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 호피석입니다. 낮으막한 돌의 형태에 맞게 좌대도 낮게 깎았습니다. 최근 일본 좌대가 눈에 들어와서 이렇게 작고 소박한 작품을 만들어 봤습니다. 일본좌대는 여기 좌대 발도 눈에 띄지않게 감춰질 정도로 단순합니다. 산수경석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모양이 밋밋해보이지만 그런 전통이 막부시대부터 내려온다네요.
유튜브로 들뢰즈에 대한 영상을 보다가 문득 수석좌대와 관련된 생각이 떠올라 글을 써봅니다.
들뢰즈의 철학은 창조와 차이를 중심으로 한 사유를 제안하며, 이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독특한 미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에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석(壽石)과 그 좌대 제작은 단순히 미적 감상의 대상이 아닌, 철학적 성찰을 담을 수 있는 창조적 작업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들뢰즈는 특히 차이와 반복이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과정을 탐구했으며, 이는 수석좌대 제작 과정과 흥미로운 유사성을 지닌다고 생각됩니다.
수석은 자연에서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독특한 돌입니다. 돌의 표면, 색깔, 무늬, 그리고 형태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연적이고도 필연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수석은 단순한 자연물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관찰자에게 철학적, 심미적 영감을 줍니다. 하지만 수석이 단독으로 놓여 있을 때 그 미적 가치는 완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작되는 것이 바로 '좌대'입니다. 좌대는 수석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그것을 감상자에게 적절히 전달하기 위한 기반 역할을 합니다.
들뢰즈의 철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차이"와 "반복"입니다. 들뢰즈는 반복이 단순히 동일한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과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수석좌대 제작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좌대를 제작하는 과정은 단순히 수석을 지탱하기 위한 받침대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택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제작자는 수석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여 좌대의 형태와 디자인을 결정하고, 이를 통해 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극대화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돌의 특성과 인간의 창의성이 결합되어 새로운 미적 가치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석좌대 제작자는 자연이 만들어낸 돌의 개성과 이야기를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여 새로운 차원을 열어갑니다. 이는 들뢰즈가 말한 "되기(becoming)"의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들뢰즈는 세계를 고정된 실체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했습니다. 수석과 좌대가 하나로 결합될 때, 이 둘은 단순히 돌과 받침대의 관계를 넘어서 하나의 통합된 미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돌과 좌대는 각각의 독립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미적 존재로 "되어갑니다."
수석좌대 제작은 또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조명하게 합니다. 들뢰즈는 자연과 인간, 객체와 주체의 경계를 흐리며 모든 존재를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수석은 자연이 제공하는 선물이며, 좌대는 인간이 그것을 해석하고 발전시키는 창조적 결과물입니다. 이 둘의 결합은 자연과 인간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고 협력적인 관계임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수석좌대 제작은 단순한 공예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들뢰즈의 철학적 개념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예술적 실천입니다. 수석은 자연의 오랜 시간과 우연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산물이며, 좌대는 그것을 인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미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창조적 작업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들뢰즈가 제안한 "차이"와 "반복"의 개념, 그리고 "되기"의 철학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수석좌대 제작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만드는 작업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철학적 실천이라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