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즐거운 책 추천 시간이 또 돌아왔습니다.
두둥! 이번 도서는 청소년 층을 견향한 책인데요.
사견이지만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먹힐 것 같아요.
어른을 위한 청소년 소설이랄까? 엄격히 따지자면, 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요.
자, 그럼 지금부터 책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서명: 시간을 파는 상점
저자: 김선영
* 이 도서는 넓은마을 최근도서에 청소년 코너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뭐 읽을 거 없나 사이트를 뒤적이다가 이 소설을 보게 됐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란 제목이 특이해서 다운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책을 펼치지는 않았다. 이것보다 더 관심이 가는 도서가 여러 권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최근 읽을 게 다 떨어지자, 그때서야 이 책이 손에 들어왔다. 미안, 내가 널 잊고 있었어. 그나저나, 시간을 판다고? 무슨 자기관리나 스케줄 관리사의 소설인가? 아니면 타임슬립이나 시간이동? 부쩍 호기심이 들어 책을 펼쳤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주인공이자 평범한 학생인 백온조는 소방대원이었던 아빠를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간다. 그녀는 힘든 아르바이트로 시간에 대해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갖게 됐고, 그것은 온조가 용돈을 벌기 위해 ‘크로노스’라는 익명으로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여는 계기가 된다. ‘시간을 판다’는 카페의 개요는 간단하다. 온조가 돈을 받고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그로써 의뢰인은 자신의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첫 번째 의뢰가 들어온다. 의뢰주는 자신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내 곁에’라는 익명의 사람. 내용은 같은 반 학생이 훔친 물건을 아무도 모르게 주인에게 되돌려 달라는 것.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온조의 사물함에 물건을 넣어놓고 사연까지 듣게되자 동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여곡절 끝에 첫 의뢰를 수습하고,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의뢰를 받게 된다. 가족 간의 사이가 멀어져 할아버지와의 식사자리에 나갈 마음을 먹지 못해 대신 나가달라는 강토의 의뢰. 소중한 편지를 전달해 달라는 의뢰. 혜지, 즉 ‘가네샤’와 친구가 되어달라는 의뢰. 그렇게 여러 의뢰를 받고 해결하며, 온조는 ‘시간을 파는 상점’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
이 책은 ‘시간’을 소재로 한 청소년소설이다. 소재도 독특하고 추리적인 기법을 통해 긴장감도 잘 살린 것 같다. 무엇보다 어휘나 문맥이 마음에 들었다. 또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입시에 쫓기는 모습이 아닌 게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이건 사견이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급하게 넘어가는 뉘앙스가 걸린다. 마치 ‘얼른 끝내야 돼’ 내지는 ‘착한 결말로 마무리 해야 돼’ 하는 인상이 좀 강하게 풍겼달까. 아마도 ‘교육적인 내용’을 중시하는 청소년 문학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일지도 모른다. 좌우간, 몇 가지의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이 글은 훌륭한 작품이다.
우리는 ‘시간’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간 = 금’의 등식 속에는 ‘시간을 낭비하지말라’는 교훈이 숨겨져 있으니 말 다한 셈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좀 웃기는 말이다. 본래 시간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요컨대 인류가 ‘시간’이라고 정의 내리기 전부터 존재했다. 단지 인류는 그 계념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했을 뿐이다. 시간, 그것은 무엇일까. 보통 시간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바로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이다. 전자는 연속적이며 인과율이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요컨대 역사처럼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고,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시간이다. 반면 후자는 어떤 특정한 때를 뜻한다. 누군가와 함께 보낸 특별한 시간, 전환점이나 기회, 계기가 된 시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시간은 독립된 것이 아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생각하기에 따라, 지금 이 시간은 크로노스가 될 수도 카이로스가 될 수도 있다. 시간은 너무나 당연하게 삶 속에 녹아있다. 아니, 우리의 삶 자체가 시간이다. 그것은 종종 사람을 초조하게도 느긋하게도 만든다.
“왜 이리 빠른지 모르겠어. 빠르다고 해서 더 행복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오히려 속도 때문에 사고가 나는 데도 말이야.”
강토의 할아버지가 한 말이다.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매 순간 시계를 확인하며 시간에 쫓기고 삶에 치이고 다급하게 걸어간다. 때문에 가치 있게 여길 것을 놓지고, 되색이지 못하고, 심지어 미처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를 외친다. ‘시계’는 편하라고 만든 물건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망각한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눴다고 해서 진짜 하루가 24시간인 건 아니잖은가. 단지 기준이 그런 것 뿐이다. ‘시간’에 집착할 게 아니라, ‘의미’와 ‘최선’에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크로노스건 카이로스건, 영원이건 찬라건, 그 외 무수한 시간의 개념이건. 시간은 흐르며 한번 흘러간 것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바람은 또 어딘가로 내달릴 것이고 그 자리에서 난생 처음보는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시간이 늘 처음인 것처럼’
책속에 나오는 글귀다. 올해 핀 목련과 내년에 핀 목련은 똑같은 것일까? 생김도 같고 향도 같아도 다르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시간이 처음인 것처럼. 요즘 사회는 너무 바쁘고 빠르게 돌아간다.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으려는 노력 탓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 뿐일까. 사실 마땅히 빨라야하는 이유는 없다. 중요한 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후회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는가, 그런 것일 테니까. 시간에게 지배당하기에 바빠 쫓기는 것이 아닌, 시간을 지배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후회하지 않을 그런 순간을 살자. 설령 지금 이 순간이 힘겹더라도, 크로노스는 흘러갈 것이고, 그 속에는 모래알갱이만큼 많은 카이로스가 숨겨져 있을 테니까. 누구에게나 고난은 닥쳐오기 마련이고 그 고난을 극복하면 좀 더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무수한 크로노스 속의 무수히 많은 카이로스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내게는 이 책을 읽는 시간이 ‘크로노스 속의 카이로스’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