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도 | 조합 수 | 조합당 평균 조합원 수 |
1978 | 645 | 1,229 |
1990 | 341 | 6,648 |
2000 | 184 | 23,484 |
2010 | 115 | 64,609 |
레가코프는 사업연합 기능을 수행하는 쿱이탈리아(Coop Italia)와 비사업적 기능을 수행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의 전국 연합조직인 ANCC로 나뉜다. 쿱이탈리아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2000년 레가코프 산하의 코나드와 공동구매 조직을 결성하였는데 4년 뒤 코나드가 프랑스 업체와 제휴하는 바람에 공동사업이 무산되었다. 그러나 2005년 De Spar Italia를 파트너로 선택해 새로운 공동구매 조직을 만드는 등 규모화를 통한 효율성 향상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다른 한편 ANCC는 조합원과 주민들의 욕구를 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다양한 매장 전략을 취하는 한편 여행, 금융, 가솔린, 레스토랑, 복지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조합원의 욕구가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가교 역할을 해 편의를 제공한다. 또한 이용고 배당과 포인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조합채를 발행하는 등 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관심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핀란드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의 시장점유율은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0년 기준 핀란드가 43%, 덴마크 37%, 노르웨이 25%, 스웨덴이 22%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덴마크는 1914년 1,560개이던 조합 수가 2010년 110개로 줄어드는 동안 조합당 조합원 수를 157명에서 15,455명으로 늘려 효율화를 꾀했다. 이 외에도 소규모 점포를 다양한 크기의 슈퍼마켓으로 대체하고 경쟁관계에 있던 민간기업을 인수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면서도 교외나 농촌지역에서 사실상 유일한 소매매장을 운영하는 게 덴마크 협동조합이며 ‘식품과 건강’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조합원의 이익을 확대하고 있다.
연도 | 조합 수 | 조합당 평균 조합원 수 |
1914 | 1,560 | 157 |
1968 | 1,750 | 458 |
1993 | 683 | 1,757 |
2010 | 110 | 15,455 |
노르웨이의 성공 요인을 압축적으로 표현하자면 다양화+규모화(소규모 지역에서는 편의점과 슈퍼마켓, 대도시에서는 대형 슈퍼마켓과 하이퍼마켓)로 정리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조합원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사업에 반영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의 쇠락
독일의 소비자협동조합은 세계대전 직후인 1950년에 시장점유율 5.5%에서 5년 뒤 10%대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30여 년 간 정체를 보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쇠퇴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1%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소비자협동조합인 도르트문트카셀의 역사를 짚어보면 독일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이 쇠락한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1902년 도르트문트 소비자협동조합으로 문을 연 뒤 카셀 소비자협동조합과 합병 후 성장을 거듭한 도르트문트카셀은 1980년대 중반에는 조합원 50만 명에 직원 1만5천 명, 백화점 16개와 슈퍼마켓 350개, 비즈니스센터 74개를 운영하며 지역 소매 거래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에 탄력을 받아 1989년에는 12개의 매장을 확장하고 31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으며 수 백Km나 떨어진 함부르크의 협동조합을 인수해 영업권을 확대했다. 1991년에는 구동독 지역으로까지 손을 뻗쳐 협동조합 매장 61개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적자가 쌓이고 은행 빚이 늘어나 1995년에는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1996년과 1997년에는 매장폐쇄, 직원해고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에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1999년 90년이 넘는 역사를 유지하던 도르트문트카셀이 문을 닫았다.
겉으로 드러난 도르트문트카셀 파산 원인으로는 무리한 투자와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점 등이 꼽혔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 상실이 지목됐다. 즉 조합원 참여와 민주적 운영 등 협동조합의 원칙에 기반을 둔 확장 전략을 구사하지 않고 합병과 영업 확대 등 일반 기업처럼 경영 수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한 게 패착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노동자협동조합이 발달한 프랑스는 주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유독 소비자협동조합이 발전하지 못했다. 그나마 1970년에 약 5%의 시장점유율을 보였으나 공식적인 기록이 있는 1990년에는 1%를 기록했다.
