화를 내려던 점장, 지은을 보자 이내 얼굴 환해지며 입을 닫고 마는…
한편 조현숙, 그런 점장을 째려보는데… 이때 지은의 핸드폰이 울리고…
지은 : (플립을 열고) 어, 영은아!
영은(전화) : (오버랩, 통통 튀는) 왜 아직도 안 와?
지은 : (통화하는) 지금 막 엄마 모시러 왔어!!
S#45. 호진의 아파트 저녁 전경
S#46. 호진의 아파트 거실
고급스런 내부 풍경…
거실에 한켠에서 아기(※2세 정도의 남아)를 얼르고 있는 여진의 모습이 보이는데… 아기랑 노느라 신이 나있고…
한편 다과상 앞에 앉아 있는 호진, 과일을 깍고 있다.
영은(소리) : 다 깍았어?
방에서 걸어나오는 영은, 산달이 가까운지 배가 남산만하다.
몸이 무거운지 힘겹게 자리에 앉으려 하면… 호진, 얼른 일어나 영은을 부축하며 자리에 앉히는…
호진 : (얼른 포크로 사과 하나를 집어 영은의 입에 대주며) 자, 아~ 해!
영은 : (손가락 까딱 않고 받아먹는데)
여진 : (떨떠름하게 바라보며) 여왕마마 납셨네!… 여왕마마 납셨어!!
영은 : (여진을 째려보는데)
호진 : (그저 좋기만한) 당연히 여왕마마지… 우리 가문에 5대 독자를 생산하신 몸인데! (영은의 배를 어루만지며, 뻐기듯이)
둘짼 말이지, 머린 명석한 날 닮고, 얼굴은 영은이처럼 예쁜 딸 낳을 거야!
여진 : (콧방귀 끼며) 머린 영은이 닮고, 얼굴은 호진이형 닮은 애가 나오면 어쩌려구…
영은 : (발끈하며) 야! 내 머리가 어때서!! 그래두 고등학교 다닐 때, 너보단 내가 공부 훨 잘했어! 기억 안 나? 난 30등 넌 31등!!
호진 : (어이없어 웃다가 문뜩 생각나 여진을 향해 버럭) 야! 근데 너 왜 형수라구 안 불러!!
여진 : (순간 찔끔하다가 외려 큰소리) 형수 이전에 우리, 배꼽 친구야 왜이래~
이때, 현관문에서 벨 소리가 들린다. 호진,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면… 지은과 조현숙, 들어서는데…
호진 : (반갑게) 장모님 오셨어요! (지은에게) 처형두 오래만이네!
지은 : (미소짓는) 잘 지내셨어요?
조현숙 : (호진의 얼굴 빤히 보며) 자넨 어째 그새 더 늙은 거 같애…
호진 : (뻘쭘해져서 머리를 긁적이며)
조현숙 : (못마땅한 듯 비꼬는데) 우리 사윈 복두 많어… 띠 동갑 꼬셔서 결혼까지 하구…
영은 : (오버랩, 낑낑대며 일어나며 대수롭지 않게 ) 아저씨가 꼬신 거 아니야! 내가 술 멕여서 덮친 거야!!
(배시시 웃으며) 돈 잘 벌잖아!!
조현숙 : (어이없고 황당한)
S#47. H 호텔 밤 전경
S#48. H 호텔 바
세훈과 정민, 언더락 잔을 앞에 놓고 나란히 바텐에 앉아있는데… 무척 편안한 분위기다.
세훈 : (술잔을 내려놓다가 생각이 난 듯, 툭 내뱉는) 참, 좀 전에 지은이 봤어요! (건조하게) 오랜만에 우연히!…
정민 : (옅게 웃고는, 씁쓸함을 애써 감추며) 잘 지내는 것 같더라구요!
세훈 : (놀라 보는데 그러다 로비에서 만났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는, 옅게 웃는)
정민 : (술잔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아는 사람처럼 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인사하고 헤어졌어요!
