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사는 지금, 2022년 7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산지천 갤러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3길 36
운영시간 10시부터 18시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제주의 구시가지 탑동. 이곳엔 특별한 곳이 있다. 바로 산지천 갤러리가 그곳이다. 산지천 갤러리는 녹수장, 금성장이라는 이름의 여관 건물을 재생하여 만든 문화공간이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산지천 복원과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으로 노후 건물들의 철거가 진행되었으나, 산지천 갤러리가 들어선 건물을 포함하여 고씨 가옥, 유성 식품 등 다섯 곳은 기존 원도심의 풍경을 담고 있는 가치를 인정받는 보존 건축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건물들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어린 목소리를 통해 산진천 갤러리라는 전시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하였습니다. 산지천 갤러리는 전무 전시공간으로서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제공함과 동시에 원도심 지역 문화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다.
현재 산지천 갤러리는 두 개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로 <2022 공간 잇기 프로젝트> 윈도우갤러리 7월이 2022년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오키나와의 이헤야지마 운자미 Unjami, Ritual for sea gads, Okinawa Japan라는 포맷으로 진행된다. 이헤야지마 운자미는 바다에서 오는 신을 맞이하여 항해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해신제인데, 이에 맞춰 故 김수남 (1949-2006) 작가의 기증품으로 연재되는데, 제주 출생의 김수남 작가는 드러나지 않는 서민들의 삶과, 사라져가는 한국의 민속에 집중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서 '한국의 굿'과 아시아 11개국의 민속신앙'을 카메라에 담았다.
두 번째 전시론 <2022 선정 기획 전시> 거름 내는 소리가 진행된다. 이번 포스팅에 주로 다룰 것도 바로 이 전시다.
박가연 작가 작품
<2022 산지천 갤러리 선정 기획 전시>거름 내는 소리
: THE SOUND OF FERTILITY
2022.06.09-08.05 참여작가 : 박가연, 신예선, 이다슬, 이한나
죽음이 있기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 생명의 마지막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유기물의 부패는 또 다른 생명을 길러내는 비옥한 거름이 된다. 어쩌면 화산 분출에 의한 섬이라는 제주의 지형 자체가 생성과 소멸의 순환의 고리의 증거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펜데믹과 기후위기 등 개인의 삶과 지구 공동체를 위협하는 이 무시무시한 단어들은 더이상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위험이 아니다. 이러한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은 '더 나은 것'을 위한 또 다른 소비나 생산보다는 자연의 순환고리, 즉 생성과 소멸의 순환에 대한 인식과 성찰에서 시작될 것이다.
'거름 내는 소리'. '돗통시' 등 제주 전통에는 이러한 생태 순환 정신이 배어 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거름 내는 소리>는 제주 전통 노동요로서 과거 거름을 논밭에 심어 내거나 펼쳐 내면서 부르는 농요의 제목이기도 하다. 동물과 인간의 배설물, 구들의 재, 쌀겨, 깻묵 등 일상의 하찮은 것들은 거름이 되어 토지를 정화한다. 사람들은 노래를 주고 받으며 바지란히 봄을 놀려 땅을 고르고 거름을 만들어 땅으로 돌려보낸다.
-기획자의 말 발췌-
첫 번째, 신예선 작가 / 두 번째, 이다슬 작가 / 세 번째, 네 번째 이한나 작가 작품
전시의 참여작가 박가연, 신예선, 이다슬, 이한나는 주목받지 못하는 하찮은 생명이나 대상에 주목하여 생성하고 소멸하는 일시적 존재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한다. 유한한 존재를 애도하며, 명주실이나 흙과 같이 자연의 재료를 잠시 빌리고, 그것들로 제작한 작품이 스러져 없어지는 것을 억지로 붙잡아 두거나 과하게 기념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작가의 역할이란 그러한 사라짐과 덧없음을 인정하고, 그것들이 다시 거름으로 돌아가기를 도와주는 것뿐이다. 수행 속에 들려오는 작가들의 목소리는 이 전시의 제목 <거름 내는 소리>과 같다.
작가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거름 소리를 낸다.
박가연 작가
'죽음을 통해 생을 바라보고, 생을 통해 죽음을 인식하기를 바라는'
그모습을 경험한 생활양식과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풀어낸다. 작가는 우리의 식탁에서 흔히 발견되는 생선의 머리나, 냉이, 버섯 등을 사용해 바니타스 광물을 연상시키는 영상과 함께 애도와 죽음에 관한 메시지를 전한다.
신예선 작가
'소멸을 성정해 둔 존재의 유한함을 인정하는 것'
비천한 물진은 아름답고, 강인하며 집을 짓는다. 그리고 완전히 소멸된다. 누에가 완전히 새로 태어나기 전 가느다란 실을 토해내 집을 만드는 것처럼 존재하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선명하는 작가의 양가적 감정은 희미하게 실로 얼기설기 교차되어부드러운 형태로구획된 공간에서 드러난다.
이다슬
'종달새 날아오르면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
작가는 농사를 경험하며 잡초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작업의 국면을 맞았다. 잡초를 죽이는 것을 멈추고 잡초를 살리는 길을 택한 것이다. 다시 자랄 것을 알면서도 뽑아내야만 하는 잡초를 베어내지 않고 정성껏 기르며 시작되 ㄴ작가의 호기심은 어느덧 두툼한 텍스트와 섬세한 사진 작업이 되었다.
이한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풍화되고
자연으로 돌아가 한 줄의 흙 덩어리가 된다.'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으로 과거에 부장품이나 주술적 우상. 또는 장난감으로 사용되었다. 주로 장례 이후 죽은 이에 대한 봉사자라는 의미와 함께 부정하던 토우를 이한나 작가는 폭력에 희생되거나 소외돈 존재들을 기억하고 상기시키기 위해 작품으로 불러들였다.
산지천 갤러리에서의 예술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또, 참여 작가의 인터뷰의 주요 내용과 함께 전시 출품작을 뒷받침하는 작가들의 글과 영상은 특히 전시의 풍미를 더했다. 산지천을 걸으며 구석구석을 즐긴 내게 이곳 산지천 갤러리는 구시가지에 보물처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