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해안 절벽 위의 울루와투(Uluwatu) 사원
10~11세기에 창건된 힌두사원 울루와투(Uluwatu)는 ‘바다의 신(海神)’을 모시는 사원이라고 한다.
비 오는 날 울루와투 절벽길
엄청나게 가파른 절벽 위에 있어서 일명 절벽사원이라고 부른단다.
울루와투 관광이 우리 여행의 마지막 날인데 공교롭게도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숙소에서 왕복으로 택시를 대절했는데 대절료 60만 루피아(48.000원), 입장료 4만 루피아(3.200원)이다.
울루와투의 의미는 울루(Ulu)는 ‘위에’, 와투(Watu)는 ‘절벽’이라는 뜻이며 모시는 신은 가네쉬(Ganesh/코끼리) 신이라고 한다. 이 사원은 약 80m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데 이 아슬아슬한 절벽이 바로 불후의 명화 빠삐용(Papillon)에서 영원한 자유인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코코넛 자루를 안고 바다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은 곳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 ‘발리에서 생긴 일’을 촬영한 장소라고도 알려져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았더니 의외로 한국 사람, 일본사람은 적고 중국 사람과 인도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대답이다.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는데 여행 마지막 날인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빗속을 뚫고 절벽 위 오솔길을 따라 10분가량 걸으면 절벽 끝이 나오는데 호텔에서 왕복으로 대절한 택시 시간이 임박해 나는 부지런히 앞서 걸었는데 따라오던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길옆에는 원숭이들이 빗속에 삼삼오오 앉아서 쳐다보는 것이 좀 기분이 언짢았지만 모르는 체, 걸어가는데 뒤에서 못된 원숭이가 덮치지나 않을까... 뒤꼭지가 시리다.
<3> 안경 수난 포인트(Point)
아니나 다를까... 일행 셋이 나를 뒤따라 오다가 중간 작은 쉼터가 있는 곳에서 원숭이한테 우리 캡틴(Mr. Kim)이 안경을 날치기당했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절벽 끝까지 갔다가 뒤돌아오며 보니 모두 숲 가장자리를 살피고 있었다.
다행이 안경알 하나는 찾았는데 이미 이빨로 물어뜯어 귀퉁이가 깨져있었다. 안경테라도 찾으려고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엉뚱한 다른 사람들 안경테만 있다. 그것도 이빨로 짓씹어 놓은 안경테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나중 알고 봤더니 여기서 안경을 날치기당한 사람이 부지기수로, 바로 이곳이 ‘안경 수난 포인트(Point)’란다.
공원 관리인이 바나나를 들고 와서 원숭이를 부르며 얼러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찾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섰는데 돌아오다 보니 입구 벽면에 『원숭이를 조심하세요. 안경, 모자, 작은 손가방, 물병... 등등...』 제기럴... 설마 우리가 당할 줄이야...
<4> 발리 관광 후기(後記)
발리로 오던 첫날, 시내에서 가까운 구따비치(Kuta Beach) 해변에 수영복을 갖춰 입고 들어갔다가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해변은 온통 싯누런(우리나라 서해와 비슷) 물에 과자봉지, 비닐 쓰레기, 나뭇잎들이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천지였다.
발리는 섬 전체를 돌아가며 비치(Beach)가 많으니 그중 깨끗한 해변도 있기는 하겠지만... 발리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구기고 말았다.
이곳 가까운 곳에 짐바란(Jimbaran) 어촌마을도 있다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고, 우붓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아름다운 사원 따만아윤(Taman Ayun)을 못 본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었다.
발리는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비치, 무수한 사원들, 독특한 문화 등 엄청나게 매력이 넘치는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의 4대 전통음식인 나시고랭(볶음밥), 미고랭(볶음국수), 사떼(꼬치구이), 소또(국/ 싸비: 소고기 국, 아얌: 닭고기 국) 등을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발리에서 마지막 날, 울루와투에서 오는 대절택시 기사에게 좋은 식당을 소개해 달랬더니 소개해준 식당이 대박이었다.
숨바와(Sumbawa)섬이 고향이라는 주인 아가씨(?)와 어린 종업원인데 무척 친절하다.
