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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
존 밀턴(1608~1674)
[제1권]
-줄거리-
「인간의 불순종과 그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살았던 낙원을 잃게 된 것을 간략하게 제시하고, 뱀의 모습으로 위장한 사탄을 다룬다. 사탄은 하나님에게 반역을 일으켜서 천사들의 큰 무리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만, 하나님의 명령으로 자신의 모든 반역의 무리들과 함께 천국으로부터 쫓겨나서 대심연의 지옥으로 떨어진다.
이 사건 후에, 지옥에 떨어져 있는 사탄과 그의 졸개들인 반역 천사들을 묘사 한다. (하늘과 땅은 아직 창조되지 않았고, 분명히 저주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지옥은 땅의 중심에 있지 않고. “혼돈”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완벽한 어둠의 장소”에 있다.
거기에서 사탄은 자신의 천사들과 함께 벼락을 맞고 기절해서 얼이 빠진 채로 불의 못 위에 누워 있다가, 한참 후에야 몽롱한 상태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서, 서열과 존엄에 있어서 자기 다음인 자를 불러다가, 자신들이 비참하게 몰락한 지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상의한다. 사탄은 그 때까지도 여전히 얼이 빠진 상태로 누워 있던 자신의 졸개들인 반역 천사들의 무리를 모두 깨운다. 각각의 진과 각 진에 속한 인원수, 그리고 나중에 가나안과 그 이웃 나라들에 알려지게 될 우상들의 이름을 지닌 각 진의 지휘관들이 호명된다.
사탄은 그들을 향해, 아직은 천국을 회복할 소망이 있다는 말로 위로하지만, 마지막으로는 장차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종류의 피조물이 창조될 r서이라는 오래 된 예언과 소문이 천국에서 회자 되어 왔다는 것을 그들에게 말해 준다. 옛 교부들의 견해에 의하면, 천사들은 이 가시적인 피조세계가 창조되기 오래전에 이미 존재하였다.
사탄은 이 예언이 사실인지를 확인해서 자신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자신의 동맹들이 참석하는 총회를 소집한다. 사탄의 궁전인 만신전이 대심연으로 부터 홀연히 솟아오르고, 지옥의 영주들이 거기에 모여서 회의를 갖는다.」
※
인간이 저 금지된 나무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이 세상에 죽음이 들어왔고, 한 분 더 위대한 인간이 우리를 회복시켜 저 지극히 복된 자리를 되찾아 주실 때까지, 우리는 에덴을 잃고 온갖 재앙 속에서 살아가야 했으니, 하늘의 뮤즈여, 인간의 저 최초의 불순종에 대해 노래하라.
먼저 말해 달라. 천국이나 저 깊은 지옥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도 그대의 눈길에서 숨겨질 수 없으니, 먼저 말해 달라. 도대체 무엇이 천국의 은총을 한 몸에 받으며 저 복된 상태에서 살아가던 우리의 시조들을 움직여서 그들을 지으신 창조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하고, 한 가지 금령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서 세계의 주들이 되지 못하게 한 것인가. 처음에 그들을 유혹해서 저 추악한 반역을 행하게 만든 자는 누구였던가. 저 지옥의 뱀, 바로 그 자였다. 그가 질투와 복수심에 불타서 교활한 술수로 인류의 어머니를 속였다. 그 때에 그는 자신의 교만 때문에 자신의 군대인 반역 천사들과 함께 천국으로부터 쫓겨나 있었다. 전능자에게 도전하여 반기를 든 그는 전능하신 분에 의해 불길에 휩싸여서 타들어가는 가운데 영기천으로부터 거꾸로 내던져져서 무저갱으로 끔찍하게 추락하여, 거기에서 금강 사슬에 묶인 채로 형벌의 불 속에서 살게 되었다.
천사의 시력으로 아무리 멀리 바라보아도 황량하고 거칠고 음산한 광경뿐, 소름끼치는 지하 감옥, 온 사방으로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처럼 불길이 솟아오르지만. 그 불길로부터 나오는 빛은 없고, 오직 눈에 보이는 어둠만이 처절한 광경들을 드러내줄 뿐이다.
거기로 갑시다. 거기에서 안식을 취합시다.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의 세력을 다시 모아서, 이후에 어떻게 해야 우리의 원수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우리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이 끔찍한 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우리에게 소망이 있다면, 그 소망으로부터 어떤 힘을 얻을 수 있고, 소망이 없다면, 절망으로부터 어떤 각오를 다져야 하는지를 논의해 봅시다. 사탄은 머리를 화염 물결 위로 내밀고, 그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가운데, 자신의 가장 가까운 동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의 몸체의 다른 부분들은 불 못 위에 아주 길고 넓게 둥둥 떠 있었는데, 그 거대한 몸집은 전설들에 등장하는 괴물들, 곧 제우스와 싸운 “거인족” 또는 “땅에서 난 자들”이나 고대 “다소”근방의 동굴에 살았다고 하는 “브리아레오스”나 “티픈”이나, 하나님이 자신의 모든 피조물들 중에서 가장 거대하게 창조하셨다고 하는, 태양을 헤엄치는 바다짐승인 “리워야단” 만큼이나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어쩌다 리워야단이 오르웨이의 거품 이는 바다 위에 잠들어 잇을 때면, 항해하다 밤을 맞은 소형 범선의 선장은 종종 뱃사람들이 말하듯이, 무슨 섬인 줄 알고서 비늘로 뒤덮인 그의 표피에 닻을 내리고 바람을 피해서 정박한 채로, 밤이 바다를 뒤덮고 있는 동안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마침내 그가 불의 못으로부터 자신의 거대한 몸체를 똑바로 일으키자, 화염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그 몸체의 경사면을 타고 밑으로 떨어져서 큰 파도들을 일으키고, 그 한복판에는 무시무시한 골짜기를 남긴다. 그러더니 날개를 활짝 펴고 드높이 날아올라서, 어두운 대기를 묵직하게 누르며 날아가서 마른 땅에 내린다. ~~~그들이 자신들의 힘을 회복해서 지옥의 불 못을 빠져나왔다고 자랑한다. “우리가 천국과 맞바꾸어야 하는 곳이 바로 이곳, 이 지역, 이 땅인가. 우리가 저 천상의 빛과 맞바꾸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음산함과 암울함인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무엇이 옳은지를 결정하고 명령할 수 있는 자는 지존자인 그이니, 그에게서 멀수록 좋다. ~~~잘 있으라, 기쁨이 영원히 거하는 복된 곳이여. 반갑다. 공포들이여. 반갑다. 지옥세계여. 너 깊고 깊은 지옥이여, 너의 새 주인을 영접하라.
그는 때나 장소에 따라 바뀌지 않는 마음을 지닌 자니라. 마음은 독립적인 곳이어서, 마음 자체 속에서는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바알세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큰 원수는 하늘에서 벼려서 만든 크고 무거운 둥근 방패를 걸머지고서 해안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그의 어깨에 걸쳐진 그 거대한 원반은 마치 달 같아서, 토스카나의 장인인 갈릴레오가 저녁에 페솔레 산의 꼭대기나 아르노 골짜기로 가서 반점들이 있는 구체안에서 새로운 땅이나 강이나 산을 찾아내려고 망원경으로 바라보던 그 달처럼 보였다. 또한 사방에서 화염이 타올라서 뿜어내는 열기로 숨 막힐 듯 한 대기에 짓눌린 채로 불타는 진흙 위를 걷는 그의 발걸음은 푸른 하늘 위를 걷던 발걸음과는 달리 위태로웠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들고 있던 창에 몸을 의지하여 걸어가고 있었는데, 제독의 기함을 위한 돛대로 사용하기 위해 노르웨이의 산에서 베어낸 가장 큰 소나무도 그의 창에 비하면 지팡이에 불과했다.
한때 우리의 것이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천국, 바로 그 천국의 꽃이었던 영주들과 군왕들과 전사들이여, 영원한 영들인 그대들이 이런 일로 이렇게 혼절해 있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아니면, 그대들은 힘든 싸움을 끝낸 후에 녹초가 되어 버린 그대들의 심신을 쉬기 위한 곳으로 이곳을 선택해서, 마치 천국의 골짜기에 잠들어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이곳에서 잠들어 있는 것인가.
타락 천사들은 이 말을 돋고 얼굴을 붉히며 날개짓을 해서 벌떡 일어났는데, 마치 보초를 서며 졸다가 무서운 상관에게 들켜서 잠이 덜 깬 채로 비몽사몽간에 몸을 움직여서 자세를 똑바로 하는 모습 같았다.
지금은 반란으로 인해서 그들의 이름이 천국의 기록들에서 더 이상 기억되지 않고 생명책에서도 지워지긴 했지만, 전에 그들은 인간보다 우월한 신 같은 모습과 형상, 군왕의 위엄을 지니고서 보좌에 앉아 다스렸던 권력자들이었다. 또한 하와의 자손들 가운데서도 새로운 이름들을 얻지 못했는데, 나중에 하나님의 허락 아래 땅을 두루 다니며 그릇된 지식과 거짓말로 사람들을 시험해서 인류의 거의 대부분을 타락시켜서, 그들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버리고, 그들을 지으신 분의 보이지 않는 영광을 짐승의 우상으로 바꾸어서, 화려한 제의와 황금으로 가득한 그럴듯한 종교들로 치장하여, 기신들을 신들로 숭배하도록 만들었을 때에야, 그들은 이교 세계 전체에 다양한 이름들과 우상들로 알려지게 될 것이었다.
[제2권]
-줄거리
「회의가 시작되고, 사탄은 천국의 되찾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전쟁을 감행해 볼 것인지의 여부를 묻는 안건을 상정해서 토론에 부친다. ~~권고하는 자들도 있고, 또 한 번의 전쟁은 안 된다고 설득하는 자들도 있다. 결국 하나님이 머지않아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 그들과 대등하거나 그들보다 열등하지 않은 또 다른 피조물을 창조할 것이라는 천국에 퍼져 있는 예언 또는 소문의 진위를 먼저 파악해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 일에 아무도 선 듯 나서는 자가 없자 우두머리 사탄이 자기가 혼자 그 일을 해내겠다고 선언했다.
