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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10
S#1. 사장실 안.
일어서있는 태영과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주.
태영 : 저 이제 정말 가 볼게요.
태영은 문 쪽을 향해 몸을 돌리는데, 벌컥 열리는 문. 한회장이 들어선다.
놀라는 세 사람. 그리고 당황하는 태영.
태영 : 아.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사보팀.. 다니던 강태영입니다. 사장님께 뭔가 전해드릴께 있어서
잠깐 들렸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기주에게 인사하며) 안녕히계십쇼.
태영 한회장을 지나쳐 문을 열고 사장실을 나간다. 한회장 기주를 쳐다본다.
기주 :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한회장 : 눈으로 다 봤는데 뭘 더 말해!
사장실에서 나가는 한회장. 잠시 생각하다 한회장을 따라가는 기주.
S#2. 사장실 밖.
기주 : (문을 열고 나온다) 아버지. 아버지가 무슨 생각하시는지 잘 알아요.
한회장 : 니가 내 생각을 알아. 알면 이미 늦은 것도 알겠구나.
기주 : 제발 그러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한회장 : 내가 언제 누가 말린다고 마음먹은 일 되돌리던?
기주 : 아버지.
한회장 : 윤아모친 다녀갔다. 날 다시 잡을테니까 그리알아! (걸아간다)
걸어가는 한회장을 쳐다보다 갑자기 생각난 듯 뛰기 시작하는 기주.
복도-계단을 지나 로비로 뛰어나오는 기주.
S#3. 회사로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태영을 발견하고는 뛰어가 태영의 팔을 잡은 기주.
태영 : (놀라며) 어. 왜 이래요? 사람들 봐요. 이러지마요.
기주 : 따라와. (태영의 손을 잡아끈다.)
태영 : 무슨일이에요.
S#4. 회사지하주차장.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벗으며 내리는 수혁. 벨소리가 들리고.
수혁 : (전화받으며) 지금 들어가요. 할아버지. 지하주차장이에요.
S#5. 회장실.
통화중인 한회장.
한회장 : 기주방에 들리지 말고 내 방으로 곧장 와. (사이) 알았다.
수화기 내려놓는데, 문 벌컥 열리고 기주가 태영의 손목을 잡고 들어온다.
태영 : 잠깐만요.
한회장, 어이없어하며 두 사람 보며
한회장 : 뭐야, 너!
기주 : (태영에게) 정식으로 인사드려. 우리 아버지셔. (한회장에게) 인사 받으세요.
한회장 : 내가 왜 그 인사를 받아.
기주 : 받으세요. 제가 좋아하는 여자에요.
한회장과 태영 놀라서 기주를 쳐다본다.
기주 : (태영을 보다) 저 이 여자 좋아합니다. 이러다 말겠지했는데. 좋아합니다.
한회장 :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건데?
기주 : 더 좋아해보려구요. 한번도 못해본 연애. 이 여자랑 하려구요.
한회장 : 누구랑 뭘해?
회장실 문밖에 기대 듣고있는 수혁.
기주 : (태영에게) 떨지마. 떨거 없어. (한회장에게) 아버지가 허락하실거란 생각 안해요.
허락 안하셔도 저 이 여자 만납니다.
한회장 : 남자가 여자만나는 거 뭐 대수야? 열이고, 스물이고 만날수 있지.
근데, (태영에게) 너 우리 기주 약혼할 애있다는 건 알고 있냐?
태영 : 네.
기주 : 약혼 안한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한회장 : 난 분명히 하라고 했다. 근데 너 이러는 걸 보면은 애라도 가진게냐?
태영 : (놀라서) 회장님.
기주 : 아버지.
한회장 : 못된 여자들 수법 중에 제일 흔한 수법아니냐?
태영 : (울먹이며) 아닙니다. 아니에요. 회장님
기주 : 아버지 심하시네요.
한회장 : 낳고 싶으면 낳아. 애는 키워줄께. 대신 기주는 놔줘. 돈도 주랴? 불러 봐. 얼마면 되겠냐?
태영 : (울먹이며) 죄송합니다. 회장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가려 한다)
기주 : (태영을 막으며) 가만있어. 아버지 무섭네요. 아버지 상대도 안되는 여자에요.
괴롭힐 생각 하지도 마세요. 제가 아버지 닮은데가 한군데라도 있다면 저 이자 지킬겁니다.
나가자.
기주 태영과 함께 회장실을 나간다.
S#6. 회장실 밖.
기주와 태영나오고 앉아있는 수혁을 보고 멈춰선다. 힘들어 보이는 태영. 일어나는 수혁.
기주 : 아버지 보러왔냐?
수혁 : 어. 다음에 보자.
기주 : 수혁아.
수혁 : 왜? 할말 있어? 들을 얘기는 이미 다 들었지 싶은데. 애부터 챙겨. 서있을 힘도 없어 보이잖아.
회장실로 들어가는 수혁.
S#7. 기주의 차안.
조용히 앉아있는 태영이 걱정되 쳐다보는 기주.
S#8. 회장실.
앉아있는 한회장과 수혁.
수혁 : 저 약속있어요.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서요.
한회장 : 몰라 물어?
수혁 : 전 회사 못다녀요. 할아버지. 저 그냥 포기해주세요.
한회장 : 포기할꺼였으면 벌써했어. 니 삼촌이 신차개발인지 뭔지 한다니까. 와서 거들어.
수혁 : 거들 실력 안되요. 말씀 끝나셨으면 갈께요. (일어나가는)
한회장 : 너도 아는 애냐? (멈춰선 수혁. 한회장을 본다) 아까 그애? 너도 알아?
수혁 : 예.
한회장 : 넋 빠진 놈들.
수혁 : 착한 여자에요. 순수하구요. 근데, 할아버지. (사이) 허락하진 마세요. (문열고 나간다.)
한숨을 쉬는 한회장.
S#9. 회사 복도
수혁과 지나가는 회사직원둘.
남직원 : 신차개발이 본격화 될 모양이야.
여직원 : 외국물을 먹어서 그런지 한기주사장. 확실히
디자인을 보다가 잠시 생각하는 수혁.
S#10. 태영집 건너길.
기주의 차가 멈춰서고 태영 힘없이 차에서 내린다. 태영을 보다 차에서 내리는 기주.
기주 : 화났나?
태영 : 아니요. 화 안났어요.
기주 : (차문을 닫으며) 그냥 가는건가.
