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내 마음의 풍차 ( 01회 )

[일향 이봉우]

         내 마음의 풍차

   제 1장,

김서연은 흥분이 된다.

이사를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김서연의 마음은 출렁거리는 기쁨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을 숨길수가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횡재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시 아주버님 내외가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형제라고 해야 단 둘 뿐이다.

아이들이라고 해야 이제 고작 아홉 살짜리 계집아이인 진경이가 있을 뿐이다.

명목상으로야 진경이의 재산관리 보호자 자격으로 그 집으로 이사를 들어가는 것이지만 어린 계집아이다 뭘 알 것인가?

평소에 큰 집의 많은 재산을 부러워하던 김서연이다.

시 아주버님은 결혼을 무척이나 잘 한 사람이다.

여자의 많은 재산, 즉 형님의 상속재산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김서연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형님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다음 형님은 많은 상속재산을 물려받아 청주시내에 집을 새로 짓고 아주버님 역시 직장생활을 버리고 크나큰 도매상을 운영하고 계셨던 것이다.

각종 식료품 식자재 재료들을 납품하는 도매상을 운영하면서 거의 모든 업소에 납품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자신의 남편도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 매달 월급을 받아가며 생활을 하고 있는 김서연으로서는 그 모든 것들이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어쩌다 큰 집에라도 가는 날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탐나고 부럽기만 했던 것이다.

번쩍거리는 살림살이하며 모든 가재도구들이 이 청주바닥에서는 구하기 힘든 좋은 것들이다.

물론 큰 집에서 자신들의 집도 사 주기는 했지만 큰 집에 비교를 하면 너무나 초라하고 네 아이들과 여섯 가족들이 살기에는 비좁을 뿐이었다.

겨우 방 세 칸짜리에 네 아이들을 나누어 재우면서 살아가는 생활을 해야만 하는 협소한 집이라고 생각하

고 있는 김서연이다.

더구나 자신의 집은 청주시내에서도 버스로서 삼십 여분이나 떨어져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인 것이다.

큰 집은 청주시내 중심가에 있으면서도 널찍한 정원이 있고 건물 또한 이층으로 된 현대식 건물로서 보기만 해도 대단한 부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그 큰집에 방만 해도 일곱 개나 된다는 것이 서연의 가슴을 흥분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다.

김서연은 대부분의 살림들을 모두 처분한다.

이제 그런 구질구질한 세간들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시 아주버님 내외는 형님의 친정 부모님 제사에 참석을 하고 오다가 교통사고로 두 분이 모두 그 자리에

서 즉사를 하신 것이다.

대형 화물차의 기사가 졸음운전을 하다 마주오던 승용차를 그대로 들이 받은 끔찍한 사고였다.

이제 모든 장례가 끝나고 삼우제도 어제 지난 것이다.

하나뿐인 조카딸의 재산관리 보호자는 당연히 작은 아버지인 자신의 남편인 것이다.

그것은 법적으로도 인정이 되는 것이었다.

다른 형제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남편 허용수의 얼굴에도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짐을 대충 꾸려!

그까짓 쓰레기 같은 것들에 미련을 두지 말고 우리 식구 몸만 들어가자고.“

“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큰 집의 세간들이 워낙에 좋은 것들이니 이런 허접 쓰레기들을 가져다 뭐에 쓰겠어요?"

"흐흐흐........

형님 생각을 하면 미안한 마음이지만 우리에게는 횡재가 굴러 들어온 것이지.

이제 서서히 하나씩 내 이름으로 바꾸어 가기만 하면 진경이가 큰 다음이라도 손을 쓸 수 없을 테니까!“

“호호호..........

그럼요!

제까짓 것이 성장을 한다고 해도 손을 쓰지 못하게 단단히 하세요.“

“암!

지금까지 고생만 시켜온 내 새끼들도 이제는 호강을 하면서 키워야지.“

두 부부는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즐거워한다.

“당신도 지금까지 고생을 하고 살았으니 마음껏 호강을 하면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하면서 살아가오.”

