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을 뒤져 인라인스케이트 2개를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막상 받아보니 제품도 좋은 것인데다 상태도 너무 좋습니다. 왕복 60키로를 넘게 달려 제주시까지 가서 받아오는데 516도로에 봄빛이 완연합니다. 풍경 하나만으로도 제주도에 머문다는 사실이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내 생의 대략 50년 정도의 세월 속에서 거의 처음 월요병에서 헤어나 본 것 같습니다. 월요병의 굴레 속에서 월요일을 앞두면 마음의 부담이 스멀대는 그 경험은 근래까지의 일입니다.
월요병에서의 해방감때문에 괜한 도취감에 취해있던 것도 잠시, 월요일 아침부터 혼비백산할 일이 생겼으니 갑자기 가스불이 나가버렸습니다. 가스통에 가스가 바닥이 난 듯 합니다. 얼른 주인한테 신고를 했지만 신나게 끓고있던 매운탕과 무침용 콩나물 데치기 작업이 모두 정지되어 버리고... 밥때가 정확한 리틀준이의 울음이 폭발합니다. 리틀준이의 울음소리는 주파수도 높아서 심한 울림과 더불어 전체 공기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폭발력이 있습니다.
다행히 한 시간만에 가스통은 교체되고 무사히 아침식사는 마쳤지만 예정보다 늦게 시작된 월요일입니다. 준이가 가끔 성장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손가락을 잘 쓰지못하는 것같아 정형외과라도 가보려 했는데요... 아침 난리북새통 속에 제주에 도착한 시간이 공교롭게 점심시간이라 긴 기다림을 감당하기 벅찬 현실입니다.
해가 기우는 5시쯤, 계획했던대로 인라인을 태우니 완이녀석 훨훨 날아다닙니다. 오후 늦게 온 것은 성산일출봉 떨어진 앞바다 공영주차장에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끊겼기 때문입니다. 마침 장애인주차구역이 몰아져 있는 공간은 그야말로 입구를 차로 막으니 더 안전하게 태울 수 있습니다. 좀 미안한 짓이지만 워낙 넓고 빈 주차공간이 많으니 신경쓸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리틀준이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겨놓으니 아예 요지부동, 발 한번 떼질 못하고 안하겠다고 떼를 씁니다. 리틀준이가 어디선가 특수교육을 받은 세월수가 결코 작지는 않을텐데 신체적으로 가능한 활동이 거의 없어 안타깝습니다.
2월말에 학교정리하면서 다른 센터로 이전한 특체교사가 하는 말, 우리세상이 그립다... 우리세상만큼 운동 많이 시키는 곳은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보석같던 학교를 닫을 수 밖에 없었으니... 인라인타고 훨훨 날다시피하는 완이가 그 징표입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줄넘기 등은 기본으로 하곤했죠.
그렇게 한시간 이상을 신나게 달린 완이가 마음껏 해소한 것같은 표정으로 인라인을 벗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가고 저녁먹이러 이제 집으로 갑니다. 해가 많이 길어지기는 했습니다. 정작 큰 녀석들은 산책다녀오라하니 말도 안 듣네요...
첫댓글 리틀 준이가 안타깝습니다. 알뜰하고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하루를 꽉 채우시는 대표님,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