태영 : 그럼 어떻게 해드리고 갈까요. 안녕히 계세요. 데려다 줘서 고맙습니다 인사라도 드리고 갈까요.
기주 : 내 마음대로 데려갔던건 미안하게 생각해.
태영 : 미안할 짓 왜 해요? 말 나온 김에 나 뭐 하나만 물어봐요. 왜 데려간거에요. 나?
왜 평생 안 들어도 될 말을 듣게 만들어요.
기주 : 그 약혼 진짜 하기 싫었거든.
태영 :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 약혼 피하자고 나 방패 삼았어요?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요.
그깟 애 못가질 건 또 뭐에요. "예. 맞습니다. 저 애 가졌어요."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돈받고
한기주씨는 약혼 피하고. 좋았겠네요.
기주 : 말 함부로 하지마. 내 얘기 아직 안끝났어.
태영 : 전 더 이상 들을 얘기 없어요.
기주 : 난 있어. 듣고 가.
태영 : 싫어요. 그쪽 입에서 나오는 소리 이제 아무것도 듣기 싫어요. (뒤돌아가는)
기주 : (태영의 양팔을 잡고) 듣기 싫어도 듣고가. 그게 다 내 진심이라고.
너란 여자 내가 연애하고 싶고. 내가 좋아한다고. 알아듣겠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서툴러서 이렇게 밖에 얘기 못하겠다고.
내 얘기 끝났으니까 가도 돼.
눈물흘리는 태영.
어쩔 줄 몰라하다 차를 타고 떠나는 기주.
그 자리에 계속 서있는 태영.
S#11. 기주 차안.
운전 하고 있는 기주.
S#12. 태영의 방.
눈물을 흘리며 앉아있는 태영.
S#13. 기주본가 거실.
쇼파에 앉아있는 한회장과 기혜.
기혜 :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정말이에요? 기주가 여자를 데려와요?
한회장 : (한심스럽다는 듯) 데려만 왔어? 정신나간 놈처럼 얼굴이 벌개져서 연애를 하겠다자나.
기혜 : 연애를요?
한회장 : 여러 말 시키지 말고. 기주. 마음이나 돌려
기혜 : 기주 그냥 두세요. 아버지.
한회장 : 뭐?
기혜 : 기주 하고싶은 대로 하게 그냥 두시라구요.
한회장 : 뭐가 어째?
기혜 : 기주 아시잖아요. 윤아는 기주짝 아니에요. 누군지 모르지만 아버지앞에까지 데려온 여자면.
기주 진심이에요.
한회장 : 진심? 문지환이 안식구 왔다갔어. 제 잎으로 제 입 가볍데. 그 가벼운 입. 어떻게 막을꺼야?
니가 지금 진심어쩌고 하는 소리가 나와? 그깟 진심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그깟 진심때문에 33년 공든탑을 무너뜨려?
기주 : 무슨 탑이 무너진다는거에요? (거실로 걸어들어오는)
놀라는 한회장 기혜.
기혜 : (일어나며) 기주야.
기주 : 문지환의원이야기는 뭐고. 아버지 저한테 뭐 숨기시는거에요?
기혜 : (기주옆으로 가는) 그런 거 없어. 아버지가 기분이 안좋으셔서 그래. 얼른 올라가.
한회장 : 숨기고 뭐 어쩌고 할게 어딨어! 문지환이 건드려서 좋을거 없다는 얘기야.
썩어도 준치라고. 그 망신 당하고 조용히 지나갈줄 알았냐?
기주 : 조용히 안지나가면 그럼 어떻게 할건데요?
기혜 : 그만해. 기주야. (한회장에게) 아버지도 그만하세요. 제가 얘기 할께요.
한회장 : 볼만 하구나. 근본 없는 것하고 어울리더니 눈에 뵈는게 없어!
기주 : 아버지. 저 부모 이겨먹는 막 되먹은 자식놈 되기 싫어요. 저한테 한번만 져주세요. 올라갈께요.
(자신의 방으로가는)
한회장 : (일어나며 기혜에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평생 내 발목에 족쇄구나. (걸아가는)
울음을 참는 기혜.
S#14. 기주방.
웃옷을 침대위로 던지며 침대에 앉는 기주. 기혜 문열고 들어온다.
기주 : 아버지 화 많이 나셨네.
기혜 : 이번엔 좀 오래 가실 것 같애. (기주옆에 앉는) 근데, 누나는 언제나 니편인거 알지?
기주 : (기혜를 쳐다보며) 알지.
기혜 : 잘웃어?
기주 : 어?
기혜 : 아버지한테 연애하겠다고 했다며. 그 아가씨 잘웃어?
기주 : (피식 웃으며) 잘 웃고, 잘 울고. 오늘도 내가 울렸지.
기혜 : 아버지 얘기 들어보니까 많이 놀라긴 하셨겠더라. 어떤 아가씨야?
기주 : 뭐, 그냥. 내 눈에 이쁜 여자.
기혜 생각- 기혜 : 어떤 여잔데?
수혁 : 그냥. 내 눈에 이쁜 여자.
기혜 : 하. 수혁이도 똑같은 말 하던데. 너희 둘은 정말 너무 많이 닮았어.
기주 : 그러게. 사람보는 눈도 똑같고. 수혁이 아직 안 들어왔어?
기혜 : 아직. bar에 있겠지. 아무 생각 말고 쉬어. (일어나 나간다)
넥타이를 푸는 기주.
S#15. 2층거실.
영화를 보며 와인을 마시는 기주. 시계를 보고 수혁에게 전화를 걸다 그만둔다.
S#16. 종근네 바.
드럼스틱으로 테이블을 일정하게 치고 있는 수혁. 서빙하던 종근 다가온다.
종근 : (테이블을 두드리며) 야야야야. 너 아까부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누구한테 돌탱이라도 맞았냐?
수혁 : 어.
종근 : 진짜? 야. 누군데? 잡자. 잡아가지고. 니가 이따만 돌탱이를 확 던져버리란 말이야.
야. 너보다 쌘놈이야?
수혁 : 어.
종근 : 쌘놈이야. 아~ 이자식. 무슨 일 있나보네. 야. 저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주저하지 말고 다 내가 도와줄 테니까.
수혁 : 그럼 나 오늘 여기서 잔다.
종근 : 그건 빼고.
수혁 : 그건 왜 빼?
종근 : 야 임마. 너네 어머님이랑 기주형 걱정하잖아. 너 집에 들어온지 몇일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외박질이야.
수혁 : 아파서 그래.
종근 : 야. 아프면 더더욱 집에 들어가야지.