“정말 그래도 되지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해도 되지요?“

“암!

형님 재산이 얼만데 당신 하나쯤 호강을 시키지 못하겠어?

그리고 이제 우리 아이들도 해 달라는 모든 것들을 맘껏 해 주면서 그렇게 호강한번 멋들어지게 해 보자고.“

“진경이 고것만 없었음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김서연은 벌써부터 진경이가 눈에 가시가 되어 온다.

“그 아이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마!

우리가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진경이 때문이니까!

그저 적당히 키워주면 되니까 너무 구박을 하지 말고.“

“호호호.........

알았어요.

내가 자식이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김서연은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자신들에게 이런 행운이 굴러 들어온다는 것을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다.

김서연 자신은 매우 까탈스러운 성격이다.

성격이 까탈스럽고 냉혹한 성품으로 이웃과 내왕도 거의 없이 지내고 있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게다가 시기심이 남 유달리 많은 성품이기도 하다.

큰 집이 잘 살고 있는 것을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언제든지 배 아파하면서 부러워하며 항상 남

편을 달달 볶는 여자였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 집안이다.

가진 것이 없는 집안에 그래도 시 아주버님은 고학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한 끈기 있고 성실한 사람이었으나 허용수는 그다지 부지런하지도 않고 그저 세상을 대충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을 한 허용수는 서울에서 자동차 정비기사 밑에서 일을 하던 중에 김서연을 만나 둘이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형이 결혼을 하기 전이라 결혼식을 미루기도 했지만 결혼식을 올릴만한 여유 또한 없었던 것이다.

아이 둘을 낳고 나서야 형의 주선으로 청주에 내려와 살면서 결혼식도 올렸던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겨우 셋집을 얻어 시작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형수가 재산을 상속받고 나서야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얻고 형이 시작한 도매상에 출근을 하고부터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진경의 엄마 차영주는 마음이 후덕한 사람이었다.

형제도 아무도 없이 무남독녀 외딸로 자라난 차영주는 형제간의 정이 그리워 시동생 가족들에게도 무척이나 따뜻하게 모든 것을 해 주곤 했다.

맨 위로 아들을 두고 가운데 두 명이 계집아이고 막내를 아들로 해서 네명의 자식을 둔 시 동생네를 생각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곤 했다.

때가 되면 조카들에게 일일이 옷을 사 입히기도 하고 먹을 것을 사 먹이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세심한 신경을 쓰곤 했었다.

그러나 김서연은 윗동서의 그런 모든 것들을 불평한다.

가진 것이 많이 주체를 할 수 없어 자신들을 동정한다는 투의 말로 불만을 터트리기도 하고 자주 남편과

말다툼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가지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윗동서의 그런 넘쳐나는 부를 부러워하며 질시하곤 했다.

김서연은 무슨 일마다 짜증을 낸다.

매사를 큰 집과 비교를 하면서 자신의 삶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당신은 형님에게 말을 해서 월급이라도 더 올려달라고 못해요?”

“이 사람아!

지금 받는 월급도 얼마나 후한 것인지 알아?

그리고 형님이 매달 생활비로 주는 돈은 어디 적은 돈이야?

왜 그렇게 매사에 짜증을 부리고 그래?“

“큰 집 사는 것을 봐요.

내가 짜증이 안 나게 생겼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에요.“

“이봐!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

어디 형님의 능력이 있어 그렇게 사는 것이야?

형수님이 가지고 오신 것을 가지고 그렇게 투덜거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누구는 태어나면서 그런 복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황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모양인가?

정말 미치도록 화가 나!“

“제발 이 정도에서 만족을 하며 살자고.

내 능력이 그것뿐인걸 뭘 어떻게 하란 말야?“

“에효,

못난이, 바보, 멍텅구리.“

“그만해!

내가 형님보다 못났으니 그렇게 재산이 많은 여자를 얻지 못하고 겨우 당신을 선택을 해서 이 고생을 하지.“

“뭐라고요?

지금 그 말 다 했어?“

두 부부는 그렇게 툭하면 싸움을 하곤 한다.

