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많은 국민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저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평범한 택배기사이며 자식새끼 둘을 두고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이번 파업에 참여중인 일인입니다.
여러분들께선 택배기사들의 초살인적인 하루 일과를 아십니까?아침6시반정도에 출근해서 7시부터 오후2시정도까지 정해진 휴식시간 하나도 없이 정말 1분도 쉴 시간없이 하차작업(일명 까데기.어지간한 회사 하루 근무시간입니다)하고 점심시간도 따로 없어 하차작업중인 콘베어벨트옆에 쪼그려앉아 허겁지겁 밥먹고(밥값부터 모든 비용은 개인지출입니다) 출발스캔찍고 2시정도부터 9시정도까지 2분에 1개꼴로 약 200개정도를 배달합니다.
화요일같은경우는 11시,12시까지도 배달합니다.어쩌다 저녁시간에 배달하다 만난 주민분은 6시가 넘었는데 퇴근안하냐고 묻기도 하십니다ㅠㅠ.저녁8시가 넘어 배달간 어느 가정에선 이 늦은 시간에 배달을 왔다며 도대체 상식이 있는 사람이냐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배달이 끝나면 그날 집화한 물량을 싣고 센터에 또 내리러 갑니다.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그날 일한결과 또 스캔작업해야 합니다.패널티 안먹으려면 자정안에 꼭 스캔작업을 해야 합시다.
하루 15~16시간을 평균 일합니다.눈뜨면 출근,퇴근하면 잠입니다.첫입사 한달만에 5킬로가 빠지더군요.일요일빼곤 가족들과 하루 한끼도 한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어보지 도 못합니다.하지만 우리 택배노동자들은 조금이라도 한푼이라도 더 벌어 조금이라도 자식새끼들.마누라 고생 덜 시키려고 이러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는건줄 알았습니다.우리가 언제 파업이나 데모라도 한 번 해봤겠습니까?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뉴스에나 나오는 다른 잘나가는 회사 얘긴 줄 알았습니다.그저 너무나 착하고 순진하고 어떻게 보면 멍청한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아무것도 모르고 이게 열악한 환경인줄도 모르고 그냥 묵묵히 열심히 살았읍니다.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일 더해서 한시간이라도 더 뛰어서 한 푼 이라도 더 벌려고 한 죄 밖엔 없습니다.
배불리 잘먹고 잘살자고 이러는것도 아닙니다.단지 우리도 똑같은 노동자로써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겁니다.일요일엔 영화도 한프로 보고 산에도 한번 가고 싶습니다.하지만 일요일에 쉬지않으면 당장 다음주를 버텨내지를 못합니다.너무 넋두리만 늘어놓은것 같아 죄송합니다.많은 분들께서 이번 대한통운파업사태로 불편하시겠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 조금만 이해해주시고 지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