사탄은 자기에게 맡겨진 소임을 수행하기 위해 지옥의 문들로 가지만, 그 문들은 닫혀 있다. 그는 문들을 지키는 자들이 문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마침내 지옥의 문들이 열리고, 지옥과 천국 사이에 있는 대심연이 그의 눈앞에 드러난다. 사탄은 그 대 심연을 다스리는 혼돈의 안내를 받아 어렵게 그곳을 통과해서 자기가 찾던 새로운 세계가 보이는 곳이 다다른다.」
※
오르무스와 인도의 부, 곧 야만족의 왕들에게 진주와 황금을 아낌없이 뿌려주는 저 찬란한 동방의 부를 훨씬 능가하는 저 드높은 제왕의 보좌 위에 사탄은 앉아 있다. 자신의 악명 높은 행적들로 오른 자리다. 절망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원했던 것보다 훠씬 더 높은 이런 자리에 올랐건만,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열망에 붙들려서, 천국과의 헛된 전쟁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오만한 생각들은 그가 경험을 통해서 배우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권세 천사들과 통치 천사들이여, 하늘의 신들이여, 비록 우리가 져서 하늘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아무리 깊은 심연도 우리가 지닌 불사의 힘을 가두어둘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천국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함으로써 우리 안에 있는 하늘의 힘은 더욱 강해져서, 떨어지기 이전보다 더 큰 광채를 발하고 더 큰 위엄을 얻게 되었으니,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고, 우리 에게 똑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염려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전에 우리가 얻었다가 지금은 잃어버린 우리의 저 정당한 유산을 이제 다시 쟁취해서, 이전에 번영했던 것보다 더 큰 번영을 누리다. ~~~몰록이 일어섰다.~~~ 공개적인 전쟁 쪽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오.
[제3권]
-줄거리-
「하나님은 자신의 보좌 위에 앉아, 자신이 최근에 새롭게 창조한 신세계를 향해 사탄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서, 자기 오른편에 앉아 있던 아들에게 그를 보여주며, 사탄이 인류를 타락시키는 일에 성공하게 될 것임을 예언하고, 자기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횜도 주었기 때문에, 이 일로 인해 자신의 공의와 지혜가 훼손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인간은 사탄과는 달리 자신의 악의로 인해서가 아니라 사탄의 유혹으로 인해 타락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인간에게 은혜를 베풀 계획임을 밝힌다.
하나님의 아들은 인간에게 은혜를 베풀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아버지 하나님에게 찬송을 돌리지만, 이번에 하나님은 신적인 공의가 충족됨이 없이는 인간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인간은 하나님처럼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하나님의 위엄을 범한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서서 인간의 죄를 제대로 대속하고 인간이 받아야 할 벌을 대신 받지 않는다면, 인간과 그의 자손들은 사형 선고를 받고 반드시 죽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아들은 자기 자신을 인간을 위한 대속물로 드리겠다고 자원하고, 아버지 하나님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그가 자신이 정한 때에 인간의 몸을 입고 성육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그의 이름이 하늘과 땅의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될 것임을 선언한 후에, 모든 천사들에게 그를 경배하라고 명령한다.
한편 사탄은 둥근 공 모양의 이 세계에서 가장 먼 자리에의 볼록면에 안착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사람들과 사물들이 어딘가로 날아 올라가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로부터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서 천국의 문들과 창공을 감도는 윗물에 이른 후에, 둥근 구형의 태양으로 건너가서, 거기에서 태양의 통치자 우리엘을 만나게 된다. 그는 계급이 낮은 하위 천사의 모습으로 변모하고서, 최근에 새롭게 창조된 신세계와 하나님이 거기에 둔 인간을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자신의 열렬한 r라망을 피력해서, 우리엘에게서 인간이 거처하는 곳을 알아내어, 먼저 니파테 산에 안착한다.」
※
하늘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거룩한 빛이신 당신에게 인사를 드립니다.~~~나는 오랫동안 저 어둡고 음침한 지옥의 못에 억류되어 있었지만, 결국 대담하게 날아서 그곳을 빠져나와 이제 당신을 다시 찾아온 것이오. 나의 여정은 비록 성공하기 어려운 아주 힘든 것이긴 했지만, 오르페우스의 수금과 다른 곡조로 하늘의 뮤즈에게서 배워서 혼돈과 영원한 밤에 대해 노래하며, 목숨을 걸고 어둠 속을 하강했다가 다시 솟아올라서 완전한 흑암과 중간의 흑암을 뚫고 이렇게 무사히 당신을 다시 찾아와, 당신이 다스리는 저 생명의 불빛을 느끼고 있소. 하지만 내 눈은 흑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내 안구는 백내장으로 희미해져서, 당신이 나의 이 두 눈을 다시 찾아주지 않으니, 이리저리 눈을 굴려 당신의 힘 있는 빛줄기를 찿아 보려 하지만 부질없고, 희미한 빛조차 볼 수가 없소.
이렇게 연년세세 계절은 다시 돌아오건만, 밝은 낮도, 포근하게 다가오는 저녁과 아침도, 흐드러지게 꽃 피는 봄도, 여름의 장미도, 양 떼나 소 떼도, 거룩한 인간의 얼굴도 내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나는 오직 구름과 영원한 어둠에 에워싸여서, 희희낙락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삶으로부터 단절되어, 아름다운 지식의 책 대신에 자연이 만들어 낸 모든 것들이 지워지고 제거된 거대한 백지만이 내게 주어져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한 쪽 통로는 완전히 막혀 버렸지요.
내 사정이 이러하니, 천상의 빛이여, 더욱 더 나의 내면에 빛을 강하게 비쳐서 모든 안개를 다 걷어내고 깨끗이 몰아내어, 내 마음의 모든 능력이 깨어나 빛을 발하여, 거기에서 생겨난 눈으로 인간의 눈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말할 수 있게 해주소서.
한편 하나님은 저 위, 곧 저 순수한 최고천에서 ~~자신이 직접 지은 것들을 굽어보았다. ~~~그의 오른편에는 영광의 광채인 독생자가 앉아 있었다. ~~~당시에 인류는 저 복된 동산에서, 기쁨과 사랑을 맛보며 두 사람만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지옥, 지옥과 천국 중간에 자리한 혼돈세계를 살펴보았는데, 거기에서 사탄이 어두운 공중을 높이 날아 밤의 이쪽 편에 접해 있는 천국의 성벽에 다다라서, 그 성벽을 따라 다시 날아서 이 세계의 가장 바깥쪽,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곳에 지친 날개를 접고 의욕이 넘치는 발로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
하나님은 ~~~자신의 독생자에게 이렇게 예언하였다. 독생자야, 우리의 대적이 광분해서 미쳐 날뛰는 모습이 네 눈에 보이느냐. ~~~나로서는 인간을 의롭고 바른 존재로 창조했고, 타락의 유혹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힘도 주었지만,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주어졌기 때문에, 타락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타락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다.~~~만일 그들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은 하지 못하고 오직 해야 할 일들만을 해야 할 것이니, 진실한 충성심과 변함없는 믿음이나 사랑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그 어떤 참된 증거로 보여 줄 수 있겠느냐. 만일 의지와 이성(이성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둘 다 자유를 빼앗겨 쓸모없고 공허한 것이 되어 버려서, 자유롭게 나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필연을 섬기게 되어 있다면, 그들이 무슨 칭찬을 받을 수 있겠으며, 그들이 그런 순종으로 인해 내가 무슨 기쁨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바르게 살도록 창조되었고, 실재로 바르게 살 수 있는 힘도 주어졌기 때문에, 마치 내가 모든 것을 미리 할고서, 그들의 의지를 완전히 지배하고 장악하여, 그들의 타락을 절대적으로 미리 예정한 것이라는 듯이, 그들을 창조한 자나 나를 비난하거나, 그들을 창조한 것 자체를 비난하거나,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비난하는 것은 모두 옳지 않다. 그들의 반역은 그들이 스스로 작정한 것일 뿐이고 내가 정한 것이 아니다. 내가 이 모든 것을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나의 그러한 예지는 그들의 반역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고, 내가 그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반드시 반역을 저지르고야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들은 모든 일에서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서 범죄 하는 것이고, 운명이나 나의 한 치도 틀림없는 정확한 예지에 의해서는 털끝만큼의 영향도 받지 않ㄴ느다. 내가 그들을 창할 때 그들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그들은 스스로 노예가 되기로 작정할 때까지는,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내가 그들의 본성을 바꾸고, 그들에게 자유를 수여한 나의 저 불변의 영원한 작정을 폐기하지 않는 한, 그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타락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천사들은 스스로 유혹되고 스스로 부패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따라 타락했지만, 인간은 천사들에게 속아서 타락했다. 그러므로 천사들은 은혜를 받을 수 없었지만, 인간은 은혜를 받게 될 것이다. 나의 영광은 자비와 공의 둘 모두를 통해 하늘과 땅에서 빛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비 속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한편 사탄은 이 둥근 우주의 단단하고 흐릿한 구체 위에 안착해서 걷고 있었는데, 이 우주를 가당 외곽에서 둘러싸고 있는 성벽이라고 할 수 있는 볼록면을 경계로 해서, 그 안쪽으로는 빛을 발하는 작은 별들이 있었고, 그 바깥쪽으로는 태고의 흑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혼돈계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탄은 광활한 대양 같이 펼쳐져서 바람만이 세차게 불고 있는 땅 위에서, 자신의 먹이를 찾아 혼자서 이리저리 걷고 있었는데, 이곳에는 아직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다른 피조물은 하나도 없었고, 오직 그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죄로 인해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허영으로 가득 차게 되었을 때에는, 그 세상에서 행해진 모든 덧없고 헛된 것들, 그리고 현세에서나 내세에서의 영광이나 영속적인 명성이나 행복을 얻고자 하는 어리석은 희망을 품고서 헛된 일들을 획책한 모든 자들이 가벼운 수증기처럼 거기에서 이곳으로 무수히 날아들게 될 것이었다.
이곳으로 맨 처음 온 자들은 옛 세상에서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잘못된 결합으로 태어나 많은 헛된 짓거리들을 해서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저 거인족들이었다. 다음으로는 시날 평지에 바벨탑을 건설한 자들인데, 그들은 익소에 와서도 새로운 바벨탑을 세울 헛된 궁리를 하였다.
