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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가 함께 사는 이용식씨 가정. 이씨 가정은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에서 성가정으로 선정돼 12월 18일 축복장을 받았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
"아멘 해봐, 아멘~."
할머니 박형순(우르슬라, 61, 수원교구 초지동본당)씨 말에 두 살짜리 손녀 이효린(플로렌시아)양이 고사리 같은 손을 모으자 가족들 사이에 웃음꽃이 핀다.
이 집의 큰어른 이영희(클라라, 82) 증조 할머니와 가장 어린 효린양의 나이차는 무려 80살. 4대가 함께 사는 이 가정은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에서 성가정으로 선정돼 12월 18일 축복장을 받았다.
"처음에는 가족이 7명으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 줄어들어 하나가 돼가는 느낌이에요."
손주 며느리 이하나(바울리나, 28)씨 말에 이영희 할머니가 "옳은 말씀"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이들 4대가 함께 모여 살기 시작한 건 2008년. 형제 없이 외롭게 자란 며느리 이씨가 북적대면서 살고 싶다며 남편 이정호(바오로, 36)씨에게 시부모와 함께 살자고 제안하면서부터다. 정호씨 역시 어려서 부모가 할아버지ㆍ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기억이 좋아 흔쾌히 동의했다. 정호씨는 "모시고 산다기보다 더불어 돕고 산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4대가 함께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전 부지런한 며느리가 아니거든요. 어른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 모습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른들이 안 계시면 안 될 것 같아요."(이하나씨)
남들은 1ㆍ2층 살림을 다하려면 힘들겠다고 하지만, 정작 살림에는 며느리보다 시어머니 손이 더 많이 간다는 것이 하나씨 설명이다. 얼마 전 부부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음식점을 낸 뒤로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어지자 시어머니 박씨는 좋아하는 봉사활동도 포기하고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녁미사에 못 가는 게 싫었는데, 이젠 손녀들 재롱에 애들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함께 사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는 박씨는 며느리를 두고 "하느님이 주신 며느리"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개신교 신자였던 며느리는 결혼 후 영세하고 올해 견진성사도 받아 신앙심 깊은 시어머니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며느리도 "우리 시어머니는 여느 시어머니와 다르다"며 "우리 가족이 모여살 수 있는 이유는 항상 보듬어주시는 시어머니 사랑 덕분"이라고 말했다.
"성당에 다니시면서 봉사를 열심히 하셔서 그런지 사람에 대한 사랑이 깊으세요. 부지런하신 시부모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죄송하고 감사해요."
이영희 할머니도 "노인정 친구들이 '밤이나 낮이나 손자들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제일 부러워한다"고 거들었다.
매일 아침 저녁 묵주기도를 바치는 어른들 모습을 보고 자란 첫째 이환희(요안나, 5)양은 성모상 앞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행여 박씨가 저녁기도를 안 하고 자리에 누우면 "할머니 저녁기도 안 하고 그냥 주무세요?"하고 달려와 묻는 통에 기도를 거를 수가 없을 정도다.
정호씨는 "부모님이 모범을 보이시니까 저절로 따라가게 된다"며 "우리 가족이 모두 화목하게 사는 것은 모두 부모님 기도 덕분"이라고 말했다.
가장 이용식(프란치스코, 64)씨는 "서로 부대끼며 사는 재미가 있다"면서 "서로 신뢰하고 양보하고 사랑하면서 성가정을 이루고 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