세훈 : (위로하는) 누구나 헤어진 아픔보단 처음 만난 추억으로 산대요.
정민 : (쓴웃음 흘리며, 툭 던지듯) 그 말은 날 위로해주는 소리가 아니라 장사장님 얘기 같은데요!
세훈 : (웃는데, 정감이 담긴) 아마 지은이도 서정민씨를 용서했을 겁니다.
정민 ; (분위기 바꾸며, 일부러 짓궂은) 그러고 보니까, 우린 첫사랑 여자가 같네요~ (잔 들며) 한 잔 해야겠는데요!!
세훈 : (어이없어 웃는, 잔 들어 정민의 잔에 부딪히는, 한 모금 마시는)
정민 : (동시, 마시고는 잔 내려놓는, 의미심장하게 툭 던지는) 뭐든지 단숨에, 금방이란 건 없는 거겠죠!?
세훈 : (술병을 집어 들며, 옅게 웃는) 술두 숙성 기간이 지나야, 맛이 깊어지긴 하죠!
정민 : (가만히 보다가 시선 돌리며, 술잔을 집어 들고는) 감히 충고 하나 할까요?
(툭 던지듯) 근데 사람은 말이죠, 너무 깊으면 외로워져요!
세훈 : (픽 웃는데 그러나 그 미소 씁쓸하고)
S#49. H 호텔 로비
세훈과 정민, 마주 서있는…
세훈 : 다음 달에 출장이 있어서 뉴욕에 갈 겁니다.
정민 : (반가운 얼굴로) 꼭 연락하셔야 합니다.
세훈과 정민, 악수를 나누고… 세훈,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정민,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간다.
S#50. 몽타주
H 호텔 룸
정민, 창 앞에 등지고 서있다. 다가가면 복잡한 얼굴인데…
얼마쯤 그렇게 서 있다가, 마음을 다잡으려는지 일각 티 테이블로 다가와 앉는다.
테이블 위에는 서류들이 놓여있고… 집중한 모습으로 서류들을 검토하는데… 열정이 묻어 나온다.
지은의 방
방 일각에 슈트케이스가 꾸려져 있고… 지은, 커피잔을 들고 들어서는…
이어 책상 앞으로 다가가 편안한 얼굴로 서류 정리하는데… 책상 일각에 놓여진 만년필이 시야에 들어오자, 물끄러미 보는데…
S#51. 세훈의 빌라 거실
불이 꺼진 어두운 내부… 현관문이 열리고, 세훈 들어선다.
이내 불을 켜자… 반뜻하게 정리정돈된 풍경이 들어온다. 그러나 왠지 온기가 느껴지지 않고, 그저 퀭한데…
순간 세훈의 얼굴에 외로움이 깃들고… 휘적휘적 걸어서 소파 앞 테이블로 다가가 리모콘을 집어 들어, TV를 켠다.
그리고 볼륨을 높이고는 침실을 향해 들어서는, 뒷모습이 외롭다.
S#52. 세훈의 빌라 침실
침대 위에는 슈트케이스가 열린 채 놓여 있고, 옷장 앞에선 세훈, 간편해 보이는 옷 몇 벌을 꺼내 넣고 있다.
옷장 문을 닫으려다가 문뜩 생각이 났는지 순간 멈칫 하는… 그 모습 위로…
P CUT - H 호텔 그랜드 볼륨 로비 (40)
세훈과 지은, 그림 앞에 나란히 서 있는…
지은 : 그 별장… 여전히 예쁘죠?
세훈 : (끄덕이는) 응… 근데, 많이 낡았어… 손 볼 데가 많아…
지은 : (그림으로 시선 돌리며, 애써 덤덤하게) 그렇겠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지두 꽤 오래 됐으니까…
세훈 : 마지막…? 언제가 마지막인 걸까?… 첫 번째 이별두, 또 삼년 전 그 날두, 마지막이라 생각했었어…
(툭 던지듯) 하지만, 매번 당신을 다시 만나고 나서야, 그때가 마지막이 아니었단 걸 깨닫게 되네!