[제4권]
-줄거리-
「이제 사탄은 에덴동산이 보이는 곳에 서 있다. 하나님과 인간을 대적하여 혼자 벌이게 될 대담한 시도를 실제로 수행해야 할 곳에 가까이 다가오게 되자, 자시에 대한 이런저런 많은 의심들이 속에서 일어나서, 두려움과 시기와 절망 같은 여러 정황들이 교차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악한 계획이 옳다고 확신하고 낙원으로 향하고, 이 시점에서 밖에서 본 낙원의 모습과 그 위치가 묘사된다.
사탄은 날아올라서 낙원의 울타리를 넘어,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에덴 동산에서 가장 높은 곳인 생명나무 위에 가마우지의 모습으로 내려앉는다. ~~~그는 아담과 하와를 처음 보고서, 그들의 배어나게 아름답고 탁월한 모습과 행복한 상태에 탄성을 발하지만, 그들을 타락시키고자 한 자신의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진 후에,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서는, 그들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는 것을 하나님이 금지했고, 그 열매를 먹었을 때는 죽음의 벌을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미끼로 삼아서 그들을 유혹하여 범죄 하게 하면 되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나서,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상태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잠시 그들을 떠난다.
밤이 되자, 아담과 하와는 쉬러 가자고 말하고, 나무 그늘 밑의 그들의 처소가 묘사되고, 거기에서 그들은 저녁 예배를 드린다. 가브리엘은 야경대를 보내 낙원을 두루 순찰하게 하고, 악령이 잠든 아담과 하와에게 해코지할 것에 대비해서 두 명의 힘센 천사를 그 처소에 보초로 세워서 지키게 한다. 거기에서 두 천사는 꿈속에서 하와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며 유혹하는 악령을 발견하고, 강제로 제압해서 기브리엘 앞으로 끌고 온다. 가브리엘이 심문하자, 그는 코웃음을 치며 경멸하는 반응을 보이며 싸울 태세를 보이지만, 그때 하늘에서 나타난 징조에 의해 저지당하고서는 낙원 밖으로 도망친다.」
※
이제 사탄은 분노로 활활 타올라서, 인류를 고발하는 자가 되기 전에 먼저 유혹하는 자가 되어서, 자신이 첫 번째 싸움에서 패배하여 지옥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그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연약한 인간에게 화풀이하고 복수하기 위해 이 땅으로 내려왔다.
거기에는 맞은편인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단 하나의 문이 있었다. 이 중범죄자 사탄은 그 문이 바로 에덴동산으로 들어가는 정식 입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코웃음을 치고는 한껏 경멸하며 한 번 가볍게 도약해서, 그 산의 모든 경계나 가장 높은 담벼락도 훌쩍 뛰어넘어 바로 동산 안에 사뿐히 착지했는데, 그 모습은 굶주려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헤매던 늑대가 저녁나절이 되어 목자들이 들판에서 나무로 엮은 울타리를 쳐서 만든 우리 속에 양 떼를 안전하게 넣어두고 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어서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고 사탄은 거기에서 날아올라서, 동산 중앙에 있는 가장 높은 나무인 생명나무 위에 가마우지처럼 내려앉았다.
[제5권]
-줄거리-
「아침이 되자, 하와가 아담에게 지난밤에 자신이 꾼 나쁜 꿈에 대해 말한다. 아담은 그 꿈 얘기를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하와를 위로해 준다. 두 사람은 그 날의 일을 위해 나가면서, 자신들의 거처의 문 앞에서 아침 찬송을 드린다. 하나님은 인간이 변명할 수 없게 하기 위해, 그의 순종과 그의 자유로운 상태에 대해서, 그의 원수가 가까이 있고, 그의 순종과 그의 자유로운 상태에 대해서, 그의 원수가 가까이 있고, 그가 누구이며, 왜 그가 원수인지를 비롯해서 아담이 알아두어야 할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 경고해 주기 위해 라파엘을 보낸다. 라파엘이 낙원으로 내려오고, 그의 모습이 설명된다. 아담은 자신의 거처의 문 앞에 앉아 있다가 저 멀리에서 오는 라파엘을 보고서는 마중 나가서 자신의 거처로 영접하여, 하와와 함께 딴 낙원의 최상품 과일들을 접대하면서, 식탁에서 대화를 나눈다. 라파엘은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아담의 상태와 그의 원수에 대해 환기시켜주고, 아담의 요청에 따라 그 원수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가 원수가 되었는지에 대한 tfj명을 시작으로 해서, 그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천국의 북부 구역으로 가서, 거기에 있던 모든 것, 하지만 오직 한 명의 스랍 천사 아브디엘만은 그의 계획에 q나대하여 만류하다가 그를 떠났다는 것에 대해 말해 준다.」
※
깨어나세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이며, 나의 배필이고, 내가 가장 늦게 찿는 이며, 하늘이 내게 가장 마지막으로 준 최고의 선물이고, 나의 늘 새로운 기쁨이여, 깨어나세요. 아침이 밝았고, 신선한 들판이 우리를 부르고 있소. 우리가 돌보는 식물들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레몬숲이 어떻게 꽃을 피우는지, 어떤 나무들이 몰약을 떨어뜨리고 향기를 발산하는지, 자연이 어떻게 만물을 자신의 색깔들로 채색하는지, 벌이 어떻게 꽃 위에 앉아서 꿀을 채취하는지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소.
오, 나로 하여금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쉴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이여, 나의 영광이고, 나의 완전이며, 아침이 돌아와서 당신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이 기쁘고 안심이 되네요. ~~~지난밤에 꾼 꿈은 참을 수 없이 불쾌하고 괴로운 것이었어요. ~~~~그 나무 곁에는 우리가 자주 보아왔던 하늘로부터 온 천사들 같은 모양을 한 날개 있는 누군가가 서 있었죠. 그의 빛나는 머리채는 천산의 이슬이 알알이 맺혀 잇는 것 같았는데, 그도 그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죠. 그가 이렇게 말했어요.
오, 아름다운 나무여. 내게는 이렇게 많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차고 넘치게 열렸는데도, 하나님이든 인간이든, 너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며 너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려고 하는 이가 없구나. 하나님이 너의 열매를 맛보지 못하도록 이렇게 금령을 내린 것은 선악을 아는 지식을 경멸해서냐, 아니면 시기해서냐, 누가 그런 금령을 내렸든, 나는 네가 주고자 하는 좋은 것을 더 이상은 거절하지 않으리라. 내가 계속해서 그것을 거절한다면, 네가 여기에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그는 이렇게 말한 후에 지체 없이 팔을 뻗어서 과감하게 그 나무의 열매를 따서 먹었죠. 그가 그런 식으로 너무나 대담한 말을 했을 뿐만 아니라, 곧이어 대담한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을 보고서, 난 등골이 오싹해지며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죠. 하지만 그는 띌 듯이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오, 신성한 열매여. 너는 언제나 달콤하지만, 여기에서 금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따먹으니 훨씬 달콤하구나. 너는 오직 하나님에게만 허용되어 있을지라도, 사실은 사람들을 신들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지. 사람들이 신들이 된다면, 더 많은 선과 더 큰 일들을 행하게 되어, 하나님을 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영광을 받으시게 할 수 있는데, 그것을 금지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곳에 있는 복된 존재인 그대, 천사같이 아름다운 하와여, 너도 이리로 와서 이 열매를 따서 먹으라. 너는 지금도 행복하지만 더 행복해질 것인데, 네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이 열매를 먹으라. 이후로는 너도 여신이 되어 신들 가운데 거하며, 더 이상 땅에 묶여 있지 않고, 네 자신의 힘으로 우리처럼 공중을 날기도 하고 하늘에 오르기도 하여, 거기에서 신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보고, 네 자신도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되리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다가와서, 자기가 딴 그 열매의 한 조각을 내 입에 대었고, 그 달콤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의 식욕을 자극해서, 그것을 먹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런 후에 즉시 나는 그와 함께 구름까지 날아올랐는데, 아래로는 거대한 땅덩어리가 무한히 드넓게 펼쳐져서 다양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보였죠.
아담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내 자신의 최고의 형상이며, 나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나의 반쪽이여, 그대가 지난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 겪은 심난한 일은 내게도 똑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오. 나는 이 수상쩍고 기분 나쁜 꿈이 악으로부터 온 것이 아닌가 염려되어서 꺼림칙하다오. 하지만 설마 이곳에 악이 있을 수 있겠소? 순전한 상태로 지음 받은 그대 속에도 악이 있을리 만무하니 말이오.
하지만 우리의 심령 속에는 이성을 대장으로 받들고서 일하는 수많은 하급 기능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하오. 그런 기능들 중에 이성 다음으로 강력한 것이 상상력이라오. 우리의 심령은 오감이 외부를 감시하면서 전달해 주는 온갖 외적인 것들을 사용해서, 실재는 없고 오직 표상들만으로 이루어지는 상상들을 만들어내고, 이성은 그 상상들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함으로써, 우리가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모든 것들로 구성되는 하나의 체제, 즉 지식 또는 견해라고 불리는 것을 형성해 낸다오. 하지만 우리가 잠든 때에는 이성도 자신의 골방으로 물러가는데, 이렇게 이성이 물러가고 없을 때에는 종종 흉내쟁이인 상상이 깨어 있어서 이성을 흉내 내곤 하지만, 흔히 이런 심상들을 잘못 연결하거나 조합해서 엉뚱하고 황당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낸다오. 그리고 오래 전에 지나갔거나 최근에 있었던 말들과 행동들이 그런 식으로 잘못 조합되는 일은 꿈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오.
아담은 자신의 시원한 거처 문 앞에 앉아 있었고, 그래서 향기로운 숲을 통과하여 가까이 오고 있는 라파엘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안에서는 하와가 때맞춰 점심 식사로 맛있는 과일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는 한편으로는 갈증이 날 때마다 우유나 딸기나 포도로 만들어서 마시는 달콤한 음료들이 질려서 싫어지지 않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참된 입맛을 돋우기 위한 것이었다. 아담이 하와를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하와여 빨리 나와 보시오. 동쪽 숲의 나무들 사이로 어떤 영광스러운 형체를 한 이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당신도 보아야 할 것 같소. 그 모습이 마치 대낮에 다시 한 번 찾아온 아침 같구려. 아마도 하늘로부터의 특명을 가지고 우리에게 오는 모양이오. 오늘 우리가 대접해야 할 손님일지도 모르니, 빨리 가서 그대가 저장해 놓은 것들을 다 내와서, 하늘에서 온 손님에 합당한 예우로 그를 풍성하고 융숭하게 환대합시다.
