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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온 책이 번역되었습니다
인지발달심리를 전공한 김혜리 교수님과, 언어발달 및 언어의 신경적 기초를 연구하여 온 이승복 교수님이 번역한 책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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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 김혜리 ․ 이승복 옮김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 뇌과학과 심리 실험으로 알아보는 남녀의 근본적 차이”
신국판 ⎟ 372쪽 ⎟ 값 12,000원 ⎟ 2007년 5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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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 차례
1. 남성 뇌와 여성 뇌
2. 소년, 소녀를 만나다
3. 공감하기란 무엇인가?
4. 여성 뇌가 공감하기에 적합하다는 증거
▫ 심리실험 1 공감 지수 테스트
5. 체계화하기란 무엇인가?
6. 남성 뇌가 체계화하기에 적합하다는 증거
▫ 심리실험 2 체계화 지수 테스트
7. 남녀 차이와 문화
8. 남녀 차이와 생물학
9. 남자 뇌, 여자 뇌로의 진화
10. 자폐증, 극단적인 남성 뇌의 사례인가?
▫ 심리실험 3 자폐 스펙트럼 지수 테스트
11. 어느 수학 교수
12. 극단적인 여성 뇌와 미래로의 귀환
▫ 심리실험 4 눈에 깃든 마음읽기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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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서판』의 저자 하바드 대 심리학과 교수 스티븐 핀커 의 평
“뛰어나 통찰력으로, 오랜 성 논쟁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모든 이들의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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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설명 소개 자료]
<남자와 여자, 누구나 차이를 알지만 아무도 이유를 모른다!>
왜 남자들 대부분은 전화로 수다를 떨지 않고 용건만 말할까? 왜 남자들은 컴퓨터 게임, 새로운 기계 장치, 최근 있었던 축구 경기의 점수에 열광하고, 여자들은 친구와의 관계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할까? 이러한 남녀 차이는 모두 양육과 교육에 의해 후천적으로 나타난 것일까?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문제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접근하기 매우 조심스러운 주제다. 이 책의 저자이자 케임브리지 대학의 실험심리학과 교수인 사이먼 배런코언은 자폐 아동에게는 “마음읽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에서 남녀 차이를 발견하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 뇌가 다르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여성 뇌 유형이 공감하기와 의사소통에 더 적합하다면, 남성 뇌는 컴퓨터와 기계, 정치와 음악 같은 물리적 ․ 추상적 체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것. 저자는 언뜻 혁신적이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 20년간 수행된 혁신적 연구 결과를 풍부한 사례와 과학적 증거를 들어 명료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언뜻 생각하기에 별로 관계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개념들, 즉 남녀간의 행동적, 인지적 수준에서의 차이와 자폐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흥미롭고 독창적으로 보여 주며, 남녀의 근본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단점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한 남매가 있다. 어릴 때부터 사물이나 기계에 흥미를 가진 오빠는 작동 원리를 알아보겠다며 장난감 자동차나 라디오를 온통 분해해 놓아 엄마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게임 카드나 온라인 게임 아이템 수집에 용돈을 쏟아 붓는다. 나이가 들면서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기술들을 척척 배운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만 친구의 기분이나 감정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거기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여동생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장난감 자동차 따위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인형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마치 사람처럼 대하며, 남자 형제보다 말을 배우는 게 빨라서 어른들과 정서적 유대를 빨리 맺는다. 이 아이는 친한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잡담을 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타인의 행복이나 불행에 자기 일처럼 울고 웃는 따뜻한 사람으로 자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로,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남매가 이렇게 다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요인이 전부라고 보기에 이런 차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저자는 이런 남녀 차이의 문제를 정치 ․ 사회적 이슈로 쟁점화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오로지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물론 남녀 차이에 대한 이러한 연구 결과가 모든 남자와 모든 여자가 그렇다는 성 전형화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남성과 “평균적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공감하기와 체계화하기>
배런코언은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가 각각 “공감하기empathizing”와 “체계화하기systemizing”라는 두 차원으로 발달했다고 이야기한다. 즉 여성의 뇌는 “공감하기”에 적합하게 되어 있고, 또 그렇게 진화했으며, 남성의 뇌는 “체계화하기”에 어울리게 발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어느 능력을 더 많이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공감하기와 체계화하기 능력의 많고 적음에 따라 뇌는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E형 뇌 Empathized Type Brain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적절한 정서로 반응하는 공감하기 능력이 우세한 뇌이다. 이 사람은 타인의 마음상태와 정서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데 탁월하다. 이러한 유형의 뇌를 가진 사람이 여성에 많아 흔히 E형 뇌를 “여성 뇌”라고도 한다.