수혁 : 남들은 아프면 집에 들어가냐? 난 집에 들어가면 아픈데. (힘없이 웃는)
S#17. 태영방.
벽에 기대 앉아있는 태영.
태영 생각- 기주 : 듣기 싫어도 들어. 그게 내 진심이라고. 너란 여자 내가 연애하고 싶고.
내가 좋아한다고. 알아듣겠어?
수혁 : 이 안에.. 너 있다. 니 맘속에 누가 있는 진 모르지만 내 마음속엔 너있어.
한숨 쉬는 태영. 녹음기를 꺼내들고는.
태영 : 아빠. 아빠는 알지. 내 마음이 누구한테 있는지. 내가 누구한테 정말 미안한지. 나 어떻하지?
두 사람 다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내가 너무 아플텐데. 맞다. 나만 아프면 되겠다. 나만.
S#18. 태영 집.
운동을 하고 있는 양미와 건.
양미 : 거 올 여름엔 기필코 형광주황으로다가 비키니를 입어주고 말겠어.
건 : 남들 생각은 왜 안하나 몰라.
양미 : (멈추고는) 남들 생각을 하니까 운동하는거지. 아~ 이 콩알만한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어. (건을 때리려다 문소리가 나자 건의 머리를 쓰다듬는)
문을 열고 방에서 나오는 필보. 다시 운동하는 양미.
필보 : 아들아. 오늘 일요일이라 이 목간통에 때밀러 오는 드러운 사람이 많을낀데.
아들은 꼭 오늘 가야되지싶나?
건 : 난 괜찮은데. 아빠가 더러워서 가는거야. 옛날 살던 동네로 갈꺼야.
필보 : (선글라스 벗으며) 그거는 임마. 좀 오바다. 목간을 가는데 버스까지 타고 가야되나.
건 : 그래도 가. 영철이도 아빠랑 같이 온다고 했단 말이야.
필보 : 그래 그럼. 가자. 뭐. 그럼 아부지랑 오지 엄마랑 오겠나.
(주머니를 만지고는) 태영아~ 아무래도 목간 가야되지 싶은데~
방에서 나오는 태영.
태영 : 예. 드릴께요. (돈을 세며) 이거는 둘이 목욕값, 이거는 우리 건이 우유값.
(건에게 돈을 주며) 그리고 이건.
필보 : 내꺼 맞제?..
태영 : (건에게 돈을 주며) 건아. 맛있는거 사먹어. 그리고 아빠 때 빡빡 밀어드려야된다.
건 : 엄살이 심해서 밀지도 못해. 얼른나와.
나가는 필보와 건.
태영 : (웃으며) 다녀오세요.
필보 : 갔다오꾸마.
태영 : 네.
양미 : (계속 운동하며) 아휴. 힘들어. 밤새 잠 안자고 뭐하냐? 그리고 왜 이렇게 못자고 뒤척여?
나도 못잤잖아.
태영 : 어어. 너 출근안해? 안 늦었어?
양미 : 미들타임이라 지금 씻고 나가면 딱이야. 근데, 형광주황은 좀 튈려나. (방으로 가는)
태영 : (웃으며) 하하.참. 어휴~
고민하다가 전화기를 들고 옥상으로 나가는 태영.
S#19. 태영집 옥상.
전화중인 태영.
태영 : 태영이에요. 예. 오늘 쉬죠? 오늘 우리 집에 놀러 오실래요?
S#20. 기주방.
침대위에서 일하다가 전화 받는 기주.
기주 : 초대하는건가?
태영 : 초대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구요? 그냥 선약 없으시면.
기주 : 없어. 갈께? 아. 근데, 혹시 작은 아버지 계신거 아닌가?
태영 : 예. 안계세요. 그럼 12시까지 오세요. 근데요. 뭐 좋아해요? 해줄께요.
기주 : 아. 떡볶이 되나?
S#21. 태영집.
떡볶이를 상위에 올려놓고 신문을 덮어놓는 태영. 자신이 입은 앞치마를 추스린다.
"똑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태영 : (일어나며) 아. 저기 열렸는데요.
문열고 들어오는 기주.
기주 : 작은 아버지 안계시지?
태영 : 예. 안계세요.
문을 닫는 기주. 기주손에 들린 것을 보고 놀라는 태영.
태영 : 아니. 이게 뭐에요? 선풍기에요.
기주 : 화장실을 사오려고 했는데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생각난 김에. 꽃값도 아끼고.
태영 : (웃으며) 아~ 꽃값. 그럼 생각난 김에 냉장고도 하나 사오지.
내가 얼음 안 얼린다고 힌트까지 줬는데.
기주 : 그래? 그럼 사러 가지 뭐. 더 필요한건 없나?
태영 : (놀라며) 예? 아니요. 농담한거에요.
기주 : 나도 농담이야. (웃음) 들어가도 되지? (들어와 신문을 들추며) 신문지를 덮어놨네.
(떡볶이를 보고) 어. 진짜 떡볶이네?
앉는 기주와 태영.
태영 : 아. 그럼 가자 떡볶이도 있어요?
기주 : 먹어도 되나?
태영 : 네. 드세요.
떡볶이를 먹는 기주. 기주가 맛보기를 기다리는 태영.
태영 : (기대하며) 맛있어요?
기주 : 맛있네. 근데 맵네. (계속 먹는)
태영 : 떡볶이 원래 좀 매워요. 아. 제가 매운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기주 : 난 매운거 싫어. (계속 먹는)
태영 : 아. (기주를 보고 떡볶이를 보다가) 단거는요?
기주 : 단거는 더 싫어. 매운거, 단거, 아주 딱 질색이야.
실망해서 기주가 먹는 떡볶이 그릇을 뺏은 태영. 놀란 기주.
태영 : (그릇 들은 채로) 그럼 이거 제가 다 먹을께요. 이게 맵고 단데.
그러면서 뭐가 맛있다고 계속 먹어요
기주 : (음식을 먹기고) 어느 나라 손님 접대가 이런 식이야? (떡볶이 그릇을 뺏으며)
아니, 맛있게 먹는 데 왜 뺏어 가나? (계속 먹으며) 이상하게 맛있네.
은근히 좋아하는 태영.
기주 : (계속 먹으며) 떡볶이에 계란도 들어가나?
태영 : 스폐샬로다가 두개.
S#22. 옥상.
평상에 앉아 차마시는 기주 태영.
태영 : 어제일 밤새도록 생각해 봤거든요.