하늘의 거민이시여, 천국 외에는 당신과 같은 그러한 영광스러운 형체를 담아낼 수 있는 다른 곳이 없으니. 당신은 하늘의 거민이 틀림없을 것인데 ~~~동산에서 나는 좋은 것들을 드시며 쉬다 가십시오.
하나님은 너를 완전한 자로 지으셨지만, 언제까지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자로 지으신 것은 아니다. 또한 하나님은 너를 선한 존재로 지으시긴 했지만, 너의 의지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운명이나 반드시 이루어지는 필연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도리어 본성적으로 자유롭게 만드심으로써, 그 선한 상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은 너의 몫으로 남겨두셨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섬기기를 원하시고, 억지로 드리는 우리의 섬김은 받지도 않으시며, 우리의 섬김이 진정으로 자발적인 것인지도 알고자 하시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의 마음이 자유롭지 않아서, 오로지 운명이 정해준 것들만을 행해야 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면, 우리가 자발적으로 섬기는 것인지ㅐ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
우리의 위대한 시조(아담)가 라파엘에게 말했다. 하늘에서 온 거룩한 스승이여, 그룹 천사들이 밤에 근방의 산에서 노래할 때 울려 퍼지는 하늘의 맑은 가락을 들을 때보다도 더 큰 기쁨으로 당신의 말씀을 귀 기울여 잘 들었습니다. 우리가 의지와 행위에 있어서 자유롭게 지음 받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잇지만, 우리를 지으신 이를 사랑하고, 그가 우리에게 주신 지극히 의로운 저 하나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다짐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최근에 하늘에서 일어났다고 말하신 저 불순종의 사건이 내게는 더욱 의아한 일로 여겨져서 의심이 가시지 않으니, 반대 하지 않으신다면 그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 사건은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어서, 거룩한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잠잠히 들을 만한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태양이 자신의 여정의 절반도 끝내지 않아서, 하늘에 나 있는 자신의 저 위대한 길인 황도의 나머지 절반에 채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으니, 아직도 낮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으니까요. 아담이 이렇게 요청하자, 라파엘은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이내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얘기를 시작했다.
사람들 중에서 최초인 자여, 너는 내게 정말 무리한 요구를 하는구나. 그 일은 서글픈 이야기이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천사들 간의 치열한 싸움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하는 것인데 어찌 어렵지 않겠으며, 전에 타락하지 않았을 때에는 그토록 영광스럽고 완전했던 자들이 무수히 많이 결국 파멸로 떨어지고 말았는데 어찌 서글프고 참담하지 않겠느냐. 또한 누설해서는 안 되는 다른 세계의 비밀을 말해 주는 것이 불법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너희의 유익을 위해 그렇게 해보겠다. 땅은 하늘의 그림자여서,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땅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서로 비슷하기는 하지만, 영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인간의 지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영적인 일들은 이 땅의 유형적인 것들에 빗대어서 최대한으로 표현해 보겠다.
이 세계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의 이 하늘들이 돌고 있는 가운데 지구가 그 중심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곳을 황량한 혼돈이 지배하고 있던 때, 어느 날(시간은 영원하지만 운동과 결합되어서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생겨나고, 거기에 따라 모든 것의 지속시간이 측정된다는 점에서), 곧 모든 하늘들이 최초의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바로 그날에, 하늘의 모든 천군천사들이 왕명에 따라 각각 자신들의 지휘관의 통솔 아래 찬란한 대오를 갖추고서 하늘의 모든 곳으로부터 무수히 전능자의 보좌 앞에 소집되었지. 선두와 후미 사이에서는 수천만 개의 깃발들이 높이 들려 바람에 물결치고 있었는데, 서로 다른 각급 부대들의 소속과 서열을 나타내는 깃발들도 보였고, 빛을 발하는 고운 천들에 열정과 사랑으로 이루어낸 혁혁한 공로들을 기념하는 글들이 찬란하게 아로새겨진 깃발들도 보였어.
너희 빛의 아들들인 모든 천사들이여, 들으라. ~~~내가 오늘 독자를 낳았고 이 거룩한 산에서 기름을 부었으니, 그는 너희가 지금 보고 있는 대로 나의 오른편에 있는 이다. 그를 너희의 머리로 임명하고, 하늘에 있는 모든 자가 그에게 무릎을 꿇고 그를 주로 고백하게 할 것임을 내 자신을 걸고 맹세하였으니, 너희는 그의 위대한 섭정 아래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한 영혼처럼 하나가 되어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거라. 그에게 불순종하는 자는 내게 불순종하고 하나 됨을 깨뜨리는 것이니, 그 날로 나와 나의 안전에서 쫓겨나 완전한 어둠의 대 심연 속으로 떨어져서, 거기에 그의 거처를 정하고 다시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하고 영원토록 머물게 되리라.
전능자가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모든 천군천사들이 다 기뻐하는 듯이 보였지만 겉으로 그렇게 보였을 뿐이고 모두가 기뻐하는 것은 아니었지. ~~~저녁이 가까워지자, 춤을 추느라 허기가 진 모든 천군천사들이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원 모양으로 서자 천사들을 위한 음식들이 차려졌고, ~~~밤새도록 아름다운 찬송 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 밤에 깨어 있던 자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이름은 사탄이었고, 그는 하나님을 찬미하기 위한 목적으로 깨어 있었던 것이 전혀 아니었지. ~~~그날 위대한 성부가 하나님의 아들을 높이고 메시아 왕으로 삼아 기름을 붓는 것을 보고서는 시기심이 가득 해서, 평소의 교만한 마음으로 인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가 모욕과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하며 참을 수 없어 했지.
그때부터 하나님에 대한 앙심과 경멸하는 마음을 품은 사탄은~~~자기 휘하의 군대 전체를 철수시키기로 작정하고서~~~은밀하게 나의 친애하는 동지여, 어제 하늘의 전능자의 입에서 나온 칙령이 생생한데, 어떻게 잠을 청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자신의 빼어난 용모로 마치 뭇별들을 이끄는 새벽별처럼 수많은 천군천사들을 매료시켜서, 거짓말로 천군의 삼분의 일을 끌어 모았어. 한편 가장 은밀한 생각까지도 꿰뚫어보는 영존자의 눈은 자신의 성산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앞에서 밤마다 타오르는 황금 등불이 켜져 있는 처소 안으로부터 반란이 획책되고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반란이 누구에게서 시작되어, 아침의 아들들 사이에서 어떻게 퍼져 나갔으며, 어떤 무리들이 작당하여 자신의 칙령을 반대하고 있는지를 보았지.
[제6권]
-줄거리-
「라파엘은 계속해서 하나님이 미카엘과 가브리엘을 보내어 사탄과 그의 천사들에 맞서 싸우게 하신 이야기를 아담에게 들려준다. 첫 번째 전투가 설명된다. 사탄과 그의 군대가 야밤을 틈타 후퇴한다. 사탄은 작전회의를 소집하고, 악마적인 공격무기들을 만들어 내어서, 두 번째 날의 전투에서는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조금 밀리게 되지만, 마침내 산들을 뿌리째 뽑아 던져서, 사탄의 군대와 그 공격무기들을 제압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도 소란이 그치지 않자, 하나님은 셋째 날에는 자기 아들 메시아를 보낸다. 이 전쟁에서의 승리의 영광이 성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오래 전부터 계획하신 일이었기 때문이다. 성자는 성부의 권세로 그곳으로 나아가서, 자기 휘하의 모든 군대를 좌우에 포진시켜 둔 채, 자신의 전차와 우레를 몰고서 적진 한복판으로 돌진해서, 도저히 저항할 수 없어서 도망치는 그들을 추격하여 천국의 성벽 쪽으로 밀어붙인다. 이때 성벽이 열리면서, 그들은 공포에 질려서 혼란에 빠져 자신들을 위해 준비된 형벌의 장소인 심연 속으로 뛰어내리고, 메시아는 개선해서 성부에게 돌아온다.」
※
마침내 저 멀리 북방의 지평선에 한 쪽 끝에서 다른 쪽까지 전투 대형으로 늘어서 있는 불의 지대가 나타났는데,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날카로운 창날이 꽂혀 있는 무수히 많은 창대들은 똑바로 위를 향하여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투구들, 자랑스러운 문구들이 새겨진 각양각색의 방패들도 늘어서 있었는데, 그들은 분노의 원정을 서두르고 있는 사탄 무리의 군대들이었어. 그들은 바로 그날에 전투를 벌이거나 기습해서 하나님의 산을 점령하여, 하나님의 지위를 탐내 왔던 저 오만한 야심가를 보좌에 앉히기로 이미 결의하였기 때문이었지.
양 진영이 모두 무시무시한 대형을 갖추고 어마어마하게 길게 늘어서서 대치하고 있었지. 그때 사탄은자신의 호화찬란한 보좌로부터 아래로 내려, 금강석과 황금으로 무장한 채,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구름 같이 운집한 선봉대 앞으로, 마치 거대한 탑처럼 오만하게 뚜벅뚜벅 걸어 나왔어.
