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비누이야기
비누 이야기
비누가 처음 기록된 곳은 고대 그리스 레스보스 섬 입니다. (이 섬에는 여제사장이 많았는데, 그들과 사랑을 나누는 여성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 역사에서 '레즈비언 '이란 영어 단어가 나왔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동물들을 신에게 제물로 바쳤죠. (어떤 사람들은 인신 공양이 벌어졌다고도 합니다 >.< ) 그 제물로 바쳐진 동물들은 흔히 화장처리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제물장소 강하류에서 빨래를 하던 여자들이 무엇을 발견했습니다. 어쩌다 비가 내린 후, 가끔 강이 노랗게 변하면, 빨래가 잘 빨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바로 이 여자들이 비누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비누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자연산 순비누는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집니다. 알칼리 성분과 산성인 지방을 물 속에서 혼합하면 그 두 성분의 물질이 중화되면서 비누가 탄생합니다. 옛날에는 비누를 만들때 동물 지방을 많이 사용했지만, 현재는 식물성 지방이 더 많이 쓰입니다. 알칼리 성분은 현재 인조 생산된 가성소다를 쓰지만, 옛날에는 그게 없었죠. 그 대신 나무를 태우고 남은 하얀 재에 물을 여러 번 걸러서 나온 가성액을 사용했습니다.
레스보스인들의 발견
그럼 고대 그리스에선 무슨일이 발생했을까요? 바로 제물로 바친 동물들은 화장처리할 초기에 지방이 녹아서 땅속으로 흡수되었습니다. 그리고 태우기위해 사용된 나무도 완전히 타서, 하얀 재로 변했구요. 그 이후에 비가 왔을 때 그 지방과 재가 섞이면서 비누가 만들어졌구요, 그 비누가 강으로 흘러 들어간 것입니다. 그래서 강아래에서 빨래하던 여자들이 빨래를 더욱 깨끗이 할수 있었다는 거죠. 바로 이 사실을 기록해 둔 시인이 사포 (Sappho) 입니다. 그리고 이런 알칼리 성분과 지방이 비누를 만드는 과정을 시인 사포에 이름을 따라서 사포니피케이션 (Saponification) 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돈을 보관하는 은행도 레스보스의 여성들이 발명했다는군요)
그럼 비누는 무엇일까요?
우리 몸이 더럽혀졌을 때 깨끗한 물로만 씻는다면 그 불쾌감이 없어지지 않죠? 바로 지방이 범인입니다. 지방은 물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물로 아무리 세게 닦아도 항상 우리 피부에 코팅 되어있는 지방이 마치 장벽처럼 피부에 붙어있는 불순물들을 보호해줍니다. (주방에서 기름기 많은 고기 또는 생선을 만져 보신 분들은 이 효과를 잘 아시죠) 그래서 비누를 써야만 그 장벽 자체를 뚫고 우리 피부를 깨끗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누가 지방을 녹이거나 제거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비누 분자는 참 신기한 특성을 가진 분자입니다. 비누분자의 한쪽은 물을 좋아하고 반대쪽은 기름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지방이 묻은 손을 비눗물에 넣으면, 일단 비누가 그 지방을 수십억의 아주 작은 방울들로 분해합니다. 각 방울은 약 0.0025 밀리미터 정도의 두께입니다. 각각의 방울을 약 2천만개의 비누 분자가 둘러싸 버립니다. 물론 지방을 좋아하는 비누분자 쪽으로 붙겠죠. 반대로, 물을 좋아하는 쪽은 물과 친하기 때문에 물속에서 흡수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피부에 붙여진 지방이 비누분자들로 둘러싸여 물에 떨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피부를 보호해 주는 천연 지방까지 떨어져 나간다는 거죠. 천연비누를 만들때 피부를 보호해 주는 글리세린이 자연히 나옵니다. (글리세린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외에, 피부에 탈력과 수분을 되돌려 주기 위해 에센셜 오일이 첨가되면서, 프리팻(Free-fat) 과 슈퍼팻잉(Super-fatting)이 적용됩니다.