기주 : 그런데?
태영 : 못들은 걸로 하고 싶어요.
기주 : 그거 어떻게 하는건가? 다 들었는데 어떻게 모르는 척 하나?
태영 : 전에 우리집에서 잘 때 굉장히 많이 불편했죠? 고장난 변기에다가, 버튼 떨어진 선풍기,
문고리떨어져서 구멍 뻥 뚫난 화장실 문까지. 그런 거 정말 써본적 없죠?
기주 : 없지. 그래서? 그래서 고장난 변기 안써본 놈은 누구 좋아하면 안되는 건가?
태영 : 안되요.
기주 : 왜?
태영 : 처음엔 불편해도 쓰겠지만 나중엔 버리고 싶거든요.
기주 : 아. 떡볶이 다 얹히네. 그래서. 그래서 여기 오라고 그런거야? 이렇게 사는 거 보여주려고?
봤는데 어쩌라고.
태영 : 어제 한 말 그냥 취소하자구요. 회장님 뵙고 한기주씨 얘기 듣고 나 사는 처지 생각해보니까.
나 사는 동네, 집, 고장난 선풍기, 냉장고 이런거 나 굉장히 창피해요. 정말
기주 : 회사 짤리더니 시간이 많은가 보네. 쓸때없는 생각을 다하고. 그런 신경 안쓰는 사람이잖아.
태영 : 아니에요. 저 그런 신경 많이 써요.
기주 : 거짓말. 그런 거짓말 말고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봐.
태영 : ...
기주 : 말 못하겠으면 그냥 따라와. 나 누구 좋아하는 거 서툰 사람이거든. 그런데 한번 해보려고.
그러니까 믿고 따라와. 오케이?
S#23. 태영집 건너길.
걷고 있는 기주 태영.
기주 : 오늘부터 내가 좀 더 자주 나타날거 같은데. "엄마, 깜짝이야" 뭐 촌스럽게 이러기 없기
태영 : (웃으며) 하. 참
기주 : 그리고 남들처럼 같이 밥도 먹고 야외에 드라이브도 가고 또.
태영 : 됐어요. 정말.
기주 : 되긴 뭐가 되? 좋으면서. 그리고 전화통화도 자주하고. 내가 문자도 날려보지 뭐. 좀 배워서.
그리고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려보기도 하고.
태영 : 바쁜데 그러지 마세요.
기주 : 그리고 세차장일은 하지마. 그건 너무 힘들어서 안되겠어.
태영 : 저 세차장 그만 뒀어요. CSV에 스탭으로 취직했어요. 저.
기주 : 그래? 어떻게?
태영 : 백승경본부장님 덕에요.
기주 : 어. 승경이가 엉뚱하긴 하지. 다른 얘기 했었나?
태영 : 이혼했다고.. 2년전에.
기주 : 맞아. 이혼하고 더 친해졌지. 그게 싫어?
태영 : 아니요.
이때, 울리는 기주 핸드폰. 확인하고는 핸드폰은 닫는 기주.
기주 : 오해하지마. 문윤아라서 안 받은 거야. 갈께. 들어가.
태영 : 네.
차를 타고 가는 기주.
기주가 간 길을 바라보는 태영.
S#24. 윤아 차 안.
전화중인 윤아.
윤아 : 안 받는 다 이거죠. (전화끊는)
이때, 지나가는 기주차. 윤아차앞을 지나가는 행인.
윤아 : (종이를 내밀며) 아저씨. 이 주소가 어디쯤이에요?
S#25. 태영집앞 계단.
계단에 앉아있는 태영. 핸드폰을 꺼내든다.
S#26. 종근네 바.
음악을 듣고 있는 수혁. 문자소리에 핸드폰을 확인한다.
문자내용 - 시간 괜찮으면 나 얼굴 좀 보여줄래?
S#27. 태영집앞 계단.
계단에 앉아있다 클락션소리에 놀라는 태영 일어선다.
윤아의 차가 서있다. 차에서 내리는 윤아.
윤아 : 이 동네 사니?
태영 : 여기는 왠일이야?
윤아 : 집 찾느라 몇 바퀴를 돌았는지 알아?
태영 : 또 무슨 일인데?
윤아 : 집이 어디야? 들어가서 얘기하자.
태영 : 싫어. 할말 있으면 여기서 해.
윤아 : 서서 하라고? 근처에 카페라도 없니?
태영 : 카페는 잘 모르겠고. 따라와.
S#28. 다방 안.
다방안에 앉아 있는 태영 윤아.
다방 분위기에 놀란 윤아. 이상하게 주변을 살핀다.
다방종업원이 다가온다.
종업원 : (커피를 내려놓으며) 언니들. 맛있게 드세요. 리필은 안되요.
윤아 : (기가 차서) 하. 자주 오니 여기?
태영 : 어. 가끔. 무슨 일이야? 빨리 얘기해.
윤야 : 내가 어제 회사에서 웃기는 얘기는 들었거든. 확인하려고.
태영 : 맞아.
윤아 : 뭐?
태영 : 니가 아는 얘기 다 맞아. 그러니까 얘기해.
윤아 : 하. 너 정말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구나. 회장님 무서운분이셔. 자식이라고 언제까지 봐줄것 같니?
넌 그 사람한테 짐이 되지만. 난 달라. 난 그 사람한테 도움이 될수 있거든.
남들은 그것때문에 정략이라고 하지만. 아니야. 나 그 사람 사랑해.
태영 : 그 사람도 너 사랑하니?
윤아 : 너만 아니면 될꺼 같거든. 나 정말 많이 노력할꺼고 나 사랑하게 만들꺼야.
그러니까 그 사람 앞에 자꾸 나타나지마. 부탁이야. 태영아. (일어나서 나간다.)
태영 : (한숨쉬며) 니 사랑도 참.
S#29. 태영집앞 계단.
자신의 차 앞까지 걸어와서 눈물을 흘리는 윤아.
S#30. 기주 차안.
운전하다가 전화중인 기주.
기주 : 어. 난데. 나 그 쪽으로 가는 길이거든. 당신 시간 한 30분만 좀 뺏자. 할얘기가 좀 있어.
S#31. CSV 영화상영관 안.
나란히 앉은 기주 승경. 직원이 와인을 따라준다.
직원 : 뭐 부족하시거나 더 필요한게 있으시면 콜~ 부탁드립니다. (인사하는)
승경 : 고마워요. 가연씨.