[제7권]
-줄거리-
「라파엘은 아담의 요청으로 이 세계가 처음에 어떻게, 그리고 왜 창조되었는지를 들려준다. 하나님은 사탄과 그의 천사들을 천국으로부터 추방한 후에, 또 하나의 세계와 다른 피조물들을 창조하여 거기에 살게 하겠다는 자신의 뜻을 밝히고서는, 자신의 영광의 아들을 천사들과 함께 보내어 육일 동안에 걸쳐 창조 사역을 수행하게 아였고, 천사들은 이아들이 그 일을 다 마친 것과 그가 천국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송축하였다.」
※
아담은 자신이 베필인 하와와 함께 라파엘이 들려준 이야기를 경청한 후에, 그들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신비하고 기이한 일들, 곧 하나님에 의한 지극히 복된 영화가 지배하는 천국에서 그런 증오와 전쟁과 혼란이 벌어졌다는 것, 하지만 악은 복된 삶과 섞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마치 큰물처럼 자신이 원래 생겨났던 곳으로 이내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듣고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하여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지만, 자신의 마음속에서 생겨난 의심들을 곧 떨쳐버렸다. 그러자 아담 속에서는 자기와 좀 더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들, 그러니까 하늘과 땅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가 처음에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고, 무슨 이유로 언제 무엇으로 창조되었으며, 자신의 기억 이전에 에덴의 안과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는데~~~
하나님은 아직까지는 땅에 비를 내리지 않았고, 밭을 경작할 사람도 없었지만, 땅에서는 이슬 같은 안개가 피어올라서, 하나님이 만든 모든 땅과 거기에 있던 모든 초목들과 푸른 줄기의 온갖 식물들을 젹셔 주었지. ~~~
창조의 마지막 날인 여섯째 날이 저녁의 수금 소리와 아침의 노랫소리로 시작되자~~~가장 먼저 기어 나온 것은 미래를 대비할 줄 아는 제혜를 지닌 검소한 개미였는데, 작은 몸집에 큰마음을 지닌 이 곤충은 아마도 나중에 여러 종족들이 서로 공평하고 평등하게 결합되어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살고자 할 때 모범이 될 만한 것이었고, 그 다음으로 무리를 지어 나타난 것이 암컷 벌이었는데, 자신의 남편인 수컷 벌을 맛있는 것으로 먹이며, 벌집을 지어 꿀을 저장하는 그런 곤충이었지.
~~~전능하신 영원한 성부는 성자가 들을 수 있게 이렇게 말씀 하셨어, 이제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를 인간, 우리와 닮은 인간을 만들어서, 바다의 물고기와 공중의 새와 들의 짐승과 온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들을 다스리게 하자.
[제8권]
-줄거리-
「아담은 천체의 운행에 대해 질문하지만, 라파엘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그런 것보다 더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에 대해 물으라고 권한다. 아담은 거기에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라파엘을 더 붙잡아두고 싶어서, 자신이 지음 받은 후로 기억하고 있는 일들, 즉 자기가 낙원에 두어진 것, 혼자 사는 것과 함께 사는 삶 에 대해 하나님과 나눈 대화, 하와를 처음으로 만나 혼인하게 된 것을 그에게 얘기해주고, 그 일들에 대해 천사와 대화를 나눈다. 그런 후에 라파엘은 조심하라고 반복해서 당부하고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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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순결한 지성이여, 고결한 천사여, 당신은 나의 모든 의문을 말끔히 풀어주고 내가 혼란스러워하던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든 염려와 근심과 걱정을 다 물리쳐서 그런 것들이 우리의 삶을 괴롭게 하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하신 것을 명심하고서, 우리 자신이 쓸데없이 이런저런 잡념들을 불러일으켜서, 우리가 풀 수 없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로 우리의 생각을 어지럽혀서 복된 삶을 망치는 일이 없이, 아주 단순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가 저 높은 곳에서 좀 더 아래로 내려와서 내 신변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다보면, 당신의 홍의로 인해 내가 당신에게 물어보아도 별 문제가 없고 당신이 내게 대답해주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질문들이 거기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까지는 내가 기억하기 이전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당신으로부터 들었으니, 이제부터는 아마도 당신이 듣지 못하였을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라파엘은 천상의 온유한 음성으로 아담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네가 창조되던 날에 거기에 없었으니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아라.
지옥의 음산한 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옥 전체가 철통같이 봉쇄되어 있었지. 하지만 거기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지옥 안으로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것은 춤을 추고 노래하는 소리가 아니라, 극심한 고통 속에서 광분하며 크게 울부짖는 소리였어. 울;l는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서, 안식일이 시작되는 저녁이 되기 전에 빛의 나라로 다시 돌아왔지. 그러므로 네가 나의 얘기를 즐겁게 들었듯이, 나도 너의 얘기를 즐겁게 경청하리니, 이제 너에 관한 이야기를 내게 해보아라.
내가 이 낙원을 너에게 줄 것이니, 너는 이곳을 너의 소유로 여기고 잘 경작하고 돌보아서 여기에서 나는 열매를 양식으로 삼아 먹으라. 동산에서 자라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부족하거나 떨어질 걱정이 전혀 없으니 기쁜 마음으로 마음껏 먹어도 좋다. 하지만 선악을 알게 하는 효능을 지닌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내가 너의 순종과 믿음을 알아보기 위하여 동산 중앙의 생명나무 옆에 그 나무를 두었으니, 네가 나의 유일한 명령을 어기고서 그 열매를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고, 바로 그날부터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 이 복된 상태를 t아실하고서, 이곳으로 부터 쫓겨나서 재앙과 비탄으로 가득한 세계로 추방될 것이라는 나의 경고를 기억해서, 그 열매를 먹음으로써 초래될 참담한 결과를 피하라.
내게는 그 금령을 어길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준엄한 음성은 지금도 내 귀에 쟁쟁합니다. ~~~(하나님이 아담이 잠든 중에 갈비뼈를 취하여 이브를 만드셨다).
[제9권]
-줄거리-
「사탄은 사악한 계략이 무엇이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땅을 두루 다니다가, 마침내 결심하고서 야음을 틈타 밤안개처럼 낙원으로 돌아와서, 잠자고 있던 뱀 속으로 들어간다. 아담과 하와는 아침에 일하러 나갈 때, 하와가 일할 곳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서로 떨어져서 따로 일하자고 제안했다. 아담은 라파엘 천사가 미리 경고해 주었던 원수가 혼자 있는 하와를 보면 유혹하려고 할 것이니 따로 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대했지만, 하와는 자기가 충분히 신중하지 못하다거나 경고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싫어서,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도리어 더욱 강력하게 따로 일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아담도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동의하고 만다.
뱀은 하와가 혼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몰래 접근해서 먼저 그녀를 찬찬히 지켜보며 관찰하다가, 이윽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자기가 지금까지 본 모든 피조물들 중에서 그녀가 최고라고 그녀를 치켜세우며 이런저런 아첨하는 말들로 그녀의 환심을 산다. 하와는 뱀이 말하는 것을 듣고서는 의아해하며, 어떻게 해서 이전과는 달리 인간처럼 말하고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뱀은 동산 안에 잇는 어떤 나무의 열매를 먹었더니, 이전에 없었던 언어능력과 이성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대답한다, 하와는 뱀에게 부탁해서 그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고, 그 나무가 하나님이 인간에게 그 열매를 따먹어서는 안 된다고 명하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뱀은 이제 한층 더 대담하게 많은 술수들과 언변으로 하와를 유혹해서 결국 그 열매를 따먹게 만든다. 하와는 그 열매를 직접 먹어 보니 기가 막히게 맛있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아담에게 이 열매를 나누어줄지 말지를 잠시 고민하다가 마침내 그 열매를 아담에게 가져가서, 누군가의 권유로 그 열매를 먹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담은 처음에는 경악했지만, 그녀가 이미 타락하여 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그녀를 너무나 열렬히 사랑했기 때문에 함께 멸망하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범죄에 물 타기를 하기 위해 자기도 그 열매를 먹는다. 이 범죄의 효력은 그들에게 나타나서, 그들은 자신들의 벌거벗은 것을 가리고자 하고, 서로 이견이 생겨 불화하고 논쟁하며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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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그 뒤를 따라 낮과 밤의 짧은 만남의 중매자로서 땅에 황혼을 가져다주는 소임을 밑은 헤스페로스의 별도 지니, 이제 밤의 반구가 지평선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완전히 휘장을 쳤다. 앞서 가브리엘의 경고를 받고서 그 앞에서 도망쳐 에덴을 빠져나왔던 사탄은 그동안 심사숙고해서 생각해 낸 간계를 가지고서 더 깊은 앙심을 품은 채로, 앞으로 자기에게 더 극심한 형벌이 가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든 인간을 멸망시키려고 겁도 없이 에덴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도망쳤던 그는 지구를 돌고 돌다가 낮을 피해서 한밤중에 다시 돌아왔는데, 이것은 전에 그가 낮에 들어왔을 때는 태양의 통치자 우리엘이 그의 잠입을 알아차리고서, 에덴을 지키는 그룹 천사들에게 미리 알리고 경고하는 바람에 낭패를 당한 기억 때문이었다. 에덴에서 도망친 후에 큰 고민에 봉착하게 된 그는 일곱 밤을 꼬박 쉬지 않고 어둠과 함께 날아서 적도를 세 차례나 돌고, 밤의 수레를 타고 춘분과 추분점, 하지점과 동지점을 거처 극점에서 극점까지를 네 차례나 가로지르며,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고, 마침내 여덟째 밤에 그룹 천사들이 지키는 에덴의 정문과 정반대쪽으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감쪽같이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곳은 당시 그곳을 흐르던 티그리스 강은 낙원의 산자락을 만나서 땅 속으로 들어가 하나의 물줄기를 형성하여 흐르다가, 그 일부가 생명나무 옆에서 솟아올라 샘이 된 바로 그곳이었다. 지금은 세월이 아니라 인간의 죄로 인해 그곳이 없어져 버렸지만, 그는 에덴 밖에서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서 지하의 물줄기를 따라 그 샘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안개 속에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동산 안으로 들어와서 은신해 있을 곳을 찾았다.
사탄은 에덴에서 도망친 후에 폰투스와 메오티스 해를 거쳐 오보강 너머에 이르기까지의 지역을, 아래쪽으로는 저 멀리 남극 땅까지, 옆으로는 오른테스 강에서 서쪽으로 큰 바다와 접해 있는 다리엔까지, 거기에서 갠지스 강과 인더스 강이 흐르는 지역까지 바다와 육지 할 것 없이 온 땅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었다. 자신의 간계를 펼치는 데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생물이 어떤 것일지를 생각하며 그렇게 곳곳을 헤집고 다닌 끝에, 마침내 모든 들짐승 가운데 가장 교활한 뱀을 발견해 냈다.
간교하기 짝이 없던 유혹하는 자는 하와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이 아름다운 세계의 여왕이신 눈부시게 아름다우신 하와시여, 당신이 내게 하문하신 모든 것을 대답해 드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일뿐더러, 나로서는 당신이 명하신 것에 복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나도 처음에는 들에 널려 있는 풀을 뜯어먹는 다른 짐승들처럼, 나의 양식과 마찬가지로 나의 생각도 천하고 저급해서 먹는 것이나 성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서, 고상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나 이해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들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저 멀리에 붉은빛과 황금빛이 뒤섞인 아주 아름다운 빛깔을 한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매력적인 나무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니,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따라 그 나무의 가지들에서 풍겨 나오는 너무나 향긋하고 매력적인 향기가 나의 식욕과 온 몸의 감각을 자극했는데, 가장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회향풀이나, 어린 양이나 염소 새끼가 노느라 정신이 없어 빨지 않아서 저녁이 되어 암양이나 암염소의 젖꼭지에서 뚣뚝 떨어지는 젖을 발견했을 때보다도 더 그랬습니다.
