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r. Josiah. Han Column
“봄길”
우리나라 대표적인 서정 시인을 말할 때 보편적으로 김소월, 서정주, 그리고 정호승 시인을 말한다. 서정시인은 그 내용상 시대의 아픔과 눈물을 담아내지 않았다고 하여서 때로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이 모두 일률적이거나 혹은 이분법적으로만 살 수도 없고, 또한 서정시가 그 시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시대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한 편의 서정시로 그 시대의 아픔을 넉넉히 이겨냈는지도 모른다.
2014년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이 시기에 정호승 시인의 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나는 종종 칼럼을 쓰기에 마땅한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시를 소개한다. 그러나 원래“땅콩 리턴”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그 사건은 이야기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가치 없는 내용을 가지고 속상해 하기 보다는 좋은 시 한편을 통해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며 내가 어떤 존재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정호승 시인의 시는“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의 이야기를 시로 쓰고자 한다.”는 그의 소신처럼 다른 어떤 해석도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