부근에 이슬람 사원이 있어서인지 간단한 할랄(Halal) 음식인데 값도 저렴하고 정말 맛있다.
아얌고렝(닭고기죽)은 1인분 15.000 루피아(1.190원)로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고 이구동성...
인도네시아에서 맛본 가장 값싸고 맛있는 식사였다. 일행 넷이 다 먹은 후 다시 두 그릇을 시켜 반씩 나누어 먹었다.
할랄(Halal)은 이슬람 신도들이 먹는 음식으로 모든 음식은 이슬람 경전인 꾸란(Koran)에 따른 엄숙한 의식이 행해진 식재료로 조리된 음식이란다.
동물을 죽일 때는 머리를 메카(Mecca) 방향으로 향하고 기도를 드린 후 날카로운 도구로 단번에 목숨을 끊어야 하고, 식물성 음식도 이런저런 엄숙한 의식을..... 자신은 무슬림이 아니라면서 할랄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여주인은 내내 친절한 미소를 짓더니 식사가 끝나자 먼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모양이다.
인도를 여행할 때 어떤 식당이든지 들어가서 식탁에 앉자마자 먼저 손 씻는 물을 가져다준다.
처음 멋도 모르고 그 물을 마셨더니 종업원들이 깜짝 놀라 못 먹게 제지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다행히 배탈은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주 더러운 물은 아닌 듯.... ㅎㅎ.
손 씻는 물 / 친절한 숨바와 출신 식당 주인과 종업원
힌두교의 영향인지, 인도사람들 영향인지 인도네시아에도 이따금 그런 식당이 있다.
물을 내오면 우선 오른손 손가락을 집어넣고 조물조물 손가락을 씻는다. 그리고 접시에 밥을 담고 양념, 야채 썬 것, 간장 등이 나오면 밥 위에 끼얹고 오른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섞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인도사람들은 대변을 보고 난 후 휴지로 닦지 않고 물을 흘리며 왼손 맨손으로 닦는다.
휴지도 없이... 암튼 인도사람들은 물로 씻으니 거시기 근처는 항상 깨끗하겠지만...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식사를 할 때나 귀한 것을 만질 때는 불결(부정)한 왼손은 감추고 오직 오른손으로만 만진다.
식사도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하니 당연히 오른손으로만 한다.
저 할랄 식당에서 빨간 플라스틱 손 씻는 그릇 비슷한 그릇에 아얌 고랭을 담아 내와서 처음 조금 당황했다.
2011년 남인도를 혼자 여행했을 때 화장실을 가면 휴지는 없고 수도꼭지 밑에 저런 빨간 플라스틱 그릇이 놓여있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5> 예전에 들은 이야기...
우리나라에 유학을 온 인도 대학생과 같은 방을 썼던 우리나라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인도 대학생이 화장실에 저런 플라스틱 그릇을 가져다 놓았는데 우리나라 대학생은 처음엔 용도를 모르다가 나중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학기가 끝나고 헤어지면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하자고.... 우리나라 대학생 왈,
‘나는 자네와 같이 방을 쓴 것이 모두 좋았는데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저 빨간 그릇만 보면 기분이 언짢았다네. 왜 휴지를 쓰지 않나?’
인도 대학생의 답변 왈,
‘나도 모두 좋았는데 불편한 점이 있었네. 우리 인도사람들은 물로 닦으니 냄새 날 일도 없고 항상 깨끗한데 너희 나라 사람들은 휴지로 닦으니 아무리 여러 번 닦아도 어찌 깨끗이 닦아지겠나... 옆에 가면 항상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항문 주변에 ◎딱지가 붙어있을 것 같고....’
바로 이런 것이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습관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존중해야 한다.
예전, 유럽 사람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가보고 모두 ‘야만인들’이라고 치부해 버렸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들과 비슷하면 ‘문명인’이고 자신들과 다르면 모두 ‘야만인’이라는, 오만 무식한 이분(二分) 분류법이다.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나라를 배낭여행 했는데 그 나라 문화는 어떠한 것이든 절대로 존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