나를 설득하는 데 강력한 힘을 지닌 굶주림과 목마름이 그 매혹적인 과실의 향에 즉시 깨어나서 나를 사정없이 몰아붙였기 때문에, 나는 그 욕구들을 채우기 위해 저 탐스러운 과실을 지체 없이 먹기로 결심하고서는, 즉시 이기가 끼어 있는 그 나무의 몸통을 칭칭 감으며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이는 그 과실이 당신이나 아담이 손을 쭉 뻗어야 겨우 닿을 수 잇을 정도로 높은 곳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나자, 오래지 않아 내 안에서 기이한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의 모습은 그대로였는데, 나의 내면에서 이성이 생겨났고, 조금 지나자 언어능력도 생겨났습니다. 그때부터 나의 생각은 고귀하거나 심오한 일들을 사색하기 시작했고, 하늘과 땅과 대기 중에 잇는 모든 아름답고 선한 것들을 관찰하고 사고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하나님을 닮은 당신의 모습과 천상의 빛으로 찬연하게 빛나는 당신의 아름다움 속에 그런 온갖 아름답고 선한 것이 집약되어 잇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무례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와서 당신의 모습을 지켜보며, 모든 피조물 중 여왕이며 만물의 여주인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당신께 찬미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사탄에게 사로잡힌 간교한 뱀이 이렇게 말하자, 하와는 더욱 더 눈이 휘둥그레져서 아무런 의심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뱀아, 네가 나에 대한 지나친 찬사를 그런 식으로 늘어놓는 것을 보니, 네가 처음으로 시험해 보았다고 하는 저 나무의 열매가 효능이 있어서 네게 지혜로움을 더해 준 것이 과연 사실인지가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낙원에서 자라는 하나님의 나무들은 그 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해서, 우리가 그 일부만을 알고 돌볼 뿐이데, 나중에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서 그 과실들을 양식으로 삼고, 더 많은 손길들이 이 동산을 가꿈으로써, 자연의 소출을 제대로 선용할 수 잇을 때까지는, 여전히 상당수의 과실들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썩지 않고 나무에 그대로 매달려 잇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네가 말한 그 나무가 어디에서 자라고 있고, 여기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를 내게 말해다오.
하나님은 다른 모든 것은 우리의 법인 우리의 이성에 따라 살도록 우리에게 맡겨놓으셨으면서도, 이 나무의 열매만은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명하시고, 그 명령을 그의 목소리의 유일한 딸로 우리에게 남겨놓으셨기 때문이지. 그러자 유혹하는 자는 교묘하고 영악하게- 하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땅과 공중에 있는 모든 것의 주가 되어 만물을 다스리라고 해놓고서는, 정작 이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들의 열매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당신에게 말씀하셨다는 것입니까. 아직 죄를 범하지 않은 하와는 뱀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먹어도 좋지만, 동산 중앙에 있는 이 아름다운 나무의 열매에 대해서는 먹거나 만지지 말라고 하시며, 먹거나 마시는 날에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
~~~열매 하나 먹는다고 해서 당신이 죽는다고요? 이 열매가 당신에게 지식을 준다면, 생명도 줄 것이 분명합니다. 경고하신 분이 당신을 죽일 수 있다고요? 나를 보십시오. 나는 그분이 금지한 것을 만지기도 하고 먹기도 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의 분수를 뛰어 넘는 것을 시도함으로써, 그분이 내게 운명으로 정해주신 것보다 더 완전한 생명을 얻게 된 것이 아닙니까. 짐승에게 열려 있는 일이 어떻게 인간에게 닫혀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이 이런 사소한 잘못에 진노하실 그런 분입니까. ~~~~하나님이 진정으로 의로우신 분이라면 절대로 당신들을 해칠 수 없고, 만일 의로우신 분이 아니라면, 그분은 하나님이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순종할 필요도 없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 버린다면, 그분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분이 왜 이런 금령을 내렸겠습니까. 당신들로 하여금 언제까지나 아무것도 모르는 비천한 자들로 남아서 그분을 두려워하며 섬기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 하와는 이렇게 말하고서, 그 악한 시간에 자신의 경솔한 손을 내밀어 열매를 따서 먹었다. ~~~ 아담에게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한편 아담은 그녀가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면서, ~~아름다운 꽃들로 화관을 엮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오면 둘이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는 데서 오는 새로운 위안과 큰 기쁨을 그들 두 사람이 맛보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이 나무는 우리가 들어왔던 대로 그 열매를 먹는 자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우리가 알지 못하던 악으로 통하는 길을 열어 우리를 그 길로 몰아가는 그런 나무가 아니라, 그 열매를 먹는 자의 눈을 열어주어서 신들이 되게 해주는 신성한 효능을 지닌 나무랍니다. ~~~내 영혼은 확장되었으며, 나의 지성은 풍성해지고 점점 자라가서 하나님처럼 되어가고 잇어요. 내가 이렇게 한 것은 나보다도 당신을 위한 것이었어요. 당신 없이는 이 모든 것은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것일 뿐이니까요. ~~~이 열매를 드세요. 당신이 이 열매를 먹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갈라져서 서로 다른 세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그때에는 내가 당신을 위해 나의 신성을 포기하고 싶어도, 이미 때가 늦어서, 운명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어쩌자고 준엄한 금령을 어기고서, 어쩌자고 저 신성한 금단의 열매를 따먹었단 말이오. ~~~아담은 분명 속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의 매력에 홀려 거기에 넘어가서 자신의 더 나은 지식을 배신하고서 주저함 없이 그 열매를 덥석 받아먹었다. ~~~아담은 처음으로 화가 나서 하와에게 이렇게 말했다. 배은망덕한 하와여, 그것이 그대가 말한 사랑이고, 그대를 향해 내가 보여준 사랑에 대한 보답이란 말이오?
[제 10권]
-줄거리-
「인간이 범죄 했음이 알려지자, 낙원을 지키던 천사들은 천국으로 돌아가서, 자신들이 경비에 만전을 기했고 그 어떤 소홀함이나 잘못도 없었다는 것을 증명했고, 하나님은 사탄이 낙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들로서는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그들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나님은 범죄자들을 심판하기 위해 성자를 내려 보내고, 성자는 낙원으로 내려와서 합당한 판결을 내린 후에, 두 사람을 불쌍히 여겨 옷을 만들어 입혀 주고서는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한편 그때까지만 해도 지옥 문 앞에 앉아 있던 죄와 사망은 놀라운 공감 능력을 통해 사탄의 시도가 저 새로운 세계에서 성공했다는 것과 인간이 드디어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제 더 이상 지옥에 갇힌 채로 지옥 문 앞에 앉아 잇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아버지인 사탄을 뒤쫓아 인간이 잇는 곳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하고서는, 지옥과 이 세계를 좀 더 수월하게 왕래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사탄이 개척해 놓은 노선을 따라 혼돈계 위에 널달란 대로 또는 다리를 놓으며 지구로 갈 준비를 하다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서 의기양양하여 지옥으로 돌아오고 있던 사탄을 만나, 서로 축하인사를 주고받는다.
사탄은 만신전에 도착해서, 그 자리를 꽉 채운 회중 앞에서 자기가 인간을 타락시키는 거사를 성공시켰음을 자랑스럽게 얘기하지만, 낙원에서 자신이 저지를 일에 대한 형벌이 집행되면서, 그 자신과 함께 갑자기 뱀들로 변해 버린 온 회중으로부터 쉿쉿거리는 뱀들의 소리만을 듣게 된다. 그런 후에 그들은 그들 앞에서 솟아난 금단의 나무처럼 보이는 것에 속아서, 그 열매를 따먹으려고 탐욕스럽게 몰려 가다가 먼지와 쓰디쓴 재를 씹는다.
죄와 죽음의 행적이 소개되고, 하나님은 성자가 그들에 대해 최종적으로 승리하여 만물이 새로워지게 될 것임을 예언하지만, 현재로서는 먼저 자신의 천사들에게 하늘들 및 원소들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몇 가지 변화를 만들어 내도록 명령한다.
아담은 자신의 타락한 상태를 점점 더 자각하게 되면서 몹시 애통해하고, 하와의 위로를 거부한다. 그녀는 계속해서 끈질기게 그를 달래서 마침내 그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한 후에, 그들의 자손들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저주를 피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들을 사용할 것을 그에게 제안하지만, 장차 이루어질 더 나은 희망을 품고 있던 그는 그녀의 제안을 거부하고, 최근에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약속, 즉 그녀의 자손이 뱀에게 복수할 것이라는 약속을 상기시키며, 자기와 함께 회개와 탄원을 통해 진노하신 하나님과의 화해를 모색할 것을 권고한다. 」
※
한편 천국에서는 사탄이 앙심을 품고 낙원에서 뱀으로 변장해서 하와를 유혹하여 저 죽음의 열매를 먹게 한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고, 하와는 거기에 자신의 남편을 끌어들여 자신과 똑같은 죄를 범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수비대 천사들도 인간의 상태를 알아차리고는 말없이 슬퍼하며 낙원을 떠나 천국으로 서둘러 올라갔다. ~~~나는 인간이 타락할 수밖에 없도록 정해 놓지도 않았고, 인간의 자유의지에 개입하여 특정한 방향으로 조종하려고 하는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은 완벽하게 중립적인 위치에서 자신의 자유의지를 따라 어느쪽으로든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간은 결국 타락하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인간의 범죄에 대해 죽음을 선고하는 일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가 범죄 한 바로 그 날에 그에게는 죽음이 선언되기는 했지만, 그가 두려워했던 죽음이 그에게 즉각적으로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죽음에 대한 나의 경고가 단지 말뿐이었고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날이 다 끝나기 전에 곧 인간은 내가 죽음의 효력이 늦게 나타나게 한 것이 그의 죄를 눈감아 준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하늘과 땅과 지옥에 있는 모든 것을 심판하는 권세를 이미 나의 대리자인 성자에게 주었으니, 내가 인간을 심판하기 위해 너 말고 누구를 보낼 수 있겠느냐. 너는 인간의 친구이자 중보자로서, 자원해서 대속물이자 구속주로서의 소임을 맡아, 타락한 인간 대신에 자신이 그 심판을 받기 위해 스스로 인간이 되기로 작정한 자니, 내가 너를 보내는 것은 정의를 집행함과 동시에 자비를 베풀기 위한 것임을 누구라도 쉽게 알 것이다.
