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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에게 응급상황이란 십중팔구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따라서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는 게 예기치 못한 불행을 막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병원으로 달려가기 전, 임신부 스스로 관련 지식을 공부해 둘 필요가 있다. 임신부의 응급상황이란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알아보자.
임신 초기(0~12주) 자궁외 임신 _ 자궁 이외의 장소, 즉 난관·난소·복막·자궁경관 등에 수정란이 착상돼 임신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4~8주에 사이에 나타나며, 참을 수 없을 만큼 아주 심한 하복부 통증과 함께 출혈을 보인다. 이는 산부인과 응급 수술의 높은 비율을 차지할 만큼 시각을 다투는 질환이다. 그러므로 임신을 확인했을 경우 반드시 정상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구급차라도 불러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임신 중·후기(13~40주) 태반 조기박리 _ 태아가 분만되기도 전에 태반이 미리 떨어지는 경우로, 자궁과 태반 사이에 피가 고이고, 이 피가 자궁과 태반 사이로 흘러 자궁 입구를 통해 이상 출혈 증상을 보이게 된다. 특별한 원인이 알려진 것은 없지만, 임신성 고혈압, 만성 고혈압, 자궁근종, 조기 양막파수 등이 동반될 때 태반 조기박리가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징후는 하복통이나 요통 등 통증을 동반한 출혈이며, 합병증으로는 혈액의 소모성 응고장애, 신부전, 쇼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
“예정일도 아닌데 양수가 나온다면…” 조기 양수 파막 _ 양수가 흘러나오고 초음파 검사로도 양수가 줄어든 것이 확인되었으나 출혈이 없고 자궁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는 조금 터진 양막이 다시 회복되고 양수가 다시 생성되어 정상 임신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최대한 안정을 취하고 출혈과 하복부통, 발열 등을 체크하며 경과를 살펴야 한다. 양수가 소량이라도 흘러나온다면 즉시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자궁경관 무력증 _ 임신 5개월을 전후해서 자궁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을 자궁경관 무력증이라고 하는데, 자궁 수축이 없는데도 자궁경관이 열려 파수가 일어나고 태아가 밖으로 배출된다. 자궁 입구가 많이 벌어지기 전에 자궁경관을 실로 봉합하는 수술(맥도날드 수술)을 하면 임신을 지속할 수도 있다.
“갑자기 배가 몹시(혹은 살살) 아픈데…” 장염 _ 음식물을 매개로 하여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어 발병하는 장염은 요즘과 같은 여름에 더욱 극성을 부린다.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와 복통으로, 심하면 탈진의 위험이 있으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심한 경우에는 지사제를 처방하기도 하며, 탈수를 피하기 위해 스포츠 음료나 보리차 등 수분 공급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복통은 복부의 가장자리나 상·하복부가 아프며, 가진통이나 진통이 하복부 통증만을 동반하는 것과는 다르다. 맹장염 _ 우측 복부가 심하게 아프고 다리를 펼 수 없다면 맹장염을 의심할 수 있다. 대개 복통이 시작된 당일이나 그 전날에 체한 것 같은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므로 신체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문제는 임신으로 인해 장이 자궁에 밀려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통증 부위가 우상복부 쪽에 치우쳐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임신 전과는 다른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맹장이 파열된 후 복막염 상태로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맹장염이 의심될 때에는 즉각적인 검사와 수술이 이뤄져야 합병증 없이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가렵고 붉은 게 비칠 때 _ 심하게 가렵고 붉은 피가 비친다면 트리코모나스 질염이나 캔디다 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에 걸리면 소량의 핑크색 혹은 담황색의 출혈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성관계 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캔디다 질염의 특징은 심한 가려움증과 비지 같은 분비물. 하루 2번 미지근한 물 1ℓ에 3배식초 ⅓ 소주컵을 섞어 좌욕을 하고 완전히 말린 후, 카네스텐 연고를 바른다. 문제는 임신 중에 세균성 질염을 앓게 되면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양막에 염증이 생겨 양수가 조기에 터지고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변볼 때마다 피가 비칠 때 _ 요로나 비뇨기계의 이상(치질, 변비, 요도염, 방광염 등)으로 인해 생기는 출혈을 질 출혈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여성의 질은 항문, 요로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비뇨기 계통에서 일어난 출혈을 질 출혈로 잘못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로나 비뇨기계 질환으로 인한 출혈은 소변볼 때 혈이 나온다는 점이 다르며, 소변을 볼 때 조심스럽게 티슈로 닦아내어 확인해 보면 대개 알 수 있다. 또한 닦아낸 티슈를 가지고 당일 안에 산부인과를 방문하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_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욕실 등에서 넘어졌다면 무조건 산부인과를 찾아가 적절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일단 외상을 살피고, 출혈이나 복통 등 다른 이상이 없는 경우는 태아안전검사(NST)를 하게 된다. 그 후 3일에서 일주일이 경과한 후 NST 검사를 다시 한 번 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외상이 없고 뚜렷한 이상 증상이 없는 경우는 대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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