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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주 KBS1 텔레비전 ’다큐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인왕제색도>가 방영되었습니다. 국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는 겸재 정선이 76살 때인 1751년(영조 27) 자기가 살던 지금의 효자동 쪽에서 보고 비 온 뒤의 인왕산 경치를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던 것을 유족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인데 올해 4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수집가의 초대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 전시되었던 작품입니다.
▲ 국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종이 바탕에 수묵담채. 세로 79.2㎝, 가로 138.2㎝, 국립중앙박물관
이 그림에는 특징 있게 생긴 인왕산의 바위를 하나하나 그려 넣었습니다. 그 아래에 안개와 나무들을 그려 넣어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구도를 이룹니다. 특히 나무와 집들이 있는 가까운 곳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 부감법(俯瞰法)으로 그렸으며, 멀리 바라보이는 원경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고원법(高遠法)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안개와 산등성이는 엷게, 바위와 나무들은 짙게 처리하였지요. 그리고 먹색의 강렬한 흑백 대비로 굴곡진 산의 골짜기를 생생하게 그려 화폭에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이 작품이 그려지기 전까지 우리나라 산수화의 대부분이 중국 것을 모방한 데 지나지 않았지만, 겸재 정선이 개척한 진경산수화부터 진정한 우리의 산수화라고 하는데 이 <인왕제색도>는 진경산수화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소장은 “인왕산 전체가 백색인데 이걸 전부 묵색으로 음화처럼 그려놨지만, 내게는 백색으로 느껴졌다.”라고 말합니다. <인왕제색도>는 우리말로 풀어놓으면 “인왕산에 비 개는 기색”이라고 하지요. 정선은 우리에게 세차게 내리는 비도 언젠가는 그칠 것이라고 얘기해주는 건 아닌지 모릅니다.