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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영축산 통도사 아래 우리 마을은 완전한 초여름 날씨입니다. 산신령이 인간에게 내리는 명약, 산야초는 계절마다 달리 내립니다. 또 계절 따라 내리는 산야초를 인간이 제때에 취하지 않으면, 말없이 자연 속으로 가져가 버립니다.
가는 봄을 잡을 수 없기에 산신령의 심부름꾼이자, 산도둑놈 약초 전문가 청암씨와 산도둑의 선발 대장이자 우리의 날쌘돌이 진도견 탱크 그리고 필자는 아침 일찍부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선발대장 탱크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 남짓, 다소곳이 그 자리에 있는 뫼미나리를 만났습니다. 이것의 뿌리는 시호라 불리는 약재입니다. 상황버섯을 달일 때 시호를 첨가하면 항암작용이 13%나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 산야초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뫼미나리를 보고 나서 우리는 정상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800고지 정도에 도달하자 초여름 날씨인 산 아랫마을과 달리 이곳은 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내 눈에는 파아란 장난감 우산 같은 산야초가 보였습니다. 청암씨는 이 산야초를 우산나물이라 하면서 아주 맛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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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중) 뫼미나리 (우) 우산나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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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 산을 지배하는 산신령은 항상 위대합니다만, 왜인지는 몰라도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초를 내릴 때가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박새라는 독초를 만났습니다. 이 박새는 독초이나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때 농약 대용으로 쓰면 해충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독초도 잘 쓰면 약재가 됩니다. 그리고 박새 옆에는 클로바를 닮은 잎이 3개인 노루귀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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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박새 (우) 노루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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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 어딘가 '푸드득'소리가 들리고 꿩이 날아가는 순간 탱크가 하늘을 쳐다 보고 있다가 청암씨 곁으로 다가갑니다. 청암씨와 탱크는 때때로 다정스레 대화를 나눕니다. 필자는 탱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청암씨는 탱크의 말을 알아듣는지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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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와 청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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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 우리들은 또 독초를 만났습니다. '진범'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 독초는 실력있는 한의사를 만나면 명약이 되기도 한답니다.
이 독초 옆에 미각을 자극하는 산나물인 단풍취가 있습니다. 정말 단풍잎을 많이 달았습니다. 그 옆에는 삿갓나물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암씨는 이 삿갓나물은 나물이라는 이름과 달리 독초라 합니다. 그렇지만 뱀에 물렸을 때에는 훌륭한 해독제가 되기도 한답니다. 삿갓나물 옆에는 나물의 제왕 곰취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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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진범, 단풍취, 곰취, 삿갓나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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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 우리 나라의 산야초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것이 많습니다. 필자는 산야초의 이름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여유와 해학을 느낍니다. 오늘 청암씨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산야초를 소개했습니다.
족두리풀, 개불알꽃, 개당귀…
족두리풀의 뿌리는 한방에서 세신이라는 약재로 씁니다. 개불알꽃은 복주머니 난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개당귀는 당귀보다 약효가 떨어진다고 하여 개당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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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족두리풀중) 개불알꽃하) 개당귀 – 개당귀와 당귀의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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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 한참 산야초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청암씨가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켰습니다. 그것은 잔대였습니다.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오래 자란 잔대의 뿌리는 약효가 산삼을 능가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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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대와 잔대의 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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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 독자 여러분, 둥굴레 차를 아십니까? 그 둥굴레(약재상에서는 황정)를 만났습니다. 이 뿌리로 만든 차는 사포닌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강장제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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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굴레 전체모습, 뿌리,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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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 산에만 오면 왜 배가 빨리 고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그렇듯 산에서 먹는 도시락은 꿀맛입니다. 청암씨는 산에서 식사 후 휴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식사를 하자마자 바로 산을 탑니다만, 필자의 부탁으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필자는 청암씨에게서 산약초 찾는 비법을 들었습니다.
청암씨는 약초를 찾아 산에 오를 때 어떤 약초를 찾기 위해 특정한 장소를 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산을 알면 산세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 산세를 분석하면 어떤 산야초가 거기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산나물은 맛난 음식이자 몸에 좋은 약초입니다. 산야초 중에서 나물로 먹는 산야초, 쌈으로 먹는 산야초 그리고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 산야초가 있습니다만 오늘은 장아찌용 산야초를 채취할 생각입니다.
사실 청암씨는 천년 사찰 통도사 산문 안에서 대를 이어 산채 요리집을 한 신라식당의 외동아들입니다. 지금 그 식당 자리에는 스님들의 무덤에 해당하는 부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보기에 산채요리에 관해서는 도가 통한 사람 같습니다.
장아찌 중에서 누룩치 장아찌는 독자님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입니다. 오늘은 그 누룩치와 당연히 귀한 약초라는 산당귀를 채취해 장아찌를 담을 예정입니다.
청암씨가 가리키는 산세를 따라 800고지 정도에 이르자 정말 누룩치가 있었습니다. 필자가 맛보니 이 누룩치는 향이 독특하고 자극적이나 쌉싸름한 뒷맛이 입맛을 돋웁니다. 이 누룩치는 군락을 형성해 드문드문 있었습니다. 나물의 여왕이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소화를 촉진시키고 산모의 젖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누룩치를 채취하고 난 뒤 피를 맑게 하고 특히 부인병에 좋다는 산당귀를 찾아 발길을 재촉하였습니다. 산당귀는 봄에는 잎에 약효가 있고 가을에는 뿌리에 약효가 있다고 합니다. 산당귀도 누룩치와 같이 군락을 형성해 있고 그 잎은 꼭 중국 영화에 등장하는 삼지창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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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누룩치와 누룩치 채취법(하) 당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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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 청암씨가 산야초를 채취할 때는 원칙이 있습니다. 작은 것은 채취하지 않고 다 자란 것만 속아서 채취합니다. 산야초를 채취할 때는 반드시 가위로 줄기만 잘라 채취해야만 내년에 그 자리에 다시 누룩치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귀처럼 뿌리도 사용되는 약초는 다 자란 것만 골라 뿌리째 채취한다고 합니다.
산꾼인 청암씨가 오늘 하루 동안 채취한 산당귀와 누룩치는 모두 약 5kg정도였습니다. 이것으로 장아찌를 담으면 과연 얼마의 양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산이 좋아서 약초꾼이 되었지 정말 돈벌이로는 하기 힘든 일이라는 청암씨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어느덧 낮 시간이 끝날 때입니다. 산당귀와 누룩치가 싱싱할 때 장아찌를 담아야 하기에 우리는 서둘러 하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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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귀 고추장 장아찌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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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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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룩치 장아찌 만들기 – (상)은 간장 장아찌 (하)는 된장 장아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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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균 |
| 청암씨는 당귀는 당귀 특유의 향을 살리기 위해 고추장에 담고 누룩치는 향이 진해 된장이나 간장에 담습니다. 간장에 담을 때는 장아찌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누룩치가 담겨있는 간장을 다시 꺼내 다려서 담기를 세 번 반복합니다. 세번째 간장을 꺼내 달일 때는 취향에 따라 물엿이나 된장 또는 고추장을 첨가하고 만약에 짜다고 느낄 때는 물을 더 넣어 간장을 달여 넣습니다.
우리의 먹거리가 오염된 지금 산야초 장아찌는 우리의 훌륭한 전통 먹거리가 된다고 확신합니다. 옹기속 누룩치와 산당귀가 맛나게 익기를 바라면서 오늘 산야초 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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