이윽고 죄와 죽음은 지옥문을 나와, 축축하고 어두운 혼돈계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혼란과 무질서의 거대한 야생의 황무지 속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서, 물 위를 낮게 힘 있게 비행하면서(그들의 힘은 대단했다), 격랑이 일어 심하게 출렁거리는 바다 위에 떴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던 모든 물체들을 딱딱한 것이든 물렁물렁한 것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다 양쪽에서 지옥 입구로 몰아갔으니, 이는 극지에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불어오는 두 개의 맞바람이 양쪽에서 빙산들을 몰아다가 북극해에서 서로 만나 거대한 빙산 지대를 형성해서, 페조라 강에서 동쪽으로 풍요로운 카데이 연안으로 통하는 것으로 상상되었던 길을 막아버리는 것 같았다.
죽음은 그렇게 긁어모은 흙을 자신의 차갑고 건조한 철퇴로 쳐서 단단하게 만들었는데, 이것은 마치 옛적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자신의 삼지창으로 바다 위로 불러내어 떠돌게 했던 델로스 섬을 제우스가 사슬로 단단하게 고정시켜서 한 곳에 정착된 섬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죽음이 처음으로 낙원으로 아득히 길게 이어져 있는 지구로 통하는 길을 내려다보니, 밝은 천사로 변장한 사탄이 태양이 백양궁에서 떠오르는 동안에 거기에서 정반대에 있는 연마궁과 천갈궁 사이의 공간을 통해 지옥으로 통하는 관문이 있는 우주의 천정을 향해 빠르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사탄은 변장한 채로 오고 있었지만, 그의 지식들인 죄와 죽음은 금방 자신들의 아버지를 알아보았다.
사탄은 하와를 유혹하는데 성공한 후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또 다시 형체를 바꾸어 변신한 채로 바로 옆 숲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숨어서 그 추이를 지켜보다가, 자기가 하와에게 했던 저 기만적인 행위를 그녀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의 남편에게 똑같이 하는 것도 보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수치를 가리기 위해 나뭇잎을 엮어 허리에 둘러 부끄러운 곳을 감추고자 하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를 심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서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망쳤는데, 물론 이것은 자기가 저지른 죄로 d니한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고, 다만 그 진노가 지금 당장 자기에게 갑자기 가해지는 것은 모면해 보자는 마음에서 그 자리를 뜬 것이었다.
혼돈계의 가장자리에 이르렀을 때, 사탄은 이 새로 놓인 경이로운 다리의 끝 지점에서 뜻하지 않게 자기를 마중 나온 소중한 자식들을 만났다. ~~~ 오, 아버지여, 당신은 이 다리가 마치 당신이 이룩하신 것이 아닌 듯이 보고 계시지만~~~~이 다리를 설계하고 이루어낸 분은 바로 당신이에요. ~~~그래서 지옥은 더 이상 우리를 자신의 경계 속에 가두어둘 수 없었고, 도저히 건널 수 없었던 이 검은 심연도 우리가 당신의 빛나는 궤적을 따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어요. 당신은 지금까지 지옥문 안에 갇혀 살았던 우리를 해방시켜 자유를 알게 해주었고, 우리에게 힘을 주어 이렇게 놀랍도록 강하게 해줌으로써 혼돈계의 어두운 심연 위로 이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다리를 놓을 수 있게 해주었죠. ~~~지금부터는 천국과 신세계의 세계를 다스리고, 당신은 둥근 세계를 다스리게 될 r서이어서, 이제 당신은 그의 보좌를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게 될 것이에요.
그러니 나는 너희가 만들어 놓은 이 길을 따라 어둠을 뚫고서 수월하게 지옥으로 내려가서 나의 동지들을 만나 거사의 성공을 알리고 함께 기뻐할 것이니, 그 동안에 너희 둘은 이 길을 따라 이제 너희의 것이 된 이 모든 무수한 많은 별들 사이로 곧장 낙원으로 내려가서, 거기에서 행복하게 거하면서 땅과 공중을 다스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차적으로 만물의 주라 불리는 인간을 지배하고 다스려라. 인간을 먼저 너희의 노예로 삼아 부리다가 마지막에는 죽여라.
나는 너희를 나의 대리자로 보내는 것이니, 땅에서 나의 전권대사들로서, 내게서 나오는 비할 바 없이 막강한 힘을 휘둘러라. ~~~사탄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들을 보냈고, 그들은 우주 공간에 아주 촘촘하게 박혀 있는 성좌들 사이로 독기를 뿌리며 아주 빠르게 길을 잡아 쇄도해 갔는데, 독기를 쐰 별들은 희미해졌고, 독기를 직통으로 맞은 행성들은 실제로 영구적으로 빛을 잃어버렸다.
[제11권]
-줄거리-
「하나님의 아들은 우리의 첫 조상이 화개하는 기도를 받아 성부에게 올려드리며 그들을 위해 탄원한다. 하나님은 그 기도와 탄원을 받아들였지만, 그들이 더 이상 낙원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선언하고서, 먼저 아담에게 미래의 일들을 계시해 주게 하기 위해 미카엘이 이끄는 한 무리의 그룹 천사들을 보낸다. 미카엘은 낙원으로 내려오고, 아담은 하와에게 몇몇 불길한 징조들을 보여준다. 아담은 미카엘이 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 그를 마중하러 나간다. 미카엘 천사는 그들에게 낙원을 떠날 것을 통고한다. 하와의 비탄, 아담은 사정해 보다가 결국 통고를 수용한다. 미카엘 천사는 아담을 높은 산으로 데려가서, 대홍수 때까지 일어나게 될 미래의 일들을 그의 눈앞에 묵시로 보여준다. 」
[12권]
-줄거리-
「천사 미카엘은 대홍수 이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는데, 아브라함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을 때, 아담과 하와가 타락했을 때 하나님이 약속한 저 여자의 자손이 누구인지를 어느 정도 설명해 주면서, 그의 성육신, 죽음, 부활, 승천에 대해, 그리고 그가 재림할 때까지 교회가 처해 있게 될 상태에 대해 말해준다. 아담은 이러한 얘기들과 약속들에 크게 만족하고 위안을 얻어 다시 힘을 차리고서 미카엘과 함께 산을 내려와서 하와를 깨우는데, 내내 잠들어 있던 그녀는 잠자는 동안에 편하고 좋은 꿈을 꾸면서 마음이 차분해져서 평정심과 순종하는 마음을 되찾게 되었다. 미카엘은 두 손으로 그들을 잡고 이끌어서 낙원 밖으로 데려다주는데, 그들 뒤로는 화염검이 돌아다니고, 그룹 천사들은 각자의 자리에 배치되어 낙원을 지키었다.」
※
미카엘 천사장은 옛 세상이 멸망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될 것에 대해 말한 후에, 혹시 아담에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지 않을까 하여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너는 하나의 세상이 시작되어 끝나는 것을 보았고, 마치 두 번째 뿌리에서 싹이 나오는 것처럼 또 다른 한 사람으로부터 또 하나의 세상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다. ~~~ 이 두 번째 뿌리에서 나온 사람들은, 그 수가 아직 그리 많지 않고, 저 무시무시했던 대홍수의 심판으로 인한 두려움이 여전히 그들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동안에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옳고 그른 것을 상당 부분 가려서 삶을 영위해나가는 가운데, 열심히 땀 흘리고 흙을 경작하여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 등과 같은 소출을 풍성하게 거두며 살아갈 것이고, 그들의 자손들은 빠르게 많아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 마음이 오만하여 야망을 품은 자가 일어나서, 공평과 평등과 형제애로 살아가는 세상에 만족하지 않고, 형제들 위에 군림하여 붇아한 통치권을 휘두르며, 자연의 법을 따라 화합하며 살아가는 것을 땅에서 완전히 말살시키고, 자신의 폭정에 굴복하기를 거부하는 자들을 적으로 규정하여 온갖 음모와 전쟁을 동원해서 사냥하리니
율법을 주실 것인데, 그 중 한 부분은 인간 사회의 정의에 관한 것이고, 다른 부분은 희생제사와 종교의식에 대한 것으로서, 이 율법이라는 것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저 여자의 자손이 어떤 방식으로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하고 인류를 구원하게 될 것인지를 예표들과 상징들을 사용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하지만 하나님의 음성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인간에게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렵고 무시무시한 것이어서, 그들은 하나님이 직접 말씀 하지 마시고, 모세로 하여금 하나님의 뜻을 그들에게 전해주게 해주셔서, 그 두려움과 공포를 그치게 해주시라고 간청했지. 하나님은 그들의 청을 들어주시면서, 자신이 정한 중재자 없이는 아무도 하나님에게 가까이 나아오지 말라고 명하시고, 우선은 dal시로 중재자의 고귀한 직분을 모세에게 맡게 하셨지. 사실 하나님이 말씀하신 중재자는 바로 여자의 자손, 곧 메시아를 가리키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모세로 하여금 그보다 더 크신 이의 시대가 장차 도래 하게 될 것을 예언하게 하시고, 그 이후에는 대대로 모든 선지자들로 하여금 미래의 저 위대한 메시아의 시대를 노래하게 하셨지.