직원 : 네. (나가는)
승경 : (기주보며) 당신 그거 알아? 우리 같이 살때보다 나한테 전화 더 자주 하는거?
기주 : 그런가?
승경 : 그런데 당신 표정 별로네. 난 얼굴 본김에 데이트좀 할까 했는데.
기주 : 여기 취직하면은 이런 일 하는 거야?
승경 : 뭐 여러가지. 매표도 보고 매점도 보고 청소도 하고. 왜?
기주 : 강태영씨 여기 취직시켰다면서? 왜 그랬는데?
승경 : 어떻게 알았어?
기주 : 이유가 뭐야?
승경 : 오케이 한건 강태영씨 본인이야. 난 일할 기회를 제공한거고.
기주 : 그러니까 왜?
승경 : 불안해서.
기주 : 뭐가?
승경 : 당신이 누군가를 바라보는게 불안해서. 그래서 옆에 두고 지켜보고 싶었어.
당신이 왜 바라보는지. 나한테 없는 뭘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기주 : 본인이 오케이 했다니까. 부탁 한가지만 하자.
승경 : 뭔데?
기주 : 될 수 있으면 쉬운 일 시켜줘라. 힘들지 않게. (와인을 마시는)
S#32. 종근네 바
태영의 빗을 보며 앉아있는 수혁.
종근 : 아이고. 야. 이 놈의 빗 징그럽지도 않냐? 나 살다살다 노름빗때문에 싸움박질 하는 놈들은
봤어도 이 머리빗때문에 싸움박질 하는 놈은 니가 처음이다. 어? 어휴~
바로 들어온 기주. 마침 뭔가를 하던 종근이 기주를 발견한다.
종근 : 어. 형. 마침 잘 왔어. 형. 이 자식 충전좀 시켜줘. 아주 심하게 방전됐어.
수혁의 옆자리에 앉는 기주.
기주 : 어제 집에 왜 안 들어왔냐?
수혁 : 태영인 잘 바래다 줬어?
기주 : 안 들어오면 전화라도 하지.
수혁 : (빗을 보며) 이상하게 볼꺼 없어. 누가 흘리고 갔길래 주은거야.
기주 : 수혁아. 연주할꺼 아니면 어디 조용한데 가서 얘기 좀 하자.
수혁 : (빗을 안주머니에 넣으며) 약속있어. (일어서는)
기주 : 수혁아.
수혁 : 약속있다고. 다음에 해 (bar를 나가는)
S#33. 종근네 바 앞.
입구에 멈춰서서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낸고 확인한다.
수혁님말 : 나와라 얼굴 보여줄께
태영님말 : 어디서 볼까
S#34. 포장마차.
태영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수혁은 밖에서 지켜보다 태영의 옆에 앉는다.
수혁 : 술도 못마시는게 폼은.
태영 : 폼 났냐? 그럴 듯 하지?
수혁 : 묻지마.
태영 : (술병을 들며) 한잔 줄까?
수혁은 술병을 뺐어 따라 마신다.
태영 : 어제 많이 놀랬지? 회장님 화 많이 나셨냐?
수혁 : 모르겠다. 집에 안 들어가서. (안주머니에서 빗을 꺼내 태영에게 주며) 흘리고 다니지 마라.
태영 : (놀라서) 아니. 니가 왜 이거를? 혹시 너 그 때 나 따라 왔었어? 수혁아. 너 참 좋은 친구야.
수혁 : 난 친구 싫어.
태영 : 친구하자. 너 서울에 친구 나밖에 없다며. 외롭게 안할께.
수혁 : 외로워졌어. 어제부터. (한숨쉬며) 말돌리지 말자. 나 니마음 어딨는지 알아. 근데, 더 가지는 마.
지금 그 자리에서 이리저리 재봐. 그거 나쁜거 아니야. 끝까지 재보고 죽어도 이 사람이다 싶으면
그때 가. (사이) 참고로,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술마시는)
너 복 많은 거다. 삼촌도 나도 뭐 어디 빠지는데 있냐.
S#35. 기주본가. 수혁방
방문을 열고 방안을 보다 문 닫고 나가는 기주.
S#36. 2층거실
와인을 따라 마시는 기주. 그때 2층으로 올라오는 수혁.
수혁 : 오늘은 혼자 술마시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
기주 : 또 누가 마시는데?
수혁 : 태영이. (기주옆에 앉는)
기주 : 약속있다더니 강태영씨 였어. 말을 하지. 마실꺼지. (수혁에게 와인을 따라주는)
수혁 : 삼촌. 남자대 남자로 묻는데, 태영이 진짜 좋아하냐?
기주 : 알면서 뭘 물어?
수혁 : 약혼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고?
기주 : 그거 아니고.
수혁 : 그래. 이제 삼촌 마음 알았으니까 내 마음 얘기해도 되지.
기주 : 니 마음도 안다.
수혁 : 내가 고백한것도 알아?
기주 : 고백을 했어?
수혁 : 나름대로 멋지게 했지. 그런데 거절 비슷한 거 당했어.
기주 : 그래? 나한테도 그러던데.
수혁 : 그랬어? 걔는 뭘 믿고 그렇게 튕겨? 별로 이쁘지도 않은게.
기주 : 그러게. 못생겨가지고. 덜렁대고. 목소리도 크고.
수혁 : 건망증도 심하고.
기주 : 거짓말도 잘 시키고.
수혁 : 자세히 보면 머리도 커.
기주 : 콧구멍도 이만해요. (손을 들어보이며)
수혁 : (웃으며) 내가 아는 거 다 아네. 뭐 이 정도 되면 우리 이제 라이벌 맞지?
기주 : 니가 내 라이벌이 되냐?
수혁 : 아. 못될 건 또 뭐 있어. 돈은 삼촌이 좀 많지만 내가 조금더 잘생겼잖아.
피식웃는 기주.
수혁 : 거기다, 삼촌은 연애도 한번 제대로 못해봤잖아. 여자 마음도 잘 모르고, 난 박사거든.
기주 : 그건 맞는데. 자신있냐? 삼촌 조카 다 떠나서 남자대 남자로 붙으면 자신있냐고.
수혁 : 후회하기 없어.
기주 : 후회 잘 안하는 편이라서. 마셔.
같이 와인을 마시는 기주 수혁. 잔 내려놓는 행동까지 같다.
기주 : 잔다. 난 내일 데이트가 있어서.
방으로 가는 기주.
S#37. 화장실.
세수를 하고 나서 거울을 보는 수혁.
S#38. 기주방.
침대에 앉아 있는 기주.
