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는 보릿고개를 넘기는 데 힘이 된 서민 음식의 이미지가 강하다. 칼국수의 핵심 재료인 밀은 기온이 20도를 넘어가면 자라지 않는 곡물이다. 한반도는 기후 조건 탓에 밀이 자라기 힘든 지역이고, 밀로 만든 칼국수는 특별한 날에나 즐길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한국전쟁 이후로 사정이 달라졌다. 전쟁 이후 미국은 대량의 밀을 무상으로 공급했다. 서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된 것이다. 배급받은 밀가루로 바쁘면 수제비를 뜨고 여유가 생기면 칼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귀한 몸에서 서민음식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반면, 소고기칼국수는 ‘칼국수는 서민음식’이라는 인식에서 조금 벗어난 음식이다. 원가 비중이 상당한 탓이다. 그런데 최근 한우 사골 가격의 하락으로 소고기칼국수의 원가 비중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는 소고기칼국수도 충분히 서민형 면식 계열에 올라 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메뉴 상품화 시리즈에서는 소고기칼국수의 소비 시장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골칼국수를 구현하는 방법, 상품력 요소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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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고기칼국수인가?
칼국수는 육수가 명함이다. 어떤 육수를 썼느냐가 칼국수 종류를 결정한다. 같은 음식도 기후와 환경, 지리적 조건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진다. 칼국수도 예외가 아니다. 바닷가와 가까운 지역에서는 멸치와 다시마, 바지락 등 해산물로 육수를 낸 칼국수가 유행한다. 내륙지방에서는 소뼈나 소고기로 육수를 뽑은 칼국수가 주류를 이룬다.
밀가루로 만든 면 요리는 흡수나 소화 속도가 빨라 먹고 나면 금세 허기진 느낌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사골이나 고기로 육수를 내는 것이다. 멸치, 다시마 육수보다 국물이 진하고 묵직하기 때문에 한 그릇 먹고 나면 든든하다. 육수를 낼 때 사용한 고기를 고명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뼈와 고기로 낸 육수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탕반 음식이 설렁탕이나 곰탕이라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집에서 칼국수를 끓여 먹는 일은 이제 흔치 않아 졌다. 큰 맘 먹고 만들어 먹는다면 대부분이 멸치나 다시마, 바지락을 주재료로 사용할 것이다. 사골과 고기를 사용해 만드는 소고기칼국수는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용량을 끓여야 하는 특성상 가정에서 조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핵가족과 1인 가족이 늘어난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해산물 칼국수와는 달리 외식을 통해 먹을 수밖에 없는 칼국수가 소고기칼국수란 얘기다. 또한 고기육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대중성이 강한 음식이라는 장점이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현 가능한 소고기칼국수
최근 한우 사골의 판매량이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 가정에서 직접 장시간 끓이는 게 번거롭고, 과거 주택과 달리 환기가 상대적으로 잘 되지 않는 아파트로 주거 형태가 변한 것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또한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오히려 영양 과다가 문제시되는 오늘날 보양식으로서의 사골의 가치가 하락한 것도 한몫했다. 사골 판매량의 감소는 자연스레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냉동 창고에 사골 재고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는 소고기칼국수의 주재료가 사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고가로 판매되던 소고기칼국수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소고기칼국수의 육수는 사골, 잡뼈, 양지, 사태 등으로 끓여낸다. 사골은 끓였을 때 진한 맛을 내는 뽀얀 국물이 되며, 잡뼈는 구수한 맛, 양지는 단맛의 감칠맛을 낸다. 소고기칼국수는 원가 중 육수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사골 가격이 민감한 가격 책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현재 거세 한우 사골 소매가격은 kg당 평균 5000~6000원 정도다. 5년 전 가격인 kg당 1만2000원과 비교했을 때 50%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과거 사골 소비가 많았던 시절엔 동절기 수요가 늘어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최근 2년간은 계절에 관계없이 일 년 내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양지나 사태는 정육 부위이기 때문에 한우가격의 상승과 맞물린다. 최근 시세를 보면 한우 양지는 kg당 2만4000~2만7000원, 사태는 2만2000~2만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양지 부위는 국물의 고급스러운 맛을 구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손질 시 손실육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가가 많이 든다는 게 단점이다. 사태는 손실률은 낮지만 한우 특유의 단맛이 양지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소고기 칼국수는 사골과 잡뼈의 비중을 높이고 고기의 부위를 적게 사용해 원가의 비중을 낮출 수 있다. 멸치 칼국수 못지않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이 가능하다.