프랑스 소비자협동조합의 실패의 원인은 사업체 운영과는 약간 다른 맥락에서 활동을 하던 전통적 노동운동 세력과의 부조화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 소비자협동조합은 19세기 말 사회주의자와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는데 이들은 협동조합을 목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파업에 들어갈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봤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런 인식은 이후에도 이념적 경직성, 과도한 원칙주의와 현장 중심주의 등의 폐해를 보이며 협동조합의 발목을 잡았다. 프랑스의 사례는 결사체이자 사업체인 협동조합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협동조합의 원칙과 정체성, 그것도 편협한 원칙과 정체성만을 강조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극단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외에 오스트리아 소비조합이 1995년 파산하고 네덜란드 도매연합회와 대규모 광역조합, 소비자협동조합 등이 매각되거나 사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서유럽 국가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영국의 부침
최초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영국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의 시장점유율은 1950년대 20%를 웃돌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5년에는 5%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회복세를 보여 2010년에 들어서야 7%대에 도달했다. 이 기간 조합 수는1900년 1,439개에서 1942년에는 1,058개, 2000년에는 47개, 2010년에는 24개로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조합당 조합원 수는 2010년 기준 4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연도 | 조합 수 | 조합당 평균 조합원 수 |
1881 | 971 | 564 |
1900 | 1,439 | 1,186 |
1929 | 1,234 | 4,999 |
1942 | 1,052 | 8,436 |
1980 | 206 | 48,587 |
2000 | 47 | 206,893 |
2010 | 24 | 400,000 |
특히 영국에서 가장 많은 조합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소비자협동조합연합(Cooperative Group, CG)은 조합원 수 583만여 명, 직원 수는 12만 명이 넘는다. 규모만 보면 입이 쩍 벌어지지만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지속적인 하락세 속에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과 합병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CG는 20세기 후반 영국 협동조합의 양대 축이었던 CWS(도매협동조합)와 CRS(소매협동조합)가 통합을 하면서 탄생했다. 양대 축이라고 하니 CWS와 CRS가 독립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비칠 수 있으나 CRS는 이미 1860년대 만들어진CWS가 소매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1934년에 만든 조직이다. 그러나 1945년까지 19개 조합이 CRS에 통합되었고 그 규모가 점차 커져 1970년을 지나면서는 가장 큰 소매업을 하는 협동조합이 되었다. CRS가 성장하면서 점차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되자 양 조합의 갈등이 시작됐고, 1973년 CWS가 자체적인 소매업을 시작하면서 그 갈등은 본격적인 경쟁 관계로 바뀌었다. 결국 영국 협동조합 총회에서는 1994년 두 조직을 통합하는 안을 의결하였고 6년이 지난 2000년이 되어서야 CWS와 CRS가 합해 CG가 탄생했다. 2007년에는 United Cooperatives(협동조합연맹)을 합병하고 2년 뒤에는 슈퍼마켓 체인인 좀머필드를 인수하여 5%대였던 시장 점유율을 7~8%대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3년 25억파운드(3조 7,66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CG는 결국 2014년 ‘다시 협동조합 뿌리로 돌아가자’고 선언하고 민주적 조직 운영, 지역사회 환원 등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럽 각국의 협동조합은 구체적인 진행 양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규모화와 전문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에 따라 민주적 운영, 조합원 참여 등으로 대표되는 협동조합 원칙이 흐려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 갈등이 높아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비슷한 발전 과정에도 불구하고 국가마다 협동조합의 위상이 다른 이유는 사업적 효율과 이념적 원칙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딱 쓰러지지 않을 만큼의 긴장을 유지한 게 핵심이었다. 특히 협동조합의 시원이자 아직 부침을 거듭하며 살길을 모색하는 영국이 몸집을 늘리는 방향에서 ‘다시 협동조합 뿌리로 돌아가자’고 선언한 점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고 할 수 있다.
분리선교 실천하는 향린교회
민중신학자 안병무 선생 외 5인이 1953년 설립한 향린교회는 일정 인원이 차면 교회를 ‘쪼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향린교회 정관 제52조에는 “평신도 교회로서의 창립정신을 계승하고 교회 갱신선언서의 정신을 살려 분가선교를 추진, 실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1993년 강남향린교회, 2004년 들꽃향린교회, 2012년 섬돌향린교회로 교회를 나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회가 커지면 원래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교회가 1993년 발표한 ‘교회 갱신을 위한 제언’에 따르면 “대형교회는 교인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교회당을 증축하거나 멀쩡한 교회당을 헐고 신축함으로써 예산 낭비가 심할 뿐 아니라, 사회선교에 쓸 예산을 교회 자체를 유지하는 데 쓰게 되는 등 그 병폐가 심각하다. 또한 대형교회를 목회하는 목회자는 불가피하게 경영자로 전락하게 마련이다.”며 분리선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병무 선생은 또 “목사는 자기 양의 이름과 사정을 알아야 하고 양은 자기 목자의 음성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데 목사가 100명쯤 담당하고 그 외는 구경꾼이나 손님으로 취급할 거라면 분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회자가 교인들 상황을 모르는 것은 교회 공동체로서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작은 공동체를 지향해온 것이다.