S#39. 태영방.
수혁이 준 빗을 들도 생각중인 태영. 누워있는 양미
양미 : 아이~ 그만 좀 봐라. 뭔지 모르겠지만 요즘 왜 밤마다 말똥말똥이야? 내일 출근 안해?
태영 : (양미를 다독이며) 미안해. 미안해. 해야지. 자.
빗을 올려놓고 한숨쉬는 태영.
S#40. CSV앞
CSV앞에 선 태영 양미.
양미 : 결국 또 낙하산 탄거네. 그지? 아~ 이거 짤리진 않을라나?
태영 : 아~ 이거 말을 해도 진짜. 이번엔 추락안할 자신 있다고. 아자!
양미 : 아자!
태영과 양미 함께 화이팅 한다.
들어가는 태영 양미앞에 선 승경의 차.
승경 : 일찍 출근 했네요.
태영 : 예.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저 교육받거든요.
승경 : 어디든 그렇겠지만 여기 편한 일 없어요. 매점, 매표, 플로어 다 나름대로 힘들꺼에요.
태영 : 예. 저 편하게 일할 생각 없거든요.
승경 : 아님 다행이구요. 누가 부탁 좀 하더라구요. 수고해요.
태영 : (인사하며) 예.
승경의 차는 가고 양미는 태영을 끌고 안으로 들어간다.
S#41. 교육실안.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앉아있고 앞에서 한스텝이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텝 : 네. 아~ 앞으로 여러분들은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각각 매점, 매표, 플로어에
배치가 되겠습니다. 어찌됐든 교육은 잘들 알아서들 받으시고 음. 워터, 워터프론트라는 영화
아는 사람.
태영은 아는 영화지만 말할 기회는 놓친다.
스텝 : 워터프론트. 말론 브란도주연에 1954년 작. 제 28회, 제28회입니다. 아카데미 수상작이죠.
(책상을 두드리며) 이걸 모르다니. 이걸 (의아하게 생각하여 손을 들고있는 태영을 보고) 뭡니까?
태영 : 저. 27회로 알고 있는데요.
스텝 : (중얼거리다가) 잤어요? 분명히 27회라고 했습니다. 27회. 어쨌든 이게 중요한건 아니고
일단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사항은 얼마전 운명을 달리한 말론 브론도의 생애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다같이 묵념하겠습니다. 묵념.
이때, 교육을 담담하는 직원이 들어오다 서있는 스텝을 보고
직원 : 유! 헤이. 유! 씻다운!
서있는 스텝은 당황해 들어가고 직원이 스텝을 나무라며
직원 : 재주도 좋아? 어떻게 또 들어왔어요? 도대체 누가 뽑아주는거야.
옆에 앉아있는 스텝에게 화가난 태영.
태영 : 교육생이었어요?
스텝 : 네~
태영 : 아까 28회라고 그랬죠? 그쵸?
스텝 : 네~
S#42. 사장실 안.
쇼파에 앉아 일하는 기주. 커피를 들고와 기주의 맞은 편에 앉는 승준.
승준 : (기주앞에 커피를 놓으며) 선배. 사장님 말고 잠깐만 선후배로 얘기하죠.
기주 : (승준을 보며) 말해. 그런데, 왜 이렇게 폼을 잡고 그래?
승준 : 일단 엊그제 회장님 못 막은 건 미안해요. 그런 건 비서가 알아서 해야하는 건데.
기주 : 괜찮아. 잘했어. 언젠가는 알아야 되는 거.
승준 :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구요. 이런 말 해도 될 까 모르겠는데.
기주 : 그럼 하지마.
승준 : 아~ 이러기에요? 간만에 오붓하게 앉았건만.
기주 : 복잡한 얘기면 꺼내지도 마. 조금 있으면 회의있는데 골치아프다.
승준 : 그게 아니고. 충성맹세 하려구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용해요. 난 항상 선배편이야.
파리에서 쭉 지켜봤는데 선배 많이 달라졌거든.
기주 : 내가 달라졌어?
승준 : (웃으며) 거울도 안봐요? 딴 사람 같다니까. 그런 의미에서 난 찬성.
기주 : 뭐가 찬성?
승준 : 뭐든 다.
기주 : 하~ 참. 실없기는. 최의사 꿍꿍이나 잘 살펴봐.
승준 : 그건 걱정말고. 문윤아씨 꿍꿍이나 잘 캐봐요. 회장님 비서실에서 들었는데.
엊그제 문의원 사모님 다녀갔나봐요.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나봐요.
기주 : 너도 그 소리냐? 나도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승준 : 아니. 그게 또 이상해요? 아무리 면목이 없어도 회장님이 너무 굽히신다는 말..
이때, 화난 듯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윤아.
기주 : (윤아보며) 노크할 줄 모르나?
윤아 : 왜 자꾸 일을 만들어요?
승준 : (일어나며) 저. 말씀들 나누세요. (기주에게) 사장님. 5분있다 회의실입니다. (나간다)
윤아 : (쇼파에 앉는) 말해봐요. 태영이 얘기는 또 뭐에요? 왜 자꾸 일을 만드냐구요.
기주 : 그러게. 그러는 그 쪽은 왜 자꾸 일을 만드는데? 엄마까지 내세워서. 나이가 몇이야?
윤아 : 그러는 한기주씨는 나이가 몇이에요? 태영이랑 뭘 어쩔 셈인데요?
기주 : 그런 것까지 얘기하면 너무 속상하지 않겠어?
윤아 : 무슨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나 인내심 아주 강해요. 인내심도 강한데다가 외곬수에요.
너무 깊이 파서 지구 반대편이 나온데다 한 우물만 팔 거니까 내가 포기하는 것보다
기주씨가 받아들이는 쪽이 더 빠를 꺼에요
기주 : 안 말려. 열심히 파. 그런데 그게 우물인지 무덤인지 잘 살펴보고. (사장실 나간다)
S#43. 회의실.
회의중인 기주.
기주 : 김이사님. 말씀 하시죠.
김이사 : 예. 중중형차를 목표로 상품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내로 구체적인 소비자 타켓과
디자인 컨셉이 나오면 지금 구성된 TFT인원을 보강하고 익스트레어와
인테리어 파트디자인팀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기주 : 최이사님. 말씀 하시죠.
최이사 : 대한 은행과 협의가 끝난 상황입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만나셔서 싸인만 하시면 됩니다.
