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 천국, 동성애 지옥
오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 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종교개혁 507주년에 무너져가는 국가와 교회를 그냥 볼 수 없어서 교회와 성도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큰 기도회니까 서울의 큰 교회와 목사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100대 기도제목’이라는 것을 보면 참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실은 한 가지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 반대와 차별금지법 반대’. 이 법이 통과되면 국가와 교회와 가정이 무너져내린다고 합니다만,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동성애에 물들고 성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지나친 ‘친절’이라는 생각입니다. 청소년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지나친 입시 경쟁이나 학교폭력 같은 것이지, 다른 것에는 생각하거나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살아가는 현실이거든요.
결국 200만 명이 모여서 동성애 반대라는 혐오와 차별 그리고 정죄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해야 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이성애 천국, 동성애 지옥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예수님의 이름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십자가의 사랑이고, 사랑은 차별을 넘어서는 차원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몇 번 드린 말씀입니다만, 동성애를 찬성하고 지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성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정죄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 십자가의 사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한국교회가 그것도 주일에 모여서 기도회를 한다고 하면 이런 제목은 내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북은 전쟁의 위험을 당장 멈추고 평화와 대화의 길로 나서기를 바란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중동에 대한 전쟁을 멈추어야 한다! 한국의 모든 교회는 이 창조절에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어떠신지요. 그리고 수십 수백만이 모여서 기도해야 한다는 그 생각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골방에서 은밀한 중에 기도하라”(마6:6)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부디 기도회를 내세워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껍데기 기도회가 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편지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