그러던 그들이 이제 그 재산을 모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허용수는 벌써부터 그 재산을 모두 삼킬 궁리를 한다.

재산 관리인이 아니라 자신이 마치 상속자라도 된다는 듯이 모든 것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시킬 궁리를 하는 것이다.

진경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부부에게는 손톱만큼도 없다.

오히려 진경이는 이들 부부에게는 눈에 가시였던 것이다.

진경이만 없었다면 모든 재산을 송두리째 상속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기에 진경이의 존재가 한없이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주변의 눈들도 있고 해서 진경이를 어디로 보내버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진경이를 위한 법적 재산보호자로 들어앉는 것이기 때문이다.

허용수는 일단 자신이 나가던 도매상을 대표이사를 형님의 이름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어 놓으려 모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대표이사가 없는 지금에 자신이 그 뒤를 이어받는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허용수는 어깨에 힘이 잔뜩 실려져 있었다.

이제는 형님 밑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직원이 아니라 자신이 바로 사장인 것을 생각만 해도 너무나 황홀한 일이었다.

그들은 큰 집으로 이사를 들어간다.

이사를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저 식구들 소지품과 옷가지가 전부인 것이다.

“엄마!

정말 우리가 큰 집에서 살아도 되는 거야?“

큰 딸인 연경이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묻는다.

“그래!

이제는 이곳이 큰 집이 아니고 바로 우리 집이다.“

“정말?

그럼 내 방은 어디야?“

김서연은 이미 구상을 해 놓았다는 듯이 아이들의 방부터 배치를 해 준다.

이제 큰 아들은 열다섯 살로 중학교 이학년으로 몸은 거의 다 큰 어른의 키만큼이나 큰 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열 두 살인 연경이는 초등학교 오학년이다.

“연경아!

너는 이 방을 사용해라!“

“이 방은 진경이 방이잖아?”

“네가 언니인데 진경이보다 못한 방을 쓰면 되겠어?

아무소리 말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오늘부터 이 방이 네 방이다.“

“엄마!

안 그래도 이 방이 항상 부러웠는데....

와! 정말 이 방이 내방 맞아?“

연경이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엄마!

내 방은 어디야?“

초등학교 이학년이고 진경이와 동갑인 희경이 샘을 내면서 묻는다.

“넌 바로 이쪽이다.”

김서연은 두 딸의 방을 안방 바로 옆에 있는 방들로 정해준다.

그리고 아들들의 방도 정해주고 나니 진경이가 써야 할 방은 구석의 작은 방뿐이었다.

그곳은 집안의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을 두는 방이다.

사람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방이었던 것이다.

“작은 엄마!

왜 내가 이 방을 써야 하나요?“

“이년아!

내가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할 일이지 무슨 잔말이 그렇게 많아?

넌 우리가 고아원에 버리지 않는 것도 고맙다고 해야 할 일이야.

이렇게 버리지 않고 거두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된다.“

“..........................”

“이제 넌 부잣집의 외동딸도 아니고 더구나 공주 같은 신분도 아니란 것을 똑똑히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그나마 밥이라도 얻어 처먹으려면 부지런히 심부름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게으름 부리지 말란 말이다.“

김서연은 진경이를 보는 눈초리조차 곱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진경이를 말려죽였으면 좋겠다는 음흉스러운 마음이다.

진경이만 없다면 마음 놓고 이 집의 재산을 가지고 호의호식을 하면서 살아 갈 수 있는데 진경이가 성장을 하고 나서 어느 정도는 주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아까워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김서연은 어떻게 해서라도 진경이가 성장을 하기 전에 스스로 못 견디고 사라져 버릴 수 있는가를 궁리하기 시작한다.

글:   일향     이봉우

[허돌]

"내 마음의 풍차" 란 제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 풍차는 누가 돌리는 것인가....바람?...아니라면 그 바람을 이용하여 내가 돌리는 것인가?.....앞날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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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우]

30여년전 재미있게 본 신문연재소설 최인호의 "내마음의 풍차"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제목은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네요...당연한 이야기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