기주 : 신차 개발팀에 돈 아낄 생각 없습니다. 눈 앞에 이익때문에 하루가 늦어지면 결과적으로 일년이
지연될수 있습니다. 무슨 말 하는 지 아시겠습니까? 최이사님.
최이사 : 원래 자금은 유동적인 겁니다. 충분히 확보해도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기주 : 원래라는 말 하지마십시오. 삐그덕거리지 말고 일사천리로 가보자는 말입니다.
회의 끝내겠습니다.
회의실을 나가는 기주. 알수없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최이사.
S#44. 회의실 앞.
걸어나오는 기주. 승준이 기다리고 있다.
기주 : 대한은행 지점장하고 약속잡고, 1시에서 3시까지 스케쥴좀 비워놔.
승준 : 점심약속이에요?
기주 : 그럼. 아. 그리고 내 방앞에 가드 두명만 배치해. 제발 문윤아좀 못 들어오게.
승준 : (웃으며) 알았어요.
먼저 앞서가는 기주.
S#45. 기주 차안.
운전하고 있는 기주.
기주 생각 - 돼지 저금통에 동전 모아본 적 없을 거고, 길거리에서 떡볶이, 순대 사 먹어본 적 없을 거고.
고개를 떨구고 걸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을테니까.
태영의 생각을 하며 웃는다. 그러다 태영의 플로라이드 사진을 꺼내 보고 웃는다.
S#46. CSV안.
핸드폰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태영 양미.
태영 : 야. 이거 진짜 신기하다.
양미 : 그치? 재밌지? 죽이지? 자. 이거 붙이자고~
태영 : 어. 이거 스티커구나. 오호~
태영과 양미곁으로 다가온 승경.
승경 : 할만해요?
태영 : (놀라서) 아. 예. 재밌습니다.
승경 : 나도 재밌어요.
태영 : (웃으며) 아니, 뭐가요?
승경 : 강태영씨랑 같이 일하는 거요. 전남편이 좋아하는 여자의 상관이 된 전처. 재밌지 않아요?
근데 어쩌나. 강태영씨는 편하지 않겠네. 내가 괴롭힐 수도 있으니까.
당황하는 태영.
기주 : 농담이 쎄다.
태영쪽으로 걸어온 기주. 태영을 보며 웃는다.
승경 : 왠 일이야? 혹시 나랑 점심 먹으러 왔어? 전화라도 하고 오지.
기주 : (승경에게) 아. 미안. 다음에. (태영에게) 근무 끝났지? 가자.
태영 : (놀라며) 네?
기주 : (태영의 머리띠를 벗겨 양미에게 주며) 미안해요.언니좀 빌려갈께요
태영의 손을 잡고 사라지는 기주. 남겨진 양미와 승경.
S#47. CSV안.
손을 잡고 기주와 태영 걸어간다.
태영 : 뭐하는 거에요?
기주 : 오늘 부터 연애하는 거야. 서툴지만 열심히 해볼께.
태영 : 뭐 연애가 시험공부에요. 열심히 하게? 그냥 마음으로 하는거지.
기주 : 그래도 열심히 해볼께. 왕초보라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 믿고 따라오는지?
태영 : (자리에 멈춰서는) 아니요. 이러고 어딜 믿고 따라가요. 옷부터 좀 갈아입자구요. 따라와요.
(기주를 끌고가는)
기주 : 어딜.. 따라..
S#48. 팬시점 안.
팬시점 안으로 손잡고 들어선 기주 태영.
기주 : 잠깐 여기 좀 들렀다가지.
태영 : 예.
기주 : 볼일이 좀 있어서.
태영 : 볼일이요? 아니. 여기 무슨 볼일이.
기주 : 잠깐만.
태영 : 아니. 저기 잠깐만요. (손을 놓치는) 아휴. 죄송합니다. (다시 손을 잡은) 아니, 아니.
그냥 놓고 다녀요. 편하게
기주 : 싫어. 잃어버릴 것 같은데. 딴 사람들도 다 이러고 다니던데 뭐. 원래 데이트는 이렇게 하는거야.
태영 : 아니. 그건 아는데요. 손에서 땀나요. 지금.
기주 : 그래? 그럼 딱으면 되지 뭐. (태영의 손을 잡고 자기 옷에 닦는) 됐나?
태영 : (어이없는) 그런데 도대체 여기는 왜 온거에요? 여기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기주 : 내가 쇼핑을 좀 할 일이 있어서 그래. (주위를 둘러보는)
태영 : 쇼핑? (기주에게 끌려다니는)
기주 : 아. 참. 이거 (뭔가를 발견하고는) 여깄네. 여기있네.
(손을 뻗어 돼지저금통을 잡고) 아~ 여깄었네.
태영 : 이건 왜요?
기주 : 나 동전 좀 모아 보려고.
태영 : (놀라며) 아니. 동전. (웃으며) 다 들었구나. 그죠?
기주 : 뭘? 무슨 얘기 하는 거지? 가만있어 이거 한 마리면 되나? 어떤걸로 하지? 핑크돼지? 엘로돼지?
태영 : 음.. 핑크돼지
S#49. 팬시점 카운터앞.
손을 잡고 돼지저금통을 계산하러 온 기주 태영.
기주 : 저. 이거는 얼마나 하나요?
직원 : 9.800원 입니다.
기주 : 아. 그래요?
태영과 잡은 손을 보더니 다른 손으로 힘겹게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하는.
당황하는 태영.
기주 : (웃으며) 잠시만. 사정이 좀 있어서.
태영 : 저기, 제가
보다 못한 태영. 지갑을 꺼내준다. 그런데 또 기주가 지폐를 입으로 빼려고 하자 태영이 꺼내준다.
태영 : 어. 아니요 아니요. 내가. (직원에게) 9,800원이요?
만원을 꺼내주고 거스름돈은 기주옷 안주머니에 넣는다.
기주 : 수고하세요. (저금통을 들고 나가는)
S#50. 승경의 사무실.
승경은 의자에 앉아있고 노크를 하며 사무실에 들어오는 수혁.
수혁 : 뭘 그렇게 생각해? 사탕이라도 뺐긴 애처럼 시무룩하게.
승경 : 내가 그랬니? 뺐기기야 했지. 먹진 못해도 들고는 있었는데. 달콤하기도 했고.
수혁 : 무슨 말이야?
승경 : (일어서는) 묻진 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수혁 : 무슨 말인데?
승경 : (혼잣말로) 뭘 감춰? 섭섭한데. (수혁에게) 기주씨 대놓고 연애하더라.