S형 뇌 Systemized Type Brain 체계를 분석하고, 탐색하고, 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뇌이다. S형 뇌인 사람은 사건이나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예측하길 좋아하고, 또 거기에 소질을 보인다. 체계화하기에 적합한 이런 뇌를 남성 뇌”라고도 한다.
B형 뇌 Balanced Type Brain 공감하기 능력과 체계화하기 능력이 비슷한 사람이다. 이런 뇌를 “균형 잡힌 뇌”라고 하는데, 여성과 남성의 장점이 골고루 섞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자폐증은 극단적인 남성의 뇌의 한 경우이다>
공감 능력이 아주 낮고 체계화 능력은 아주 뛰어난 사람은 어떻게 될까? 배런코언은 공감하기와 체계화하기 성향의 차이로 남녀 차이를 설명할 뿐 아니라, 자폐증을 설명하는 데도 이 개념을 사용한다. 자폐증은 사회적 관계가 손상되어 있고 사람을 물건처럼 대하는 증상인데, 저자는 이런 증상은 극단적 남성 뇌, 즉 공감 성향은 지나치게 낮고 체계화 성향은 높은 뇌 때문에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아스퍼거 증후군 같은 고기능 자폐를 포함한 이들 자폐아 중에는 의사소통은 잘 못하지만 수학 계산이 번개처럼 빠르다든가, 정확하게 열차 시간표를 기억해서 줄줄 읊는 “재능의 작은 섬”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이들은 세계를 예측하거나 통제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사람처럼 예측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을 대하면 대개 불안해지고 무관심하게 된다.
1998년 수학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인 필즈 메달을 받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수학 교수 리처드 보처즈는 수학 분야에서는 천재성을 발휘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주변의 이해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인물이었다. 뉴턴, 아인슈타인과 같은 널리 알려진 뛰어난 물리학자나 수학자들 중에서는 뛰어난 체계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공감하기 능력이 낮은 사람들이 많다. 1950년 무렵 스티븐 호킹의 스승이기도 했던 데니스 시아머와 물리학자 폴 디랙의 일화는 이런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시아머가 디랙의 연구실로 불쑥 찾아와 “디랙 교수님, 방금 저는 별의 형성과 우주적 질문을 관련짓는 방법 한 가지를 생각해 냈습니다. 이에 관해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라고 묻자, 디랙은 간단히 “아니”라고 거절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행동이 무례한 일임을 거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들은 주변의 관심과 이해 속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적소를 찾았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려 상담실을 찾는 많은 자폐인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들은 자신의 증상을 극복한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뇌과학과 심리 실험으로 밝히는 1400그램 뇌 속의 수수께끼>
몇 밀리그램의 테스토스테론이 남녀 차이를 결정한다! 배런코언과 그의 연구진은 단 두세 방울의 화학물이 인간의 사회성과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비밀은 바로 태아가 남자일 때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이름의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많을수록 뇌의 우반구가 더 빨리 발달하고 좌반구는 느리게 발달한다. 사회생활과 공감하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어 능력은 좌반구에 편재화되어 있으며, 체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 능력은 우반구에 편재화되어 있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사람은 우반구가 발달하여 체계화하기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남녀의 차이를 설명하는 생물학적 요인이 태아기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증거를 얻는다.
남자와 여자, 진화의 문턱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진화 과정에서 체계화에 적합한 남성 뇌, 또는 공감하기에 적합한 여성 뇌 유형은 어떤 이득이 있었을까? 체계화를 잘하는 사람은 자연계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데 능숙하다. 훌륭한 추적자는 나무줄기에 있는 흔적을 보고 코끼리가 지나가면서 몸을 문질렀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사냥꾼이나 추적자가 되려면 길에 대한 뛰어난 공간 기억도 필요한데 그래야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동안 헤매다가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는 기술 역시 생존 기회를 결정짓는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것은 유전자가 건강한 동시에 부양 능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이므로 여자의 선택을 받아 번식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공감하기를 잘하는 사람은 의사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다. 다른 이의 요구를 쉽게 예상하고 재빠르게 반응한다. 이런 능력은 예를 들어 울기만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힘든 아기를 돌보는 일에 큰 도움이 된다. “공감하기는 부모 역할에 대한 영장류의 투자와 함께 진화하여 왔다”는 주장은 공감하기 능력이 여자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시사해 준다. 새끼를 업고 깊은 물을 건너는 어미 원숭이는 새끼 원숭이의 얼굴이 물 밖으로 잘 나와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데, 이는 침팬지 같은 고등한 영장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나는 어떤 뇌 유형의 사람일까? ― 공감 지수와 체계화 지수 테스트
나는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혹시 체계화에 적합한 남성 유형의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는 지나치게 전문적인 일에 몰두하여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자폐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자신의 뇌가 여성 유형의 뇌인지, 남성 유형의 뇌인지를 알 수 있는 몇 가지 테스트를 개발했다. 이 책에 수록된 네 가지 심리 실험 테스트의 선택지를 작성하다 보면 저절로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 공감 지수 테스트 — “나는 다른 사람이 한 말의 숨은 뜻을 쉽게 알아차린다”(본문 118쪽)
• 체계화 지수 테스트 — “나는 도로망을 쉽게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본문 164쪽)
• 자폐 스펙트럼 지수 테스트 — “나는 전화로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언제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본문 284쪽)
• 눈에 깃든 마음읽기 검사 — “나는 눈빛을 보고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본문 3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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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사이먼 배런코언Simon Barron-Cohen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및 실험심리학과 교수이며 자폐 연구 센터 소장이다. 지난 20년 동안 자폐증과 성 차이를 연구했으며, 마음맹: 자폐증과 마음이론에 관한 과학에세이,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 등의 저서를 펴냈다. 자폐는 극단적인 남성 뇌의 한 형태라는 이론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남녀의 심리적 성 차이를 연구하고 있다.
