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한 숨만 나왔습니다. 추석전이라서 채소 값이 너무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손님들께 고기를 맘껏 대접할 수도 없고, 반찬은 무얼하지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자원봉사자 자매님께서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당신 집에서 반찬거리를 가져오시기도 합니다. 오늘은 미역국을 끓이려고 했는데 무얼 넣고 끓여야 할까 고민했는데 자매님께서 생굴을 손질해서 가져오셨습니다. 오늘은 우리 손님들께 싱싱한 굴 미역국을 대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아침에 도착하니 반찬거리가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선물해 주셨던 분께서 직접 차를 몰고 오셔서 내려놓으신 선물입니다. 입이 벌어졌습니다. 콩나물 20상자, 무청시래기 2상자, 순두부 2상자, 도라지 1상자, 부산어묵 1상자, 도토리묵 4상자, 청포묵 1상자, 햇미역줄기 3상자입니다.
민들레 식구 3명이 전주 성심치과를 다녀왔습니다. 큰 나들이입니다. 목요일에 가서 치료받고 그날 돌아오려고 했는데 워낙 치료할 것이 많아서 다음날까지 치료하고 금요일에 돌아왔습니다.
9월 달에는 신기한 일이 있습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 일곱 명이 독립해서 떠나갑니다. 오래 살다보면 이런 신기한 일도 있습니다. 혼자 살던 식구가 세 명, 가족이 두 가족입니다. 처음에 민들레의 집에 왔을 때는 살림살이라곤 검정 비닐봉지가 한 두 개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만에 혼자서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대단한 일입니다.
9월 21일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구리에서 온 노란 차가 국수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동진회" 회장님과 부회장님 그리고 충무께서 내리셨습니다. 동진회는 시각 장애인 모임이라고 합니다. 30여년 역사가 되었고 회원은 삼십여명 정도랍니다. 매월 회비 만 원씩 모아서 일년에 한두 번은 어려운 시설을 돕곤 하십니다. 민들레국수집에 20킬로 쌀 스무 포와 돼지고기 30여근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구리에서 두 시간이나 걸려서 오셨다고 합니다. 저의 목소리를 듣고는 인간극장을 잘 보셨다고 하십니다. 목소리가 그 목소리라고 반가워 하십니다. 고맙습니다.
배우 소지섭님의 팬 카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명절 때마다 팬 카페에서 선물을 하는데 올해는 선물비를 "소지섭님 명의"로 국수집으로 보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동네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께 쌀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에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보통 성인이라면 한 달에 쌀 10킬로그람을 드십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들은 한달에 약 30킬로그람 이상을 드십니다. 반찬도 없이, 라면이나 군것질거리도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할머니들께서 한 달에 쌀 20킬로그람 1포 정도 가져가셔도 놀라지 않기로 했습니다.
22일(토)에는 민들레진료소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과 약사선생님 그리고 의료봉사자 분들과 함께 민들레 식구들이 추석 송편빚기를 했습니다. 오늘 후식으로 우리 손님들께 내어놓았습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스콜라쉽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가밀라수녀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 필리핀이 홍수피해가 심했다고 합니다. 옷이 아주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민들레가게에서는 필리핀 아이들에게 보낼 옷을 정리해서 추석 직후에는 보내려고 합니다. 아이들 여름옷이면 참 좋습니다.
새 민들레 식구가 두 명이나 더 늘었습니다. 39살인 청년과 26살 청년입니다. 잘 살아내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