같이 밥먹으면서 하소연 들어달라고 불렀어. 짜증내지마.
수혁 : 누구하고 연애하는데?
승경 : 강태영씨 내가 여기 취직시켰거든. 내 눈 앞에서 데려가더라. 바람처럼.
수혁 : 태영이?
승경 : (가방을 챙기고) 내가 왜 화가 나야 되니? 이혼도 내가 하자고 그랬고. 친구라고 못 박은 것도
난데. 내 발등 내가 찍었다. (나가는데 수혁이 안 따라나오자 뒤돌아보며) 안 나가?
수혁 : 어. 숙모. 저 미안한데. 우리 다음에 먹자. 밥 생각이 별로 없네.
승경 : 그래? 전화했을 때 말하지. 어쩌나?
수혁 : 다음에 내가 맛있는 거 살께. 간다.
수혁은 나가고 그런 수혁은 쳐다보는 승경.
S#51. 분식집 앞.
떡볶이, 순대를 사먹은 기주 태영.
기주의 한손에는 태영의 손 한손에는 돼지저금통이 있다.
기주 : 맛있었습니다.
태영에게 저금통을 내밀자 동전을 넣는 태영.
기주 : 땡큐~
태영 : 자. 이제 돼지 저금통에 동전 모아봤고 또 떡볶이 순대 사먹어 봤는데. 또 뭐할 건데요?
기주 : 아~ 이건 솔직히 너무 어렵다. 추억을 한번 만들어보지 뭐. 내 그림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좀 보고. 누구 앞에서 마음 놓고 울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울 일 생기면 마음 놓고 울지뭐. 이렇게. (태영의 어깨에 기대 안겨서는) 엉엉엉~
태영 : (놀라서 기주를 밀어내는) 어, 왜 이래요? 어머.
기주 : 이렇게 울꺼라고 (다시 태영의 어깨에 기대 안겨서는) 엉엉엉~
태영 : (다시 기주를 밀어내는) 어머. 사람들 보는데. 어머. 왜 이래요?
기주 : (주위를 둘러보고는) 왜? 그러니까 니가 나를 울 일 만들지 말란말야. 알겠어?
태영 : 울 일 절대 안 만들꺼내요.
기주 : 진짜내요? 오케이.
태영 : 그런데, 아까부터 막 자꾸 너라고 그러내요?
기주 : 왜? 너라 그러는거 싫어? 나이도 나보다 7살이나 어리잖아. 그럼 완전 애네. 애기야. 애기.
태영 : (삐진척하며) 어우. 자꾸 다 큰 사람한테 애기라 그러고. 몰라요. (손빼내 먼저 걸어가는)
기주 : (태영을 보며) 꼬마야. 어디가니?
태영 : (뒤를 돌아보며) 왜 그래요? 진짜?
기주 : 애기야 같이가. 하드사줄께 같이 놀자. 애기야~
S#52. 하드가게안.
역시 손을 잡고 가게로 들어온 기주 태영.
여전히 돼지저금통을 들고 있는 기주.
기주 : 아. 하드가게가 근사하네. (앞에 서서는) 뭐 먹지?
태영 : 어. 뭐 드실래요?
기주 : (아이스크림을 보며) 글쎄. 뭐가 이렇게 종류가 많아? 이거.
그냥 여기 종류별로 하나씩 다 주세요.
태영 : (놀라서) 잠깐만요. (조용하게) 밤에 자다가 설사해요.
기주 : 아. 그런가.
태영 : 아. 저는요. 스트로베리. 컵말고. 콘으로다가 한개만 주세요.
기주 : 나는 그러면. 컵으로 같은 걸로다. 제일 큰 컵으로다.
S#53. 하드가게 안.
여전히 손을 잡고 있는 기주태영.
기주앞에는 많은 양의 하드가 놓여있다.
기주 : (앞에 놓은 하드를 보고) 이거 좀 크네. 설사하겠네. 오늘밤에.
(하드를 먹으며) 내가 잘하고 있는 거지?
태영 : 예.
기주 : 먹어. 얼른. 왜? 다른 거 사줘?
태영 : 아니요. 저, 이제 제발 손좀 놓고 편안하게 드세요.
기주 : (손을 더 꽉잡으며) 싫어.
태영 : 어어엉?
기주 : 으으응? 어디서 앙탈이야 앙탈은?
태영 : (웃으며 하드를 먹는) 저, 근데요. 어제 수혁이 만났어요.
기주 : (하드를 먹고 있는) 그래? 나도 알아. 이제부터 지가 내 라이벌이래.
태영 : 그런 얘기를 해요?
기주 : 지가 나보다 조금 더 잘생겼다고 자신 있다나.
태영 : 뭐, 좀 잘 생기기야 했죠. 더.
기주 : 그래서 내가 그랬지. 난 돈이 좀~ 많다고.
태영 : 난 더 잘생긴게 좋은데.
기주 : 거울 안봐? 우리 둘이 강태영씨 못생긴 걸로 합의 봤는데. 못~생긴 걸로.
태영 : 아. 정말 너무들 하네. (삐진 듯 손을 빼며) 대놓고. 맨날 못생겼다고 그러고.
기주 : (다시 태영의 손을 잡으며) 그럼 못생긴 걸 뭐 이쁘다고 그러나?
태영 : 못생긴 사람 손을 왜 잡아요.
기주 : (손을 다시 잡으며) 어어어. (하드먹는)
태영 : 어우. 참.
S#54. 태영집 건너길.
기주의 차앞에 서있는 기주태영.
태영 : 저 갈께요.
기주 : (돼지저금통을 태영에게 주며) 이 돼지 좀 부탁해.
태영 : 동전 모으겠다면 서요?
기주 : 어. 동전 생기면 갔다 줄테니까 저축좀 해줘.
태영 : 이거 다 모으면 뭐 하게요?
기주 : 글쎄. 떡볶이 사먹지 뭐.
같이 웃는 기주 태영.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고 기주 태영은 오토바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수혁의 오토바이가 기주 태영앞에 선다.
태영 : (놀라며) 수혁아.
수혁 : (헬맷 벗으며) 때를 잘 맞췄네. 미안해. 삼촌.
기주 : 왜 하필 지금 나타나냐?
수혁 : 하필 지금 태영이가 보고 싶더라고. 우리 둘이 할 얘기 있는데. 괜찮지?
기주, 대답없이 수혁 바라보고..수혁, 눈길 피하지 않고 팽팽히 바라본다.
기주와 수혁을 번갈아 바라보는 태영.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