하나님이 율법을 주신 것은, 죄를 자극하여 율법에 맞서 싸우게 함으로써 그들의 타고 난 부패성과 타락성 을 분명하게 드러내어서, 그들로 하여금 율법에 의해 드러난 자신들의 죄를 보고, 율법에 의해 마련된 황소와 염소의 피로 말미암은 저 t고죄제사를 통해 임시적으로 속죄를 받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완전하게 그들의 죄를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 그런 짐승들의 피보다 더 귀한 피, 곧 불의한 자들을 위한 의로운 이의 피가 인간을 위해 드려져서, 그 피로 인한 의가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들에게 주어짐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의인들로 인정받고, 양심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율법에 규정된 종교의식들로는 하나님과 양심을 만족시킬 수 없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도덕적으로 완전하게 행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 없고, 도덕적으로 완전하게 행하지 않는 한, 인간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서는 자신들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지만, 그들은 얼른 눈물을 훔쳤다. 그들 앞에는 온 세상이 펼쳐져 있었고, 그들은 이제 그중 어느 곳을 자신들의 안식처로 선택해야 할지를 정해야 할 것이었지만, 섭리가 그들의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었다. 그들은 손을 잡고서 유랑의 발걸음을 서서히 옮겨, 에덴을 지나 외롭고 고독한 길을 갔다. ■
[Review]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여자가 이르되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세기 3장 12~13절)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 앞에서 변명하는 내용이다. 성경의 가장 중요한 진리인 ‘죄’와 ‘사망’ 그리고 ‘새 생명’에서 성경은 창세기의 죄와 사망이 인간의 조상 아담이 선악과를 따 먹었기 때문이라고 짧게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내용으로 보면 아담이 하나님의 준엄한 명령을 어떻게 가볍게 여겼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므로 창세기의 짧은 구절은 두고두고 여러 가지 억측이 난무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이러한 생각은 아마도 하나님께서 만드신 인간이 육체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흠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일 것 같다. 그러나 성경 내용으로 보면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이 금하신 선악과가 이렇게 중대한 잘못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은 완전한 자로 지음 받았지만 처음부터 하나님의 마음을 다 알기에는 부족한 존재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도록 창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부모에게 있어서 어린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과 같다. 밀턴은 이 책에서 성장요소를 인간이 지닌 자유의지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너를 완전한 자로 지으셨지만, 언제까지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자로 지으신 것은 아니다. 또한 하나님은 너를 선한 존재로 지으시긴 했지만, 너의 의지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운명이나 반드시 이루어지는 필연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도리어 본성적으로 자유롭게 만드심으로써, 그 선한 상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은 너의 몫으로 남겨두셨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섬기기를 원하시고, 억지로 드리는 우리의 섬김은 받지도 않으시며, 우리의 섬김이 진정으로 자발적인 것인지도 알고자 하시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의 마음이 자유롭지 않아서, 오로지 운명이 정해준 것들만을 행해야 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면, 우리가 자발적으로 섬기는 것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본문)
이처럼 인간은 하나님을 아는 것이나 또 모르고 죄에 빠지는 것 모두가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이지만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에 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밀턴은 이 책에서 하나님이 인간의 결핍된 모습을 통하여 하나님의 완전하신 뜻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어떠한 것인지를 성경적 기반과 신화에 따라 독특한 문학적 서술의 대 서사시형식으로 엮었다. 때로는 호메로스의 ‘오뒷세이’나 ‘일리아스’처럼 웅장하면서도 흥미롭다.
“죽음은 그렇게 긁어모은 흙을 자신의 차갑고 건조한 철퇴로 쳐서 단단하게 만들었는데, 이것은 마치 옛적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자신의 삼지창으로 바다 위로 불러내어 떠돌게 했던 델로스 섬을 제우스가 사슬로 단단하게 고정시켜서 한 곳에 정착된 섬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죽음이 처음으로 낙원으로 아득히 길게 이어져 있는 지구로 통하는 길을 내려다보니, 밝은 천사로 변장한 사탄이 태양이 백양궁에서 떠오르는 동안에 거기에서 정반대에 있는 연마궁과 천갈궁 사이의 공간을 통해 지옥으로 통하는 관문이 있는 우주의 천정을 향해 빠르게 솟아오르고 있었다.”(본문)
이 책에는 창세 이전의 하나님의 세계와 천사의 타락, 타락한 천사의 간계로 아담이 선악과를 먹게 하는 모든 과정과, 아담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깊은 성찰에 이르도록 하나님이 보낸 또 다른 천사를 통해 인간에게 베풀게 될 회복의 계획을 담았다.
특히 성경에서 분명하지 않은 창세 이전의 세계와 천사들의 활동들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무저갱에 갇혀 있는 사탄이 어떻게 에덴동산에 침투해서 하와를 유혹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그들이 어떻게 이 세상을 두루 다니며 죄를 저지르게 하는지 등. 이 책은 성경적으로 읽기 보다는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읽어야 마땅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성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하나님의 세계는 우리 현실의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눈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성경의 모든 내용들이 똑같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믿음은 우리의 이해를 바탕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무조건 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이해의 바탕은 동일한 성령에 의한 것이지만 이해 자체가 사람마다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에서 전해지는 말씀에는 성령, 천사, 마귀의 이야기는 많지 않다. 사람들이 보기에 그런 존재들은 하나의 관념적인 대상일 뿐 실재적인 존재로 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믿음이 지닌 속성 자체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온전한 믿음에 이른다면 우리의 믿음은 관념적이 아니라 실재의 인격적 관계에 이를 때 성숙한 신앙이라 할 수 있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것을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히11:1)” 라고 말했다.
이 책은 존 밀턴이 살았던 시대(1608~1674) 사람들의 신앙적 바탕이며 오늘날 신앙적 가치관에서 볼 때는 성경적 내용이 과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고전을 통해서 하나님 창조 세계에 대한 무한광대하심을 느끼고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관념적인 믿음이 보다 인격적인 관계에 이르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본문)
“바알세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큰 원수는 하늘에서 벼려서 만든 크고 무거운 둥근 방패를 걸머지고서 해안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그의 어깨에 걸쳐진 그 거대한 원반은 마치 달 같아서, 토스카나의 장인인 갈릴레오가 저녁에 페솔레 산의 꼭대기나 아르노 골짜기로 가서 반점들이 있는 구체안에서 새로운 땅이나 강이나 산을 찾아내려고 망원경으로 바라보던 그 달처럼 보였다. 또한 사방에서 화염이 타올라서 뿜어내는 열기로 숨 막힐 듯 한 대기에 짓눌린 채로 불타는 진흙 위를 걷는 그의 발걸음은 푸른 하늘 위를 걷던 발걸음과는 달리 위태로웠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들고 있던 창에 몸을 의지하여 걸어가고 있었는데, 제독의 기함을 위한 돛대로 사용하기 위해 노르웨이의 산에서 베어낸 가장 큰 소나무도 그의 창에 비하면 지팡이에 불과했다.”
“나는 오랫동안 저 어둡고 음침한 지옥의 못에 억류되어 있었지만, 결국 대담하게 날아서 그곳을 빠져나와 이제 당신을 다시 찾아온 것이오. 나의 여정은 비록 성공하기 어려운 아주 힘든 것이긴 했지만, 오르페우스의 수금과 다른 곡조로 하늘의 뮤즈에게서 배워서 혼돈과 영원한 밤에 대해 노래하며, 목숨을 걸고 어둠 속을 하강했다가 다시 솟아올라서 완전한 흑암과 중간의 흑암을 뚫고 이렇게 무사히 당신을 다시 찾아와, 당신이 다스리는 저 생명의 불빛을 느끼고 있소.”
“그는 자신의 빼어난 용모로 마치 뭇별들을 이끄는 새벽별처럼 수많은 천군천사들을 매료시켜서, 거짓말로 천군의 삼분의 일을 끌어 모았어. 한편 가장 은밀한 생각까지도 꿰뚫어보는 영존자의 눈은 자신의 성산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앞에서 밤마다 타오르는 황금 등불이 켜져 있는 처소 안으로부터 반란이 획책되고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반란이 누구에게서 시작되어, 아침의 아들들 사이에서 어떻게 퍼져 나갔으며, 어떤 무리들이 작당하여 자신의 칙령을 반대하고 있는지를 보았지.”
“양 진영이 모두 무시무시한 대형을 갖추고 어마어마하게 길게 늘어서서 대치하고 있었지. 그때 사탄은자신의 호화찬란한 보좌로부터 아래로 내려, 금강석과 황금으로 무장한 채,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구름 같이 운집한 선봉대 앞으로, 마치 거대한 탑처럼 오만하게 뚜벅뚜벅 걸어 나왔어.”
“하늘의 순결한 지성이여, 고결한 천사여, 당신은 나의 모든 의문을 말끔히 풀어주고 내가 혼란스러워하던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든 염려와 근심과 걱정을 다 물리쳐서 그런 것들이 우리의 삶을 괴롭게 하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하신 것을 명심하고서, 우리 자신이 쓸데없이 이런저런 잡념들을 불러일으켜서, 우리가 풀 수 없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로 우리의 생각을 어지럽혀서 복된 삶을 망치는 일이 없이, 아주 단순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사탄은 에덴에서 도망친 후에 폰투스와 메오티스 해를 거쳐 오보강 너머에 이르기까지의 지역을, 아래쪽으로는 저 멀리 남극 땅까지, 옆으로는 오른테스 강에서 서쪽으로 큰 바다와 접해 있는 다리엔까지, 거기에서 갠지스 강과 인더스 강이 흐르는 지역까지 바다와 육지 할 것 없이 온 땅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었다. 자신의 간계를 펼치는 데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생물이 어떤 것일지를 생각하며 그렇게 곳곳을 헤집고 다닌 끝에, 마침내 모든 들짐승 가운데 가장 교활한 뱀을 발견해 냈다.”
“열매하나 먹는다고 해서 당신이 죽는다고요? 이 열매가 당신에게 지식을 준다면, 생명도 줄 것이 분명합니다. 경고하신 분이 당신을 죽일 수 있다고요? 나를 보십시오. 나는 그분이 금지한 것을 만지기도 하고 먹기도 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의 분수를 뛰어 넘는 것을 시도함으로써, 그분이 내게 운명으로 정해주신 것보다 더 완전한 생명을 얻게 된 것이 아닙니까. 짐승에게 열려 있는 일이 어떻게 인간에게 닫혀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이 이런 사소한 잘못에 진노하실 그런 분입니까. 하나님이 진정으로 의로우신 분이라면 절대로 당신들을 해칠 수 없고, 만일 의로우신 분이 아니라면, 그분은 하나님이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순종할 필요도 없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 버린다면, 그분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분이 왜 이런 금령을 내렸겠습니까. 당신들로 하여금 언제까지나 아무것도 모르는 비천한 자들로 남아서 그분을 두려워하며 섬기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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