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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지니뮤직
■ 글쓴이 : 대중음악 평론가 '김윤하'
[대중가요 탐방 1980년도] 슈퍼스타 조용필 대한민국을 사로잡다
[조용필 정규 8집]
1980년은 단언컨대 조용필의 세상이었다. 1970년대 중반 대마초 파동으로 인해 생긴 공백기는 조용필을 ‘돌아와요 부산항에’(1976)를 부른 가수와는 또 다른 차원으로 데려다 주었다. 휴지기 동안 록, 포크, 트로트 등 대중가요의 갈래는 물론 민요와 판소리 같은 한국 전통 소리까지 연마한 그는 ‘단발머리’, ‘창 밖의 여자’,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등 불멸의 히트곡을 담은 데뷔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다. 앨범은 흔히 말하는 대중성과 음악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1980년 한 해는 물론 80년대 전체를 가왕 조용필의 것으로 만들었다.
' 그 겨울의 찻집 ' ([조용필 정규8집] 수록곡, 조용필 노래, 김희갑 작곡, 양인자 작사) / 최종걸 색소폰연주
슈퍼스타가 된 조용필이 일본, 홍콩, 대만 등으로 활동폭을 넓히는 사이, 80년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여성가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영원한 친구’와 ‘미운 정 고운 정’의 나미, ‘기다리는 여심’의 계은숙, ‘고목’의 윤시내 등의 가수들이 일명 ‘비디오형 가수’라는 타이틀 아래 많은 인기를 모았다. 이영화의 활약도 눈부셨다. 1976년 6인조 여성 보컬 그룹 버터플라이로 데뷔한 그는 혼전 임신을 이유로 잠시 활동이 주춤했지만 이은하의 ‘당신께만’(1979)을 히트시키며 당대 최고의 인기 작곡가 대열에 섰던 전재학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훌륭히 재기했다. 대표곡 ‘저 높은 곳을 향하여’는 유명 찬송가와 같은 제목으로 신을 찬양하는 듯한 뭉클한 창법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실비 오는 소리에’ 역시 동시에 히트시키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김태화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와 양희은의 ‘사랑이야’, 심수봉의 ‘당신은 누구시길래’ 같은 곡들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자주 불린 해이기도 했다.
한편 70년대 후반 특유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면모로 큰 주목을 받은 산울림은 멤버들의 입대와 함께 밴드의 제 2막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김창완은 입대한 동생들의 빈자리를 밴드 고장난우주선의 멤버들로 채워 새 음반을 발표했다. 덕분에 신인밴드의 패기가 넘치던 1~3집과도, 각자의 이유로 활동 제약이 있었던 4~5집과도 다른 한결 차분한 모습의 앨범이 완성되었다. 산울림이라기 보다는 김창완의 솔로작 느낌이 강했는데, 같은 해 역시 김창완이 전곡의 작사 작곡을 담당한 ‘찻잔’이 수록된 밴드 노고지리의 2집이 큰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함중아의 이름도 놓칠 수 없다. 밴드명에서 노래 제목까지 각기 표기가 달라 아직까지도 데이터베이스를 쌓는데 많은 논란이 있지만 ‘풍문으로 들었소’, 나에게도 사랑이’로 보여준 그의 음악 세계가 더없이 매력적이었다는 사실만은 변함 없을 것이다.
7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가요제 출신 가수들의 인기도 여전했다. 특히 1980년 7월 열린 ‘TBC 주최 제3회 젊은이의 가요제’는 다른 어느 회차보다 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대상을 받은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이 큰 인기를 얻은 건 당연한 결과였지만 금상을 받은 옥슨80의 ‘불놀이야’까지 대중을 사로잡았다. 해당곡은 보컬이었던 홍서범의 커리어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곡이다. 1978년 TBC 해변가요제 입상 후 3인조 밴드로 팀을 재편한 벗님들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보컬 하모니를 앞세운 소프트 록 스타일로 당대 밴드들과 차별화된 음악을 들려준 이들은 독창적 개성으로 ‘또 만났네’를 히트시켰다. 80년 발표한 2집은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수록곡 ‘당신만이’가 오랜 시간 사랑 받으며 벗님들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작은거인 김수철의 빛나는 카리스마와 기타 실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밴드 작은 거인의 ‘일곱색깔 무지개’와 VOC 대학 가요제 수상곡 하성관의 ‘빙빙빙’도 빼놓을 수 없는 곡들이었다.
' 소녀와 가로등 ' ( 1977년 MBC서울가요제 / 진미령 노래, 장덕 작곡,작사 / '현이와 덕이' 리메이크) / 최종걸 색소폰 연주
1979년 제1회 전국 대학가요 경연대회에서 ‘그대생각’으로 대상을 수상했던 이정희의 인기도 꾸준했다. 같은 대학가요제 출신 심수봉이 스타덤에 오르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제작했다는 첫 독집은 ‘바야야’를 히트시키며 대학가를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1980년 한 해 동안만 무려 400여 회가 넘는 대학 축제무대에 출연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아직 텔레비전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이전, 당시 히트한 영화들과 함께 대중적으로 사랑 받은 곡들도 많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정난이의 ‘제7광구’였다. 앨범 전체의 편곡과 연주를 밴드 데블스가 담당하며 마치 데블스와 정난이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처럼 보이는 앨범은 마치 당대 가요계의 상식처럼 여겨지던 밴드를 앞세운 음악성과 여가수를 앞세운 대중성을 동시에 잡고자하는 독특한 기획처럼 보였다. 영화의 소재인 산유국의 꿈과 함께 훵키한 연주로 한껏 부푼 노래는 정난이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렸다.
70년대 중반 한국 가요계를 뿌리째 뒤흔든 ‘대마초 파동’으로 활동 자체가 금지되었던 가수들의 대거 해금 역시 1980년을 이야기하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윤항기 ‘나는 행복합니다’, 박인수의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가 대표적이었다. 특히 ‘봄비’로 70년대를 사로잡았던 한국 소울 음악의 전설적 보컬리스트 박인수는 오랜 방황 끝에 록밴드 검은 나비와 함께 호흡을 맞춘 앨범으로 돌아왔다. 방랑, 이혼 등 오랜 기간 지속된 방황의 끝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는 호소력 짙은 창법과 함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 여러분 ' (윤항기, 윤복희 남매 노래, 윤항기 작사.작곡 / 1979년 서울 국제가요제 윤복희 그랑프리(대상) 수상) / 최종걸 편곡, 색소폰 연주 (라이브)
가까스로 찾아온 ‘서울의 봄’ 속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신 조성을 위한 움직임도 싹트기 시작했다. 80년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진지한 자세로 음악 하는 이들 모두의 정신적 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조동진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80년이었다.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등 지금까지도 조동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포크 명곡들이 가득한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