피부에 천연지방 보호
먼저, 프리팻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비누를 만들때 지방에 대한 가성소다의 비율이 정확히 맞지 않는다면, 둘 중에 하나가 비누에 남겨집니다. 만약 가성소다가 많이 남았다면, 비누에 알칼리성이 매우 높아 피부에 해롭습니다. (다만 빨래용으론 좋지요) 반대로, 지방비율이 높다면, 비누 생산시 지방이 비누에 남아 있을겁니다. 바로 이 남은 지방을 프리팻(자유지방) 이라고 부릅니다. 이 프리팻은 비누가 피부를 보호하는 조치로 첫번째 방어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지방비율이 가성성분보다 5% 정도 많으면, 손과 몸을 씻을 때 적당하고, 6%-10%는 얼굴용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그러나 프리팻은 어떤 베이스 오일을 사용하여 비누를 만들었는지에 의해 좌우하기 때문에, 베이스 오일의 종류와 급이 중요합니다. 올리브유는 피부에 아주 좋습니다. 다만 올리브유로만 만들어진 비누는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남지 못하고, 거품도 별로 나지 않습니다. (참고로 비누의 세정력을 따지자면 거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거품을 좋아하고 거품없이는 잘 씻기지 않는다는 틀린 상식 때문에 비누에 거품이 많이 나야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팜유는 피부에 보통 수준입니다. 그러나 팜유는 매우 단단한 비누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비누가 덜 물러지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코코넛유는 피부에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코코넛유로 만들어진 비누는 두껍고 풍부한 거품을 내주기 때문에 비누에 사용됩니다. 이러하여 대부분 천연비누는 이 세가지 오일들을 베이스 오일로 사용하고 각각의 오일 비율을 조정하여 비누의 특성을 만듭니다.
슈퍼팻잉오일은 프리팻과는 달리, 비누가 어느 정도 완성됐을 때 첨부합니다. 슈퍼팻잉오일은 에센셜 오일보다는 저렴하지만, 베이스 오일(올리브유,팜유,코코넛유 등)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가성소다에 의해 슈퍼팻잉오일이 비누가 되버리는 현상을 피하기위해, 가성소다와 베이스 오일이 거의 다 비누로 변했을 때 첨가되지요. 주로 슈퍼팻잉으로 사용되는 지방은 아보카도 오일, 쉐어 버터, 아몬드 오일 등 입니다.
마지막으로 에센셜 오일은 제일 비싸기 때문에, 맨 마지막에 첨가합니다. 에센셜 오일은 허브, 꽃, 나무, 뿌리 등 주로 식물에서 추출합니다. 또한 에센셜 오일은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한약재료처럼 서양에서 꾸준히 사용됐습니다.
불쌍한 글리세린
레스보스의 여자들이 비누를 발견한 뒤, 사람들이 비누를 만들때 소금물을 사용하면, 글리세린과 여분의 물의 양을 제거함으로, 보통 3-4 주의 숙성시간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글리세린과 여분의 물을 제거하면, 비누가 더 딱딱해져서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며, 알칼리성이 올라가지요. 이런 비누는 빨래 등 피부이외 사용으론 괜찮지만, 목욕하기는 아주 나쁜 비누가 되죠. 글리세린은 휴멕턴트 (humectant, 습윤제(濕潤劑) 입니다. 쉽게말해서, 글리세린은 공기에 있는 수분을 흡수하여 우리 피부의 촉촉함을 지켜준다는 거죠. 글리세린이 없는 비누를 사용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자극이 생기기 쉽죠. 그러나 옛날에는 이 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워낙 사람들이 목욕을 드물게 했기 때문에 (그 당시 동양과 서양, 모두 목욕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누의 피부자극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느날, 프랑스 황제 루이14세가 목욕을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최고의 비누를 썼지만, 역시 피부에 자극이 생겼습니다. 그 비누를 만든 3 명을 바로 사형시켰습니다. 그 세 명외 비누 제조자가 4 명 더 있었는데, 그들은 목숨을 잃는 것에 심한 알러지가 있었기 때문에, 바로 협상으로 들어갔습니다. 4주 후 그들이 발표한 비누는 글리세린이 풍부하고 에센셜 오일이 첨가된 숙성 천연 비누였습니다.
그러나 글리세린이 비누에 그대로 남겨지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수익이 목적이었죠. 과학이 발달되면서 글리세린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글리세린이 다이나마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노벨이란 사람이 발견했지요. (사실 글리세린은 니트로글리세린을 만들고, 그것으로 다이나마이트를 만들죠.) 그외에도 글리세린이 로션등 다른 화장품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글리세린의 가격은 오르고, 비누 생산자들이 다시 비누에서 글리세린을 추출하여 팔았습니다. (어때요? 글리세린이 불쌍하지 않나요?) 현재에도 글리세린이 비누에 비교해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일반 비누공장에서 생산되는 비누속엔 글리세린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원래 비누에 들어 있어야 하는 글리세린을 다른 제품의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거나 화가 나진 않은세요?
비누의 혁명
비누의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루이 14세 황제같은 인물이 이 혁명을 지시할 순 없습니다. 이 혁명은 바로 비누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지식이 넓어지면서, 그동안 피부문제로 고생하신 분들, 아토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부모님, 세안후 얼굴의 당김 또는 건조함을 느끼신 분들, 이런 분들이 드디어 비누 생산법의 중요함을 깨달으면서 일반 화학 비누보다 나은 제품을 요구하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피부는 우리 인체의 가장 큰 장기 입니다. 비누의 중요성을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