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인터넷)가 작성하는 잘못된 (공유)문화
소리바다로 살펴보는 인터넷 공유 문화의 폐혜
인문학부 040216 이기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접근하기 어려운 고급 문화였다. 우선 인터넷을 하는데 필요한 PC부터가 보급이 잘 되어있지 않았고, PC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을 하는데에는 많은 돈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1999년, 하나로에 의해 초고속 인터넷 ADSL의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시대는 변했다. 종량제로 부과되는 전화세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100배 이상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이 ADSL 덕분에 인터넷은 차차 대중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2002년에는 인구 100명당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7.16명으로 보급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그로 인한 사회 문제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공유 문화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제 새로 나온 음악이나 영화를 다운받아 즐기는 것은 당연한 문화로 자리잡았다. 오히려 돈을 주고 게임이나 음반을 구입하면 이상한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으로 취급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추세가 과연 올바른 것일까? "지적 재산권은 공유되어야 한다" 며 카피 라이트와 반대되는 개념인 카피레프트(Copy-Left)를 주장하는 공유 찬성론자들은, 지적 재산권보다 자료를 공유하는 개인의 자유가 우선이라고 한다. 과연 정말 그런 것일까?
인터넷 공유는 이미 PC게임이나 유틸리티등을 비롯한 컴퓨터 프로그램들뿐만이 아니라 만화, 영화, 드라마 등 온갖 분야에서 횡행하고 있다. 분야마다 크고 작은 차이가 있어서 모든 분야를 다 다룰수는 없으므로, 현재까지도 법정공방을 계속하며 사회적 이슈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음악 분야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음악 공유는 크게 소리바다류와 벅스뮤직류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로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둘의 이름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이 둘은 커다란 차이점을 갖고 있으므로 나누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리바다류(소리바다나 기타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들)는 음악을 직접 다운로드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운 받은 음악을 사용자가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소리바다에서 음악을 다운 받으면 그 음악으로 CD를 제작할 수도 있고, MP3 플레이어 같은 음악 기기에 넣고 다닐수도 있게 된다.
이로인해 소리바다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소비자들이 음반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음반을 구입하는 것이 다운로드를 받는 것보다 좋은 점이 없고 오히려 구입 절차만 더 번거롭다면 누가 음반을 직접 구입하겠는가? 따라서 소리바다가 인정된다면 소리바다 사용자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음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어 한국의 음반 업계는 차차 몰락해 갈 것이다. 그러므로 소리바다는 법적으로 허용되서는 안된다.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소리바다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논리 몇 가지를 반박해보겠다.
첫 번째로 소리바다는 직접적으로 저작권법을 침해한 것이 아니며, 다만 파일들을 이용자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있다.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현행법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해서 정당한 것은 아니다. 위에 서술한 이유에서 보듯이, 소리바다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막아야 할 시스템이다.
두 번째, 이용자들이 서로 음악프로그램을 교환한 것은 저작권 침해의 예외에 해당하는 정당한 이용행위라는 주장이다. 물론 친구끼리, 내지는 아는 사람끼리 음악 몇 개 쯤 서로 주고 받아도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소리바다는 굉장히 거대한 조직체이다. 수천 수만명의 사람이 이를 이용한다. 누가 내 파일을 받아가는지도, 내가 누구에게서 파일을 받는지도 알 수 없다. 이로 보아 이는 순수한 교환의 의미가 아닌, 조직적인 절도 행각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용자들은 냅스터나 소리바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작권이 있는 음악들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창작했거나 저작권이 없는 다양한 저작물들 역시 공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시 맞는 말이다. 1%나 될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저작권이 없는 자료 역시 그 수많은 파일 중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극소수의 자료 교환을 위해 시장 경제는 어찌 돼도 좋다는 입장은 조금 곤란하다. 안타깝지만 저런 저작권이 없는 자료들을 배포하고 싶은 사람들은 소리바다가 아닌 다른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다. 소수의 입장도 존중하라고? 그러면 정치인들이 민간인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도 인정해야 할 것인가? 정치인들도 사람인데 왜 남한테 선물을 못주게 하는가?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또한, 자신의 저작물을 배포하는데에 있어서 소리바다보다 더 좋은 전달 매체는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소리바다는 이러한 배포에는 매우 부적합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럼에도 굳이 소리바다를 써야겠다는 이 주장도 역시 터무니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벅스뮤직의 경우는 다르다. 벅스뮤직은 사용자가 그 음악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그 홈페이지에 올려져있는 음악을 들을 뿐이다. 이 방식 역시 음반을 구입하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소리바다와 같으나, 이 경우에는 사용자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벅스뮤직에 접속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음악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음반을 구입해야 하므로, 소리바다처럼 음반 구입의 필요성을 완전히 가로막는 시스템은 아니다. 음반을 들어보고 구입할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장점 또한 있다. 이러한 벅스뮤직과 같은, 저작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들에게 공유의 혜택을 주는 것이 인터넷 공유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므로, 공유의 부정적인 영향을 이야기하는 이 글에서는 벅스 뮤직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 않겠다.
한국처럼 저작권 관련 제도나 의식이 미약한 나라는 흔치 않다. 앞서 말했듯이 인터넷 공유는 비단 음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미 인터넷 공유로 인해 PC 패키지 게임 시장은 완전히 몰락해버렸으며, 공유+도서 대여점으로 인해(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도서 대여가 합법인 나라 역시 한국 뿐이다)만화 시장 역시 침체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불법 공유 자료들은 여기저기에 널려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당일 발매된 영화나 음반 등도 간단히 무료로 구할 수 있다. 더 이상은 안된다. 저작권이 무시당하면 창작 의욕은 짓밟히고, 창작 의욕이 짓밟히면 당연히 창작물은 줄어든다. 그러면 남는 것은 한국 자생 문화의 몰락 뿐이다. 저작권을 올바르게 보호하는 길이 한국 대중 문화를 보호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