<옮긴이1>: 김혜리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브라운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영아 지각발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마음이론에 매료되어 마음읽기 능력의 발달을 연구하고 있다.
<옮긴이2>: 이승복
다섯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주변의 갈등을 지켜보다가 심리학을 공부하겠다고 고집부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입학했다. 아이들의 언어습득, 언어발달 연구를 석․박사 과정을 포함하여 20년 넘게 연구했다. 현재 신경인지과학, 신경언어학 연구에 매료되어 인간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으며,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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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남녀의 성 차이에 대한 문제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접근하기에는 매우 조심스런 주제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생물학적, 임상적, 경험적, 역사적 측면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남성와 여성의 차이가 어느 한 분야의 연구로 완벽하게 규정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 책은 ‘마음과 뇌’의 관점에서 남녀의 성 차이를 규명한 면에서 새로운 시도이며 남성과 여성이 보이는 다양한 측면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우리는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어린 여자아이는 인형놀이나 소꿉놀이를 좋아하나 남자아이는 자동차 놀이나 전쟁놀이를 좋아한다. 또 학령기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점차 언어과제에서 우수함을 보이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반면, 남아의 경우는 수학과 과학에서 우수함을 보이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사춘기 여아들은 점차 한 두 명의 절친한 단짝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고 이 단짝친구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정관계를 키워간다. 이에 반해 사춘기 남아들은 다양한 활동(운동, 컴퓨터게임, 조립하기 등)을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즐기나 특별하게 절친한 인간관계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성인이 되어서 여성들은 여전히 인간관계를 중시하여 절친한 친구, 배우자와의 관계에 보다 신경을 많이 쓰나 남성들은 그러한 인간관계보다는 성취에 신경을 더 많이 쓴다. 이러한 성차가 진실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편견이 만들어낸 것인가 하는 문제는 60년대 이후 여성해방운동과 함께 심리학, 여성학, 사회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연구문제로, 그러나 다분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문제로서 연구되어 졌다.
그러나 배런코언은 이 책에서 성차의 문제를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쟁점화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오직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배런코언이 이 책에서 펼치고 있는 주장의 간단한 요지는 “남성과 여성이 보이는 다양한 행동적, 인지적 특징의 차이는 진화과정에서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가 다르게 기능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여성 뇌는 공감하기empathizing에 적합하도록 그리고 남성 뇌는 규칙에 의해 작동하는 체계를 이해하고 그 규칙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체계화하기systemizing에 적합하도록 하드와이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감하기란 다른 사람의 정서상태와 마음상태를 읽고 이에 대해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인데, 이는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과 어떤 기분을 느낄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따져 계산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공감하기는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마음상태를 알려고 하나, 다른 사람을 조작하기 위해서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알려고 하는 것이며, 또 상대방의 기분이나 마음상태를 알게 되면 자신도 그러한 내적 경험을 함께 하게 되는 성향이다. 이처럼 공감하기는 주변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공유하도록 해 주므로 다른 사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이에 반해 체계화하기는 규칙이나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체계를 분석하고 탐구하려는 성향 또는 그러한 체계를 구성하고자 하는 성향이다. 체계는 자동차, 동물, 식물과 같이 구체적인 대상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수학, 물리학과 같이 논리적인 것일 수도 있으며 정치, 경영, 법과 같이 사회적인 것일 수도 있다. 체계화하기는 특정 체계를 이해하는 데는 중요하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또 적절하게 반응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성향이다.