지은 : (그림에 시선을 둔 채) 그럼… 우린 언제가 진짜 마지막인 걸까?… (툭 던지듯) 지금인가!?
세훈 : (목소리 잠겨오는) 어쩜 그 옛날에 이미 끝난 사이였는지두 모르지!
그래서 우린, 다시 만났을 때, 시작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지은 : (아련하게 보지만, 애써 아쉬움을 감추며) 나, 갈게요…
세훈 : (고개를 끄덕이는)
지은, 꼿꼿한 자세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어느새 조그마한 상자를 들고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회한이 가득한 눈으로 상자 뚜껑을 여는…
그 안엔 스카치테이프로 찢어졌던 부분을 붙여서 이어 놓은 지은과의 결혼 사진,
이미 손때가 묻어 낡고 바래진 편지들이 들어있고…
잠시 꺼내 보다가 뚜껑을 닫고는… 상자를 슈트케이스에 넣는데…
S#53. 인서트 - 구름 위를 나는 비행기
S#54. 제주도 해안 도로 (낮)
시원스럽게 질주하고 있는 오픈카…
S#55. 세훈의 차안
핸들을 잡은 세훈의 모습 위로, 찰랑찰랑 바람이 불어온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데… 얼굴에 여유가 한껏 묻어 나오고…
S#56. 제주도 H 호텔 앞 도로
세훈의 오픈카, 호텔 앞을 쏜살같이 스쳐 지나가는데…
S#57. 제주도 H 호텔 앞 (동 시각)
세단 한 대가 정차해 있고… 정장차림의 지은과 외국인 바이어 (여자, 30초반) 입구를 나선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누고… 잠시 후, 외국인 바이어는 세단에 오른다. 세단은 이내 사라지고…
잠시 서 있던 지은, 돌아서 호텔로 들어서는…
S#58. 제주도 H 호텔 로비
일각 창가 앞에 선 지은, 핸드폰으로 통화 중인… 창 너머로는 노을지는 바닷가 풍경이 아름답다.
지은 : (밝은 얼굴로) 좀 전에 오더는 잘 받았구요, 미즈 로렌스가 악세사리두 오더 했어요!
네… 그럼 내일 트렁크쇼 마치구 전화 다시 드릴게요!
핸드폰 폴더를 닫고는 창 너머 저 멀리 노을지는 바닷가를 아득하게 바라보는데…
P CUT - 별장 정원 (※2부 15)
지은과 세훈, 언덕에 나란히 앉아 바다 내려다보고 있다.
수평선 멀리, 출항하려는 배들의 집어등이 하나 둘 불을 켜고… 어느 새, 하늘은 노을에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잔잔히 불어오는 바다바람에 지은의 머리카락이 날리는데…
지은(소리) : (세훈의 어깨 위에 살포시 머리 기대며) 무슨 생각해?
세훈(소리) : 너랑 같은 생각.
S#59. 제주도 별장 정원
세훈, 13년 전 지은과 함께 앉았던 곳에 덩그러니 홀로 앉아 있다. 금방 도착했는지 옆에는 슈트케이스가 놓여져 있고…
저 멀리엔 노을이 고운 빛을 띠며 지고 있는데…
P CUT - 별장 정원 (※2부 15)
지은(소리) : 이 별장 사서 우리 둘이 여기서 살구 싶다는 생각?
세훈(소리) : (빙긋 웃는, 농담) 아니. 이 별장 사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
지은(소리) : 정말 사 줄 거야? 언제?
세훈(소리) : (생각하다) 한… 십 년 뒤쯤.
지은(소리) : 세훈씨, 여기서 보는 일출이 그렇게 멋있대.