수도광열비를 줄이는 것이 관건
회전율이 높은 웬만한 칼국수 전문점에서는 육수를 영업시간 내내 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업장에서 사용하는 가스는 열효율이 낮다는 단점을 지녔다. 사골국물이 필요한 업장이라면 가스비는 큰 고민거리다. 원가 상승의 원인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원가를 낮추기 위해선 연료비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부담스러운 가스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전기 인덕션 도입이다. 예를 들어 100~150L 분량을 끓일 수 있는 인덕션 렌지의 경우 가스대비 비용 절감율이 72%나 된다. 전자 유도 가열방식으로 겉과 속이 같이 익기 때문에 더욱 진한 국물을 우려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가스를 사용할 때에 비해 여름철 주방 온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인덕션 렌지의 가격은 350만원 선으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비용절감을 고려한다면 투자해볼 만하다.
인덕션 렌지를 사용한다면 불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 불 세기의 조절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리 시 일정한 온도 유지와 시간, 불 조절 등을 인덕션에 맞추어 사용한다면 편의성과 원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01 서울 중구<곰국시집>
한우 양지로 우려낸 맑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인 유명 국시집
무교동에 위치한 <곰국시집>은 칼국수 애호가라면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멸치 칼국수·사골 칼국수가 주류이던 시절 고기 국물로 육수를 낸 새로운 칼국수를 선보이고자 1986년에 오픈했다.
육수는 한우 3마리 분량의 양지·차돌·업진살과 소량의 사골을 넣고 7~8시간 정도 끓여 낸다. 사골보단 고기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국물이 맑고 고소하며 담백한 게 특징이다. 육수 내는 데 사용한 고기 중 상급 부위는 수육으로 판매해 저녁 시간 매출이 떨어지기 쉬운 칼국수 전문점의 약점을 보완했다.
면은 당일 아침 업장에서 직접 만든다. 강력분·중력분·콩가루 등을 배합하는데 중력분을 많이 사용하는 여타 칼국수 집과 달리 강력분의 비율이 높아 잘 붇지 않고 쫄깃함이 살아 있다. 따로 숙성은 하지 않지만 아침 시간 면과 자연 숙성된 저녁 시간 면의 성질 차이를 고려해 익힘 정도를 달리 한다. 당일 제면, 당일 소진이 원칙으로 영업이 끝나고 면이 남을 경우엔 전량 폐기 처리한다. 겉절이는 200포기의 배추를 일주일에 2번 나눠 담근다. 한 그릇에 1만원인 칼국수가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용하는 식재료를 보면 수긍이 간다.
최상급 재료만 고집해 원가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육수를 내는 고기는 물론 고명으로 올라가는 양송이버섯·호박·대파를 비롯한 모든 재료를 국내산만 사용한다. 330.58㎡(100평) 크기의 식당에는 20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5년 이상이다.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직원들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오래 근무한 직원들일수록 손님들의 취향을 잘 기억하고 식당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기 때문이다. 맛은 물론이고 친절함으로도 소문난 이유다.
주소 서울시 중구 무교로 24
전화 (02)756-3249
02 서울 동작구<할머니칼국수>
시어머니의 손맛을 며느리가 잇고 있는 사골칼국수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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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선 장승배기역 4번 출구 뒤편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16.53㎡(5평) 규모의 작은 칼국수집이 보인다. 상호는 <할머니칼국수>. 1970년대 문을 열어 40년 이상 영업해온 사골칼국수 전문점이다. 2010년 작고한 시어머니의 뒤를 이어 현재는 며느리가 운영하고 있다.
여름 한정메뉴로 콩국수를 판매하는 것을 제외하면 이곳의 메뉴는 오직 사골칼국수 하나뿐이다. 가격은 5000원으로 시중의 일반 사골칼국수 집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 손님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 가격을 올리지 않는 중이다. 원가 절감을 위해 육수는 한우 사골과 잡뼈, 호주산 사골을 반씩 섞어서 낸다. 가게 문을 열기 전에 3시간가량 끓인 육수를 따로 준비해 두고 소진되기 전까지 영업시간 내내 끓여낸다.
면은 중력분만 사용하며, 기계반죽을 한 후 매장에서 제면기를 이용해 뽑아낸다. 24시간 저온 숙성을 거친 면은 쫄깃함 보다는 부드러움 식감을 살렸다. 칼국수 못지않게 중요한 겉절이는 국내산 배추와 고춧가루를 사용해 매일 아침 직접 담근다. 적당한 단맛에 시원함이 더해져 칼국수와 궁합이 좋다.
이곳 칼국수는 면과 육수를 담은 후 손님상에 내기 직전에 달걀을 푸는 게 특징이다. 사골국물과 달걀 맛이 어우러져 고소한 맛을 내는데 이 국물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테이블은 5개뿐으로 하루에 평균 80그릇을 판매한다. 메뉴의 특성상 매출의 70%정도가 점심 시간에 발생한다.
주소 서울시 동작구 상도로 179
전화 (02)813-7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