배런코언은 여성은 일반적으로 체계화 성향보다 공감 성향이 높은데 반하여 남성은 체계화 성향이 더 높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증거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람과 사회적 관계에 대해 민감하며, 남성은 여성에 비해 물리적 세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는데 반해 사람간의 긴밀한 상호관계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 특성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배런코언은 이러한 성차가 문화적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성차는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로 미루어 볼 때 성차는 인류가 진화과정에서 가지게 된 생물학적 특성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등동물인 침팬지의 경우도 수컷이 암컷에 비해 경쟁적이고 위계적 구조에 민감하며, 쥐의 경우 수컷이 공간관계를 더 쉽게 이해하여 미로학습을 잘한다고 한다. 또 배런코언은 다양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러한 성차가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양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극과 물리적 자극에 대해 활성화되는 뇌 영역의 차이와 관련됨을 보여주고 있다.
배런코언은 인류가 공감하기와 체계화하기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러한 성향이 진화역사에서 적응가치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체계화하기는 도구 만들기, 수렵채집, 물물교환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공감하기는 양육하기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한다. 또 남성이 체계자로, 여성이 공감자로 진화된 것도 적응가치를 가졌기 때문이라 한다. 대부분의 동물의 경우 암컷은 2세를 상당기간 체내에 보유해야 하는 짐을 지게 되므로 가능한 가장 좋은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후손을 남기려고 하는데, 건강한 유전자는 신체적 힘이나 머리 싸움 등의 경쟁을 통해 무리에서 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한, 즉 체계화 성향이 높은 수컷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암컷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수컷에 저절로 끌리도록 진화되었을 것이라 한다. 반면 수컷에게 있어서 높은 체계화 성향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는데 도움이 되었고 또 그러한 수컷들은 암컷에게 보다 더 선택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가지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수컷들은 점차 체계화 성향을 발전시키게 되었을 것이라 한다. 또한 암컷은 2세를 출산한 후에 성공적으로 양육하기 위해 아기의 상태에 대해 민감하게 주의하는 능력이 필요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컷이 과연 먹이 등을 자신과 2세에게 지원할 것인지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였는데, 그 결과 암컷은 상대방의 정서와 마음상태를 읽는 능력, 즉 공감하기 성향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라 한다.
배런코언은 공감 성향과 체계화 성향의 차이로 성차를 설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폐증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이 개념을 사용한다. 자폐증은 사회적 관계가 손상되었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물건처럼 대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바로 공감성향은 지나치게 낮은데 반하여 체계화 성향은 높아서 나타나는 것이라는 사실, 즉 극단적인 남성 뇌를 가지고 있어서 나타나는 것임을 여러 연구결과를 토대로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배런코언이 자폐아동의 마음읽기 능력의 결함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성 차이의 문제를 그냥 넘겨버리지 않고 보다 깊게 연구한 결과 얻어진 것이다. 그는 자폐증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남아들이 여아들에 비해 3배 이상 자폐증일 확률이 있다는 것과 함께, 자폐아동의 가족 중에는 장애수준은 아니나 상당히 비사회적인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는 자폐증이 생물학적 수준에서의 비정상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해 배런코언은 자폐 아동의 가계를 3세대 위까지 거슬러 추적하여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자폐아동을 가지고 있는 가계 내에는 그렇지 않은 가계에 비해 공학자, 기술자 등 과학기술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음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특성이 왜 나타나는지에 대해 배런코언은 심리학, 신경생물학, 영장류동물학, 진화생물학 등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신경생물학적수준에서 설명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언뜻 생각하기에 별로 관계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개념들, 즉 남녀간의 행동적 인지적 수준에서의 차이와 자폐증이 어떻게 하나의 중요한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흥미롭고 독창적인 책이다.
지난 10여 년 간 마음읽기 능력과 자폐증에 관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배런코언의 많은 연구와 저서에 접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책이었다. 마침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마음읽기 능력에 관한 연구인 「마음이론에 대한 다학문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이 책을 깊이 있게 공부할 필요가 생겼다. 연구자들이 함께 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 책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번역하기에 이르렀다. 심리학, 인지과학, 여성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물론, 성 차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에 관심이 있는 사람,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 자폐증에 관심있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배런코언의 마음읽기 모형에 관심이 많아, 이 책을 번역할 수 있도록 많은 실제적 도움을 주신 생물철학자 장대익 박사님, 어렵게 번역권을 확보해 주신 바다출판사 김인호 사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원고를 꼼꼼하게 읽어주시고 역자가 시간에 쫓겨 힘들 때 진심으로 도와주신 현도복지대 정명숙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2007년 5월
김혜리, 이승복
첫댓글 앗, 학교 신간 코너에 있던데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