얼마간 그렇게 회한이 가득한 얼굴로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별장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S#60. 제주도 H 호텔 로비
창 너머에는 노을지는 바닷가 풍경이 아름답고… 창가 앞에 선 지은, 여전히 움직임없이 창 너머에 시선을 두고 있다.
지은 : (회한에 젖지만 초월한 듯 - 내레이션) 여기오니까 당신, 생각나네! 별장 앞 그 바닷가두, 보고 싶다!…
(쓴웃음 흐르며) 며칠 전 우리, 우연히 만났던 날, 당신이 내 마음 알아 챌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르지!?
(옅은 미소가 흐르며) 나, 제주도에서는 맘껏 당신 그리워할려구… 그래두 되지!? 그래두 되는 거지!?
S#61. 바닷가
부서지는 파도들… 날아가는 갈매기들… 편안한 얼굴의 세훈, 일각에 앉아 있다.
옆에는 작은 상자 (※52과 같은 상자)가 놓여있고… 얼마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 보다가 옆에 놓인 상자를 집어 드는데…
세훈 : (회한의 젖지만 초월한 듯 - 내레이션) 너하구의 추억들 여기루 갖구 왔어!…
(쓴웃음 지으며) 살다가, 살다가… 니가 너무 보고 싶어지면, 우리 사랑했던 이 바닷가에 앉아서,
주고받은 편지두 다시 읽어보구, 함께 찍은 사진두 꺼내 보면서, 좋았던 그때, 나 혼자서라두 기억해 보려구…
(옅은 미소 흐르며) 지은아, 그래두 되지? 그래두 되는 거지!?
한편, 회한이 가득한 얼굴의 지은, 바닷가 길을 따라 걷고 있다.
그렇게 얼마쯤 걷다가 우뚝 멈춰 서는데… 눈동자 거세게 흔들린다.
그와 동시, 저 일각에 앉아 있던 세훈, 일어나 몸을 돌리는데,
그 순간 시야에 지은의 모습이 들어오자 눈동자에 놀라움이 가득한데…
흔들리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 어느새 환한 미소가 번지고.
시간경과
세훈과 지은, 간격을 둔 채 나란히 걷고 있다. 얼마쯤 바닷가를 따라 걷고 또 걷는데…
그러다 세훈, 우뚝 멈춰 선다. 지은도 멈춰서고…
멈춰 선 두 사람, 말이 없이 그저 바다만 바라보는… 그렇게 얼마의 침묵이 흐르고…
세훈 : (무표정한 얼굴로 낮게)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오늘 처음 만났다면 그래두 우린 사랑했었을까!?
지은 : (가만히 보며)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오늘 처음 만났다면, 우린 얼마 후에 또 헤어졌을까!?
(생각에 잠기는 듯, 바다로 시선이 머물고)
세훈 : (동시, 가만히 보다가… 시선, 바다로 향하고, 쓴웃음이 옅게 흐르는 - 내레이션)
너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너를 사랑했어! 그렇게 우린, 사랑 했었어! 그러다 어느샌가 소리 없이, 이별이 다가왔지…
지은 : (오버랩, 시선 바다에 향한 채 회한에 젖어 - 내레이션) 그 이별 앞에서 우린, 우리 사랑을 묻었어!
그리고 원망을 했구, 또 다시 만났지만 마음을 숨겼어!…
세훈 : (오버랩, 시선 바다에 향한 채 - 내레이션) 나를 사랑한 너와, 너를 사랑한 나는, 너무 쉬운 걸 몰랐다!!…
우린, 너무 멀리, 너무 많이 돌아온 거 같다! 지금처럼 내가, 니 옆에 서 있고, 니가, 내 옆에 서 있으면 되는 거였어!
(고개를 돌려, 가만히 보는)
지은 : (시선을 느끼며,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보는데)
세훈 : (환하게 웃으며, 사랑이 가득한 목소리로) 지은아.
바다 앞에 선 두 사람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