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작가가 아닌 글 잘 쓰는 전문 직업인에 의한 에세이 시장이 확고해졌다.” 2020년 올해의 책 설문에 응한 한 출판인이 이렇게 평했다. 직업 작가가 아닌 이들이 자신만의 특수한 경험과 사유를 풀어내 인기를 모았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특수청소 업체 하드웍스의 대표 김완씨가 쓴 에세이다. 고독사 현장, 쓰레기가 쌓인 집, 오물이 가득한 집 등을 청소한 경험에 대해 적었다. “죽음도 눈길을 끌지 못했던 사람들을 인간으로, 우리 이웃으로 끌어낸 기록” “특수청소라는 소재를 통해 죽음의 현장에서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수작” “날카로운 경험과 깊은 사유를 동시에 던진 발군의 논픽션” 등 호평이 나왔다.
〈임계장 이야기〉를 꼽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버스회사 배차 계장, 경비원, 청소원 등 임시계약직으로 일해온 저자가 경험을 쓴 에세이다. “입주민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던 경비원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 이후 책을 읽었다. 그들이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시는지 볼 수 있다” “밀려난 세대가 우리 모르게 감당하는 노동의 무게” 등이 추천 이유였다.
예상과 달리 코로나19를 정면으로 다룬 책은 국내서와 번역서 모두 순위에 들지 못했다. 한 출판인은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온 건 맞는데 막상 기억나는 책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는 “대부분 공저에, 지나치게 급조된 듯한 책이 많아 아쉬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