그러나 분가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것과 실제 분가를 실행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분가한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나뉘고 빠듯한 생활을 하는 중에 재산까지 나누는 것은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고 고백했다. 분가선교의 당위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분가를 위한 시기, 예산, 교인 규모 등 막상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입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실행’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향린교회가 분가선교를 실천하는 것은 원래 교회의 존재 목적을 실천하기 위함과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운영하기 위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얼마큼 작아야, 또는 얼마큼 커야 하나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자료를 찾고 이것저것을 이어 붙이며 생각을 정리하기 전, 그러니까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두 협동조합의 내홍, 향린교회 얘기를 접하고 피상적인 생각에 머물렀을 당시 나는 근거 없이 ‘쪼개는 전략’에 무게 중심을 뒀다. 사업체를 경영해야 하는 역할은 잊은 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짧고 굵은 카피가 전해주는 섹시함, 이미 일정한 궤도에 올라 있으면서도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분립을 감행하는 향린교회의 시크함에 순간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은 일임을 유럽 협동조합의 사례를 정리하며 새삼 느꼈다. 흔히 협동조합을 49% 결사체와 51% 사업체의 합이라고 설명하곤 하는데 49가 아니라 51인 사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크게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원심력이 너무 크게 작용하면 독일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협동조합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며, 그게 지속되면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향린교회의 정신을 차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경제조직이 아닌 교회 공동체 운영원리와 사업체를 굴려서 조직을 유지해야 하는 협동조합 운영원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49%의 결사체’라는 표현이 웅변하듯 사업 논리로만 조직을 운영하면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결국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건지 분립을 실현할 건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향린교회의 정신을 배우되 그것을 사업체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추구하거나 큰 것을 분리해서 작은 것으로 만드는 대립적 방식이 아니라 큰 것 안에 작은 공간을 만드는 융합적 방식이 필요하다.
슈마허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논리를 펼치는 내내 작은 것이 주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글 끄트머리에는 '대규모 조직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대규모 조직은 지속적으로 존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과제는 대규모 조직 안에 소규모 조직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대규모 조직이 출현하면 진자처럼 집중화 과정과 분산화 과정을 번갈아 겪게 되는데 이 때 단순한 타협이나 반반, 또는 양자택일보다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면 양자를 동시에 포괄해야 한다. 또한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조직에는 어느 정도의 질서 정연함이 요구되지만 질서 자체는 정태적이고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므로 창조적 활동을 위해서는 이 질서를 허물고 무질서로 나아가려는 자유도 필요하다.
협동조합에서 조합원과 사업체를 끊임없이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 그러면서도 위원회나 마을모임, 동아리 등을 활성화하면서 협동조합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는 주장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큰 것과 작은 것, 사업과 이념, 원심력과 구심력, 집중화와 분산화, 질서와 자유 등의 양 날개로 더 높고 멀리 날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참고문헌>
강민수, “영국 협동조합 연수 #3”,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155241734505283&id=100000584030201.
고수봉, “향린 80여명, ‘섬돌향린’으로 새출발”, 『에큐메니안』, 2012.12.28,
이수연, 2014, “해외 협동조합 실패 사례”, 새사연 이슈진단.
장종익, 2011, “세계 협동조합의 최근 현황과 주요 특징”, 협동조합연구회 2011년 협동조합아카데미.
장종익, 2011, “협동조합의 규모화와 조직전략”,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장종익, 2012, 「유럽 주요 국가 소비자협동조합의 성패요인 분석에 관한 연구」,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향린교회, 1993, “교회 갱신을 위한 제안”,
향린교회, 2013, 「향린교회 정관」,
E. F. Schumacher, 2002,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상호 옮김,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